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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96화 (96/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96화

휴, 다행이다.

사람을 착각했다.

멀리서 옷만 보고 내 직속부하가 공격당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와 보니 아니다.

제갈소현이 남수단 옷을 입고 있었다.

서문호가 웃통을 까고 있는 걸 보니 그의 옷인가 보다.

괜히 필사적으로 달려왔네.

‘서문호와 양일남, 두 사람 다 무사하네. 다친 곳도 없는 것 같고.’

휴, 또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남궁정혁과 제갈소현의 눈이 마주쳤다.

“…….”

이젠 축농증이 다 나았나?

그동안 눈만 마주치면 콧방귀를 뀌더니 이번엔 아니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

왜 저래?

그동안 천방지축으로 날뛰더니 왜 저리 다소곳한 척을 할까?

그만큼 지금의 전투가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걱정 마라.

내가 너희를 고난에서 구원해 줄 것이니.

내가 안 그래 보여도 책임감 하나는 확실하다.

사소한 일은 아랫사람에게 맡겨도 중요한 일은 직접 해결해야지.

예를 들면 적의 대장을 처리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남궁정혁이 이회 앞에 섰다.

그가 혼자만 다른 옷을 입고,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걸 보니 딱 대장 같더라고.

“엉덩이가 그리 가벼워서야 쓰나.”

“무슨 말이냐?”

“원래 있던 곳에 얌전히 있었으면 내가 목을 잘라 줬을 텐데 왜 돌아다니냐 말이다.”

사람 귀찮게.

남궁정혁의 말에 이회가 같잖다는 듯 조소했다.

“네가 우두머리냐?”

“내가 없는 사이에 부하들이 잘 대접해 줬나 모르겠어.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얘들이라.”

“하도 시시해서 흥도 안 났다.”

“이런, 접대가 부족했나 보네. 지금부턴…….”

남궁정혁이 주살검을 꽉 잡았다.

“내가 제대로 상대해 주마.”

남궁정혁의 검이 검집에서 순식간에 뽑혔다.

눈 한 번 깜빡하기도 전에 그의 검이 이회의 눈앞에 도달했다.

크윽, 자신의 무기로 황급히 그 공격을 막은 이회가 열 걸음 넘게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대의 검이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빠르기 때문이 아니다.

아니, 그 가공할 속도로도 충분히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검에 실린 힘이었다.

‘……내가 뒤로 밀렸다?’

순식간의 공격이라 제대로 된 대처를 못 했다고는 하나, 힘 하나만이라면 사도련 내에서도 손꼽힐 수 있다 자부하는 자신이 뒤로 밀리다니.

동시에 호승심이 치솟았다.

‘저놈을 여기서 만나서 다행이구나. 시간이 더 지나 성장했으면 본 련의 앞길을 막는 큰 장애물이 되었을 터, 오늘 반드시 죽여 주마.’

전시에서 살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를 보며 남궁정혁이 웃었다.

“나를 만나서 반가운가 봐,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이죽거리지 마라. 혀부터 잘리고 싶지 않다면.”

이회가 반격했다.

그가 정면에서 도를 휘둘렀고, 남궁정혁도 피하지 않았다.

카캉.

작은 불꽃이 튀었다.

무기가 맞닿은 그들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힘에서 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궁정혁의 팔뚝에 핏줄이 솟았다.

그가 몸을 앞으로 밀자, 이회가 뒤로 날아갔다.

그것도 아주 멀리.

쾅, 이회가 벽에 부딪혔다.

움푹 들어간 벽면에 그의 몸 자국이 새겨졌다.

크윽, 그가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벼에서 흙이 후두둑 떨어졌다.

“제법 하는구나.”

“제법이 아니라 매우 잘하는 거지.”

오룡회원들과 이회의 부하들도 싸움을 멈추고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남궁정혁과 이회, 둘의 대결에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라는 걸.

그리고 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힘이 나는 게 사람의 시선을 즐기는 남궁정혁이었다.

“간다.”

남궁정혁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그가 전신 공력을 폭발시켰다.

콰광쾅쾅.

남궁정혁의 검이 이회의 몸을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이회는 자신의 도로 그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자꾸 몸이 뒤로 밀려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는 도를 든 팔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르륵, 그의 손에서 피까지 흘렀다.

도를 쥔 손아귀가 찢어진 것이다.

“언제까지 방어만 할래? 그러다 무기가 부서질 수도 있어.”

“아직 네놈이 이긴 것이 아니다.”

남궁정혁의 친절한 충고가 먹혔음일까.

이회가 반격을 개시했다.

그가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해서 남궁정혁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다.

남궁정혁의 검이 스치고 지나가며 그의 귀를 잘랐다.

꽤 고통이 컸음에도 이회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감수하리라 마음먹은 것이기 때문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

그가 팔을 앞으로 쭉 뻗어, 남궁정혁의 복부를 노렸다.

방금 공격으로 그곳이 훤히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좋은데 너무 느려.”

어느새 검을 회수한 남궁정혁이 주살검을 올려쳤다.

“크아아악.”

팔뚝을 부여잡은 이회가 처절한 비명이 질렀다.

남궁정혁이 그의 손목을 싹둑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탐욕의 대가였다.

감히 귀 한쪽 내고 자신의 장기를 노리다니.

남궁정혁이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한다.

이회의 패배에 그의 부하들 얼굴에도 깊은 그늘이 졌다.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

남궁정혁이 이회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그의 목을 잘라 버리기 위함이었다.

“움직이면 더 아파. 가만히 있으면 내가 고통 없이…….”

남궁정혁이 말을 멈추었다.

