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과학고 천재-218화 (218/325)

제218화 마도환의 강연 (4)

깜짝 놀란 강우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엄마?”

“……언제 왔니?”

“조금 전에요.”

“……이 밤에 고생이 많아. 나 때문에. 아프지 않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 옆에 분은?”

어머니의 시선이 차도도를 향했다.

차도도는 얼른 꾸벅 인사했다.

“강우 담임입니다. 차도도이고요. 1학년부터 계속 담임을 맡았습니다.”

“……우리 못난 아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애가 어찌나 좋은 선생님이라고 노래를 부르는지…….”

“강우가 대단한 학생이에요.”

“……선생님께서 너무 잘해주신다고…….”

차마 일어나진 못한 어머니는 누워서나마 차도도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강우가 오히려 제게 잘해준답니다.”

“……제가 다쳐서 선생님께도 폐를 끼쳤네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강우의 손을 잡은 어머니에게서 힘이 느껴졌다.

강우는 안정하라며 그녀를 달랬다.

“아침에 수술하셔야 한대요. 얼른 주무세요.”

“……너도 얼른 자. 피곤하잖니.”

“이제 고생 안 하셔도 돼요. 앞으로는 집에서 편히 쉬세요.”

“……네 학비 벌어야 해.”

눈 떠보니 과학고 천재 [독점]

“요즘 제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데요.”

NOVEL ・ 현판

윤하준

“……학생인 네가 벌어봐야…….”

차도도가 이불을 가지런하게 펴면서 미소를 보였다.

별점

참여완료

“요즘 강우 많이 벌어요. 어쩌면 저보다 더 많이.”

7.67

“……얘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그러잖아요, 선생님께서 그러지 않으셔도…….”

“어머니, 정말이에요. 강우가 얼마나 유명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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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주무세요. 아무 문제 없답니다.”

마도환 또 수작 부리는구나.

강우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요즘 제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데요.”

“……학생인 네가 벌어봐야…….”

차도도가 이불을 가지런하게 펴면서 미소를 보였다.

“요즘 강우 많이 벌어요. 어쩌면 저보다 더 많이.”

“……얘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그러잖아요, 선생님께서 그러지 않으셔도…….”

“어머니, 정말이에요. 강우가 얼마나 유명한데요.”

“……그래요?”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주무세요. 아무 문제 없답니다.”

차도도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강우의 손을 잡고 점차 어머니의 숨이 고르게 변했다. 다시 잠이 든 듯 어머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도도가 강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머니는 네가 얼마나 뛰어난 천재인지 지금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전혀 모르시나 봐.”

“그럴까요?”

뉴스에 나왔다는 말도, 티비에 나왔다는 말도 어머니에게 전했었는데. 그래도 어머니는 실감하지 못했나 보다.

물론 지금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어머니를 설득해야 하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 * *

예정대로 오전에 수술이 시작됐다.

강우는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봤다. 강우로서도 손강우로서도 처음 겪는 고통이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날까. 아프지 않을까.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그런 기본적인 걱정이 머리를 메웠다.

나아가서 홀어머니를 내버려 두고 유학 갈 생각만 했다는 자책까지. 인생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숙이고 있자니 점점 기분이 심연을 파고들었다. 강우로 빙의한 후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고 온갖 고뇌에 짓눌리며 실망감에 휩싸였다.

지금 그에게는 어머니라는 가족이 있는데…….

그의 머리를 감싸는 손길이 느껴졌다.

차도도가 가까이 다가서서 그의 머리를 두 팔로 감쌌다.

“강우야?”

강우는 대답 대신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수술은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던 차도도가 품 안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강우는 쓰러지듯 그녀의 품에 안겼다.

차도도가 그의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넌 지금까지 잘 해왔어. 앞으로도 잘 할거고. 힘내야지. 어머니도 네가 힘내기를 바라실 거야.”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가 그의 가슴을 달랬다.

안다. 알기에 더 힘들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맞춰 혼자서 달려간 것 같아서 힘들었다.

“그럴까요?”

“네가 잘하기를 바라실 거야. 어머니란 무엇보다 자식이 우선이거든.”

“네.”

괜히 눈물이 났다.

정신연령이 얼마인데 자신보다 훨씬 어린 차도도에게 안겨 눈물이라니. 하지만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차도도가 더욱 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강우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차도도의 품이 따뜻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던 손강우 때와 달리 지금은 여러 동료와 함께하고 있건만 오늘 이런 상황을 대면하고 보니 새삼 자신이 차도도를 얼마나 의지하는지 깨닫게 된다.

단순히 고등학생과 학교 선생님이라는 관계 때문은 아니었다.

지난 2년간 알게 모르게 그녀는 그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그녀의 품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은 강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 때문에 차도도의 얼굴이 번져 보였다.

흐린 시야 사이로 미소 짓는 그녀가 보였다.

그녀가 너무 고마워서 강우는 따라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잠시 머리를 쓰다듬던 그녀가 다시 그를 왈칵 세게 안았다. 강우는 그녀의 품에 무너져 정신적인 편안함을 맛봤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쌤…… 방송 나갈래요.”

“응?”

“대우에게 출연 섭외가 들어왔다던데…….”

“아!”

“어머니도 체감하실 만큼 유명인이 되어야죠.”

그녀의 품에서 강우는 나지막이 결심을 밝혔다.

물론 그의 최종 목표는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다. 아마 한국 최초로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다면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 * *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어머니는 바로 회복실로 옮겨졌다.

강우가 어머니 옆에 붙어 있는 동안 차도도는 원무과를 오가며 후속 조치를 했다. 어머니가 퇴원할 때까지 간호할 사람을 구하고 병원비를 비롯한 모든 절차를 대신 밟았다.

