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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유일한 기억이 되었더니-7화 (7/144)

#7화

“황궁에 빨리 돌아가고 싶으시다고요?”

“네.”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은 말에 에녹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당함에 어이가 없어서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동생 삼고 싶다고 했던 거 취소다.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그럼 이 축제에 오지를 말던가.

‘그렇게 말하면 레이첼이 뭐가 돼?’

목걸이도 선물해주고, 연인들을 위한 축제에도 같이 오고. 딱 봐도 사귀는 사이잖아.

뭐라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상대는 황태자니까.

내가 황제로 다시 빙의하지 않는 이상 이 사람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날은 없을 터였다.

“그럼 모레트 영애는 어떻게 하시고요?”

“영애도 제가 없는 쪽이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데? 지금도 이쪽을 계속 힐끔거리는 게 보이지 않는 거니?

“모레트 영애에게는 미안한 점이 많네요.”

그래, 그건 아는구나. 넌 좀 미안해해야 해.

“방금 제국으로 돌아온 탓에 기사들이 지치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 신세를 질 일도 없었을 텐데…….”

잠시 말끝을 흐리던 에녹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둘이 데이트 중인 게 아니었나?

“……두 분이 데이트하고 계시던 거 아니에요?”

“……예?”

잔뜩 당황했는지 에녹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이 사람 진짜 표정 못 숨기네.

“왜, 왜 그런 생각을……. 모레트 영애와는 오늘 처음 만났는데요.”

“그럼 주셨다는 그 목걸이는…….”

“……무슨 목걸이요?”

에녹과 나는 잠시 서로를 멍청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게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람.

혹시 이 사람, 이 축제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거 아니야?

“그럼 이 축제는 왜 오셨어요?”

“모레트 후작이 크루시아가 잔뜩 피어 있는 곳이 있다며 추천하길래 구경을 왔습니다.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라고…….”

“모레트 후작님이 추천해서 오신 거라고요? 다른 이유는 없고요?”

“예…….”

연달아 쏟아지는 말에 주눅이 든 듯 잠시 멈칫하던 에녹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거였어?

“에녹 님, 한 번만 말씀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예? 예.”

이대로 아무것도 모르게 둘 수는 없지. 나는 조심스레 에녹에게 다가가 재빨리 손짓했다.

그러자 에녹 역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날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에녹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이 축제는 연인들끼리 오는 것으로 유명해요.”

“…….”

“크루시아의 꽃말이 ‘변함없는 사랑’이어서요.”

나는 내가 말을 끝냈을 때의 에녹이 지었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사실 놓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지금도 넋이 나가 있는 상태였으니까.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에녹이 작게 뭐라 중얼거렸다. 얼핏 ‘아버지가…….’라고 하는 것이 들렸던 것 같다.

아,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네. 아무래도 모레트 후작과 황제가 손을 쓴 모양이었다.

“아…….”

상황 파악을 끝낸 에녹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나를 한번, 그리고 저쪽에 있는 레이첼을 한번 보던 에녹이 푹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진짜 땅 파고 들어가겠다.

“……모레트 영애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네요. 제가 여기 온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네, 그런 것 같아요.”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 짧은 말에도 죄책감이 뚝뚝 묻어났다. 뭐, 아예 못 느끼는 것보다 낫기는 한데. 황태자라는 사람이 이래서 쓰나.

“에녹 님이 잘못하신 게 뭐 있나요. 그냥 사실대로 말씀하시면 영애도 이해할 거예요.”

“그럴까요…….”

한결 편해진 표정을 짓던 에녹이 소원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긴 했지만.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가만히 있던 에녹이 곧 작게 소리 내어 웃더니 다시금 나를 보며 물었다.

“아, 아까 미처 묻지 못했는데 아멜리오 영애는 뭐라고 적었나요?”

“오래 살고 싶다고요.”

“…….”

에녹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것보다 더?’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종족들은 기본 수명이 몇백 년인 것이 보통이니까.

‘이거 참.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아니나 다를까, 잠시 멍하니 있던 에녹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 제 기분을 풀어 주시려고 그러시는군요.”

아닌데. 저는 정말 오래 살고 싶다고요.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합니다, 영애.”

……이게 진짜 내 소원이라니까? 답답했지만 말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차피 말해도 안 믿을 텐데.

“그럼 대화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요.”

“예, 안녕히 가세요.”

