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과학고 천재-181화 (181/325)

제181화 수학 국가대표 (1)

- 박일현 : 어떻게 됐니? 난 붙었다고 연락 왔는데.

어? 강우는 휴대폰과 손차희를 번갈아 쳐다봤다.

“발표했나 본데?”

강우와 손차희의 얼굴에 당혹감이 일었다.

이어서 다시 휴대폰이 진동했다.

- 안찬엽 : 강우 너도 됐지? 앞으로 잘해보자.

박일현과 안찬엽이 예상대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나 보다.

“정작 난 연락 받은 거 없는데…….”

강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손차희가 열심히 이메일을 확인했다.

휴대폰을 넘기는 그녀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

“쌤! 저도 국가대표에 뽑혔어요!”

손차희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녀는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정말 선발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다른 멤버와 비교해보면 뒤처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도 도남혁에게 지기 싫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자신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수학의 새로운 눈을 뜨긴 했으나 결과는 미지수였다.

마침내 그 보상을 받은 셈이다.

손차희의 결과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모두의 시선이 다시 강우에게 모였다.

“어? 난 왜 연락이 없지?”

“이메일 확인해봐.”

강우는 서둘러 이메일을 열었으나 어디에도 올림피아드 주최 측에서 날아온 메일이 없었다.

윤수아가 찌뿌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우야! 예전에도 그런 적 있잖아? 메일이 스팸처리 되어서 휴지통으로 날아간…….”

“아!”

휴지통을 열어보니 과연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젠장, 이 메일은 항상 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지?”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확인된 국가대표는 모두 넷. 박일현, 안찬엽, 강우, 손차희. 나머지 둘은 누굴까?

그 순간 손차희에게 톡이 날아왔다. 권유성이었다.

“유성이도 됐다네. 이 자식이 나보고 넌 떨어졌냐고 막 약 올리는데?”

권유성도 됐나 보다. 이제 남은 자리는 하나다.

정황으로 보면 하은찬 아니면 도남혁이다.

강우도 손차희도 도남혁이 뽑히는 것만은 싫다. 괜히 그 녀석이 국가대표에 들어오면 화합부터 문제다.

“전화해 봐.”

강우의 요청에 손차희가 전화를 걸었다.

“은찬아! 어떻게 됐어?”

- 네? 뭐가요?

“어휴, 너도 태평이구나. 발표 났더라.”

- 아! 잠시요! 근데 누나는 어떻게 됐어요?

“난 됐어.”

- 축하해요! 강우 형은요?

“강우도 유성이도 선발됐어.”

- 모두 잘됐네요. 아! 저, 저는…….

“뭐야? 어떻게 됐어?”

- 저도 선발됐어요!

결과는 하은찬이 붙었고 도남혁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2군이라며 놀림 받았던 세 명은 모두 붙었다. 반대로 1군이라 자부하던 자들은 확실했던 두 사람을 제외하면 권유성만 붙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1군에서 급조한 신 교재와 강의 내용이 강우의 예상처럼 적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도남혁이야 본인 스스로 요청했으니 그 결과를 당연히 책임져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휩쓸려간 다른 학생들은 운이 나빴다고 봐야 했다.

“예상대로야.”

강우는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역시 이변은 없었다. 남들은 도남혁이 떨어지고 손차희나 하은찬이 붙은 것을 이변이라 하겠지만.

차도도가 그와 손차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하했다.

“그럼 우리 학교 학생이 몇 명이야?”

“모두 다섯요.”

“여섯 명 중에?”

“네.”

“엄청나네.”

근래 들어 한 학교에서 이렇게 많이 선발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차도도가 휴대폰을 들었다.

“교장 선생님께 보고해야겠어.”

차도도가 전화하는 사이 강우는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MIT에서 열리는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본선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종목이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힘든 종목이.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양궁이나 쇼트트랙 같은 종목이다. 이 수학 올림피아드도 예전에는 그런 종목이었다.

올해의 황금 멤버를 보면 어쩌면 본선이 더 쉬우리라는 예상이 된다.

