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과학고 천재-302화 (302/325)

제302화 귀국 (2)

“슬하에 자녀는 한 명입니까?”

강우가 안고 있는 아이에게 시선이 쏠렸다.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도 무서워하지 않고 방긋방긋 웃었다. 차도도의 미모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는 무척 사랑스러웠다.

“딸이고요, 이제 막 두 돌이 지났습니다.”

그의 딸 이름은 강소희였다.

“노벨상 부부의 아이라니! 천재일 게 확실합니다.”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아이를 예뻐했고 강우는 웃음으로 답했다.

그때 김승범 기자가 나섰다.

“중앙 사이언스 김승범입니다. 저는 예전에 강우 박사님이 출국하실 때 취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두 가지를 장담하셨지요. 저는 당시에 그 목표가 이루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 김 기자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그때 저는 두 가지 목표를 가슴에 품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인류를 에너지난에서 구원하는 일, 부부 노벨상을 타는 일. 운이 좋아서 그 둘을 모두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강우는 그의 인생 목표를 설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 두 목표를 잊어본 적이 없다고. 또 차도도를 만난 후부터 부부 노벨상을 확신했다고.

모두가 두 사람의 만남을 축하했다.

“그 목표를 이루셨으니 앞으로는 무엇을 하실 계획입니까?”

“아직은 별다른 계획이 없습니다. 핵융합의 상용화가 시작되었으나 모든 문제를 전부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과학자가 할 일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요.”

“구체적인 목표를 굳이 말씀하신다면요?”

“먼 훗날 노벨상을 한 번 더 타고 싶습니다!”

기자들이 흥겹게 호응했다. 하지만 김승범 기자는 이 목표가 절대 우스개가 아님을 직감했다. 아마 수십 년 후 강우는 다시 노벨상에 도전하리라. 아직 젊기에 그 가능성은 누구보다도 크다.

“향후 국내에 거주하실 예정입니까? 어느 대학교 교수로 가십니까?”

“아직 결정한 바는 없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교수 자리를 권하긴 합니다만 걸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아직 어리잖아요? 대학원생이랑 나이 차가 없고 게다가 아직 군대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아! 군대!”

그제야 기자들은 강우가 막 사회에 들어선 초년생임을 인식했다.

“그럼 차도도 박사님은?”

“현재 한국대와 임용을 진행 중입니다.”

강우보다 일찍 박사학위를 받았던 차도도는 모교인 한국대 물리교육과 교수초빙에 응했다. 이변이 없다면 조만간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다른 기자가 질문했다.

“두 분의 가정환경은 어떠신가요?”

강우와 차도도의 가정환경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기껏 기자들이 알아낸 것이라고는 강우가 고려 과학고에 사회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정도였다.

“저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나왔습니다. 고려 과학고에 간신히 입학했고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했습니다. 차도도 박사님은 서울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오셨고 한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고려 과학고에 물리 선생님으로 근무하셨습니다.”

강우는 일반적인 내용만을 알렸다.

아직도 차도도가 차성그룹 딸이란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시골에서 과학고 입학, 미국 MIT 유학, 노벨상까지. 입지적인 인생사네요. 대단합니다.”

이어서 과거에 있었던 강우의 방송 출연과 CF 선전이 화제가 됐다.

“예전에 신천재 출판사와 뉴닥터제약의 광고에 출연한 적 있으시죠? 이번에 노벨상을 타면서 뒤늦게 두 회사의 매출이 급상승했습니다. 특히 뉴닥터제약의 어린이 영양제는 매출이 무려 10배 이상 폭증했어요. 항간에 이 회사 약을 먹으면 노벨상을 탄다는 소문마저 돌아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소식을 처음 들은 강우는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무려 10년 전의 광고를 찾아낸 사람들이 대단했다. 강우가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천재로 인식된 당시의 기사와 이 천재를 키운 차도도의 인터뷰, 거기에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선생님 등 두 사람의 온갖 이력이 화제에 올랐다.

