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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95화 (95/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95화

“오룡회주님은 언제쯤 오실까?”

“그러게 말이오, 적들을 모두 처치한 지 한참 되었는데 말이오.”

오대세가의 후지수들이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적들이 모두 죽은 채 쓰러져 있었다.

예상외의 낙승이기도 했다.

남궁정혁의 조언대로 목 옆의 인영혈을 노리니 적들은 제대로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다.

“계속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성격 급한 팽세호의 말을 차분한 황보인욱이 받았다.

“이곳을 떠날 때 회주님이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나도 그러고 싶지만 회주님이 적의 두목을 쫓아간 지 한참 지나지 않았나.”

그들은 고민했다.

여기서 남궁정혁을 계속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를 쫓아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후기지수들이 서문호와 양일남을 보았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남궁정혁의 직속부하이니 그의 심중을 잘 알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보게, 자네들이 말해 보게. 우리가 여기 계속 있는 게 낫겠나, 아니면 회주님을 찾아 움직이는 게 낫겠나?”

서문호가 고민도 하지 않고 냉큼 답했다.

“당연히 여기에 있는 게 낫죠.”

“무슨 이유로?”

“저희 단주님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회주님이 위험에 빠졌을 수도 있잖냐.”

“그분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요?”

풋, 가볍게 웃은 서문호가 말을 이었다.

“단주님이 위험한 게 아니라, 단주님을 만난 사람이 위험에 빠지겠죠.”

그의 말에 후기지수들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정혁이 위험에 빠지다니.

그가 이제껏 보여 준 모습을 봤을 때 말이 되지 않는 소리긴 하다.

“단주님이 언제 올지 모르니 한쪽에 앉아 얌전히 기다리고 있죠…….”

서문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건, 적이다!”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녹색 무복을 입은 사내들이 갑자기 우르르 나타났다.

그들의 난데없는 등장에 오대세가의 무인들이 긴장했다.

저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살기가 그만큼 위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적들 맨 앞에 서 있는 자가 바닥을 훑어보고는 비아냥거렸다.

“멍청한 엄 선생, 하도 오지 않길래 직접 와 봤더니 전멸한 것이었군.”

그는 목금장주 이회였다.

큰소리친 엄신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기에 직접 움직인 것이다.

“당신들은 누구요?”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 중 목청이 가장 큰 팽세호가 소리쳤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크크큭, 비웃음만 흘렸다.

“함정을 모두 통과했다길래 얼마나 대단한 놈이 왔는가 했더니, 고작 이런 풋내기들이 설치고 있었던 건가?”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소.”

“너희를 저승으로 안내할 사람.”

정체가 노출될 수 있기에 직접 나서지 않고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려고 했더니.

엄신, 그놈을 믿은 게 실수다.

이회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말고 모두 죽여라.”

*   *   *

엄신은 한참의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당신과 함께하겠소.”

잘 생각했어.

내 옆에서 내가 남궁세가를 어떻게 집어삼키는지 잘 봐.

“그 약속은 반드시 지키리라 믿소.”

“무슨 약속?”

“내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 말이오.”

“물론이지. 그 전에 자네가 꼭 해 줘야 하는 일이 있지만 말이야.”

“뭘 말이요?”

“그건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것이고, 인제 목금장주인지 뭔지 하는 놈만 처리하면 되나?”

오대세가에 원한이 있다는 이번 일의 배후 말이야.

“안내해, 그놈은 어디 있어? 후딱 조져 버리고 남궁세가로 돌아가야지.”

남궁정혁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엄신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 여기에 없어?”

“……그자는 상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매우 위험한 자이거든요.”

“괜찮아, 내가 더 위험하니까.”

하지만 엄신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이회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목금장주라고 소개했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왜에? 무림에 목금장이라는 곳이 없나?”

“아니 있긴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지만.”

“……?”

“목금장은 강서에 있는 작은 문파, 그런 곳의 장주라기엔 이회의 무공이 너무나 강했습니다.”

“당연히 뒤를 캐 봤겠군.”

자신의 안전과 관련된 일이라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성격의 그다.