레이첼이 있는 곳을 향해 힘없이 걸어가는 에녹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누군가가 옷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에녹이 등장하자마자 내 등 뒤로 숨었던 젠이었다. 그렇게 싫었나. 딱 보기에도 에녹이 비호감상은 아닌데.

하지만 그건 지극히 내 기준이니까. 젠이 보기에는 다를 수도 있지.

“젠은 소원 뭐라고 적었어?”

일부러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젠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잠시 우물쭈물하던 젠이 곧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밀이야.”

그 말을 끝으로 젠은 아예 뒤를 돌아 걸어가 버렸다. 정말 말해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

……그래도 다 아는 수가 있지. 젠에게는 미안하지만, 소원 종이 어디에 거는지 아까 다 봐 둔 참이었다.

“찾았다.”

높이 걸려 있는 종이들 사이로 유난히 낮게 걸린 종이 하나. 내 눈동자 색과 같은 푸른색의 종이였다.

자, 그럼 우리 젠이 뭐라고 썼는지 한 번 볼까.

[로레이나와 계속 같이 있고 싶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말을 적어 놓지?

고작 일주일 지냈을 뿐인데 이 정도로 가까워지다니. 어쩐지 뿌듯한 마음에 젠을 향해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별안간 젠이 다급한 얼굴로 소리쳤다.

“……위험해!”

“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나와 젠 사이로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그 자리에 피어 있던 새하얀 꽃이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금세 시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그냥 화살이 아니야.’

독이라도 묻어 있는 건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같이 온 기사들이 내 주변을 에워싸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내 정신 좀 봐. 이럴 때가 아니지.

“젠, 괜찮아?”

재빨리 일어나서 젠의 상태부터 살폈다.

이종족인 내가 여기서 잘못되는 거야 원작의 내용이 원래 그러니 그렇다 쳐도 젠은 아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애가 괜히 나랑 엮여서 운 안 좋게 죽을 수는 없잖아.

“혹시 화살에 스친 거 아니지?”

“아무 이상 없어. 너나 신경…….”

“다행이다…….”

깊은 안도감에 젠을 꽉 끌어안았다. 젠이 잘못되었다면 엄청 죄책감이 들었겠지.

그런 상황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잠깐…….”

이 상황이 어색한 듯 젠이 잠시 내 품 안에서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나는 젠을 놓아 주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렸다는 듯 일이 터지는 것이 무서워서.

그리고 가뜩이나 내 표정 변화에 관심 많은 이 아이가 이런 나를 눈치챌까 봐.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젠은 내 상태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곧 몸에 힘을 풀더니 내게 기대 왔던 것을 보면.

서툰 손길로 내 등을 토닥거려 주는 것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묘하게 안심되었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찡하게 했던 것은 젠의 모습이었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임에도 이렇게 의젓하다니. 그동안 남작가에서 얼마나 많이 고생했으면.

“저, 아가씨.”

“네?”

조심스럽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잠시 젠을 떼어 내었다. 축제에 함께 온 기사 중 하나였다.

“인제 그만 돌아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아야죠. 화살은 누가 쏜 건가요? 설마 누가 맞은 건 아니겠죠?”

“그것이…….”

“괜찮으니까 말해 주세요.”

내 말에 잠시 곤란한 얼굴을 하던 기사가 시야를 가리고 있던 몸을 살짝 틀었다.

“아가씨가 보시기에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닐 겁니다.”

기사가 옆으로 비키자 주위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황실 기사들에 의해 한 남자가 끌려가는 것이 보였다.

등에 메고 있는 화살통을 보아하니 아까 그 화살은 저 남자가 쏜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것 외에 내가 놀랄 만한 일은 없었다.

‘그럼 아까 그 말은 무슨…….’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알싸한 혈 향이 코끝을 스쳤다.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음과 동시에 누군가가 목 놓아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앙……, 전하…….”

그 울음소리에 나는 이 혈 향의 주인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다급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한 소년이 쓰러져 있었다.

“빨리 의사를 불러와. 어서!”

비명 섞인 외침에 황실 기사가 재빨리 어디론가 향했다. 결 좋은 은발이 길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참 끔찍한 기분이었다. 아까 나와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사람이 저렇게 창백한 얼굴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본다는 건.

원작에는 분명 레오나드가 황궁에 쳐들어갔을 무렵 황태자와 황제가 살아있었다는 언급이 있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상황이 원래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건데.

‘아니야. 왜 벌써부터 지레 겁을 먹고 그래. 아직 에녹이 죽은 것도 아니잖아.’