심지어 방송에서 벌칙으로 수행했던 차도도의 노래 영상은 음악 스트리밍 차트에 올라갈 정도가 됐다.

기자회견이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다른 일단의 무리가 강우를 향해 몰려들었다.

“오성그룹에서 왔습니다. 저희는 강우, 차도도 박사님을 모시고 에너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헌팅턴과 핵융합 개발 사업을 해오셨는데 앞으로 국내 기업과 함께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삼신중공업입니다. 저희는 에너지 사업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한국에서도 핵융합 발전소 10기를 건설한다는 소문이…….”

국내 거대 기업 담당자들이 몰려들었다.

강우와 차도도를 잡으면 거대 시장을 독점할 수 있기에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저희 회사 사외 이사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최고 대우로 모시겠습니다.”

“국내 기술이전이 시급합니다!”

사활을 건 기업의 목소리에 강우는 쓴웃음을 삼켰다. 이럴 줄 알았다.

“국내 발전소 건설은 정부 소관입니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요.”

강우는 적당히 선을 그었다. 이들은 아직 아무도 두 사람과 차성중공업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노벨상을 받은 그들이 차성그룹의 딸과 사위임이 알려지면 그 여파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한바탕 들끓었던 기업 관계자의 소란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대학관계자들이 출동했다.

“강우 박사님, 전국 최고 명문 사립대인 연고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물리학과에 자리가 났습니다. 저희 학교로 오시면 어떻습니까? 박사님을 모시려고 군필 조건을 삭제했습니다.”

“사립대보다 국립대가 좋지 않습니까? 우리 대학교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며…….”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교가…….”

무려 십여 군데 대학관계자들이 강우를 물고 늘어졌다. 노벨상 수상자를 교수로 초빙하면 그 학교의 명성이 수직 상승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생각해보겠습니다.”

강우는 서둘러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 * *

공항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간신히 인파에서 빠져나온 강우는 차도도를 돌아봤다.

차도도도 난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휴, 이것도 힘드네요.”

“그렇지? 모두 네가 유명해서야. 난 이런 소동을 이미 예상했는걸.”

“그래도 필요한 일이죠. 이 일로 많은 학생이 노벨상을 꿈꾼다면 바랄 게 없겠어요.”

“나도 그래.”

강우는 차도도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녀는 학교 선생님일 때도 학생들이 과학의 꿈을 품기를 바랐었다. 그도 강연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키우려고 애썼었고. 그렇기에 오늘 이 소동으로 많은 학생이 훗날 과학자가 되기를 기대했다.

일이 년마다 짧게 국내에 잠시 들어온 적이 있었다고 해도 다시 만나는 고국의 공기는 편안함을 주었다.

터미널을 나오자 밝은 햇살이 쏟아졌다.

“떠나던 날도 맑았는데…… 오늘도 맑네요.”

“그날을 기억해?”

차도도가 빙그레 웃었다.

어찌 잊을까. 비행기에서 나란히 손잡고 떠나던 그 순간을.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던 벅찬 감동의 그 순간을. 과학 연구에서 새로운 장을 펼쳤고 그의 인생사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던 순간이었다.

공항 승하차장에서 검은 세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와 차도도를 본 두 사람이 손을 흔들었다. 차성그룹 총수인 차준범과 차도도 어머니다.

“오셨어요?”

강우가 먼저 꾸벅 인사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온다는데 손수 나오지 않을 수 없지. 건강해 보이는구나.”

차준범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반겼다.

차도도의 어머니는 벌써 손녀인 소희를 안고 노느라 난리였다.

“얼른 가자고. 사람들 눈에 띄면 골치 아파.”

차준범의 재촉에 강우는 재빨리 차에 올랐다.

유학을 떠나고 3년이 되었을 때 강우와 차도도는 결혼했다. 두 사람을 노벨상으로 이끌었던 논문이 사이언스에 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연히 그때는 차도도 집안 내부 불화는 사라졌다. 비록 시간이 없어서 미국에서 양쪽 부모를 모시고 단출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으나 강우는 전혀 불만 없었다.

