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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45화 (45/224)

00045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20)

무자비한 인원이 몰아닥친다.

15대 60.

보통이라면 지는 건 15명 쪽인 게 당연하다.

허나 내 예상대로 전황은 백중지세였다.

이쪽의 15명은 보통이 아니다.

단기간이나마 카이사르에게 훈련을 받았고, 그 훈련을 조금이라도 소화할 자질이 있는 모험가들이다.

몸은 이미 미궁에서 사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거기에 카이사르의 훈련으로 기술이 더해졌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각오는 내가 채워 넣었다.

몸과 기술, 각오가 모두 갖춰진 지금 교관후보생들의 전력은 뒷골목의 폭력배 따위가 따라잡을 수 없다.

적이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는 건 독기가 단단히 올랐고, 이쪽보다 수가 많기 때문이다.

“크윽! 이 자식들, 비겁하게 방패를 들다니!”

결정적으로 방어구의 수준이 다르다.

교관후보생들은 미궁을 경험했다.

언제나 전신을 무장시키는 게 일상이 되었다.

폭력배들은 다르다.

그들은 도시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방탕한 생활을 누렸다.

몸을 무겁게 만드는 것보단 가볍게 만드는 게 익숙하다.

‘아무리 독기가 올랐더라도 마음가짐이 다르다.’

폭력배들의 적은 무력한 하층민이나 기껏해야 같은 범죄자전부이다.

반면에 모험가의 적은 기본적으로 몬스터이며 모험가의 목숨을 노리는 모험가킬러도 있다.

어느 쪽이 보다 위험을 자주 겪는지는 명확하다.

다른 도시라면 범죄자가 위험하다.

허나 미궁도시에서라면.

압도적으로 모험가가 더 위험하다.

“이 녀석들, 너무 강해!!”

“모험가다! 전부 모험가 출신이야!”

“바보 같은! 놈들은 미궁에 한눈이 팔렸을 텐데! 대체 어째서 조직에 들어간 거냐!”

적대조직원들이 원통함에 사무쳐서 악에 받힌 외침을 내지르는 것도 이해는 갔다.

현역 모험가들은 지상에서 범죄조직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짓을 해봤자 얻는 이득은 미궁을 탐사해서 얻는 것보다 적고, 평판은 나빠지며, 재수 없게 조직 간 항쟁으로 몸이 상하면 모험가 생활을 종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길.

거기에 예외가 생겼다.

나는 그들에게 모험가 생활로 얻을 이익 그 이상인 월 2골드의 수익을 지급해주었다.

거기에 카이사르의 전투의 천재 특성이 무술의 천재로 승격될 정도로 뛰어나게 개량된 백보권을 전수해준다.

돈과 힘, 거기에 더해서 약간의 공포심까지.

모험가들의 의지를 꺾기에는 차고도 넘칠만한 예외들이다.

이를 알지 못하는 적대조직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밀어붙여! 어차피 미궁이나 돌던 샌님들이다! 몸이 좀 발달되어봤자 놈들은 대인전 경험이 적어!”

그렇다고 마냥 당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인재는 어디에나 있다고 하던가.

적대조직원 사이에서도 간부급에 해당하는 자가 외쳤다.

“지상은 우리들의 것이다! 무술을 쓰지 못하게 주요 신체부위의 신경을 끊어버려!”

모험가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발언.

지금 당하면 신경을 잃는다.

무기를 들지 못하고, 모험가가 될 수도 없다.

몸을 꺾기 전에 마음부터 무디게 만든다.

그 약함이 몸의 반응을 약화시킨다.

‘괜찮은 발상이군. 다른 경우라면 효과도 나쁘지 않았을 테고.’

다만 상대가 나빴다.

네가 적으로 둔 건 카이사르의 훈련을 받은 교관들.

그들은 전원 백보권을 익혔다.

백보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원래의 특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카이사르는 그 특징을 두 가지로 귀결시켰다.

자신의 ‘괴력’에 기반을 둔 움직임.

가토에게 전수한 ‘동귀어진’을 전제로 한 움직임.

몸을 던져 신경을 베려고 덤벼든다면, 이놈들은 거리낌 없이 신경이 아닌 다른 것만 내주면서 목숨을 취할 수 있다.

그런 과감하고 저돌적인 전투행위를 단기간에 해낼 수는 없다.

하지만 교관후보생들의 무장상태는 충실하다.

‘대부분의 공격은 방어구에 먼저 피격된다.’

방어구가 없는 적대조직원들이 아무리 몸을 던져도 무의미하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그리 간단히 죽지 않는다.

