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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22화 (2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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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내 부하가 미친 듯이 유능하다(22)

카이사르와 리나는 두 눈으로 소리 없이 외쳤다.

그딴 지옥 들어가기 싫어.

억지로 끌고 간다면 널 죽여서라도 도망치겠어, 라고.

“지금은 그걸로 되었다.”

둘은 당황했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 겁니까?”

“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끌고 가려고 하면 내 배때기에 검부터 쑤셔 넣을 거잖아.

애초에 지금은 우리 셋 다 준비가 안 됐다.

고작 B2층부터 헤매는 처지에 뭘 생각하는 거냐.

“일생에 거쳐 도전해도 부족할 숙원. 운명에 맞서 도전할 시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다른 모험가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미궁을 공략하는 걸로 충분하다.”

두 사람은 눈에 띄게 안도하였다.

도살장에 끌려가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가축의 표정이다.

넋 나간 꼴이라고.

“안심해라. 때가 되더라도 스스로 각오하지 않은 놈들을 데려갈 생각은 없다.”

애초에 내 강점은 하수인 올인 전략이다.

니네가 싫으면 내가 어떻게 들어가.

‘게다가 아깝단 말이지.’

모처럼 엄청난 특전혜택까지 받아 제작한 카이사르다.

대충 심층에 꼴아 박고 끝내기는 싫다.

다른 게이머들이 마구 죽어나간 뒤, 심층지대에 대한 정보를 현실에서 마구 수집하고 구매한 뒤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서 도전할 거다.

대충 듣기로도 미궁의 난이도가 이전보다 올랐다고.

심층지대는 당연히 더 어려워졌을 거다.

최악의 경우에는 영웅급 게이머나 NPC로도 심층지대까지 갈 수 있을지의 유무조차도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되도록 오래 느긋하게 있으면서 놀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반응은 지극히 만족스럽다.

얘들의 의욕이 없을수록 난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 내심을 모르는 두 사람은 내게 미안해하였다.

“죄송합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보스의 숙원을 이뤄드리기에 너무나도 미흡합니다. 분하지만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합니다.”

“칫. 나도 대단한 여자이기는 해도 보스는 그 이상으로 너무 거물이야! 이대로는 감당이 안 되잖아. 좀 더 여러 가지로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기대하도록 하지.”

이정도면 적당히 보스다운 말은 한 거겠지.

“그럼 지상에 머무르며 할 일을 할 시간이다.”

“경비대를 궤멸시킵니까?”

“범죄길드랑 전쟁이라도 하려고?”

각오가 된 건지 안 된 건지 모르겠네.

엄청나게 눈이 높잖아.

느닷없이 그런 굉장한 일을 저지를까보냐.

“조직정비다.”

보스의 능력은 통솔 위주로 가닥이 잡혀있다.

일종의 지휘관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비슷한 타입이라는 얘기였다.

전략전술에 특화된 지휘관과 달리, 보스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강자를 휘어잡아 거느린다.

보스에게 필요한 건 전략전술에 대한 지식도, 감각도, 천재성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강자들이 보스를 성심성의껏 따르도록 만드는 절대적인 카리스마 하나만 있으면 된다.

카리스마가 높으면 강자를 거느리기만 하는 걸 넘어서, 자신에게 소속된 강자에게도 보정을 가해준다.

보스와 함께 행동할 때에 한하여 전투력이 높아지거나, 보스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잠재력을 발휘하거나, 타고난 성향이나 단점을 극복하며 싸우는 등등.

굳이 전투가 아니더라도 다방면으로 강력한 보정과 혜택을 제공해준다.

‘그런 카리스마를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조직정비와 조직성장.’

조직성장을 위해 뭔가를 저지를 역량은 있다.

내 부하들도 아주 기뻐서 미쳐 날뛰겠지.

그게 문제다.

가볍게 내기나 한 번 하자고 했다가 느닷없이 레스토랑을 하나 접수해버렸다고.

본격적으로 조직을 넓히려고 하면 무슨 일을 당할지 상상도 안 된다.

“조직이라고 해도 저희들 셋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리끼리 필요한 건 다 챙겼잖아?”

“조직 관리에는 수입원 관리 및 감독도 포함된다.”

카이사르는 이제야 뭔가 감이 왔다며 말했다.

“이 자식들이 허튼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두들겨 패고 배신자가 나왔으면 목을 치는 과정이군요. 이해했습니다.”

음... 달라.

비슷하긴 한데 뭔가 달라.

