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7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22)
여섯 조직의 재산을 순회하며 싹 쓸어 담았다. 각각의 조직이 인원만 삼사십 명에 육박하는 중견조직인 만큼 뜯어낸 재산도 상상을 초월했다.
부와 물자, 인재가 집중되는 미궁도시 브람의 암흑가에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여 년이 넘도록 생존해왔다.
오랜 시간 도시의 기생충이 되어 뜯어낸 재산만 해도 눈이 휙 돌아갈 정도로 대단했다.
‘단위 자체가 다르다.’
생각해보라.
고물상 빌을 죽여서 착취한 자금만 해도 350골드였다. 회계사 폴의 횡령자금을 뜯어낸 게 500골드에 달했다.
그런 머리 좋은 자들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돈을 긁어내는 중견조직의 수입은 어떨까.
[붉은도끼파의 자산 10763골드를 갈취했습니다.]
1골드는 백만 원, 100골드는 1억 원의 가치가 있다.
나아가 1만 골드는 10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
중견조직 하나 당 100억 원이 생긴다.
이쯤 되면 지구의 21세기 초기 무렵의 중견기업과 다를 바 없다.
성향과 하는 일은 달라도 수익은 거의 일치한다.
그런 걸 여섯 개나 털어먹었으니 당연히 수익은 엄청나다.
[여섯 조직에서 총자산 86744골드를 갈취했습니다.]
한화가치 867억 4400만원.
이게 여섯 조직과의 전쟁에 승리하며 기적을 일으킨 대가로 얻어낸 수확이다.
심지어 돈으로 전환하지 못한 영업장이나 부동산, 현물, 인재 따위에 이르면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그것들의 가치만 해도 수중에 들어온 골드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알짜배기는 이쪽이지만.’
그런 조직들을 상대로 돈 놀이를 하던 사채업자 바르돈.
그의 전 재산을 털었다.
당연히 그 수입은 여섯 조직을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
[사채업자 바르돈의 은닉자산 109751골드를 습득했습니다.]
한화가치 1097억 5100만원.
이 미친 단위의 수익을 하룻밤사이에 덜컥 얻어버렸다.
목숨 걸고 미친 짓을 할 만한 보람이 있는 수익이다.
“와아. 보스, 나 저거 위에서 뒹굴어도 돼?”
“한 번 만이다.”
“정말? 너무 기뻐!”
리나는 기쁨에 겨워 폴짝 뛰어올라 내 뺨에 뽀뽀를 했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골드 더미 위에 뛰어들어 좌로 구르고, 우로 구르고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한다.
솔직히 이해는 한다. 나도 보스라는 체면 차리는 입장만 아니었으면 점잔 떠는 일 없이 같이 뛰어들었을 테니까.
“보스. 어째 기뻐 보이지 않으십니다. 보스의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탐욕 앞에서는 이 정도의 골드도 푼돈처럼 보이기 때문입니까?”
카이사르 새끼는 언제나처럼 띠꺼운 표정으로 재수 없는 소리를 하며 신경을 긁는다.
근데 이 새낀 진짜로 날 저런 인간이라 생각하고 하는 말이잖아.
나도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재수 없게 말했다.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로도 그리 기쁘지만도 않다.
게이머 중에는 이만 한 돈을 초기부터 가지고 시작하는 놈들도 있다.
왜, 캐릭터 시트지 중에서도 그런 게 있지 않았던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최고급 럭셔리시트지(700CP, 초기자금 +10만 골드, 개인저택 1채, 개인소유 토지 500평)]
10만 골드에 더해 개인저택과 개인소유 토지까지. 작정하고 현실의 부를 투입해서 호사가(好事家) 플레이를 하는 갑부 게이머들에게는 이게 시작점이다.
솔직히 투입할 만도 하다.
100억원을 주고 시트지를 구매하면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가상현실에서 1000억 원 이상의 부를 향유할 수 있다. 그것도 현실의 법과 도덕에서 해방된 세계에서 말이다.
‘차원이 다른 유흥이지.’
일반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미궁세계란 치열한 모험과 긴박한 전투를 거듭하며 강해지고, 판타지 세계에서의 삶을 밑바닥부터 올라가며 만끽하는 게임이다.
갑부 게이머들은 그런 바닥을 경험하는 일 없이, 일반 게이머들이 수많은 공훈과 업적을 달성하며 간신히 이룰 부를 최초부터 지닌 채 시작한다.
