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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28화 (28/224)

00028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3)

가토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도장을 접수하겠다고? 아니, 어째서?”

“보스께서 원하셨기 때문이다.”

“수입도 별로 없는데. 그냥 장사 잘되는 가게나 가서 강탈하지, 왜 땀내 나는 도장 와서 이러는 거야. 심지어 내 도장은 이 근처에서 제일 장사가 안 된다고.”

어쩐지 수련생들이 허접하다 싶더라니.

제일 약한 도장이었냐.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아니... 그럼 뭐가 중요한데?”

“보스께서 이 도장을 원하신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런 거 원한 적 없다고.

‘어라? 아니, 잠깐.’

카이사르가 하는 짓이라 꺼림칙하기는 했다만, 막상 생각해보니 이게 꼭 나쁜 얘기는 아니다.

보유한 무술이나 교관의 수준만 높으면 많은 신입 모험가들이 주머니를 풀고 무술을 배우려고 한다.

도장을 접수하는 것도 나름 돈이 되는 일이라는 거다.

“그렇다. 내 부하의 말 대로다.”

“큭. 도장을 내놓으라고 순순히 내놓을 것 같으냐!”

“도장주인은 여전히 너다. 우리 같은 바쁜 몸이 하루 24시간을 이 도장에서 보낼 거라고 생각하는가.”

가토는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어... 그런 건가요?”

“그렇다. 덤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네 실력과 백보권의 무술을 조금 개량시켜주지.”

“충성! 흑산회의 충실한 시종이 되겠습니다!”

태세전환이 빠르네.

눈치 하나는 좋은 녀석이다.

[백보도장의 주인 가토가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이제 백보도장은 흑산회의 산하조직입니다.]

[백보도장에서 주기적으로 보호세와 상납금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이 50 상승합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합니다.]

[직업스킬 조직접수를 습득합니다.]

보스의 기백 이후로는 두 번째 직업스킬이다.

[조직접수] [등급 : 일반] [분류 : 직업스킬]

[숙련도 : 기초 - 레벨 1(50%)]

[기본 : 보스는 수많은 적대조직을 굴복시키고 자신의 산하로 흡수하기도 합니다. 이 스킬은 조직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실을 줄이고 이득을 늘려줍니다.]

이른 바 패시브 스킬(Passive Skill). 본래 자신의 역량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실현하는 액티브 스킬(Active Skill)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보조스킬이다.

사실 패시브 스킬은 직업스킬에 한해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 판타지 세계의 직업이 요구하는 스킬을 자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서 액티브 스킬로 나와야 할 스킬이 패시브 스킬로 주어진다. 당연히 잠재력이 높고 보다 가치 있는 스킬은 패시브 스킬 쪽이다.

‘보육원에서의 경험이 그렇게나 고 평가를 받았나?’

조금 어리둥절하기는 해도 손해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꺼이 이 혜택을 만끽하기로 결심했다.

“우선은 도장의 현황부터 파악하도록 하지.”

[회계스킬이 발동합니다.]

회계 역시 자력으로 습득했던 스킬이다.

자연스레 회계스킬은 내 능력을 시스템적으로 보조해주는 패시브 스킬이 되었다.

여기가 중요하다 싶은 부분은 색상으로 뚜렷하게 강화가 되었고, 계산식을 그리는 부분은 반투명한 글씨로 암산이 편하도록 기록이 남았다.

[회계스킬의 발동이 종료되었습니다.]

[회계스킬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회계장부를 본 것만으로도 나는 도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개선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수련생을 뺏기고 있군.”

“윽.”

“이 근처에 대형도장이 생겼는가?”

가토는 시무룩해져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분하지만 그놈들이 머릿수를 내세워 깽판을 쳐도 저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 놈과 시비가 붙는 사이에 다른 놈들이 제 수련생을 상대로 영업을 거니까요.”

꽤나 질이 나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영업이 실패해도 상관없다.

계속해서 수련을 방해받는 수련생들은 결국 백보도장에서 수련하는 걸 불편하게 여길 테니까.