수학 올림피아드가 끝나고 요셉 교수와 만난다. 그 사이 최대우는 물리 올림피아드를 치를 테고. 요셉 교수와의 만남은 그와 차도도 둘만이다.

문득 고곽천재가 떠올랐다.

‘요셉 교수와 모두 함께 만나면 어떨까?’

손차희도 최대우도 그 시점에 MIT에 있으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요셉 교수와의 만남이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지금까지 상온핵융합은 강우 그만의 목표였고 차도도는 그가 강제로 끌어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계획상 프로젝트를 체결하게 되면 고곽천재 친구들도 끌어넣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손차희나 최대우도 상온핵융합에 관심이 있을까?’

정작 본인들은 관심이 없는데 그가 강제하는 것은 아닌가? 망설임 속에서도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차희야? 너도 요셉 교수 만날래?”

“내가 왜?”

“MIT 가는 김에.”

손차희의 눈빛이 깊어졌다. 작년 학기 초에 강연했던 그 교수의 모습을 떠올리는 중이다. 미국 체류 시간을 며칠 늘리면 되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우는?”

“물어봐야지.”

손차희도 강우의 뜻을 눈치챘다. 앞으로 맡을 프로젝트를 시작단계부터 함께 하자는 뜻이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윤수아를 향했다.

“수아야, 너도 이참에 미국 가자.”

윤수아에게 미국에는 아버지와 오빠가 있으니 낯선 나라는 아니다.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기도 하고.

“나도 가야 해?”

“그래야 고곽천재가 MIT에 모두 모이지.”

고려 과학고의 천재 4인방이 미국의 한 대학에서 모이다니! 마치 대학교 탐방처럼. 신나는 일이다.

“난 국가대표가 아닌데?”

“응원해야지.”

“하긴 응원도 중요해.”

윤수아가 수락했다. 고곽천재 네 사람이 MIT를 방문하게 됐다. 강우, 최대우, 손차희는 올림피아드 대표팀과 함께 움직이고 윤수아는 차도도를 따라다니면 된다.

자연스럽게 강우와 차도도 둘만 숙박하는 난감한 상황도 해결됐다.

전화를 마친 차도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엄청 좋아하시네. 출국하기 전에 교장실에 들르라는데?”

“선물 주시려나요?”

“선물은 무슨. 훈화하시겠지.”

그들이 좋아서 떠드는 사이 차도도가 강우에게 물었다.

“강우야? 그런데 넌 여권 있니? 차희랑 수아는 있을 것 같고.”

“여권요? 당연히…… 으악!”

손강우 때는 여권이 있었는데 강우로 빙의한 후에는 여권이 필요 없었다. 게다가 여권은 오늘 신청한다고 내일 나오지도 않는다.

강우는 후다닥 일어났다.

“얼른 신청하러 가야겠어요.”

* * *

요셉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국으로 출국 일정이 임박하자 일정 조율을 위해서다.

- 강우 학생? 올림피아드에 출전한다고 했던가요?

“네. 그래서 올림피아드 기간을 피해주셔야 합니다.

- 흠, 올림피아드가 다음 주니까…….

“시험이 2일이고 하루는 강연에 마지막 날은 관광입니다. 5일째 되는 날 폐막식에서 상을 수여하지요.”

강우는 일정표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하루 일찍 도착하기에 공식적으로 모두 6일이 올림피아드에 필요하다. 사실상 일주일 동안 거의 묶인다고 보면 된다. 물론 강연이나 관광을 빠질 수 있긴 하다.

- 그럼 그다음 주에 헌팅턴이랑 약속을 잡아도 되겠군요.

“그렇게 하시면 저는 더 좋습니다.”

- 관광하는 날에 회의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관광을 나중으로 미루면 되니까요.”

강우는 일행과 함께 일대를 돌아보는 관광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미국 첫 방문도 아니고 국가대표 학생들과 돌아다니며 놀기엔 그의 정신연령에서 장애가 있다. 물론 차도도나 친한 고곽천재와 함께하지만.

그렇다고 수학 강연회도 딱히 끌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수학을 전공할 생각이 없으니까.