그냥 다치는 정도로만 끝날 수도 있지. 독화살을 맞는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다독이는데, 에녹을 살피던 기사 하나가 소리쳤다.

“상태가 위중하시다! 호흡이 너무 거칠어지셨어!”

단순한 부상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다급한 외침이었다. 그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정말 에녹이 죽지 않을까? 그냥 내 마음 편하자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불안감에 손이 떨렸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생각은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혹시 나 때문일까.’

원래는 내가 죽었어야 했던 건데 운 좋게 피하는 바람에 에녹이 대신 다치고 만 걸까.

별의별 안 좋은 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더 끔찍했던 건, 지금 내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이 일로 느끼게 될 내 죄책감이라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에녹이 다쳤다는 사실보다 더.

‘난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조차 이 세계에서는 안 되는 일인 모양이었다.

어떡하지. 내가 괜히 살겠다고 나서서. 그래서 나 대신 에녹이…….

“정신 차려.”

불안해하던 순간,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챘다.

닿아 오는 손의 크기로 인해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린아이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눈으로 나를 보던 젠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을 거야.”

내가 젠의 앞에 섰던 그 날처럼. 나는 그 말이 마치 어떤 주문이라도 되는 양 조용히 읊조렸다.

“……그래, 맞아. 괜찮을 거야.”

아직 에녹이 죽은 것은 아니잖아. 그러니 그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뺨을 찰싹 내리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상태로 성큼성큼 에녹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갑작스레 등장한 나로 인해 기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에녹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잠깐 실례할게요, 전하.”

“……예?”

독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진 에녹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

화살을 맞은 에녹의 오른쪽 팔목 부근을 향해서. 곧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기사들이 미리 화살을 빼놓은 덕에 다행히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독이 더 빨리 몸속으로 퍼졌겠지.

잠시 입술을 떼 낸 뒤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독을 빨아내었다.

독이 닿은 입 주변에 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누군가 내 입술에 불이라도 지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안 됩…….”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는지 녹안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에녹은 의식을 잃어 가던 도중에도 나한테서 벗어나려 애썼다.

녹색 눈동자 안에 나를 향한 걱정이 깃들어 있음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자기가 죽어 가는 와중에도 남을 걱정하다니.

이런 사람을 나 때문에 죽게 놔둘 수는 없지. 빨리 정신을 차린 게 다행이었다.

“괜찮아요, 전하.”

“제발 이러지 말아요. 위험…….”

여전히 나를 밀어내는 몸짓에 나는 활짝 웃어 주었다. 그가 안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물론 입가가 파래서 다소 흉측한 모습이었겠지만.

“전하도 아시다시피 저는 상상의 동물이잖아요.”

“…….”

“상상의 동물은 고작 이런 것으로 죽지 않는답니다.”

단순히 에녹을 설득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하프 엘프인 이 몸뚱이는 누가 죽이려고 작정하고 덤비지 않는 이상 신의 축복 때문에 죽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편하게 계세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에녹이 나를 향해 반대쪽 손을 뻗었다.

“입술이…….”

아, 역시 조금 흉측했나.

멋쩍은 미소를 짓자 에녹의 손가락이 내 입 주변을 어루만졌다. 푸르게 변한 부분들을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봤자 나한테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왜…….”

다급하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하지만 그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억지로 정신을 잡고 있던 에녹이 마침내 의식을 잃었으니까.

날 바라보던 녹색 눈동자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탓에 눈 끝에 맺혀 있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거기까지 확인한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기사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푸른 잎사귀 가루랑 햇빛꽃 두 송이만 가져다주세요. 에녹 님 상처 치료하는 데 쓸 거예요.”

“……예? 아…….”

“빨리요!”

다급히 외치자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 찾기 어려운 재료들도 아니니 아마 빨리 돌아올 거다.

‘분명 백작저 서재에 있는 약초학 책에 이 두 가지가 독성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나와 있었어.’

좋은 기억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마냥 의사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에녹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긴장된 마음으로 재료가 오길 기다리는데, 앞서간 기사들을 따라 움직이던 기사 하나가 머뭇거리다가 뒤를 돌았다.

“저, 영애는 필요한 것이 없으십니까?”

“네? 저는 다치지 않았는데요.”

“아니, 그 입술이…….”

아, 난 또 뭐라고. 파랗게 변한 입술에 향해 있는 시선에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제 것은 구해 오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안심하라는 듯 웃어 주자 기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를 옮겼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로 약초는 필요 없으니까.’

이건 약초로도 어떻게 할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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