퀘스트에 목마른 게이머라면 모를까, NPC들이 귀찮은 일에 끼어들 리가 없다.

대부분이 신입 모험가이고 의기만을 내세워 도장주인인 가토를 돕기에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분명 대형도장에서는 실력자를 동원했을 테니 괜히 맞서봤자 험한 꼴만 당하게 되는 게 당연했다.

“전형적인 대형업체의 갑질인가.”

그저 실력만으로 수련생을 끌어들인 거라면 이쪽도 그저 실력만 늘리면 그만이다.

허나 그런 치졸한 방식으로 흑산회 산하조직이 된 백보도장의 수련생을 빼돌리고 영업을 방해했다면 이쪽에서도 가만히 방관할 생각은 없다.

뭣보다도 카이사르는 아직 제대로 날뛰지도 못했다.

“카이사르.”

“예, 보스.”

“아지트가 완공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

레이브에게는 이미 기초 도적스킬을 연습하도록 도구들을 던져두었으니 간단한 길 찾기와 조잡한 함정해체는 일주일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즉, 일주일 뒤에는 우리들은 미궁에 진입해야 한다. 그 이상의 시간소모는 전부 다 ‘낭비’다.

“단 하루의 유예도 허락할 수 없다.”

조급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자존심은 걸려있다.

다른 게이머들과는 다른 랭커로서의 자존심이다.

미궁공략이 남들보다 현저히 뒤처지는 건 인정 못한다.

“일주일 안에 백보도장의 무술을 개량, 가토의 실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백보도장을 위협하는 거대도장의 체면을 박살낸다.”

일주일로는 턱없이 부족한 과중한 임무.

범인은 세 개의 임무 중 단 하나조차도 일주일 내에 끝낼 수 없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범인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보스의 뜻대로 일주일 안에 모든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가토는 화들짝 놀랐다.

“댁들 미친 거 아니야? 무술을 개량하고 실력을 증진시켜준다니 고맙기야 한데, 그게 일주일 안에 간단하게 해결되면 도장들이 왜 있겠어? 게다가 상대는 청학도장이라고!”

“너는 믿지 못하는 건가?”

“당연하지! 마음만은 고맙지만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건 구분하고 살자고.”

나는 비뚜름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내기를 좋아하지. 그것도 질 가능성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필승의 내기를.”

“하! 좋습니다. 대신 보스가 지기라도 하면 백보도장을 자유롭게 놔주셔야 합니다.”

“조건을 걸었군. 그렇다면 나 역시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걸 수밖에 없겠어. 백보도장을 통해 발견한 인재는 전부 흑산회에서 영입하겠다... 정도는 되어야 수지가 맞겠지.”

범죄조직에 상납금을 바치는 정도를 넘어서 수련생의 장래가 강제적으로 정해진다.

이 소문이 퍼지면 백보도장은 이제 흑산회와는 떨어질 수 없는 완벽한 산하조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외부의 인식이 그렇게 존재하는 한 가토는 흑산회의 적들에게 똑같이 적대 받게 될 테니, 살기 위해서라도 점점 더 흑산회와의 연결고리를 굳건히 할 수밖에 없다.

“조건을 수락하겠는가.”

“좋습니다.”

“내기는 성립되었다. 이는 흑산회의 이름에 걸고 성립된 내기. 결과에 불복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만 한다.”

비장하게 선언을 마쳤다.

그 순간 시스템 또한 이를 계약 성립으로 인식하였다.

[조직 퀘스트 발동!]

[당신은 카이사르에게 제시한 세 가지 임무가 일주일 내에 모두 해결될 거라 호언장담했습니다. 조건이 충족된다면 당신은 백보도장의 인재를 영구적으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단, 내기에서 패배할 경우에는 백보도장이 흑산회의 산하조직에서 탈퇴합니다.]

패배하더라도 내기를 지키지 않는 방법도 있다.

허나 그것만큼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된다.

흑산회의 이름을 걸고 한 내기의 결과에 불복한다?

뒤는 뻔하다.

흑산회는 신의 없는 삼류조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당장은 이득을 보더라도 그 다음이 없다.