신경을 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실력이 향상되었다.

살을 내주지 않고도 방어구의 일부만을 내주는 것으로 간단히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다.

“고작 이 따위 공격으로 우리들의 모험가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더냐!”

“무르다! 카이사르 형님의 손은 너희처럼 느리지 않아!”

“애송이들! 전부 죽어라!”

왠지 모르게 교관후보생들의 외침에서 카이사르 특유의 건방진 언어습관이 보이는데.

저놈들도 용케도 저런 걸 배우고 싶어 하는군.

“아, 안 돼! 이놈들, 너무 강해!”

“으으. 이건 개죽음이야.”

“방법은. 무언가 방법은 없는 건가!”

적들은 당황했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가 너무나도 강력했다.

이대로는 복수에 실패하고 패배하게 된다.

“젠장!”

적의 간부가 사납게 눈을 치켜떴다.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까보냐!!”

“어엇!”

“저, 저 녀석! 설마 보스에게!”

간부는 단숨에 담을 타고 벽을 박차 나무 위에 올라탔다.

“위험합니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간부의 손이 품에 들어갔다.

암기다.

상대의 몸놀림을 보면 민첩 수치도 상당하다.

투척에도 상당한 보정이 예상된다.

십중팔구, 이건 피할 새도 없이 단번에 명중 당한다.

“귀찮은 짓을.”

나는 느긋하게 검을 들었다.

동기화 비율 1%로는 날아오는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티잉! 팍!

“마, 막았다!?”

“날아오는 암기를 막았어!?”

간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거짓말! 이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간부의 손이 빠르게 품으로 들어갔다.

휙! 티잉! 팍!

검에 맞은 암기가 튕겨 나와 바닥에 박혔다.

우연이 아니다.

간부는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 들었다.

“그럴 리가! 신체가 단련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건만!”

“이유를 알고 싶은가.”

나는 차갑게 조소하며 간부의 눈을 쳐다보았다.

너 따위는 별 것도 아니다.

카이사르나 리나가 상대라면 불가능했지만 너는 다르다.

“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

“내게는 보인다. 네놈의 모든 것이.”

암기를 막아낸 비결은 정말로 간단하다. 어디로 공격이 오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화 비율 1%의 몸으로도 공격을 먼저 인지하면 느릿하게나마 최소한의 움직임은 취할 수 있다.

그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암기가 날아들 방향에 검을 대고 버티기만 하면 몇 번을 집요하게 암기를 뿌려도 전부 검 한 자루로 막아낼 수 있다.

녀석의 손이, 그리고 눈이 말한다.

이번 공격은 치명적인 급소를 노릴 것이라고.

신체의 모든 전조현상을 읽어내며 실시간으로 방어한다.

아무리 동기화 비율이 낮을지라도 일단은 랭킹 100위 안에 들었던 최상위랭커.

이 정도 재주는 동기화 비율과 무관하게 해낼 수 있다.

“고, 고수다. 엄청난 고수였어.”

간부의 손이 덜덜 떨렸다.

“뭐냐. 재롱은 그게 다인가.”

“으으, 으으으!”

“이걸 네 인생의 마지막 공격으로 삼아도 좋은가. 정녕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암기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이게 죽음과 맞바꾸어 선보인 네 최선의 공격이었다고. 그리 확신하고 죽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으어어...!”

차분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칼날을 밀어 넣는다.

공포라는 이름의 암기가 확실하게 간부의 몸에 꽂혔다.

지금, 이 녀석의 감정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그렇지 않다고, 이런 게 최선일수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늦었다.”

“뭐, 뭘 하려는 거야!!”

“네 차례는 이미 끝났다. 깨닫지 못했는가? 네놈의 목숨은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감정의 동요를 파고들어 내지르는 외침.

균형은 무너진다.

이대로 쓰러지기만 해도 목적은 달성한다.

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적의 간부의 전의를 상실시킨다.

그걸로 적대조직 연합의 공격은 종료.

놈들은 내 기백에 압도되어 그대로 달아나기 급급할 거다.

‘자, 떨어져라!’

간부는 놀란 나머지 손이 미끄러져 나무 위에서 추락했다.

콰직!

목이 꺾인 시체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

뭐지, 이 병신은.

낙법을 취할 감정적인 여유도 없었던 건가.

그대로 즉사해버렸다.

“마, 맙소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20m의 거리를,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베었어!”

“그것도 정확히 크라브 간부의 목만을!”

