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9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14)
밤의 어둠만큼이나 깊고도 무거운 정적 아래.
두 검객은 서로의 검을 들었다.
한 번 칼을 겨눈 이상 피를 보기 전에는 멈출 수 없다.
‘죽인다.’
‘저놈을 끝장내겠다.’
카이사르와 청학.
두 사람 모두 상대를 봐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검사라면 물러서서는 안 될 순간을 안다.
“오지 않는가?”
“…….”
“그렇다면 내 쪽에서 먼저 가주지!”
선수를 취한 것은 카이사르였다.
그는 거침없이 전진하며 정직한 검로를 펼쳤다.
우직하다 못해 무식하기까지 한 검격이다.
“어리석은!”
청학의 치켜 올린 검이 카이사르의 검을 내리쳤다. 검을 꺾고 그대로 검신을 따라 올라가 목을 취하려는 속셈이다. 보통의 검객이라면 분명 당했다.
카앙!
두 사람의 검은 허공에서 교착했다. 강하게 충돌한 검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
“아니!?”
“백보권 제 1초, 용맹정진(勇猛精進)!”
카이사르는 검을 내세운 채 무지막지한 용력으로 청학을 밀어붙였다.
힘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청학의 검이 카이사르의 검으로부터 떨어지더니 빠르게 좌우로 네 번의 찌르기를 가했다.
아니, 그러려고 시도했을 뿐이다.
찌를 거리가 없었다.
물러서는 그를 따라 카이사르의 보폭이 넓어졌다.
“크윽!”
캉! 캉! 캉!
한 번 기세에서 밀린다면 검극을 재며 정교한 검술을 펼칠 기회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리 강력하고 매서운 반격이 날아올지라도, 격한 전투에 살이 찢기며 생채기가 어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직 올곧게, 우직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며 적을 몰아붙인다. 가토의 우직한 심성에 걸맞은 백보권의 제 1초였다.
“이이익!”
청학의 자세가 급변했다. 빠르게 하단으로 무게중심을 싣더니 검끝으로 카이사르의 검면을 올려 찔렀다.
별 거 아닌 공세로 보였지만 카이사르가 처음으로 전진을 멈추고 검을 비틀어 정면교착을 피했다.
“오오오! 방금 그건 뭐였지?”
“청학이 뭔가를 저지른 것 같은데? 대단하잖아.”
“가토의 후인 쪽이 훨씬 더 대단하지! 그 전진 못 봤어?”
놀란 나머지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카이사르가 힘껏 발을 내딛으며 찌르기를 해오는 청학의 검을 카운터 찌르기로 응수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검이 허공에서 충돌하더니 청학의 검이 부러질 듯이 휘어졌다. 반면 카이사르의 검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확하게, 갈수록 확실하게 청학의 검을 밀어붙였다.
“백보권 4초, 일점압막(一點壓幕)!”
하나의 점으로 면을 압도한다.
적의 공격의 핵심을 꿰뚫고 적은 힘으로 파훼하는 카운터 검격술이다.
논리는 단순해도 그걸 격전 중에 정확히 펼쳐내는 건 연습만으로는 할 수 없는 타고난 오성이 걸린 문제다. 카이사르에게 넘쳐나는 바로 그 재능 말이다.
“바보 같은! 하찮은 백보권 따위가 어찌...!”
“어리석은 녀석. 네놈이 그토록 멸시하는 백보권에 버러지처럼 목숨을 잃어보아라!”
“어림없는 소릴! 이것도 받아보아라!”
청학의 오른발이 크게 뒤로 뻗더니 허리를 비틀며 검을 뒤로 고쳐 잡았다.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한 육체가 한 순간에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매서운 건 돌진속도만이 아니었다.
촤라라라락!
청학의 푸른 검이 허공에서 섬전 같은 회전 5연격을 날리며 카이사르의 머리와 목, 몸통과 팔 다리를 노렸다.
관중들은 숨죽이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무력하게 온몸에 구멍이 난 채 쓰러질 것만 같았던 카이사르가 발을 구르며 둔중한 굉음을 일으켰다.
“무르다!!”
쩌어엉!
“커헉!”
일격이었다.
단 한 번의 일격이 청학의 5연격을 무시한 채 그의 검날 중심부를 강타했다.
힘과 기세, 방향을 모두 잃은 5연격은 허무하게 흩어졌으며, 그 와중에 발생한 반발력이 청학의 손목 근육과 신경에 적지 않은 충격량을 선사하였다.
“대, 대체 어떻게...!”
“한 번의 검격으로 자신이 없으니 수를 늘린다? 그딴 무른 마음으로 내지르는 검격이 백보권에 닿을 성 싶더냐!”
카이사르는 노호성을 내질렀다.
“가토는 달랐다! 놈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라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검을 믿었다! 한 자루의 검에, 단 한 번의 검격에 자신의 전부를 담을 수 있는 검사였다!”
