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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20화 (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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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내 부하가 미친 듯이 유능하다(20)

점심시간이라 출입을 통제하는 레스토랑에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카이사르.

그를 발견한 직원들은 당연히 당황했다.

“여긴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지금 영업시간 아닙니다.”

“나가주세요.”

물론 역대급 또라이인 카이사르에게 그런 설명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보스께서 이 가게에서의 식사를 원하신다. 지금 당장.”

“보스? 당신, 조직폭력배 같은 거야?”

“미리 말해두는데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경비대를 부르겠어.”

레스토랑 점원들은 경계심 어린 눈으로 카이사르를 노려보며 경고했다.

“해봐라.”

카이사르는 당당하게 말했다.

어찌나 당당한 태도였는지 점원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그는 보란 듯이 띠꺼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보스는 경비대에 체포되고도 오히려 보상금을 받고 풀려날 정도의 거물이다. 네놈들 따위가 경비대에 부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는군.”

주방장과 부주방장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젠장. 아무래도 거물 범죄조직의 보스가 우리 식당을 노리는 것 같아.”

“어떻게 하죠? 저 녀석들이 노리는 게 저희 가게라면 일단 저항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직장 지키겠다고 팔이라도 다치면 요리사 생활은 끝이야. 괜히 찍히면 남자는 일노예로, 여자는 성노예로 팔린다고.”

“그런 끔찍한!”

“쉿. 일단은 놈이 원하는 대로 해주자고.”

주방장은 레스토랑 점원들을 대표하여 앞으로 나섰다.

“원하는 게 뭔가.”

카이사르는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돈까스 정식.”

...비장한 분위기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메뉴였다.

“덤으로 추가조건이 있다.”

“말해라.”

“음식만 먹고 순순히 돌아가기를 원하면 이 페이지에 있는 다른 요리도 전부 내놔라.”

주방장의 눈이 병신을 보는 눈으로 변했다.

굉장히 기분 나쁜 협박이 아닌가.

그냥 처음부터 전부 달라고 하면 되잖아.

“알겠다. 조건을 수령하면 우리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보스는 돈까스 정식은커녕 메밀국수조차도 먹지 못하게 될 거다.”

“메뉴만 순순히 내놓는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보스께서는 자비로우시니까.”

이 녀석들, 조금은 이 상황을 즐기는 게 아닐까.

가게가 만석일 때, 대기 중인 손님을 위해 마련된 입구 쪽 벤치에 앉아 안쪽을 구경했다.

점원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긴장감을 호소하였다.

“저, 저기.”

점원 중에서 홀 서빙을 담당하는 자가 다가왔다.

“혹시 보스...신가요?”

“그렇다만.”

“자, 자리에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나도 좀 멍청했었네.

정작 요리를 달라고 카이사르를 보내서 깽판 친 장본인인 내가 입구 쪽 벤치에 앉아있으면 저놈들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나면 PPAP를 추면서 부리나케 달아다는 건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

“제법이군, 카이사르. 유혈사태를 일으키지 않고 대화가 성립하다니.”

“보스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주먹으로 때리거나 뺨으로 때리는 일만 참았는데도 교섭이 성립했습니다.”

“그래도 마무리가 어설펐다.”

카이사르가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제 무엇이 부족했단 말입니까?”

그걸 왜 그딴 표정을 지으면서 나한테 묻는 건데.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아니면 내가 부족한 건 알지만 닥치고 있어, 라는 의미냐.

“부당한 거래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고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요리는 만끽할 수 있지만 결국 저들은 네 협박을 무시하고 관성대로 경비대에 신고할 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스. 경비대에 머무르시는 동안, 경고를 무시한 대가로 놈들의 가족은 모두 찢어죽이고 집과 직장을 파괴하겠습니다.”

“그거 참 인상적이군.”

제 딴에는 보복을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나본데, 그런 일을 벌이면 경비대에 머무르는 나한테 살인교사 및 시설파괴 지시라는 죄가 더해지잖아.

빼도 박도 못하고 그대로 감옥으로 직행이라고. 감옥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수이벤트나 NPC 따위는 조금도 관심 없다. 기껏 게임까지 들어와서 감옥플레이는 사양이다.

역시 카이사르 녀석이 사고치지 않고 다니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요리가 나왔습니다.”

테이블 위로 한상 가득하게 요리가 올라왔다.

리나는 와앗, 하고 눈을 빛내며 기뻐했다.

