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자리-76화 (76/112)

76화.

“그건…….”

“또 말해 봐. 정치질 이외에 하고 싶은 게 뭔데? 차라리 지금 다 말해. 잠자리 때마다 하나하나 속살거릴 생각 하지 말고.”

“총.”

그녀는 숨을 몰아쉬고 단숨에 대답했다. 이미 마차 속에서 머리가 아프도록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 사브르의 허리 옆에 단정히 자리 잡고 있던 난생처음 보는 무기.

“스타람에는 누르기만 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총기가 있다고 네가 가르쳐 주었지. 그걸 내게 주고 쓰는 법을 가르쳐 줘.”

“……뭐?”

그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게 안 된다면 내가 뭘 하든 내 자유를 침범하지 마.”

그는 예상치 못한 답에 굉장히 당황한 듯했다. 그가 어떤 예상을 했든 총은 그가 생각했던 범위에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너는 황제가 아니고, 날 이 방에 가두고 아무도 못 만나게 할 수 없어.”

그녀의 당당한 눈빛에 그가 미친 사람처럼 한참을 웃었다. 그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숨을 몰아쉬며 웃는 동안 아셰는 그의 위압감 때문에 숨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그 어느 것에도 딱히 겁을 먹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앞에서는 긴장이 되었다. 그 긴장감이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황궁에서의 그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숨길 수 없는 위태로움과 섞여 그의 기괴한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앉은 여자를 단숨에 베어 버리던 황제와 그를 둘러싸고 있던 비정상적인 분위기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열여섯 살에도 그녀는 눈매만 보고 그가 황족임을 눈치챘었다.

“여기 왜 왔지?”

그가 낮게 물었다. 그녀는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그가 그녀에게 이렇게 섬뜩하게 질문할 줄은 조금도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배었다고 오해했을 때조차도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차가운 말투로 얘기하지 않았다.

“내가 상상했던 최악의 대답은 아니길 바라. 대체 여기 왜 왔지? 너는 이 황궁으로 오기 싫어 친오라비를 죽였어. 너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향하게 한 것이 사랑이라고 믿어도 될까?”

“……이단.”

그녀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슬프게도 그녀와 그는 몇 년 동안 떨어져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아주 예전의 약속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는 약속은 지키는 남자였으니까.

“모든 걸 일대일로 교환하자고 했잖아.”

그녀의 몸을 누르고 있던 그의 몸이 움찔했다. 그가 아셰의 궁에 들어와 제안했던 그들의 첫 약속이었다. 아셰는 목이 메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게 모든 걸 말하지는 않았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어.”

그 역시도, 그가 아셰의 궁을 떠날 때 했던 말이었다. 그녀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를 사랑하고, 기다렸고, 그리고 너와 결혼할 거야. 이것은 나의 진심이고, 네게 왜 나를 늦게까지 데리러 오지 않았냐고 묻지 않았던 것은 네가 그 질문을 원하지 않아서야.”

그녀가 그에게 손이 잡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채로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하지 않은 것들은, 어차피 내가 물어도 말해 주지 않을 테니까.”

이단은 그녀의 어깨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달빛이 그의 몸을 뒤덮인 상처를 비추었다. 이단의 새까만 눈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건만, 그들은 모두 서로가 낯설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전쟁을 겪었고 그녀는 캐넌에 있었다. 그 시간들이 어쩔 수 없이 변화시켰을 서로에 대하여 그들은 잠시 생각했다.

“너도…… 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묻지 마. 내가 주는 걸 너도 내게 주길 바라. 네게 비밀은 가져도 거짓말은 하지 않아. 네가 나를 사랑하는 한, 나도 너를 사랑해서 이곳에 온 거야. 그 옛날 국경을 넘어 네가 아메탄에 왔던 것처럼.”

그녀의 말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균형을 깨버리겠다는 듯 그가 거칠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신음 소리가 흘러나올 만큼 거칠게 깨문 뒤 질척하게 핥아 올렸다. 그녀의 팔을 머리 위로 넘겨 고정한 채 그가 그녀의 가슴골을 따라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의 가슴 중앙에 있는 가장 민감한 곳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더니 이내 그의 입술이 목덜미로 내려왔다.

“아앗!”

그의 입술이 거세게 그녀의 목을 빨았다. 유두에 느껴지는 간지러운 쾌락에도 불구하고 아프게 작열하는 통증에 그녀가 비명을 지르자, 그가 그녀의 목에 대고 속삭였다.

“맞아. 뭐든지…… 억지로는 안 해. 그러면 안 되지. 나는…… 나는 미친 황제가 아니니까.”

그 말은 마치 혼잣말처럼 들렸다. 그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그대로 그녀의 쇄골을 물어 세게 빨았다. 또다시 통증이 밀려와 그녀가 허리를 뒤척였다. 끈질기게 달라붙은 그의 체온이 너무 뜨거웠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러면 된 거지. 맞아, 네게는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

그녀는 그가 본능을 억누르고 억지로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그녀의 팔을 잡아 여리고 흰 살을 다시 물어 거세게 흡입했다. 똑같은 통증이 느껴져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에게 그가 그녀의 팔을 보여 주었다. 피가 몰려 혈관이 터진 채 붉게 멍이 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짐승처럼 널 가지는 것밖에 없더라도.”