“맞을 짓을 했으면 때리고, 죽을 짓을 했으면 죽인다. 그 부분은 맞지만 무턱대고 주먹부터 휘두르면 저놈들이 경비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처럼 굴지도 모른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럼 귀찮으니까 싹 다 죽이고 돈 되는 것만 챙기는 건 어떻습니까?”

“멍청한 소리 좀 작작해라.”

이 녀석의 유혈본능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교정이 안 될 것 같아서 불안하다.

“주기적으로 오래도록 돈을 쥐어짜기 위한 요령. 그게 바로 관리 감독이다.”

“유익한 기술이군요.”

“너한테는 도저히 맡길 수 없는 일이군. 리나. 일단은 도적계 상위클래스이니 조직의 관리 및 감독에 대한 요령은...”

리나는 상쾌하게 대답했다.

“몰라!”

“...그렇겠지. 이건 내가 맡아야겠군.”

조금이나마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드디어 이 파티에서 내가 하는 일이 생겼다.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신세지는 상황이 아니게 된 것만으로도 기뻤다.

“주방장. 기존의 보호세는 얼마를 받았지?”

“월 1골드입니다...”

“그 외의 지출에 대한 장부기록을 보고 싶다.”

주방장은 점원 한 명을 불렀다.

카운터캐시와 회계 일을 겸하는 점원이었다.

장부를 보자 바로 코웃음이 나왔다.

“많이도 해먹었군. 넌 해고다.”

“그런...!”

“카이사르. 이놈을 따라가서 돈을 챙기고 같이 돌아와라.”

“알겠습니다.”

“카이사르가 돈에 무지하다고 액수를 장난질 쳐봤자 소용없다.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수입도 실제 영업 상황을 보면 어림잡아 예측할 수 있으니까.”

뒷돈을 빼돌려왔던 점원은 카이사르의 손에 뒷덜미가 잡힌 채로 질질 끌려 나갔다.

[E급 업적 날카로운 감별 달성!]

[당신은 규모 있는 레스토랑의 회계장부를 한번 훑어본 것만으로 누수자금의 존재를 깨닫고 그 규모를 파악했습니다.]

[회계스킬을 습득합니다.]

[회계스킬의 레벨이 업적달성에 의해 급격히 상승합니다.]

[회계스킬의 숙련도가 중급 숙련이 되었습니다.]

스킬 습득은 덤으로 이루어졌다.

이건 게이머로서 숙달된 기술이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한 지금은 자연스레 오를 만도 했다.

보육원을 운영하던 무렵에는 누군가 회계장부를 작성해야 했고, 코찔찔이 애들이 칼질과 회계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었기에 자연스레 내가 회계스킬을 익히게 되었다.

“돈 계산과 회계장부 작성을 하는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너희들의 노동으로 얻은 결실을 누군가 부당하게 갈취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회계지식은 필수적이다.”

“으으. 설마 폴이 그런 짓을 할 줄은...”

“한 번 비리를 저지른 녀석은 언젠가 다시 비리를 저지르게 된다.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든 환경문제 때문이든 일단 선을 넘었다면 다시 넘는 건 너무나도 간단하지.”

이제는 새사람을 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회계능력을 안다고 레스토랑에 붙어있는 건 곤란하다.

레스토랑 경영을 하고 싶었으면 다른 게임을 했지, 굳이 미궁세계에 와서 그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그런 시뮬레이션 경영 게임은 가상현실에서는 그냥 노동이잖아.

“레스토랑에서 손에 여유가 있는 인원은 누가 있지?”

“스페어로 돌리는 서빙직원과 보조요리사가 있습니다.”

“서빙직원을 불러라. 간단한 장부작성법을 전수해주겠다.”

주방장은 반색하며 서빙직원을 불렀다.

기술전수도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기초적인 장부작성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완벽한 회계스킬을 익히려면 성실하게 장부작성을 이어나가라. 네 성실함이 증명된다면 보다 제대로 된 기술들을 하나씩 알려주지. 당연히 그에 따라서 월급도 올라간다.”

“감사합니다, 보스! 열심히 할게요!”

서빙직원은 화색을 띄며 크게 기뻐했다.

돈 더 받는다는데 누가 싫겠어.

[카이사르가 회계사 폴의 횡령자금 500골드를 회수했습니다.]

폴은 횡령죄를 쓰고 감옥에 갇히기 싫으면 오늘 일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말고 새 직장이나 구하라고 쫓아냈다.

지은 죄가 있으니 폴은 내 나름의 관대한 처분에 감사하며 부리나케 달아났다.