불합리하다고 여겨도 어쩔 수 없다. 강자존(强者尊)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많은 시간을 앞당긴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번 일은 잘해주었다.”
카이사르가 정말로 엄청난 일을 해주었다.
본래의 나로서도 이만한 거금을 거둬들이려면 못해도 2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미궁에서 대박이라 부를만한 엄청난 보물이나 신비를 밝혀내야 이룰 수 있는 결실이니 2년도 빠른 셈이다.
카이사르는 그 2년이라는 시간을 하루아침에 앞당겼다.
오직 그 자신이 지닌 패도적인 괴력만으로.
학살자의 검은 적과 함께 앞을 가로막는 2년이라는 시간마저도 죽였다.
“모든 결실은 보스의 뜻을 따라 얻었을 뿐입니다.”
그의 능력을 감당할 수 없는 게이머라면 진즉에 뒷감당에 실패해서 경비대에 체포되거나 앙심을 품은 범죄조직의 역습에 살해당했겠지.
카이사르의 말대로 이건 내가 잘나서 얻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내가 뛰어나더라도 카이사르라는 인재가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기적은 일어날 수도 없었다. 나 또한 이런 미친 짓을 처음부터 벌일 생각은 없지 않았던가.
[A급 업적 벼락부자 달성!]
[당신은 하루아침에 강대한 범죄조직 여섯 개와 그들의 배후에 도사리는 사채업자 바르돈을 모조리 파멸시켜 엄청난 양의 자산을 입수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재력가로 인식합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합니다.]
[추가보상으로 스킬포인트를 3 습득합니다.]
[A급 업적 황금의 눈 달성!]
[당신은 여섯조직과 사채업자 바르돈의 회계장부를 통해서 그들의 자산현황과 은닉자산을 모두 파악, 대부분의 자산을 완벽하게 회수하였습니다.]
[회계스킬의 레벨이 업적달성에 의해 급격히 상승합니다.]
[회계스킬의 숙련도가 고급 숙련이 되었습니다.]
[추가보상으로 스킬포인트를 3 습득합니다.]
[A급 업적 피의 학살자 달성!]
[하수인 카이사르는 하룻밤 사이에 적의 근거지에 쳐들어가 백 명의 적을 죽이며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습니다.]
[카이사르의 직업스킬 레벨이 업적달성에 의해 급격히 상승합니다.]
[카이사르의 칭호 ‘무자비한 살인자’가 그가 일으킨 업적에 의해 ‘무자비한 학살자’ 칭호로 승격됩니다.]
[카이사르가 추가보상으로 스킬포인트를 3 습득합니다.]
정산과정에서 A급 업적만 연달아 세 개를 얻었다.
이것도 전부가 아니다.
나는 아직도 한참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도시의 유력자들이 당신을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암흑가의 유망주로서 그에 걸맞은 성과를 이뤄내었습니다. 당신을 유망주로 인식한 상급 정보상인이 당신과 재회하기를 희망합니다.]
[암흑가의 무수한 조직들이 흑산회를 인지하고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세인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나는 더 이상 미력한 힘을 지닌 일개 게이머가 아니다.
미궁도시 브람 전역에 이름을 떨친 흑산회 보스다.
[아지트 건설이 완성되었습니다.]
[조직관리창에 세부기능 <아지트>가 추가됩니다.]
벼르고 벼르던 아지트 건설도 완성되었다.
조직의 규모도 급격히 상승했다.
이제는 뒤팽 패거리나 부리던 무렵의 그 조직이 아니다.
[전후처리 과정에서 조직평판(명성)이 500 상승합니다.]
[전후처리 과정에서 조직평판(악명)이 1200 상승합니다.]
간밤의 일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흑산회의 후속대처가 이루어짐에 따라 명성과 악명이 상승했다.
이제는 길거리의 노점상의 입에서도 흑산회의 이름을 들을 수 있다.
미궁도시 브람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흥조직은 지금 세인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조직이다.
[조직관리창]
<조직정보>
[조직명 : 흑산회(黑傘會)]
[조직평판]
-명성 2단계(500 이상) : 950(고위악마를 적대하는 예사롭지 않은 조직)
-악명 3단계(2000 이상) : 3960(엄청난 기세로 영역을 확장하는 위험조직)
[조직규모 : 중대형(96인)]
<조직 구성원>
[보스 : 빌헬름 마이어]
[간부]
-행동대장 : 카이사르
-비밀호위 : 리나
[주요 조직원 : 레이브, 마크]
[임시 조직원 : 88명]
<아지트>
[아지트 효과] : [고속회복] [유대강화] [평정부여]
<보유자산>
[보호세 : 총합 월 681골드]
[영업장 : 백보도장, 왕돈까스 레스토랑 외 23곳]
[부동산 : 상세열람으로 확인]
[공용자금 : 300골드]
뒤팽 패거리를 임시 조직원에 통합시키고 임시 조직원 전원을 백보도장에서 수련하거나 영업장 보호, 영역순찰 등에 돌렸다.