그가 그녀의 온몸 곳곳 그의 붉은 흔적을 남길 동안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침대 시트를 잡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아주 옛날, 그녀의 몸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녀가 신음 소리를 내며 아픔을 참아 내자 그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목덜미를 가져다 대며 말했다.

“입술로 물어.”

그녀는 그를 따라 그의 단단한 살을 입술로 물었다. 단단한 그의 피부에 맞물린 입술 가득 열기가 몰렸다. 그가 낮게 말했다.

“이로 고정시키고 세게 흡입해.”

시키는 대로 하자, 그가 아픔을 참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입술이 떠난 자리에는 보랏빛 흔적이 멍처럼 남았다.

그가 그녀의 가슴을 물고 혀로 유두를 핥다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미 잔뜩 촉촉해진 그녀의 여성 사이로 그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의 느릿하지만 깊은 움직임 때문에 그녀의 시야는 아득해지고 발끝까지 경련이 시작되었다.

“나와 결혼해.”

그녀가 몰려오는 쾌감에 숨을 몰아쉬는 동안, 그는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몸 곳곳에 물어뜯는 것 같은 키스를 흩뿌리며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귀 뒤에 닿자, 그녀는 떨리는 한숨을 쉬며 그의 팔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대륙의 모든 사람이, 너와 내가 부부라는 걸 알도록.”

“아…… 아아……그, 그만해. 아읏…….”

“이 표정, 이 소리, 이 눈빛…… 캐넌의 그놈은 상상도 못할 거라고 말해.”

“……어?”

지금 여기서 켄의 이야기가 대체 왜 나올까. 아셰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그는 그럴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그동안 네 낮을 가지지 못했어도, 네 밤은 모두 다 내 것이었으니까.”

“아아…… 아아!”

그가 그녀의 음핵을 거세게 문지르자 그녀가 쾌감에 그대로 떨었다. 아플 정도로 거센 손길이었으나 그만큼 강렬하고 빠른 자극이 몰려왔다. 그녀가 부끄러움에 빙글 몸을 돌려 엎드렸지만 그의 손은 그대로 따라왔다. 한 손은 다리 사이로 파고 들어와 빠르게 움직이고 다른 손은 그녀의 가슴을 붙잡은 채로 그가 그녀의 등을 핥았다. 꼼짝도 못하는 자세로 많은 자극이 쏟아져 들어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그만……. 아…… 너무, 너무 기분이 이상해.”

“그만하라고?”

그대로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그녀의 몸을 돌려 위에 올라탄 뒤 부풀어 오른 그의 것을 그대로 넣어 밀어붙였다.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 얹고, 상체를 세운 채 그가 깊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오만하게 번득였다. 더 이상 열다섯 소년이 아닌 청년에게서는 순간 옛날 황제가 가지고 있던 얼굴이 그대로 보였다. 아셰는 자신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꼭 붙잡고 고개를 돌렸으나, 그의 손이 다시 그녀의 턱을 당겨 그의 눈을 바라보게 했다.

“그럼 그놈이 가진 너의 다른 것까지도…… 내게 줄 거라고 말해.”

“아아…… 아! 이단, 잠시만…….”

그의 움직임이 너무 거칠어서 아셰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가 아셰의 안쪽 여기저기를 깊게 자극했고 그녀의 몸이 경련하듯 반응했다.

“그동안 한 번도 내 편이 아니었던 시간이 드디어 내게도 주어진다면, 그곳에 남기고 온 네 흔적까지도 내게 온다고 말해. 제발!”

너무 빠르고 너무 자극이 거셌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밀어붙이는 그 때문에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흔적이 곳곳에 남은 예민해진 몸에 통증과 쾌감이 울리듯이 찾아오고 있었다. 다리 사이로 애액이 주르륵 흘러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 아아…… 아읏…… 아, 아아…….”

이단이 그대로 그녀의 몸에 밀착하여 귀를 핥자, 아셰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그를 꼭 껴안았다. 내벽을 자극하다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뜨거운 감각이 계속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쾌락을 견디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움직임에 그녀가 본능적으로 다리를 그의 허리에 휘감자, 그가 잇속으로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 너무…… 너무 조이지 마.”

그가 그녀의 몸을 안은 채 그르렁거리듯 말했다.

“못 참아. 안 돼, 벌써 사정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대로 그를 껴안은 채 허리를 움직여 그를 더 깊이 받아들였다. 이단이 작게 한숨을 쉬다가 그녀의 어깨를 물고 거세게 흔적을 남겼다. 살이 마찰하는 소리가 자극적으로 울렸다. 그녀는 신음 소리를 흘리다가 간신히 속삭였다.

“참지 마.”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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