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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51화 (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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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1)

충격과 공포의 정상회담을 마친지 어느덧 일주일 째.

미궁공략은 유야무야 미루어졌다.

카이사르의 기습에 의해 죽어버린 수전노 쉔의 조직 [검은 왕관]이 언제 흑산회에 쳐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뭐, 기다리면 알아서 무너지는 건 저쪽이지.’

미궁도시 브람에는 여섯 개의 거대 암흑조직이 있다.

전부 6강 산하의 조직이다.

정점을 잃어버린 [검은 왕관]은 추락하고 있으며, 그들의 세를 노리는 건 기존의 다섯 조직 전부다.

‘이쪽이 빈틈만 보이지 않으면 공격당할 걱정은 없다.’

카이사르의 무력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공개석상에서 쉔을 암살하라 지령을 내린 내 냉혹한 판단력 또한 널리 알려졌다.

실제로는 그딴 거 없지만 아무튼 인간들은 그런 줄 안다.

우리가 미궁에 가지 않는 한, 흑산회는 공격받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우니까.

카이사르는 이 상황에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임시조직원 30명만 붙여주면 검은 왕관을 초토화시키고 오겠다며 호언장담했지만, 그런 거대한 놈은 나라도 소화시킬 자신이 없다.

먹으면 탈난다.

나를 제외한 6강의 전원이 한 대씩 툭툭 치기만 해도 흑산회는 가루가 되어 바스러질 테니까.

“이런 빈약한 놈들을 데리고 조직 규모를 키워봤자 약골들의 집단이 될 뿐이다. 너는 그런 조직을 원하는가.”

“아닙니다. 보스의 혜안을 미처 깨닫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 당장 나약한 피라미 녀석들을 성장시키겠습니다.”

그런고로 임시조직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카이사르에게 지옥훈련을 받고 있다.

‘뭐, 이만한 전력이면 미궁 초입부 공략 따위에 끙끙거릴 이유는 없지.’

무장조직원이 88명이다.

고블린 따위의 잡몹은 흑산회가 지나가는 기척만 감지해도 벌벌 떨며 달아날 거다.

영역을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큰 무리나 군집체 따위와의 결전은 있겠지만, 그것도 카이사르의 훈련으로 강해질 조직원에게는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궁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데도 엄청나게 강해지고 있다.

이색공략에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파격 그 자체다.

이런 걸 알고 있으니 딱히 초조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보스. 초급도적교본 전부 암기했어요.”

레이브가 두툼한 종이뭉치를 들고 왔다.

내가 전수해준 도적스킬 관련 지식들이다.

배우는 방법은 주입식 교육이다. 다 외워야지.

“그럼 이걸 받아라.”

나는 의자 밑에서 배는 더 두꺼운 종이뭉치를 건넸다.

“히이익..”

“초급도적교본 심화과정이다. 다 외워.”

“네에…….”

그래도 소매치기가 아닌 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는 덕일까.

질릴 정도로 많은 양을 잘도 외우러 간다.

저 기특한 녀석이 시간이 지나면 내 파티의 도적이 된다.

길잡이, 함정해체, 색적, 기습감지, 식용식물 파악, 보물탐색, 비밀문 간파 등등.

전투 외에 도움 되는 요소가 한 둘이 아니다.

나는 그것들 전부를 모조리 주입시키고 있다. 살인적인 학습량이지만 익힐 수만 있다면 그보다 든든할 수가 없다.

‘보통 NPC라면 이렇게까지 공부하지는 않겠지.’

도적의 분야는 방대하고 그 중 몇 가지만 터득해도 어엿한 한 사람의 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요령 부리며 적당히 나태하게 굴어도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악착같이 전 분야를 전부 습득하겠다며 매달리는 건 무모한 짓이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전 분야에 유능한 만능도적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걸 제로부터 육성해낸다.’

도적이 습득해야 하는 모든 스킬과 지식, 요령을 알고 있지 않으면 감히 시도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흠흠.”

이거 기분 끝내주네.

“어라. 보스. 웬일로 기분이 좋아 보이네?”

“잘도 눈치 챘군.”

“리나는 보스의 호위니까. 그 정도는 간단히 알 수 있지. 엣헴!”

기특한 녀석. 손가락으로 턱을 간질여주자 평소처럼 또 이거냐, 하는 뚱한 표정으로 제 얼굴을 맡긴다.

평화 그 자체.

이 이상 안온할 수가 없는 일상을 만끽한다. 뭔가 잊은 게 있는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나날이었다.

[새로운 공지사항(패치)이 도착했습니다.]

미궁세계에서는 처음으로 주어진 공지사항이다.

패치라니 뭔가 버그라도 있었던 건가.

이런 정보는 제때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가령 너프 된 무기를 뭣도 모르고 구매해봐라.

