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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35화 (35/224)

00035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10)

가토는 부상을 회복하느라 백보도장에 틀어박혔고, 리나는 어제 본 모자이크 괴생물체가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도저히 외출하고 싶지가 않다며 여관방에 틀어박혔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오직 잔혹하고도 절망적인 사실뿐이다.

지금 생필품을 사러 나선 내 뒤로는 카이사르와 모자이크 괴생명체가 졸졸 따라오고 있다. 생필품 사러 가는데 이딴 놈들을 달고 다니고 싶지는 않지만 떨칠 명분이 없었다.

“보스. 리나에게 들었습니다. 바르돈이라는 사채업자의 부하가 건방지게 보스에게 눈을 부라렸다는 게 사실입니까?”

“어... 아마도 그랬을 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놈이 아무리 뛰어난 인간사냥꾼이라도 제 검 앞에서는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져 피와 내장, 오물을 흘릴 칠칠맞은 애송이에 불과합니다.”

가끔씩 생각하지만 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부럽다.

그냥 멍청해서 이럴 뿐인가.

이 녀석의 뇌에는 패배라는 단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어디서 암습이 가해지더라도 안심하십시오.”

“음. 네 실력이라면 믿을 수 있지.”

“보스의 팔이 잘린다면 놈의 팔을, 다리가 잘린다면 놈의 다리를 수십 토막으로 썰겠습니다.”

사지 중 하나가 잘리기 전에 그놈부터 죽이면 안 되냐. 신전에 잘린 신체부위를 들고 가면 다시 붙일 수는 있지만 그딴 경험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저기 저 사람 좀 봐. 인상이 장난 아니야.”

“뒤에 있는 건 부하인가? 어지간한 전쟁용병 이상으로 오싹한 존재감이군.”

“그보다 그 뒤에 저거, 뭐야? 뭔가 인상이 흐릿한데.”

이건 글렀군.

수군거림이 비명으로 이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 인간이 아니야! 형체가 불분명해!”

“괴물이다!”

“저 사람들, 괴물을 대로변에서 데리고 다니고 있어!”

“잠깐! 저거 목줄도 없이 데리고 있잖아!”

“경비대! 누군가 경비대를!”

발칵 뒤엎어지기 시작하는 거리.

혼란의 중심부에서 나는 멍청하니 생각했다.

이거 식량 사기는 글러먹었네.

“이래서 버러지 녀석들이란. 못 봐주겠군.”

“카이사르?”

“걱정 마십시오, 보스. 이 가축 새끼들을 전부 닥치게 만들겠습니다.”

카이사르는 흉부가 부풀어 오를 정도로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고는 벽력같은 노호성을 내질렀다.

“전부! 닥쳐라! 버러지들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악! 뭐, 뭐야!”

“귀, 귀가 울려!”

넋을 빼놓을 정도의 엄청난 성량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압도적인 존재감에 수군거림이 일제히 멎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카이사르는 더욱 떳떳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보아라! 너희가 두려워하는 괴물을!”

“jeoneun goemul-i anieyo!”

“닥쳐! 이 가축 새끼야!”

짜악!

카이사르가 지나가다가 멈춰선 마부의 손에서 채찍을 뺏어들고 땅을 내리쳤다.

그의 행동에 놀란 모자이크 괴생물체가 움찔거렸다.

“보았느냐! 이 녀석에게도 두려움이 있다!”

“오오...”

“나는 이 괴물을 통제하고 있다. 나는 흑산회의 보스를 따르는 조직원 카이사르다!”

통행인들의 눈에 가득 담긴 공포가 서서히 멎었다.

통제불능의 몬스터는 없다.

그들은 다시 안전을 보장받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네놈들은 지금 내 보스를 모욕했다! 두려워해야 할 대상을 착각하지 마라!”

쾅쾅.

굳건한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리치며 카이사르가 손을 뻗어 나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네놈들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저 괴물조차도 펫으로 부리는 나 카이사르이며──! 그런 내가 목숨을 바쳐 충성을 맹세한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님이시다──!”

앞선 외침보다도 거대한 외침이 거리 저 너머로 무수히 메아리쳤다.

특히나 빌헬름 마이어라는 대목을 중점으로 말이다.

내 이름은 모두의 귓가에 똑똑히 각인되었다.