주기적으로 역할을 바꾸도록 설정해놨으니 쓸데없이 헛바람이 들거나 실력이 정체되는 문제는 없을 거다.
이들도 머리가 있다면 어느 정도 조직이 안정된 뒤에는 우리가 미궁공략에 나서도 괜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거다. 돌아온 카이사르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하기 싫다면 말이다.
“마크. 너는 임시조직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정식 조직원으로 선발된 인재다. 현재 주어진 역할은 네 위치에 비해 과중하나, 무사히 소화해낸다면 간부의 직도 약속하겠다.”
“보스께서 주신 믿음에 부응하여 조직의 기틀을 완벽하게 닦아내겠습니다!”
마크는 임시조직원 중에서 그나마 용기가 있던 대머리다.
주제파악도 잘하고 역심을 품지도 않는다.
본래 임시조직원들의 간부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통솔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다.
‘조직정비는 마쳤고.’
다음으로는 개인정비에 나설 차례다.
그간 내 상태창에도 정말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 얻은 스킬, 특성, 칭호가 오죽 많던가.
[일련의 활동에 의한 보스 경험치가 정산됩니다.]
[레벨이 5가 되었습니다.]
[카리스마와 통찰, 지능이 각각 1씩 상승합니다.]
[스킬 포인트가 3 제공되었습니다.]
[캐릭터 시트지]
<신상정보>
[이름 : 빌헬름 마이어][직업 : 보스][레벨 : 5(0.01%)]
[성별 : 남성][연령 : 20세][신장 : 170cm][체중 : 60kg]
[소속 : 흑산회 보스][신분 : 평민]
[개인평판]
-명성 2535(강력한 부하를 거느린 숨은 실력자)
-악명 6107(악마처럼 잔혹한 흑산회 보스)
<건강상태>
[HP : 135/140][MP : 140/140][SP : 125/140]
<기본 능력치>
[근력 10][체질 10][민첩 10][통찰 22]
[지능 12][내성 10][매력 11]
<확장 능력치>
[카리스마 10]
<보유스킬(스킬 포인트 11)>
[직업스킬] : [보스의 기백] [조직접수] [암살지령]
[공통스킬] : [흥정] [회계] [기만] [교육] [간파]
<보유특성>
[불굴의 의지] [고통내성]
<보유칭호>
[대악인] [암흑가의 유망주] [범상치 않은 유명인]
<장비>
[무기] 매서운 브로드 소드(+3)
[방어구] 기능성 천 옷 세트
[허리] 다용도 벨트(아공간주머니, 튼튼한 금화주머니)
<보유자산>
-197757골드 13실버 5쿠퍼(튼튼한 금화주머니)
-모험가 신분증(상의), 범죄길드 은배지(상의)
게임 시작 초기에 CP를 덕지덕지 발랐다고 해도 수긍할법한 스펙이다. 오히려 그게 아니면 납득하지 못할 수준이다.
어느 누가 게임시작으로부터 2주 만에 이런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 상태창의 핵심은 보유스킬에 있다.
스킬은 습득했다고 전부가 아니다.
숙련도에 따라서 스킬효과를 강화할 수도 있다.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면 스킬레벨을 올리거나 강화된 효과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일마저 가능하다.
그렇게 완성된 스킬은 숙련도에 따라서 그 효능이 같은 스킬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스스로 발전시킨 방향성에 따라서 같은 스킬도 그 능력은 천차만별로 변화한다.
‘슬슬 때가 되었군.’
지금까지 나는 단 하나의 스킬도 강화한 적이 없다.
그저 과거의 능력의 편린(片鱗)을 발현한 것만으로도 간단히 스킬을 습득하고 숙련도와 레벨을 마구 상승시켰다.
이제 그 스킬의 성능을 한층 더 강화해서 내 본연의 능력이 아닌 스킬 그 자체의 효력에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스킬을 개량시킬 차례가 왔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더 강해질 수 있다.
============================ 작품 후기 ============================
분량은 2참이지만 빌헬름 마이어의 스펙상승은 초고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