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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27화 (27/224)

00027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2)

나와 리나는 카이사르와 함께 도장을 찾아갔다.

깽판을 칠 건 카이사르 혼자지만 우리도 딱히 할 일이 없어서였다.

게다가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 같지 않은가.

[백보도장]

도장을 앞둔 카이사르는 간만에 싸가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벌레처럼 하찮아 보이는 이름이군.”

“…….”

자신감은 충분한 것 같다.

망설일 이유는 없겠지.

우리는 곧바로 도장에 들이닥쳤다.

“웬 놈이냐!”

하도 기세부터 흉흉해서 그럴까.

도장 안의 수련생들은 기세등등하게 일어났다.

딴에는 수련 좀 했다고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잔챙이들은 관심 없다. 꺼져.”

“네.”

“…….”

카이사르와 눈을 마주친 수련생들은 참으로 현명했다. 일어나자마자 자리에 앉거나 하던 수련에 다시 돌아갔다.

이런 무자비한 생김새에 근육질의 남자가 살기를 잔뜩 뿌리고 있으니 분노조절잘해가 되었나보다.

보신주의 스위치가 켜지는 속도가 실로 경이롭다.

“누구냐! 감히 신성한 도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하얀 무복에 근육질의 거한. 딱 봐도 열혈계 도장주인이라는 인상이 물씬 풍기는 남자가 나타났다.

“네놈이냐? 이 도장의 주인은.”

거한은 도장 안에서 어색하게 수련만 하는 수련생들과 두 눈을 부라리며 온몸으로 시비를 거는 카이사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걸음을 돌려 나왔던 안채로 돌아갔다.

드르륵. 쿵.

안채의 문이 닫혔다.

“…….”

도망쳤어!

도장주인이 싸움을 피해 도망쳤다고!

“나와라! 비겁하게 몸을 숨기지 마라!!”

카이사르의 외침에도 상대는 꿈쩍도 안했다. 오죽하면 얌전히 수련이나 하던 수련생들마저 슬슬 눈치를 보다가 도망치려고 입구로 향하기 시작했을까.

“멈춰라.”

카이사르는 그들의 탈주를 용납하지 않았다.

“대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10분마다 너희들 중 한 명을 죽이겠다.”

“그, 그만 두세요! 우린 도장주인과 아무 상관없다고요!”

“그의 밑에서 무술을 배운다면 네놈들은 전부 도장주인의 부하나 다름없다.”

수련생들은 서로를 돌아보더니 품에서 목패를 꺼냈다.

그리고는 냅다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럼 우린 수련생을 그만두겠다!”

“스승을 배신하다니, 벌레만도 못한 버러지 새끼들!”

“히이익!”

어느 쪽 장단에 맞춰야하는 거냐.

졸라 까다롭네 진짜.

“대체 저희가 뭘 하길 원하는 겁니까!”

“10분마다 한 명씩 살해당해라.”

“으아아아아! 이젠 다 틀렸어. 이 녀석은 악마야!”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부하지만 이렇게 보면 진짜 악마 같은 싸이코 새끼다.

그래도 나한테 깽판 치는 것만 아니면 된다.

“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모험가가 된다고 까불지 않을게요. 엉엉...”

우와. 눈물콧물 다 쏟으면서 애원하고 있어.

얼마나 겁먹었으면 저렇게 되냐.

물론 희대의 싸이코인 카이사르에게 동정심 따윈 없다.

“보스. 귀찮은데 죽여도 됩니까?”

“안 된다.”

운 좋은 줄 알아라.

나처럼 착한 녀석이 이 괴물 새끼의 보스인걸.

“보, 보스!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흑흑!”

남이 굽실거리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건 카이사르뿐이다. 나는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럼 너희들의 손으로 도장주인을 끄집어내라.”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도장주인은 카이사르와 싸워줘야만 한다.

그래야 싸워서 이기고 보상을 얻지.

당연히 카이사르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수련생들에게는 그 모습이 퍽 인상적으로 보였나보다.

나를 향해서도 무어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보스라면 조직의 대장 같은 거 아니야?”

“소리가 크잖아! 저 괴물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말 한번 잘못 했다가 장기를 뜯길지도 모른다고.”

모험가 장기를 뜯어내서 어디다 쓰는데.