얼마나 열 받겠는가.

[공지사항(패치)]

1. 음식을 통한 무한 HP회복 차단

더 이상 전투 중에 밀가루를 무한대로 먹어치워 실시간으로 HP를 상승시킬 수 없습니다. 음식 유형의 아이템은 모두 체력회복 속도가 정해집니다.

또한 중복 복용 시 상승 폭이 감소하며, 과다복용 시 여러 종류의 디버프가 발생합니다.

추가로 사망리스트에 [과식]이 추가됩니다.

2. 불운한 전신 모자이크녀 페널티 경감

특정 능력치에 과도하게 올인하여 신의 질시를 산 게이머가 전신 모자이크를 부여받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본사에서는 이 게이머의 어리석은 도전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페널티를 한층 경감시켜 적용했습니다.

일정수치 이상의 능력치나 특정스킬을 습득한 자, 격을 이룬 자들은 전신 모자이크녀의 본래 외모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의사소통이 힘겨운 부분을 완화했습니다.

3. 특정 스킬의 비정상적인 작동에 대한…….

“…….”

뭔가 낯이 익은 문구가 하나 보이는데 기분 탓인가.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환각이 아니다.

전신 모자이크 괴생물체가 게이머였다고 한다.

‘그것도 여자였었냐!’

대체 무슨 능력치에 올인을 하면 그런 꼴을 겪는 걸까.

그보다 공지사항을 보니까 생각났다.

그 괴상한 모자이크녀도 언제부터인가 모습이 안 보였다.

게임을 접은 걸까.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고 하니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아쉽지만 게임 접은 사람을 불러올 방법도 없다.

“아지트에 있기도 지루하군. 도장에 가겠다.”

“리나도 따라갈게!”

내 입장에서야 당연히 환영이다.

인간사냥꾼의 기습을 겪은 이후로 호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실히 깨달았다.

리나는 그 때의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하며 이동 중에는 말 한 마디 없이 냉정하게 호위임무에 전념한다. 카이사르처럼 믿음직하다.

“거리 벌려.”

“뭐야, 이년은. 싸가지가.. 크아악!”

“두 번 경고 안 해.”

덤으로 카이사르처럼 손속이 무자비하다.

길에서는 내 반경 5m 안에 사람이 접근하기만 해도 단검에 손을 얹고, 4m 안에 접근하면 경고를 하고, 3m 안에 접근하면 달려들어서 벤다.

그만큼 악명이 높아지고 소동도 일어났지만, 천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경비대에 체포되는 일은 없었다.

“경비병! 경비벼어어엉!!”

손목이 잘린 남자가 악에 받혀 울부짖었다.

이거 독종이네.

더 호된 꼴을 당하려고 이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거기, 무슨 일이냐!”

빵집에서 빵을 사던 경비병이 허겁지겁 달려온다.

도망치면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흑산회 보스가 경비병이 두려워서 도망칠 수는 없지.

여기서 도망치면 당장은 무사하겠지.

만일 소문이 퍼지면?

흑산회 보스가 겁쟁이라는 소문이 퍼진다.

나를 적대하는 놈들은 내가 약하다고 판단하겠지.

공격을 받기 시작하고, 리나가 그걸 전부 막지 못하면 나야 꼼짝도 못하고 죽는다.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그냥 죽어버리겠지.’

컨트롤이 극악한 수준으로 안 되는데 무슨 수가 있겠어.

경비병이 암만 배짱 부려봤자 날 죽이진 않을 거 아냐.

“거기 당신들! 상해죄로.. 헉!”

경비병이 내 얼굴을 보더니 덜컥 멈췄다.

아.

이거 악명이 먹혔나보네.

“상해죄로... 뭐?”

“어... 으... 벌금 내기 싫으면 적당히 하고 가주세요.”

“…….”

경비병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났다.

“역시 보스는 대단해!”

속편하게 감탄하는 리나의 말에도 내 머리는 지끈거렸다.

경비병이 지레 겁먹을 정도로 악명이 올랐다.

흑산회도 언젠가 표적수사에 제대로 박살나는 거 아닐까.

“시시한 일에 신경 쓰지 마라. 도장으로 간다.”

우리는 도장으로 직행했다.

피를 본 탓인지 사람들은 우리만 보면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났다.

근데 그런 반응도 5분쯤 걸으니까 사라졌다.

소문이 퍼지질 않은 거다.

하기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도망치면서 “으아악! 저기 흉악하게 생긴 남자랑 자그마한 단검을 든 소녀가 사람 손목을 쳤다! 가까이 가면 손목이 날아갈 거야!”라고 외치겠어?

바로 그 때였다.

도장으로 가는 길 쪽에서 한 남자가 경기를 일으키며 달려왔는데, 그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으아악! 저기 전신이 기괴한 얼룩에 뒤덮인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가까이 가면 병에 걸릴지 몰라!”