“이렇게 많은 요리를 한 번에 보는 건 처음이야!”

“그런가. 많이 먹어라.”

“응!”

나는 테이블에 올라온 메뉴 중에 ‘어린이 정식 세트’를 리나의 앞으로 은근슬쩍 갖다놓았다.

“보스. 이건 왜 다른 것보다 크기가 작아?”

“주방장이 센스가 있군. 네가 먹기 쉽도록 요리 하나의 사이즈를 줄여서 내보낸 모양이다.”

“헤에. 굉장해. 전문요리점에서 이런 맞춤식 메뉴를 내보내준 건 처음이야. 역시 레스토랑은 여관이나 일반요리점이랑은 다르구나.”

저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뿌듯해진다.

정말 곁에 둘 보람이 있다니깐.

반면에 요리를 내오도록 만든 장본인, 카이사르는...

와득 와득

콰직 콰직

무슨 돌이라도 씹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요리를 씹어 먹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요리를 먹는 게 아니라 골렘이 돌을 분쇄하는 것처럼 보인다.

순식간에 입맛이 떨어진 나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카이사르. 음식이 맛이 없는가.”

“아닙니다. 요 근래 먹은 음식 중에는 가장 맛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별로 기뻐 보이지가 않는데.”

카이사르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쪽 입 꼬리를 비대칭적으로 치켜올렸다.

얼굴 근육에 힘을 꽉 줘서 나 지금 웃는 척할 거니까 눈치껏 비위 맞춰라, 하는 느낌의 억지웃음이다.

살벌한 눈동자까지 더해지면 꿈에 나올까 무서운 인생 최악의 안면 Best 5에 버젓이 들어갈 수 있을법한 수준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다. 대단히 기뻐하고 있습니다.”

“...뭐, 됐어.”

요리를 전부 먹지는 못했지만 뷔페라도 즐기는 것처럼 모든 요리를 하나씩 맛볼 수는 있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자 주방장이 넌지시 우리에게 물었다.

“디저트를 만들어줘야 하는가?”

“딱히 먹고 싶지는 않지만 준다면 사양할 이유는 없겠지.”

“…….”

카이사르의 띠꺼운 대답에 주방장은 인상을 구기며 주방으로 돌아갔다.

“너는 좋은 탱커가 될 자질이 있군.”

“어째서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딜러입니다.”

“남을 열 받게 하는 재능이 있거든.”

어그로 관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투의 천재 특성도 있으니 방패술을 익히는 것도 금방금방 해내겠지.

카이사르는 내 말을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기색이었지만, 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리나의 모습에 치유를 받기 바빴다.

‘뭔가 들고양이를 키우는 기분이네.’

요 조그만 게 쓰레기통에 박혀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기특하게 부하가 된다며 먼저 다가오고, 이런저런 도움을 꾸준히 제공해주었다.

내 파티의 홍일점이자 카이사르에게 초토화당하는 멘탈을 회복시켜주는 치유사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가끔 힐 대신 통수를 때리기도 하지만.’

빈도로 따지자면 카이사르보다는 월등히 낮다.

아무튼 평화롭다.

이래야 게임을 즐긴다고 할 수 있지.

꼭 미궁에서 치고 박고 구르며 개고생을 해야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안락함에 취하는 것도 어엿한 게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런 기분 좋고 나른한 점심 뒤의 시간을 만끽하던 도중이었다.

끼이익 쾅!

우르르!

뒷문이 열리며 한 무더기의 남자들이 몰려나왔다.

대머리. 안대. 칼질된 안면.

하나같이 험악한 인상의 사내 여덟 명이 우리를 에워쌌다.

“본점의 특제 디저트, 무전취식을 희망하는 범죄자를 쥐어 팰 뒷배입니다.”

남자들의 뒤에서 주방장이 그리 말하기가 무섭게 이벤트 알림이 떴다.

[돌발 이벤트! 이 구역의 깡패는 나야!]

[레스토랑을 영역으로 삼은 폭력조직의 폭력배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소란을 부린 당신들을 박살내고자 찾아왔습니다.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십시오.]

[전투에서 승리하면 폭력조직의 영역에서 레스토랑을 강탈할 수 있습니다. 대신, 패배하면 당신은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목숨조차도 말입니다.]

이놈의 돌발 이벤트는 심심하면 목숨을 거네.