적대조직원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말로만 듣던 동방 무림의 절정고수다!”

“틀렸어. 우린 다 죽을 거야!”

“저런 검 앞에서는 도망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잖아!”

조직원들은 서로를 돌아보더니 일제히 무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죽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자비를!”

교전이 종료되자 시스템 알림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B급 업적 ‘기적을 일으키는 자’ 달성!]

[당신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강적들을 상대로 놀라운 지혜와 통찰력을 발휘해 모든 적을 죽이거나 항복시켰습니다. 이 기적적인 전과는 모든 이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특성 ‘불굴의 의지’를 습득합니다.]

[다수의 스킬 레벨이 업적달성에 의해 급격히 상승합니다.]

[카리스마가 5 상승합니다.]

[명성이 1500 상승합니다.]

[악명이 1500 상승합니다.]

[명성이 일정 수치(2000)를 돌파했습니다.]

[레벨에 비해 현저히 높은 명성은 감당할 수 없는 돌발 퀘스트를 발생할 확률을 대거 상승시킵니다.]

[칭호 ‘유명인’이 한 단계 승급하여 ‘범상치 않은 유명인’이 됩니다.]

[당신은 놀라운 통찰력으로 자신보다 현격하게 강한 강자의 공격을 완벽하게 간파해내었습니다.]

[통찰 능력치가 3 상승합니다.]

[확장 능력치 ‘간파’가 당신이 보인 놀라운 통찰력에 힘입어 스킬로 변환됩니다.]

[돌발 퀘스트를 경이로운 방향으로 성공시켰습니다.]

[당신은 적대조직 연합의 조직원들을 정면으로 격파하고 적의 간부를 자살시켰으며, 남은 조직원들을 모조리 항복시키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이들을 이용한다면 당신을 적대한 네 조직에서 엄청난 보상을 쓸어 담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로 흡족한 전과였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된 일, 알짜배기도 노려봄직하다.

네 개의 조직이 지닌 전 재산 말이다.

“좋다. 너희의 투항을 받아들인다.”

“감사합니다!”

“너희들은 현 시각부로 흑산회의 임시조직원이다.”

[흑산회에 임시조직원 81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임시조직원 중에서 눈에 띄는 대머리가 한 걸음 나섰다.

“보스. 실례임을 무릅쓰고 묻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정말로 어떻게든 알고 싶은 일입니다.”

“말하라.”

“대체 저희들의 전 조직을 공격한 의도가 무엇입니까? 흑산회가 드디어 미궁도시 브람에서 세를 떨치기 위해 작정한 겁니까?”

아니. 그딴 의도 전혀 없었는데.

카이사르가 길 잃어서 너희들은 재수 없게 휘말린 거고.

사실대로 말하려고 해도 당장 나부터 기가 막힌다.

“그건…….”

그렇다고 여기서 순순히 ‘그렇다! 오늘부터 미궁도시 브람의 암흑가는 흑산회의 것이다!’ 라고 외쳤다간 브람 내에 있는 모든 암흑조직과 경쟁관계가 된다.

느닷없이 그런 굉장한 짓을 벌이는 건 아무리 나라도 뒷감당이 안 된다. 좀 더 그럴싸한 핑계를 생각해보니 핑계거리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백보도장을 접수하고 교관을 받아들이려니, 교관후보생들을 한번쯤 시험해볼 필요가 느껴지더군.”

“네?”

“어떤 적이 몰려오더라도 도장을 지킬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대머리의 몸이 덜덜 떨렸다.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이런 살겁을 저질렀단 말입니까?”

“그렇다.”

[모든 임시조직원과 교관후보생이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합니다.]

[보스의 기백의 스킬레벨이 1 상승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악명)이 1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00 상승합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완전 싸이코처럼 들리네.

어쩔 수 없지.

싸이코 카이사르가 저지른 짓을 뒷수습한 거니까.

“너희는 흑산회 산하 백보도장 교관으로서의 자격을 증명했다. 현 시각부로 너희는 교관후보생이 아닌 교관이다. 그리고 한스.”

“예!”

“너는 교관들을 대표하는 중급교관 직을 부여하겠다. 나나 카이사르, 리나가 부재할 시에는 네가 도장운영을 총괄한다.”

한스의 충성도가 오른다나 뭐라나, 쓸데없는 알림은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지금 내 관심사는 완전히 다른 쪽에 가 있거든.

카이사르.

이 또라이 자식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묘하게 잠잠한 게 이제는 도리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연속폭참! (8/8)

투베 1위를 향해 달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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