이를 꽉 다문 이회가 벌떡 일어섰기 때문이다.

“왜? 더 해 보려고?”

의외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구나.

남궁정혁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몸을 돌린 이회가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까 남궁정혁이 나온 그 길이었다.

이회가 길 입구에서 제운강의 유골을 들고 있는 엄신을 쌩하니 지나쳐, 길 안쪽으로 필사적으로 달렸다.

“저쪽으로 가면 도망가는 길이 있나?”

“없습니다. 안쪽은 막혔습니다.”

그래?

그럼 저 인간은 왜 저리 열심히 뛰어가는 걸까?

남궁정혁이 여유있게 걸으며 엄신의 앞을 지나칠 때였다.

“……설마?”

엄신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왜? 뭐 생각나는 게 있어?”

“……저수지.”

“……?”

“저쪽으로 가면 저수지와 연결된 기관장치가 있습니다.”

“뭐라고?”

“그걸 작동시키면 천마총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게 됩니다.”

아니, 그런 건 빨리빨리 말했어야지.

벌써 거리가 꽤 벌어졌잖아.

남궁정혁이 바닥을 박차고 달렸다.

저 멀리 이회의 등이 보이자, 남궁정혁이 주살검을 던졌다.

쉬잉, 날아간 검이 이회의 등판에 꽂…… 힐 뻔했는데 그가 몸을 숙여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이회가 그 탄력을 이용해서 벌떡 일어서더니 다시 열심히 달렸다.

아까보다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거참 재주가 좋구나.

매우 위급한 상황임에도 그의 유연성에 남궁정혁은 감탄했다.

이회가 맨 처음 자신이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크크큭, 엄신. 이런 장치를 만들어 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그가 벽장 속에 있는 서찰을 다 밖으로 꺼내자, 그 뒤에서 뭉뚝 튀어나온 작은 막대기가 보였다.

“잠깐.”

그때 남궁정혁에 방 안에 들어왔다.

“내가 너그러운 마음을 발휘해서 너와 네 부하들 모두 살려 줄 테니까…… 젠장.”

남궁정혁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회가 망설임 없이 막대기를 아래로 내렸기 때문이다.

“너도 살아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마치 자신이 최후의 승자라도 된 양, 씨익 웃던 이회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짜증 난 남궁정혁이 단번에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쏴아아아아.

벽 너머에서 거친 물소리가 들렸다.

저수지의 막대한 물이 천마총으로 쏟아져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남궁정혁이 다시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망쳐, 빨리 도망치라고!”

그의 다급한 말에 오룡회원들은 고갤 갸웃했다.

남궁정혁이 저리 당황한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들은 곧 남궁정혁보다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뒤에서 넘실거리는 물을 봤기 때문이다.

저기에 잠기면 무조건 죽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룡회원들이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연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달리는 속도보다 물이 들이닥친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천마총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오룡회원들이 물속에서 헤엄치기 시작했다.

수영을 못 하는 제갈소현은 남궁정혁이 직접 챙겼다.

오룡회주로서의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 오기 전 제갈세가주, 제갈황이 신신당부했다.

자기 딸 좀 잘 챙겨 달라고.

언니, 오빠들은 다 결혼해 잘살고 있는데, 아직 혼자인 막내딸 때문에 걱정이 크단다.

그러면서 왜 내 손을 꼭 잡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간곡히 부탁했는데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줘야지.

‘호흡이 모자라…….’

아직 그들이 들어온 입구까지는 한참 남은 상황.

남궁정혁의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옆에 제갈소현을 끼고 가다 보니 더욱 많은 힘이 들었다.

거친 물살에 몸의 중심을 잡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숨이 조여 오는 고통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어느새 눈앞으로 밝은 빛이 보였다.

*   *   *

푸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남궁정혁이 큰 숨을 몰아쉬며, 공기의 소중함을 만끽할 때 오룡회원들도 쏙쏙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녹색 옷을 입은 이회의 부하들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아마도 급한 마음에 우릴 따라서 온 것 같다.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들을 보는 족족 남궁정혁이 목을 쳐 버렸지만 말이다.

“익사자는 없나?”

인원을 점검해 보니 다행히 물속에서 빠져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 난리를 겪고도 죽은 사람이 없다니 기적 같은 일이다.

“너희들은 이리 와 봐라.”

남궁정혁이 후기지수들만 따로 불러 모았다.

그들에게 이번 일의 진상을 얘기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된 것이다.”

남궁정혁의 얘기를 모두 들은 후기지수들은 각자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총이 오대세가의 무인들을 죽이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처음부터 보물 따윈 없었다는 사실에 실망한 사람도 있었다.

아, 물론 이번 일의 배후에 사도련이 있다는 건 쏙 뺐다.

자고로 정보란 건 남이 모르고 나만 알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사도련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으니 조만간 무림에 피바람이 불 것 같다.

‘난세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법.’

곧 내가 본격적으로 활약할 무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푸하하하하, 그렇게 속내를 숨긴 남궁정혁이 건의했다.

“이번 일도 이렇게 끝났으니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군.”

“회주님 덕분에 모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우선 가문으로 돌아가 이번 일을 보고해야겠습니다.”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이 자신들의 부하들과 함께 각자의 가문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남궁정혁도 집으로 돌아갈 차례.

그런 그의 옷을 누가 살며시 잡았다.

제갈소현이었다.

“넌 집에 안 가냐?”

그가 남궁정혁에게 슬며시 물었다.

“조만간 남궁세가에 놀러 가도 되나요?”

“……?”

왜 코맹맹이 소리를 내지?

게다가 몸은 왜 저리 배배 꼬고.

아무래도 물속에 있다 나와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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