누구도 흑산회와 교섭을 하지 않을 것이며 무조건적인 적대대상으로만 여긴다.

흑산회는 모든 대외활동을 자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잠재적인 아군도, 부하도 없다.

그나마 있던 아군과 부하들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백보도장을 붙잡을 가치는 없다.

‘백보도장 따위는 잃어도 상관없다.’

처음부터 아쉬울 게 없는 내기.

져도 상관없지만, 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건 내기를 할 수밖에 없다.

“우선 네놈의 하찮은 무공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지. 발재간 말고는 볼 것 하나 없는 그 보잘 것 없는 무공의 이름은 뭐였냐.”

“...백보권. 그보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

“네놈의 실력과 너저분한 무공만큼 심한 건 주정뱅이들의 취권밖에 없을 거다.”

돌직구를 넘어서 돌로 얼굴을 퍽퍽 후려치는 것 같네.

듣는 내가 다 고통스럽다.

“네놈의 무술을 단기간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뭘 하면 됩니까?”

“무조건 매 타격마다 적에게 동귀어진을 강요하는 거다.”

듣기만 해도 미친 소리 같았다.

그 미친 소리를 실행해야 하는 당사자인 가토는 기겁하며 물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제가 죽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하. 이거 참 웃기는 새끼네.”

카이사르는 피식 웃더니 한 손으로 이마를 쓸어 올렸다.

기세가 돌변했다.

약자를 깔보며 즐기던 무뢰배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럼 뭘 걸고 적을 이길 셈이지?”

“시간을 들여서 강해지면 백보권이라도!”

“그 시간은. 적에게는 없는 것인가?”

차가운 독소가 가토의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적은 너보다 많은 자본을 지니고 있고, 보다 우수한 인재를 지니고 있으며, 세력 또한 뛰어나다. 하물며 실력에서조차 앞서나가면서 계략까지 능통하다.”

“그건...”

“자금. 인재. 세력. 실력. 계략. 너는 무엇 하나도 적보다 앞서나가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적에게서 이기고 싶다면! 이제는 목숨이라도 걸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카이사르의 일갈은 가토의 심장을 무자비하게 파헤쳤다.

“큿.. 제길! 강해지고 싶다고 말한 적 따윈...!”

“없다면, 이대로 꼬리를 말고 꺼져라! 보스와의 내기? 네 녀석이 향상심조차 없는 쓰레기라면 네놈과 내기를 건 보스의 안목이 잘못되었을 뿐인 얘기다!”

“!!”

저거 가토를 몰아붙이기 위해서 한 말이기는 한데, 막상 가토가 넘어가지 않을 때의 뒷말이 예상되는 건 나뿐이냐.

‘감히 내 보스의 안목을 잘못되게 만들다니, 네놈의 남은 목숨도 잘못되게 만들어주마’ 소리는 듣고도 남겠는데.

그보다 카이사르 의외로 말 잘하네.

“나는...”

“자신 없다면 말해라. 네놈이 흑산회를 보는 건 그 순간이 마지막이다.”

대신 두 번 다시 네게 힘을 주려는 자도 나오지 않는다.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

카이사르는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시켰다.

“크윽... 따르겠습니다. 여기서 도망치면 살아도 산 게 아닐 것 같으니까.”

“잘 생각했다. 이걸로 버러지 같은 네놈도 한층 더 무인다운 티가 나는군.”

카이사르는 싸가지 없는 표정으로 띠껍게 말했다.

나름 멋진 말을 한 것 같은데 얼굴만 보면 그냥 기분이 나빠지네.

매력 능력치도 정상적인 녀석이 표정은 왜 저 따위람.

“동귀어진은 어떻게 수련합니까?”

“당연히 몸으로 직접 실행하면서 수련한다.”

“...!?”

그건 또 무슨 언데드식 수련법이냐.

실행하다가 죽을 것 같은데.

“그러다 죽으면 어떡합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카이사르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복수는 반드시 해주겠다.”

누구한테 복수하는 건데.

너한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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