알코올과 피로에 쩔어있잖아.

필요 없어 그딴 거.

“그만! 수련생들에게는 손을 대지 마라!”

참다못한 도장주인이 결국 제 발로 걸어 나왔다.

겁 많은 성격치고는 보기 드물게 용기를 냈다.

약해빠진 신입 모험가라도 일단은 제자다 이건가.

‘괜히 미안해지는군.’

이쪽은 일방적으로 깽판 치러 온 입장이잖아. 그것도 카이사르라는 싸이코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쟤한테 떠넘기려고 데려온 거고.

그렇다고 도로 카이사르를 데려가서 내가 감당하라고 한다면 들어줄 생각은 없다.

“네놈은 강한 힘을 지니고도 어찌 이런 패악질을 저지르느냐!”

“약자를 핍박하는 게 즐거우니까!”

상쾌할 정도로 쓰레기 같은 대답이었다.

“이노오오옴! 더는 용서할 수 없다. 백보도장의 백보권으로 네놈을 무찔러주마!”

“좋다! 최선을 다해서 덤벼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백 조각으로 찢어 죽일 테다!”

도장주인은 카이사르의 협박에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쫄았잖아!

백보권에 대한 기대감이 실시간으로 줄어들었어!

“큭...! 잔악무도한 녀석. 네놈의 이름을 밝혀라!”

“흑산회의 카이사르.”

“흑산회? 못 들은 이름이군. 네놈 같은 사악한 마두를 거느린 조직이라면 틀림없이 사마외도에 물든 사파겠지만.”

“그러는 버러지, 네 녀석의 이름은 뭐냐.”

“가토! 똑똑히 기억해둬라. 네놈을 무찌를 남자의 이름이다!”

가토는 두 주먹을 단단히 움켜쥐며 달려들었다.

부우웅!

위협적인 파공음이 울렸지만 카이사르는 고개를 젖혀 주먹질을 피했다.

잇달아 재빠른 연격이 날아들었지만 카이사르는 모든 공격을 제자리에서 회피하거나 왼팔을 움직여 막아내었다.

마치 고수가 하수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광경에 나와 리나마저도 깜짝 놀랐다.

“보스. 살인광 녀석은 무슨 무술이라도 익혔어?”

“익힌 건 있다.”

“대단한 무술인가보네. 도장주인을 농락할 정도라니.”

확실히 그 녀석이 익힌 무술이 대단하기는 하다.

격투술이 아니라 중급검술이지만.

저건 그냥 전투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으로 회피하고 막고 있는 거고.

‘더러운 재능충 같으니!’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내가 준 재능이지만 불쌍한 가토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니 이러려고 재능을 줬나 자괴감이 들었다.

“그게 네놈의 전부냐.”

“아직 멀었다!”

가토의 발이 교묘하게 움직여 단숨에 카이사르의 측면을 점했다.

카이사르는 왼발을 뒤로 반보 물리며 몸을 틀었다.

그에 맞춰 가토는 다시금 카이사르의 뒤로 파고들었지만 카이사르는 다시금 왼발을 반보 물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얄팍한 잔재주. 이게 네놈의 전부냐고 물었다!”

쩌어엉!

카이사르가 왼발로 지면을 강하게 디디며 주먹을 뻗었다.

폭발적인 힘을 받아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찌르기.

“크어억!”

가토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화려하게 720도 회전을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카이사르는 그대로 현관에 걸린 현판을 끌어내렸다.

멋들어진 글자로 [백보도장]이라 쓰인 현판은 무자비한 악력 아래에 박살났다.

[카이사르가 백보도장의 주인 가토를 쓰러뜨렸습니다.]

[도장깨기라는 특별한 경험을 이룬 결과, 카이사르의 역량이 소폭 상승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악명)이 50 상승합니다.]

[카이사르의 악명이 1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00 상승합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 새끼는 너무 강해서 도장주인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심지어 사람 많은 곳에 와서 공개적으로 깽판 쳤잖아.

악명 오르는 폭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늘어났다.

뒷감당 안 돼서 짐 떠넘기려다 더 큰 사고를 쳤다.

그보다 잠깐.

“카이사르. 이곳에 온 목적이 뭔지 잊었는가?”