동업자 선택에 신중을 기하지 않았을 리 없다.

“천마총 설계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를 대고 이회의 진정한 정체가 뭔지 알아봤습니다.”

“……알아봤더니?”

엄신이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서 나까지 더 궁금해지네.

“사도련이 나왔습니다.”

“사파연맹 그 사도련?”

“맞습니다.”

이것들 봐라.

그러니까 사도련 놈들이 엄신을 이용해서 오대세가를 건드렸다는 거잖아.

“아무래도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는 그러니까 저를 이용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넌 이회의 손을 잡았고?”

적의 적은 동지다.

뭐 이런 건가?

“이회가 저를 이용하려고 한 것처럼 저도 이회를 이용하면 그뿐이니까요. 대비책도 마련해 두었고요.”

“대비책?”

“천마총 곳곳에 이회가 모르는 비밀 통로를 뚫어 놨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딱, 남궁정혁의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빨리 말해, 괜히 뜸 들이지 말고.”

“윽, 천마총 옆에 큰 호수가 있습니다. 그곳과 이곳을 연결해 놓았습니다. 여차하면 이회와 그의 부하들을 모두 수장시킬 수 있게요.”

하긴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 자신의 안전을 신경 쓸 보신지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겠는가.

그것도 내가 여기 온 이상 쓸 일은 없겠지만.

“빨리 이회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내 손으로 직접 아작 내 줄 테니깐.”

“제가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그자는 사도련의 장로 중 한 사람으로서 초절정의 고수입니다. 그러니 제가 마련한 비밀 통로로 그냥 나가죠…….”

딱, 남궁정혁이 그의 뒤통수를 또다시 때렸다.

오랜만에 만났더니 이 인간한테 특이한 재주가 생겼어.

똑같은 말 두 번 하게 하기.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내가 목숨을 노린 놈을 두고 그냥 갈 것 같냐.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남궁정혁의 독촉에 엄신이 그를 이화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잖아?”

“분명 제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습니다.”

당황한 엄신이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들었다.

“설마…….”

“왜?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아?”

“오대세가를 직접 상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회도 이회지만, 그의 부하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젠장, 길이 엇갈렸던 건가?

남궁정혁이 귀에 내공에 집중시켜 청력을 극대화해 보았다.

……챙.

그러자 저 멀리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회가 초절정고수라고?”

“예, 사도련에서도 스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입니다.”

오대세가의 무인들이 그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문호, 양일남은 다치면 안 된다.

내가 또 내 사람 다치는 꼴은 못 본다.

남궁정혁은 전투가 벌이지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   *   *

팽세호가 힘차게 도를 휘둘렀다.

하북팽가의 자랑, 오호단문도였다.

어릴 적, 처음으로 도를 잡은 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습한 도법이기도 했다.

그런 팽세호의 도가 이회에게 너무나 허무하게 잡혀 버렸다.

“외모에서도 풋내가 나더니, 도법도 마찬가지구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팽세호가 힘을 줬지만, 이회에게 잡힌 도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여기도 있다.”

당병우가 이회를 공격했다.

그의 채찍이 팽세호와 힘겨루기 중인 이회의 팔목을 감았다.

“이제 그 도를 놔라……!”

휙, 이회가 팔을 휘두르자 당병우와 팽세호가 동시에 날아갔다.

둘이 힘을 합쳐도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오대세가도 수준이 많이 낮아졌군. 이런 놈들을 보내다니 말이야.”

“가문을 욕하지 마라!”

이번엔 제갈소현이 나섰다.

그녀가 손목을 놀려 화려한 변초를 만들었다.

한 개의 검이 서너 개의 검으로 나뉘었다.

무엇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공격.

제갈소현은 자신했다.

자신의 검이 이회의 옆구리에 박힐 거라는 걸.

“그래도 너는 다른 놈들보단 조금 낫구나.”

아쉽게도 그녀 혼자만의 착각이었지만.

검이 닿으려는 순간 허리를 비튼 이회가 제갈소현의 검을 피했다.

이어진 이회의 공격.