전신이 오싹할 정도로 살기어린 눈이 청학을 노려보았다.
“네놈 같은 겁쟁이가 모욕해도 좋은 백보권이 아니다!”
“웃기지 마라! 그저 힘만 앞설 뿐인 근육돼지가!”
“백보권의 묘리는 힘이 아닌 용맹함이다. 그 증거를 보여주지!”
스르릉. 달칵.
카이사르는 자신의 검을 검집에 회수하였다.
“덤벼라.”
“진심이냐...?”
“네놈의 무른 검 따위, 검이 없어도 맞설 수 있다!”
청학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검 없이 싸우는 검수의 실력은 세 수 이상 급하락한다. 그걸 알고도 이 진검승부에서 검을 내려놓았단 말인가? 그저 나를 능멸하고자 한다는 의도 하나만으로?”
“백보권은 본래 검술이 아닌 권술! 용맹함이 있다면 주먹을 들 때야말로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되지. 네놈 같은 무른 쭉정이를 박살내기에 이보다 좋은 무술도 없다!”
“하! 네놈이 무시한 이 청학의 검. 그 무거움을 뼈저리게 느껴보도록 해라!!”
화아악!
하늘 높이 치켜든 검에 이어 청학이 높이 뛰어올랐다.
전신의 근육 움직임과 검의 검로, 거기에 더해 중력까지 실어지며 청학의 검에 엄청난 힘이 실렸다.
이 일격, 받아내려 들다간 산 채로 몸이 반 토막 난다.
죽음이 두렵다면 물러나서 피해야만 한다!
“우오오오오오!!”
검과 권이 부딪혔다.
푸화아아악!
카이사르의 주먹에서 분수처럼 비산하는 붉은 피.
그러나 두 눈은 꺾이지 않았다.
어떤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사납게 울부짖었다.
“버텼다.”
“아아, 아아아..!”
“이젠, 내 차례다.”
콰득! 콰드드드득!
쨍그랑!
카이사르의 두 주먹 사이에 맞물려있던 검이 비명을 지르며 산산조각 났다.
주먹으로 검을 받아내고 부순다.
믿기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과 인내심이, 소름끼치는 투지가 기적 같은 결과를 일으켰다.
“실패하면 즉사였다! 그걸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받아 내다니! 네놈은 두렵지도 않았단 말이냐! 검에 베이고도 아프지도 않았다는 거냐!”
“아아. 네놈의 물러터진 검 따위는 두렵지도 않다. 이깟 상처는 아프지도 않다.”
부러진 검의 파편을 짓밟으며 카이사르는 전진했다.
“내가 넘어온 사선의 깊이는 네놈의 얄팍한 검으로 벨 수 없는 것이니까.”
경악한 청학이 허리춤에 찬 두 번째 검을 뽑아 휘두르기가 무섭게 강철 같은 주먹을 마주 내질렀다.
쨍그랑!
단 일격에 부러진 검을 내던지며 청학은 억눌린 신음을 내질렀다.
“괴물 녀석! 오, 오지마아아!”
“어떤 무학과 이치도 필요 없다. 의지가 없는 기술 따위에 매달려서는 진정한 무인을 자처할 자격이 없다!”
“으아아아아!”
“백보권을 익히는 자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오직 단 두 가지! 수강비 10실버와 절대로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다!”
“크학!”
검도 부수는 주먹이 청학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후두둑.
장난감처럼 부러진 피 묻은 이빨이 마구 떨어졌다.
“주저앉지 마라. 가토라면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는다!”
“흐에에!”
“목숨을 애원하지 마라. 가토라면 마지막까지 싸운다!”
전의를 상실한 청학이 바닥을 기며 달아나려 했다.
볼썽사나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카이사르는 분노했다.
그는 거침없이 성큼성큼 다가가 청학의 머리를 잡았다.
“전의를 상실하지 마라, 버러지!! 가토라면!!”
“흐에에에엑! 하, 하어어...!”
“적과 함께 죽을 각오 정도는 보인단 말이다!!”
카이사르의 한 손에 목을 붙들린 청학이 바르르 떨었다.
청학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하찮은 것.”
두려움에 잡아먹힌 패자 따위는 관심 없다.
카이사르는 청학을 내던졌다.
결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오줌까지 지린 채 비참하게 바닥을 기는 그를 동정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게 바로 투지다!”
“와아아!”
“이게 백보권이다!”
“와아아아아!”
“이게 바로! 가토의 권이다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은 열광적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카이사르의 투지에는 그만한 힘이 실려 있었다.
마음을 사로잡고 뒤흔들만한 힘 말이다.
“제, 젠장. 청학도장은 이제 다 끝났어.”
“으으. 아쉽지만 수련비나 생각할 때가 아니야.”
“얼른 도망치자고. 더는 여기 머물러서 득이 될 건 없어.”