저 모자이크 괴생물체를 부려먹는 조직원 카이사르.

그리고 그놈의 보스로 말이다.

[동쪽지구 다수의 주민에게 흑산회의 조직원 카이사르와 보스 빌헬름 마이어에 대한 소문이 실시간으로 확산됩니다.]

[확산규모 300명]

[위험도 下上]

[조직평판(악명)이 50 상승합니다.]

[카이사르의 악명이 2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500 상승합니다.]

아, 시발.

사람들은 우리를 가리키며 겁에 질려 아우성을 쳤다.

“들어본 적 있어! 흑산회의 카이사르라면 미치광이 토마를 죽인 엄청난 실력의 신인이야!”

“저 신인이 난생 처음 보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애완동물취급하고 있다고. 우리는 쳐다보기만 해도 두려운 괴물이 개나 고양이처럼 보인다는 건가?”

“저 무시무시한 남자가 충성을 바치는 조직보스라고? 장난 아니잖아. 눈이 마주치면 살해당할 거야! 괴물조차 부려먹을 정도라면 이미 인간의 레벨이 아니야!”

“하지만 저 정도의 강자가 어째서 동쪽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거지?”

“우리한테선 가져갈 돈도 없다고!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카이사르는 내게 물었다.

“보스. 저희는 여기에 왜 온 겁니까?”

“어... 우유를 사러 왔는데. 이왕이면 신선한 녀석으로 마시고 싶어서.”

“들었느냐, 가축 녀석들아──! 보스께서는 신선한 우유를 원하신다! 당장 젖이 나오는 여자들을 끌고 오지 않으면 이 괴물을 풀어 거리를 피바다로 만들겠다!!”

인간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태에 직면하면 사고가 정지해서 반응을 할 수 없게 된다.

마치 야산의 도로에서 차량의 불빛을 발견한 고라니처럼 꼼짝도 못한 채 지켜보는 거다.

카이사르라는 전대미문의 상 또라이가 내던진 폭탄발언은 차량의 불빛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충격적인 사태였다.

“제, 젠장! 미친 변태가 나타났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변태야!”

“싸, 싸우는 건 당연히 안 되겠지?”

“임산부를 찾아! 아니면 기혼여성이라도!”

“그만 둬! 내 여자를 건들지 마!”

한 명의 또라이가 실시간으로 거리를 발칵 뒤엎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카이사르의 똘기어린 미친 짓을 방관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무리가 있다.

이대로는 백주대낮에 여자의 젖을 탐하는 변태가 된다.

오해를 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카이사르의 충성도를 잃어도 안 된다.

카이사르가 없는 나는 아무 능력도 없는 약골일 뿐이다.

모처럼의 특전으로 얻은 CP가 전부 쓰레기가 된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람들의 혼란을 가라앉힐 충격적인 정보를 던진다.

동시에 카이사르도 납득시킬 핑계여야만 한다.

“이 멍청한 녀석! 누가 인간여자의 젖을 구한다고 했냐!”

“예?”

“인간 따위의 젖은 필요 없다! 내가 구하는 건 고위악마의 젖이다──!!”

논리를 파괴하는 기상천외한 발언은 사람들의 뇌리에 단단히 파고들었다.

고위악마는 영웅급 기사나 최고수준의 용병들조차 목숨을 걸고 상대해야 하는 최악의 난적이다.

그렇기에 그런 고위악마의 젖을 구한다는 발언은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미친 소리로 들렸고, 앞서 논해진 다른 발언은 죄다 잊힐 수 있었다.

“카이사르! 너는 내가 고작 인간여자의 젖 따위를 탐하는 하찮은 존재라 여겨지는가!”

카이사르는 몹시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보스께서는 일개 아녀자가 아닌 고위악마를 겁간하고도 남을 무시무시한 분이십니다.”

이 새낀 정말 날 돕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의 방향이 분명히 잡혔다.

“다행이군. 흑산회의 보스는 인간 따위에게는 관심없고 고위악마의 젖을 탐하는 모양이야.”

“그냥 악마도 아닌 고위악마를 겁간하려는 인간이라니. 이런 미친 인간이 있다고는 난생 처음 들어봤어.”

“흑산회는 대체 어떤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지?”

소동은 가라앉았다.