“도장깨기가 아니었습니까?”

“아니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너는 이곳에 훈련을 하러 온 거다.”

“!!”

카이사르는 진심으로 경악했다.

“죄송합니다, 보스. 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한 나머지 보스의 명령을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가토의 목을 쳐서 바치겠습니다.”

불쌍한 도장주인 좀 그만 괴롭혀.

그보다 네 잘못이잖아.

왜 엄한 가토의 목을 치려고 하는 건데.

“사죄의 방법은 한 가지. 최초의 목적을 이전보다 더욱 뛰어나게 달성하는 것뿐이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가토의 목을 치지는 않겠지.

카이사르는 잠시 고민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

뭐지. 방금 전의 그 뜸들이던 시간은.

어째 불안해지잖아.

뭔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똑바로 서라, 가토!”

카이사르는 대뜸 가토의 멱살을 붙잡고 일으켰다.

“으으으. 그만 둬...”

“하찮은 약자인 네놈 따위는 팰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보스의 지령이 내려졌다.”

“그, 그런...! 수련생들을 산 채로 붙잡아 노예로 팔아넘기겠다는 거냐! 이 비열한 녀석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네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 것 같다.

침묵으로 일관하자 가토는 무안해졌는지 입을 다물었다.

“본래 나는 보스의 명령을 따라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장에 찾아왔다. 하지만 네놈 같은 하찮은 녀석의 무술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다.”

“크윽...! 백보권은 나쁘지 않아! 나쁜 건 나다!”

“그렇다. 무술은 죄가 없지. 쓰레기인 건 무술이 아니라 네놈 쪽이다.”

가토는 자신의 뜻대로 흘러간 대화에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존심이 팍 상해버린 몰골이다.

“라고 말할 줄 알았는가? 쓰레기인 건 네놈과 무술 양쪽 전부다.”

“크으윽...! 남의 도장에 쳐들어와서 도장무술을 폄하하다니. 실력 좀 있다고 상도의도 지키지 않는 거냐!”

뭔가 달라.

예의가 없는 건 맞는데 그게 상도의가 되면 안 되잖아.

무인이 아니라 장사꾼이네, 이거.

“그렇군. 상도의는 지켜야지.”

“응?”

“돈부터 내놔라. 이 업계의 패자들이 지켜야 할 상도의다.”

아아, 이 녀석은 글렀어.

이미 뼛속까지 전사가 아니라 양아치다.

[카이사르는 10골드를 습득했다!]

카이사르는 인상을 버럭 쓰며 가토의 멱살을 잡고 공중에서 휙휙 털었다.

짤그락!

가토의 품에서 돈주머니가 떨어졌다!

[카이사르는 100골드를 습득했다!]

그제야 카이사르는 만족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제기랄... 멋대로 쳐들어와서 부상을 입히고, 현판은 부수고, 수련생에게는 망신을 줬으면서 돈까지 강탈하다니... 대체 흑산회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이유를 알고 싶은가?”

“그래! 시발 쥐어 터져도 왜 맞는지는 알아야 덜 억울할 거 아냐!”

가토의 처절한 외침에 카이사르는 잔인한 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심심했기 때문이다.”

“…….”

어... 맞네.

졸라 찝찝하기는 한데 틀리진 않았어.

“정말로 그딴 이유로 이런 잔인한 짓을 저질렀다고?”

“그렇다.”

“크으윽. 흑산회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조직이군...”

[흑산회의 조직평판(악명)이 50 상승합니다.]

[카이사르의 악명이 5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50 상승합니다.]

아. 완전 글렀어.

이제 악명 따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네게는 그리 나쁜 얘기는 아닐 거다.”

“이딴 일을 당했는데 나쁜 얘기가 아니라니. 대체 얼마나 손속이 잔인한 조직인 거냐.”

“네놈에게도 그리 나쁜 얘기는 아니다. 너와 네 빈약한 무술로 극복할 수 없는 위기를 넘어설 힘이 생길 테니까.”

“뭐?”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는가. 보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하찮고 너저분한 도장을 흑산회의 것으로 만들라고.”

안했어.

그딴 소리 한 적 없어.

============================ 작품 후기 ============================

폭참 카운트 D-2!

강력한 연참이 접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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