청학도장의 수련생들은 다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패배한 도장주인의 수련생이 어떤 꼴을 당할지 몸으로 직접 겪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백보도장이 몰락할 무렵에 수련생들이 단체로 핍박을 한 일까지는 없었기에 그들의 도주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도망치는 등에 대고 겁쟁이라며 멸시할 따름이었다.
“보스! 살인광이 엄청난 짓을 저질렀어! 방금 그거 봤어? 검을 주먹으로 막았다고!”
“난 그것보다 다른 게 신경 쓰였다만.”
저놈의 안에서 가토는 대체 얼마나 강력한 인상이 심어지고 있는 거냐.
말하는 것만 들으면 무슨 절정무공을 지닌 권술가처럼 들리네.
어디 벼랑 끝에서 자객들이랑 혈전이라도 벌이다가 불운하게 추락사한 것처럼 비장하게 들린다.
“나, 전혀 몰랐어. 가토가 그런 사람이었을 줄은...”
“미궁도시 브람이 유능한 인재를 잃었군...”
“뛰어난 권술가를 쫓아내고 남은 게 전투에서 졌다고 오줌이나 지리는 녀석이라니. 한심한 일이야.”
아니, 이빨도 죄다 부러졌는데.
보통 지린다고.
저 정도로 처참하게 얻어맞으면.
[카이사르가 청학도장의 주인 청학을 쓰러뜨렸습니다.]
[이류고수와의 생사전이라는 경험을 이룬 결과, 카이사르의 역량이 소폭 상승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명성)이 300 상승합니다.]
[카이사르의 명성이 5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명성이 1000 상승합니다.]
[카이사르가 정정당당한 결투에서 적을 압도했습니다. 백보권의 명예와 투지를 증명한 이 결투의 결과는 관중들에 의해 널리 알려질 것입니다.]
[카이사르의 레벨이 3이 되었습니다.]
[카이사르의 체질이 1 상승합니다.]
[카이사르가 특수 능력치 투지를 습득합니다.]
[카이사르의 명성이 150 상승합니다.]
[C급 업적 한계 그 너머 달성!]
[삼류무공 백보권의 가능성이 개화되었습니다. 카이사르에 의해 무수한 무학이 가미되어 개량된 백보권은 이제 온전히 습득할 시, 일류무공의 경지까지 향할 수 있습니다.]
[카이사르의 특성 ‘전투의 천재’의 효과가 한층 더 상승하여 ‘무술의 천재’가 되었습니다.]
[명성이 일정 수치(500)를 돌파했습니다.]
[칭호 ‘유명인’을 습득합니다.]
[당신이 행하는 모든 행동에 세인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됩니다. 당신의 행동이 일으키는 결과는 일반인이 일으키는 것보다 중요시 여겨지며, 이는 부정적 행동도 포함됩니다.]
그래도 가토를 팔아 결전을 치룰 가치는 있었다.
다행이구나, 가토.
네 죽음은 헛된 희생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부터 더욱 더 강해질 거다.
네 희생을 밑거름 삼아서!
그래, 지금이라면 자연스레 묻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가토는 카이사르가 선보인 개량된 백보권을 완성시키고자 목숨을 건 대련을 실시했고 무술의 개량에 성공했다.”
“와아아아아! 가토 만세!”
“허나 너무나도 강력한 위력의 무술을 만들려고 한 나머지, 무술을 완성시키려면 누군가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었지.”
내 발언에 깜짝 놀란 관중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청학을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죽음조차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금, 카이사르가 가토의 복수에 성공하였다. 한 남자의 목숨을 건 복수가 죽어서나마 완성되었다!”
“와아아아아!”
“흑산회는 가토의 의지를 기려 백보도장을 계속해서 운영하겠다. 이곳 청학도장 또한 이제부터는 백보도장의 분점이다! 교관을 수배하고 개설준비를 마친 뒤, 도장을 개방한다!”
숙연한 분위기에 사로잡힐 세라 단번에 기세를 올렸다.
사람들은 빠르게 열광하였다.
그들은 가토의 죽음마저 불사한 복수라는 매력적인 이야기에 흠뻑 빠졌고, 그가 죽음으로 완성한 무술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마구 열광하였다.
청학도장을 흑산회가 접수하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다.
어느 누가 이를 방해할 수 있겠는가! 한 남자가 죽음마저 감내하며 복수에 성공한 결과로서 도장을 가져가겠다는데!
[화술스킬의 레벨이 3 상승합니다.]
[조직접수 스킬의 레벨이 2 상승합니다.]
[이제 청학도장은 백보도장에 통합됩니다.]
[백보도장의 규모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백보도장의 담당자가 현재 공석입니다. 담당자를 설정해주십시오.]
막을 테면 막아봐라.
그때는 여기에 모인 관중들이, 나아가 소문을 듣게 될 모든 사람들이 전부 적이 될 테니까.
민심과 승리, 도장은 모두 우리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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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폭참!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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