“보스. 이런 회계지식은 어디서 배운 거야?”

“별 거 아닌 기본소양이다.”

“역시 보스는 대단해! 이런 전문지식을 기본소양으로 익혔다니!”

“알려줄까?”

“그거 배우면 암살을 더 잘할 수 있어?”

어…… 글쎄.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회계장부에 단검을 숨겨놨다가 찌를 것도 아닌데.

암살도구를 구매할 비용을 모으는 거라면 모를까.

암살 그 자체에 도움이 될 만한 구석은 모르겠다.

“그럼 싫어!”

“...뭐, 됐다. 예비 회계사는 구했으니까.”

가게의 요리는 나름 맛있었고, 매출을 극대화시킬 필요도 없으니까 내적으로 달리 간섭할 건 없다.

다만 외적인 위험요소는 보란 듯이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럼 슬슬 이 녀석들의 처분을 결정지어야겠군.”

대머리 뒤팽과 그를 따르는 폭력배 무리.

영역을 잃었으니 원한이 크겠지.

미궁에 가있는 사이에 깽판을 칠 강력한 위험요소다.

“제, 제발.. 살려주십쇼..”

“그 점은 걱정 마라. 싫어도 살려는 줄 거다.”

뒷골목의 무뢰배들을 죽여 봤자 경비대가 움직이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장소가 나빴다.

이런 레스토랑에서 영업시간을 미루고 내부점검을 하는 지금 사람을 죽여?

장담컨대 굉장한 소동이 벌어질 거다.

경비대가 우르르 몰려와서 두 번째로 체포당하는 이벤트 확정이다.

“일단은 네놈들의 아지트를 봐야겠군. 앞장서라.”

뒤팽과 잔당 일곱 명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힘겹게 길을 안내하였다.

적당히 으슥한 골목을 지나 미궁도시 내에서도 버려지다시피 한 동쪽구역의 빈집이 이들의 아지트였다.

여기서 할 일이야 뻔했다.

“돈부터 싹 다 꺼내.”

“그, 그 돈이 없으면 저흰 다 굶어죽습니다!”

“그럼 맞아죽고 노잣돈으로 쓸 테냐?”

카이사르가 주먹을 뚜둑거렸다. 리나는 수리검을 손가락에 끼우고 빙빙 돌리며 생글생글 웃었다. 제발 돈 내지 말라는 생각이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드리겠습니다...”

[폭력조직의 운영자금 3골드를 갈취했습니다.]

시커먼 남자놈들의 남의 돈을 뜯었다.

기특하게 저축을 할 리가 없지.

흥청망청 놀면서 날리고 남은 돈이 이걸 거다.

“네놈들이 굶어죽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다.”

냉정한 선언에 뒤팽은 상체를 힘없이 늘어뜨렸다.

인생 종쳤구나, 생각하겠지.

감히 개길 엄두도 내지 못해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이용가치는 있어 보이는군.”

“예...?”

“이건 활동자금이다.”

짤랑!

[폭력조직에게 10골드를 건네주었습니다.]

황망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뒤팽에게 시큰둥하게 말했다.

“네놈들은 이제부터 흑산회 산하의 폭력조직이다. 근본 없는 양아치 생활을 청산하고 진정한 뒷세계에 접어들 용기는 있는가?”

“무, 물론입니다!”

“배는 굶주렸지만 할 줄 아는 기술은 없는 쓰레기들. 그런 너희들이라도 번듯하게 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지. 그 시작이 레스토랑의 경호임무다.”

“맡겨만 주십시오!”

“5골드는 무장에, 3골드는 치료비에, 2골드는 식비에 사용해라. 그 외의 사치를 줄이고 금욕과 노동으로 가치를 증명해낸 놈들만 중용하겠다.”

뒤팽은 귀찮게 구는 일 없이 순종적으로 굴었다.

폭력배들도 마찬가지였다.

흑산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대화를 전부 들어서인지 나와는 눈을 마주치기도 어려워했다.

[‘뒤팽 패거리’를 흑산회 산하조직으로 흡수했습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이 1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0 상승합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합니다.]

이걸로 위쪽의 일은 얼추 끝났다고 봐도 좋겠지.

[미확인 관리대상이 존재합니다.]

“음?”

[소매치기 외팔소년]

“…….”

분명 있었지, 저 녀석도.

벌써부터 얼굴 보고 비명이나 안 지를지 걱정되네.

============================ 작품 후기 ============================

폭참 카운트 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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