그의 주먹이 제갈소현의 복부에 꽂혔다.

그녀가 공격했던 딱 그 자리였다.

“크윽.”

제갈소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장이 흔들리는 충격에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 걸, 겨우 참은 그녀였다.

“괜찮소?”

제갈소현에게 황보인욱이 다가왔다.

괜찮겠냐?

아니, 그것보다 그런 걸 물을 틈에 너도 공격하라고.

이래서 착하기만 한 남자는 매력이 없어.

“애송이들아, 너희들이 힘을 합친다고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인상을 찡그린 후기지수들을 앞에 두고 이회가 말했다.

자존심이 상한 그들의 미간에 더욱 깊은 주름이 생겼다.

비아냥거리는 이회의 말투 때문이 아니다.

네 명이 힘을 합쳤지만, 고작 한 사람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력함 때문이었다.

‘우리가 어떻게든 저자는 붙잡아 둬야 해.’

제갈소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과 함께 온 무인들도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양상은 백중세.

숫자는 적들이 훨씬 많았지만, 질은 오대세가의 무인들이 높았다.

위험한 장소에 자식들을 보내는 것이니만큼 후기지수들을 호위하는 무인들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저 사람만큼 뛰어난 고수는 없지만.

“우리가 저 사람을 상대하지 못하면 전투의 양상이 변할 수도 있어요.”

지금처럼 양측의 전력이 팽팽한 상황에서는 절대 고수 한 명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그를 자신들이 붙잡아 두지 못하면 승부의 추가 적들에게로 순식간에 기울 수도 있었다.

제갈소현은 그것이 염려스러웠다.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년이군.”

이회가 손을 뻗어, 제갈소현을 노렸다.

그녀가 황급히 허리를 틀어 그 공격을 피했다.

“……!”

하지만 제갈소현이 얼굴은 급격히 달아올라 홍당무처럼 변했다.

방금 공격으로 그녀의 윗옷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를 더 화나게 하는 건…….

“일부러 옷을 찢은 것이냐?”

분명 그랬다.

방금 공격은 자신을 노린 게 아니다.

처음부터 옷을 노린 것이었다.

“천마총에만 있다 보니 답답해서 말이야. 다른 놈들은 모두 죽여도 네년만은 살려 주마. 재밌게 놀자꾸나.”

상대의 음탕한 시선에 분노가 치솟았다.

마음 같아선, 저자의 두 눈을 뽑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으론 부족하다.

“이걸 입으십시오.”

옆에서 누군가 옷을 꺼냈다.

보니 남궁세가의 무인이었다.

이름이 서문호라고 했던가.

그가 윗옷을 벗어 자신에게 건넸다.

제갈소현은 거절하지 않았다.

우선 급한 대로 서문호의 연빨간색 옷을 입었다.

“그 옷도 제법 잘 어울리는구나. 나중에도 내 옷도 한번 입어 봐라.”

상대의 조롱을 참을 만큼 제갈소현의 인내심은 강하지 못했다.

그녀가 공중으로 도약해 상대를 공격했다.

“네놈을 장님으로 만들어 주마.”

아무 소용 없었지만.

이회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제갈소현이 검을 툭, 쳐 냈다.

그러자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다.

마치 그녀 스스로 이회의 품속으로 뛰어든 것 같은 동작이 연출된 것이다.

“하하하, 너도 네가 좋으냐?”

팔까지 벌리고 있는 그를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강혁 오라버니라면 저자를 상대할 수 있을 텐데.’

문득 머릿속에서 그가 떠올랐다.

의천의용대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지금처럼 상대하기 어려운 강적이 나타날 때마다 남궁강혁이 푸른 검기를 휘날리며 적들을 처리해 줬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동작 그만!”

누군가가 크게 외친 소리가 공간을 흔들었다.

‘……강혁 오라버니?’

아니, 아니다.

강혁 오라버니가 아니라 오룡회주 남궁정혁이다.

그가 저 멀리서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내 사람 건들지 마라. 그러다 뒤진다.”

……내 사람? 내가 왜 네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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