[당신의 충격적인 발언이 동쪽지구 다수의 주민들에게 퍼진 기존의 소문을 뒤덮었습니다.]

[확산규모 300명]

[위험도 下上]

[조직평판이 100(명성) 상승합니다.]

[카이사르의 악명이 3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800 상승합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합니다.]

[화술스킬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경고. 경고. 현재 보유한 악명이 2007입니다.]

[레벨에 비해 현저히 높은 악명은 부정적인 돌발 퀘스트를 발생할 확률을 대거 상승시킵니다.]

[칭호 ‘악인’이 한 단계 승급하여 ‘대악인’이 됩니다.]

[조직평판]

-명성 150(고위악마를 적대하는 조직)

-악명 160(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폭탄덩어리)

결국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웅성거리기는 해도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가까이 오지도 않았다.

당장 카이사르 뒤에 따라오고 있는 모자이크 괴생물체가 있는데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면 절대 안 온다. 보기만 해도 공포심을 자극받는 걸 데리고 다니는데 당연한 일이다.

“드디어 장을 볼 수 있겠군.”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한 상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얼마냐.”

“예, 예?”

“그 우유 얼마냐고.”

상인은 당황해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이건 고위악마의 젖이 아닌 젖소의 젖에서 짜낸 우유입니다.”

“...조직에 아직 어린 녀석이 있다. 우유를 먹고 얼른 커줬으면 해서 말이지.”

“아, 알겠습니다!”

결국 리나를 팔아서 우유를 살 수 있었다.

“방금 들었어? 흑산회에는 어린 아이도 있대.”

“세상에. 대체 어떤 재주를 지니면 어린 나이에 저런 조직에 들어갈 수 있는 거지?”

“분명 엄청나게 사악한 녀석이겠지. 괜히 궁금해 하지 말라고. 알면 다치는 게 저 바닥의 생리잖아.”

리나의 이름이 안 알려져서 다행이지.

이름까지 말했으면 악명이 마구 상승했겠다.

다행히 카이사르도 굳게 입을 다물어주고 있었다.

‘일단은 범죄길드에 쫓기는 몸이니까.’

경솔하게 이름을 거론해서 적발당할 이유는 없다.

카이사르에게도 그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

그런 새끼가 나랑 엮인 일만 겪으면 마구 폭주하네.

이 녀석 실은 내 부하 같은 게 아니라 질병술사 아니야?

날 개발암에 걸리게 해서 죽이려는 거지.

물론 초 유능한 내가 이 정도 위기로 발암사를 당할 일은 없다.

‘이 새끼. 내게 준 굴욕만큼 혹독하게 굴려주겠어.’

필요한 생필품을 전부 구비하고 백보도장에 돌아가는 길.

지나가던 경비대가 우릴 보고 흠칫 놀랐다.

“아. 수고.”

“아. 감사합니다.”

대충 인사나 하고 지나가는데 인사를 받아주었던 경비대원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아, 아니! 이게 아니지. 당신들, 그거 뭐야!”

“카이사르. 피 묻은 검이라도 꺼냈냐?”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당장 제 검을 새빨갛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이 미친 새끼가 이제는 경비대원들도 베려고 하네.

“뭘 시치미 떼는 거냐! 그 뒤의 괴물 말이다!”

아.

카이사르의 싸이코스러운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깜빡 잊고 있었다.

모자이크 괴생물체가 있었지.

“지상에서 몬스터를 데리고 다니다니 제 정신이냐!”

“아니. 이 놈은 몬스터가 아니다.”

“어딜 봐서 그게 몬스터가 아니라는 거냐!”

“카이사르. 그걸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보스.”

카이사르는 원반을 들고는 있는 힘껏 거리 저편을 향해 집어던졌다.

“…….”

모자이크 괴생물체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는 터벅터벅 거리 저 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 방금 그건?”

“저건 개 같은 놈이다. 원반을 던져주면 물어오지.”

“잘도 저런 괴물을 테이밍했군!”

결국 경비대와는 별 문제없이 헤어질 수 있었다.

그보다 원반 어디까지 날아간 거냐.

불쌍한 모자이크 놈. 저거 줍는데 한 세 시간은 걸리겠네.

============================ 작품 후기 ============================

폭참 카운트 D-Day!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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