연락처 또한 강우의 옆에 그녀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강우가 고등학생이어서 미흡한 부분을 그녀가 대신했다.

덕분에 강우는 모든 대처를 완료하고 떠날 수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도로는 내려갈 때보다 훨씬 더 막혔다. 저녁에 출발했기에 올라가는 중간에 밤을 맞이했다. 거의 24시간 만에 다시 서울 입성이다.

차도도의 모닝은 내려갈 때보다 더 위태위태하게 도로 위를 기어갔다.

- 강우야! 섭외 끝났다.

최대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와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차도도도 알아야 할 내용이어서였다.

“어떻게 됐는데?”

- 천재들을 모아서 서로 경쟁하는 예능 프로래.

“어떻게?”

- 그냥 수학 문제를 비롯한 IQ 테스트 같은 문제를 푸나 봐.

대충 어떤 프로인지 감을 잡았다.

“그래서?”

- 천재로 소문난 연예인들, 천재로 알려진 사회 유명인사 그런 사람들이 모여 경쟁하는데 연말 특집으로 우리 셋이 나가기로 했어. 지난번 방송 반응이 좋아서 섭외한다고.

“나랑 너랑 차도도 선생님?

- 응, 그렇게 셋. 아! 주연이도 나온다더라.

강우는 차도도에게 눈빛으로 동의를 구했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출연을 반대하지 않았다.

방송을 타면 이번에도 한바탕 화제를 뒤집어쓸 것 같다. 지난번에도 방송이 끝난 후 정작 가장 유명인사가 된 건 차도도가 아니었던가.

- 녹화는 2주 후 토요일.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미안하다고 하더라. 나야 뭐 상관없다고 했는데.

강우나 최대우는 딱히 내신에 목을 매지 않아서 기말고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시험일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

차도도를 힐끔 봤더니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근데, 강우야. 거기 나가서 괜히 쪽팔리는 거 아닐까? 연예인 중에 미국 유명 대학교 나온 사람도 있고 의사도 있어. 멘사 회원도 여럿이라더라.

“대우야, 자신을 믿어라. 응? 너는 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니까 천재 맞거든.”

전반적인 출연 내용을 듣고 전화를 껐다.

여전히 차들이 꼬리를 물고 기어가고 있었다.

“쌤! 쌤은 자신 있죠?”

“강우야, 쌤은 너처럼 천재 아니거든.”

“에이, 뭔 말씀을. 한국대 나온 사람이.”

“한국대 간판이 드물 것 같아도 밟히는 게 한국대 출신이야. 일 년에 한국대 졸업하는 사람만 몇이니?”

“쌤도 본인을 믿으세요. 아니면 저를 믿든가.”

정작 차도도 본인과 달리 강우는 그녀가 얼마나 천재인지 안다. 그동안 옆에서 그녀를 지켜본 바에 따르면 그녀는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에 못지않다. 아마 학창 시절 그녀가 올림피아드에 출전했다면 메달을 몇 개는 땄을 것이다.

“그래, 좋아! 강우야 우리 작정하고 이겨보자. 이왕 하는 거 잘해야겠지?”

“그래야죠.”

강우는 차도도와 결의를 다졌다.

앞차의 붉은빛이 멀어진다.

“쌤? 차 떠났어요.”

“으악!”

차도도가 놀라 엑셀을 밟았다. 모닝이 한차례 휘청했다.

강우가 혀를 차며 놀렸다.

“아무래도 제가 얼른 운전면허부터 따야겠어요. 이거야 불안해서 원.”

“너! 운전면허 따는 거 쉽지 않거든? 난 다른 시험은 모두 한방에 붙었어도 운전면허는 몇 번이나 떨어졌었어!”

그녀의 운전 실력을 보니 당연히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전 한 번에 붙을 거예요.”

“이게 머리 좋다고 되는 게 아니야. 운전면허 실기는 머리보다 순발력, 센스 뭐 이런 게 있어야 한 번에 붙지.”

“에이, 신새벽 쌤도 한 번이라던데.”

차도도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신새벽에 비해 그녀가 운동신경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것 같아서다.

“신 쌤도 운전 정말 못해.”

“제 말이 그 말이거든요. 어쨌든 전 한 번에 붙을 겁니다.”

“말만! 네가 한 번에 붙으면…….”

“뭐 해주실 건데요?”

차도도가 고민에 잠겼다.

“해주긴 뭘 해줘. 그냥 내 전속 운전기사로 임명하지.”

“큭큭,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웃고 떠들다 보니 서울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의 생일 이후 두 번째로 함께 멀리 다녀왔다.

시계는 벌써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기숙사 문은 닫혀 있겠죠?”

괜히 소란스럽게 들어가서 다른 학생들의 휴식을 방해하진 않을까 부담스러웠다.

“오늘 우리 집에서 자렴.”

“안 그래도 말씀드릴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차도도 집에서 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이제 와서 어색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어제오늘 계속 운전만 하고 제대로 잠을 못 주무셨는데 피곤하진 않아요?”

강우도 강우였지만 이틀 동안 그녀가 더 고생을 많이 했다. 웬만한 체력이 아니라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 때문에 졸리지 않으면 더 이상할 정도다.

“괜찮아. 난 초보라 긴장해서 졸음운전은 안 해. 운전대만 잡으면 정신이 팍 들어.”

“집에 가면 기절하실 듯?”

“그러니까 얼른 가서 씻고 자야지.”

내일 아침에 바로 출근하려면 보통 강행군이 아니다.

새삼 표현하지 않았어도 그녀가 고마웠다. 이번에 그녀가 없었다면 그는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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