“시험일인 이틀을 빼고는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 헌팅턴사와 만나기 전에 둘이서 의논할 일도 있으니까…… 그럼 관광일 날 둘이서 미리 보기로 하지요.

몸만 가면 되는 강우에 비해 이리저리 시간을 조율해야 하는 요셉 교수가 훨씬 일이 복잡하다. 전화로 그럭저럭 일정 조율을 끝냈다.

- 차도도 선생님도 함께 움직입니까?

“제가 올림피아드가 끝나는 날 합류하실 겁니다.”

- 초반에는 우리 둘만 보겠군요. 그럼 다음 주에 봅시다.

같이 출국하겠다는 차도도를 강우가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그 바람에 차도도는 수학 올림피아드가 끝나는 날 윤수아와 같이 오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신새벽에게서 톡이 날아왔다.

- 신새벽 쌤 : 강우야, 준비 다 했어?

- 강우 : 네. 이제 떠나면 돼요.

- 신새벽 쌤 : 몸 건강히 잘 다녀와. 내가 같이 가주면 좋겠지만 차 쌤이 같이 가니까.

- 강우 : 재밌게 놀다 올게요.

- 신새벽 쌤 : 금메달 따와야지.

- 강우 : 하다 보면 따겠죠.

- 신새벽 쌤 : 자신감 쩌네? 내기 잊지 마.

지난 기말고사를 앞두고 강우는 신새벽과 내기를 했었다. 신새벽의 두 과목 A+ 학점과 강우의 올림피아드 금메달과 교내 화학경시 최우수상.

신새벽은 학점에서 당당히 목표를 달성했다. 그 결과 강우는 신새벽의 논문을 끝까지 봐줄 의무가 생겼다.

강우는 이제 시작이다. 물론 강우는 패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강우 : 열심히 할게요.

- 신새벽 쌤 : 그래. 차 쌤이 돌봐줄 테니까 별일 없겠지만. 조심하렴. 특히 차 쌤을.

- 강우 : 예?

- 신새벽 쌤 : 그런 게 있어. 가서 수시로 연락해.

- 강우 : 그럴게요.

톡을 마치고 강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마음은 어느새 미국으로 날아가 있었다.

손강우가 하던 연구에 드디어 발을 들여놓았다.

손강우가 죽기 직전에 체결하려 했던 헌팅턴사의 프로젝트에 그가 뛰어든다. 물론 프로젝트의 규모와 중요도는 그때와 다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발을 담그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작은 시작이 그의 목표에 한 단계 다가서게 할 테니까.

마도환과의 관계도 지금부터 본격적인 대결 국면에 접어든다. 헌팅턴사의 프로젝트에서 먼저 부딪히니까.

* * *

MIT.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세계적인 연구 중심의 사립대학교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유명한 석학들을 두루 배출했다.

찰스강을 따라 북쪽 연안에 자리 잡은 길쭉한 캠퍼스가 인상적인 학교다.

“건물이…… 공대스럽군.”

학교에 첫발을 디딘 강우의 첫인상이었다.

일단 넓다. 빽빽한 한국의 대학교와 달리 건물 사이로 넓은 공원이 자리 잡은 이 대학은 어딘지 여유로워 보였다. 다만 유달리 각진 건물이 많아 이공계 학교의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특이한 건축물이 생각보다 꽤 많다.

“어때? 이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아?”

박일현의 물음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 MIT를 지나다니는 모든 학생이 천재인 듯한 착각이 든다.

강우 역시 같은 생각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디로 유학을 갈지 모르지만 이곳도 강력한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멋지네요. 우리가 머무를 기숙사가 어디죠?”

캠퍼스 지도를 들고 학교 건물을 가로질렀다.

다른 곳과 달리 고색창연한, 펑퍼짐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딱 봐도 대학교 본관이다.

지금 강우 일행은 모두 여덟 명.

국가대표 여섯에 인솔 지도교수인 이성철과 도우미로 따라온 한국대 대학원생 한 명이다. 그들은 이곳 기숙사에서 앞으로 6일간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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