특별히 초빙할 친구나 친지도 없었고 대외적으로 떠들 경사도 아니었다. 차도도 또한 조용히 치르기를 원했기에 두 사람의 결혼은 고곽천재를 비롯한 극히 가까운 몇 지인들만 알았다.

공항을 떠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강우는 파란 하늘을 눈에 담았다.

지금부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가 이룩한 에너지 제국이, 에너지난에서 해방된 인류가 살아가는 세계가…….

* * *

차도도의 아파트는 그때와 같았다.

낡은 부분의 일부 보수공사를 끝내고 새 단장을 했기에 새집처럼 느껴졌다. 미국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적어도 거주 면에서는 훨씬 좋은 환경이다.

잠이든 아이를 한쪽에 눕혀놓고 가져온 짐을 정리했다.

강우는 서재로 올라갔다.

차도도와 그의 캐리커처가 벽에 걸려 지금도 서재를 지키고 있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아득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

‘정말 이렇게 같이 살게 될 줄은…….’

학교에서 버릇없이 선생님과 툭탁거리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확인했다. 대부분 뉴스는 그의 귀국 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천재 과학자!

- 부부 노벨상! 고등학생과 선생님으로 처음 만났다!

- 헌팅턴과 합작할 기업은 어디인가?

- 노벨상 수상자도 군대에 가야 하나?

그와 차도도를 취재한 별별 기사가 떴다.

시민들의 반응도 당연히 호의적이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인정받은 강우와 차도도에게 보내는 아낌없는 응원이 줄을 이었다.

- 고려 과학고 만세!

- 고려 과학고에 왜 천재가 많을까?

- 아니야! 고려 과학고보다 중앙 과학고에 천재가 더 많아.

- 차도도 노래 방송 봤냐? 연예인 저리 가라더라.

- 미모 탑, 머리 탑! 최고 뇌섹녀 등극!

- 강우는 중학교 때는 별로였데.

- 홀어머니 아래 흙수저 출신. 개천에서 용 났지.

- 그럼 미모의 여선생과 제자가 연애했다는 거야? 난 놈인데?

별별 가십성 기사도 줄을 이었다. 그중 대부분은 추측성이고 대중의 호기심을 끄는 내용이어서 진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어떻게 찾아냈는지 그의 지인이라며 인터뷰에 등장한 사람도 많았다.

어떤 신문에서 강우는 백두섭 교장의 기사를 발견하고 기쁜 미소를 머금었다.

- 강우 박사는 고등학생 때부터 난 놈이었습니다. 수학과 물리에서는 따라올 학생이 없었죠. 입학 직후부터 모든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했습니다, 학교 내신도 대단히 뛰어났는데…… 특히 수학과 물리는 졸업 때까지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어요.

- 그때 선생님과 학생이 연애 중임을 알았냐고요? 알았으면 선생님을 파면했겠죠. 학생은 정학 처리하고. 당연히 절대 그런 일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당시에 연애하지 않았습니다. 차 선생이 강우 군의 무려 3년간 담임이니 다른 학생에 비해선 각별한 사이였던 건 사실일 겁니다. 그때 수시로 두 사람이 만나서 물리학 연구를 했었죠. 알다시피 강우 군이 고등학교 재학 중에 국제학술지에 수 편의 논문을 썼잖습니까? 그 논문 지도를 차 선생이 했어요.

“여전하시네.”

강우는 백두섭 교장을 떠올렸다. 지금은 정년 퇴임하고 소일하신다고 했다.

기사와 여론을 훑어보고 있을 때 강우의 전화기가 울렸다.

“강우입니다.”

- 이곳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입니다.

“네?”

- VIP께서 강우 박사님과 차도도 박사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한번 들러주시지요. 물론 양쪽 가족을 동반하셔도 괜찮습니다.

청와대 초청이 들어왔다. 현재 가장 뜨거운 사람이 강우와 차도도이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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