진짜로 있네, 저런 사람이.

훌륭한 파발꾼이나 전령이 될 자질이 엿보인다.

“어서오십시오, 보스!”

“도장 쪽에서 몬스터가 나왔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아, 그거라면...”

교관후보생 한 명이 떨떠름해하며 안뜰을 가리켰다.

“저 안에 있습니다.”

“뭐?”

“카이사르 형님이 데려갔습니다.”

이 새낀 싸이코 아니랄까봐 뭔 몬스터를 줍고 다녀?

기가 막혀서 한 마디 하려고 찾아갔다.

몬스터는 안보였지만 대신에 비슷한 녀석은 보였다.

‘모자이크녀.’

방금 공지사항으로 떴던 그 게이머다.

접은 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가만 보니 손에 귀퉁이가 깨진 원반을 들고 있다.

“카이사르. 그 녀석이랑 원반으로 놀아주는 건 그만해라.”

“펫과의 놀이는 정서발달에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냐.”

“애완용 숍의 점원에게 들었습니다.”

“뭐...라고!?”

나는 진심으로 경악했다.

“그 애완용 숍의 점원은 어떻게 됐지?”

“어떻게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는 듯이 대답하던 카이사르가 돌연 눈초리를 살벌하게 번뜩였다.

나도 모르게 놀라서 그만 주춤거릴 뻔했다.

동기화 비율이 1%가 아니었다면 반응전달이 느리게라도 이루어져서 틀림없이 몸이 움찔거렸을 거다. 그보다 이 새끼는 왜 갑자기 눈을 희번뜩거리는 걸까.

“혹시 그 점원이 잘못된 정보로 저를 기만한 겁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니다.”

“그럼 보스는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 점원을 죽이라고 명령하신 겁니까?”

그딴 명령 한 적 없이, 이 미친놈아.

나도 모르는 부분에서 살인지령 캐치해내지 마라.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다. 네가 가게에 들어가서 평범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고 나왔다는 사실에.”

“보스는 절 대체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저도 가게에 들어가서 의사소통을 나누는 것 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필요하지 않아서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뭐?”

오늘따라 이 새끼가 날 여러 번 놀라게 하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어?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게 더 무섭네.

얘 말은 지가 무의식적인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의식적인 싸이코패스라는 거잖아.

생각만 해도 막 소름이 돋아서 어쩔 바를 모르겠다.

그냥 생각하기를 그만두자.

“아무튼 저 녀석이 거리를 돌아다니게 하지 마라. 주인 잃은 돈 귀신들이 보면 어떤 모략을 세워서 귀찮게 굴지 모른다.”

“알겠습니다.”

카이사르는 고유병기인 장검 [강철의 의지]를 뽑아들었다.

“날 원망하지 마라. 보스의 뜻이다.”

“잠깐.”

비장하게 모자이크를 향해 검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 뭘 하는 거냐.”

“보스께서 명령하지 않으셨습니까. 장차 후환이 될 애완동물을 당장 제거하라고.”

“이거야 원. 네 사전에는 정말로 중간이 없군.”

나는 확실하게 단언했다.

“저놈이 어떤 쓸모가 있을지 모르는데 곧바로 죽인다는 거냐. 당분간은 바깥에 드러나지 않도록 도장 안에 감춰서 사육하고, 쓸모를 찾으면 살리고 못 찾으면 죽여야지.”

“영민한 판단이십니다, 보스.”

모자이크녀는 구석에 쭈그려 앉아서 벌벌 떨었다. 정체를 모를 땐 마냥 무서운 녀석이었는데 게이머, 그것도 여자라는 걸 알게 되니까 좀 불쌍해 보이네.

그래도 선택을 번복할 생각은 없다. 게이머가 게이머를 죽여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는 이상은 말이다.

‘딱 잘라서 말하자면 로또지.’

게이머가 게이머를 죽일 시, 상대 게이머 시트지에서 총 CP값을 산출해내어 일정 비율의 CP를 환산 받는다.

PK를 해서 CP를 얻을 수 있다고.

적은 수고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PK를 하지 않을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게이머 열 중 셋은 전문 PK범이다.

‘그것도 이 녀석은 1등 복권일지도 모르는 놈이고.’

공지사항에서는 분명하게 이렇게 기재되어 있었다.

모자이크녀는 특정 능력치에 과도하게 올인하여 신의 질시를 산 결과, 저 꼬라지가 되었다고.

신이 질투를 할 정도로 막대한 능력치를 습득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CP값이 필요한 게 당연했다. 그것도 나와 필적하는 수준의 막대한 CP값이.

모자이크녀.

저건 못해도 전작기준 TOP 100위 안에 드는 랭커다.

그걸 지나가던 게이머가 잡게 할 수는 없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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