전에는 남의 목숨이 걸렸지만, 이번엔 내 목숨도 걸렸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 파티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보상이 크기에 부여되는 리스크겠지.

“어이, 주방장. 이딴 건 티백처럼 우려도 구정물밖에 안 나오는데.”

“여유부리는 것도 거기까지입니다. 당신들이 돼지처럼 먹어치운 음식 값은 그 몸으로 갚도록 해드리죠. 뒤팽님, 뒤는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우리에게 자릿세를 내는 가게를 뜯어먹으려 들다니. 배짱도 큰 놈들이군. 생긴 건 전국구 깡패처럼 생겨서 애처럼 굴고 있어서야 쓰나?”

“보스. 이거 패도됩니까?”

당연한 걸 묻고 있네.

“먼저 머리통을 들이민 건 저쪽이다. 개성적인 생김새가 마음에 안 드니 전부 똑같이 생기게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모조리 피떡으로 만들겠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죽이면 곤란하다. 대머리에 안대, 얼굴칼질 특징을 공유하는 정도로만 만들어라.”

리나가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더 가혹한 거 아냐?”

몰라.

아무튼 공격하려는 놈들한테 자비심을 보일 이유는 없지.

카이사르는 험악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이 없군, 버러지들. 보스의 허가가 떨어진 이상, 네놈들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병신으로 만들어주지.”

멋지게 말하는 카이사르의 머리를 각목이 후려쳤다.

퍽!

“크하하! 이거 등신 아냐? 뭐 이리 혀가 길어?”

“일단은 네놈이다.”

“헉!”

카이사르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각목을 휘두른 남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와드드드득!

순식간에 손목이 부러지며 HP가 쭉 감소한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쳐라!”

사방에서 달려드는 놈들의 공격을 카이사르는 전부 몸으로 맞으면서 한 명씩 착실하게 붙잡아 반병신을 만들었다.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꿈쩍도 안 하면서 손에 잡히는 놈은 죄다 병신으로 만드는 카이사르의 모습에 뒷세계에 종사하는 남자들조차도 공포심을 느꼈다.

보다 못한 패거리의 대장, 대머리 뒤팽이 소리쳤다.

“저놈은 됐다! 뒤의 놈의 보스다! 보스와 애를 노려! 친자식이 붙잡히면 전부 끝이다!”

리나를 내 딸로 봐준 건 기쁜데, 그건 달리 말하자면 내가 완전 삭아 보인다는 말이잖아.

“박살내라.”

“응! 식후운동으로는 딱이네!”

남자 둘이 달려들었지만 리나는 씩 웃으며 테이블보를 휙 잡아당겼다.

“우와앗!”

“젠장, 더럽게!”

마구잡이로 날아드는 식기와 남은 음식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식기와 음식, 테이블보를 뒤집어쓴 남자들은 앞을 보지도 못한 채, 리나의 공격에 당했다.

푹푹푹푹!

리나의 양손에 들린 단검이 순식간에 두 사람의 종아리와 팔뚝을 찔렀다.

벌레처럼 바닥을 기는 동료들의 모습에, 나를 향해 달려들려던 대머리 뒤팽이 흠칫 놀랐다.

딱 보기에도 흉흉한 카이사르뿐만 아니라 꼬마애로 여겼던 리나조차 이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다.

“오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두 사람을 거느리는 보스는 어느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그는 양 손목이 분질러지고 싶지도 않았고, 사지를 단검에 찔리고 싶지도 않았다.

당연히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도 않았다.

“으으으, 제길! 두고 보자!”

다음에 더 많은 부하를 불러와서 귀찮게 만들겠다는, 약속된 변명을 하며 달아나는 대머리 뤼팽.

나는 시큰둥하게 손가락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렸다.

퍽!

카이사르가 곁을 지나치려던 뒤팽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풀썩!

바닥에 쓰러져서 돌 맞은 개구리처럼 사지를 펼친 채 경련하는 뒤팽.

[돌발 이벤트 완료]

나는 벌벌 떠는 주방장을 향해 썩소를 지어보였다.

“네놈이 건방을 떤 값은 뭘로 지불하게 해줄까.”

부하들이 미친 듯이 유능하니까 이런 이벤트는 딱히 무섭지도 않았다.

대신 주방장은 제 인생이 시궁창에 떨어졌음을 깨닫고는 뒤로 넘어지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 작품 후기 ============================

폭참 카운트 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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