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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52화 (52/224)

00052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2)

게이머는 CP를 투자해서 즉각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NPC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게이머만의 특권이다.

여기서 골 때리는 부분은 바로 CP를 얻는 방법이다.

‘같은 게이머를 잡거나. 영웅급 NPC를 죽이거나.’

어차피 게이머나 영웅급 NPC의 대다수는 플레이를 하다보면 서로 경쟁관계나 적대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고, 승자는 강해진다.

문제는 이게 일정 선을 넘어서면 미궁공략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는 점에 있다.

저 혼자 강해지려고 CP주는 애들을 모조리 죽였다가는 강력한 동료나 한시적 동맹관계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을 모두 잃게 된다.

‘부하로 부리는 게 상책. 그럴 수 없다면 동맹관계나 식객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책. 그조차도 불가능하다면 남이 뺏기 전에 내 손으로 죽이는 게 하책.’

하책조차도 사용하지 못한다면 해당 게이머나 NPC는 또 다른 자의 부하나 동맹, 식객, 먹잇감 따위로 전락한다. 물론 모자이크녀도 그런 처지를 벗어날 수는 없다.

물론 모자이크녀한테 가서 ‘내가 게이머인데 널 부하로 부려먹을 거야. 싫으면 뒤져.’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언제 통수를 맞을지 모르는데 내가 게이머라고 밝혀?

‘확 죽여 버릴까.’

마음 같아선 후환을 제거하고자 죽이고 싶다.

그런데 공략파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전작 기준으로도 미궁의 심층지대를 온전히 공략하기 위해서는 영웅급 게이머나 NPC가 못해도 5명은 필요했다.

‘그때는 그걸 전부 내 부하로 채웠지만.’

공략 도중에 한 명이 죽는 순간부터 모든 게 망가졌다.

여분의 인원이 필요하다.

공략 도중 못해도 세 명이 죽는 상황도 상정해야 한다.

미궁의 끝을 보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최소 8명.

카이사르나 리나가 거기까지 성장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고작 2명에 불과하다.

어쩔 수 없군. 나는 모자이크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를 품겠다.”

“흐에엑!?”

오. 전에는 목소리도 괴물 같더니 이제는 그나마 인간으로서의 원형은 느껴지네.

“이, 이런 괴물인 나를 품겠다고...?”

“나는 가리지 않는다.”

인간이건 괴물이건 내 알바냐. 중요한 건 이 녀석이 영웅급 게이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보스.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괴물조차도 마다하지 않으시다니.”

카이사르 따위한테 그딴 소리 듣고 싶진 않다.

막장으로 치자면 너보다 심한 놈은 없어.

“시, 싫어요.”

모자이크녀의 앙칼진 거절이 돌아왔다.

이건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나는 고민 끝에 게이머가 아닌 ‘빌헬름 마이어’로서 다시금 설득을 시도했다.

“안기지 않으면 널 죽이겠다.”

“그런...! 저, 저는 카이사르 님의 펫이라고요! 부하의 펫을 멋대로 죽여도 괜찮은 건가요!”

“...”

이 여자, 살고 싶어서 터무니없는 핑계를 들고 나오네.

카이사르도 짐짓 불만을 피력했다.

“보스. 이 펫은 제겁니다. 펫을 품고 싶다면 보스의 펫에게 손을 대십시오.”

“내 펫?”

“절벽꼬맹이가 있지 않습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절벽꼬맹이가 살기어린 미소를 띠었다.

“죽고 싶냐, 앙!?”

고양이처럼 갸르릉 거리는 리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얌전히 굴어.”

“으, 응..”

“리나는 이미 내 거니까 당연히 품는다. 저 괴물도 내 부하의 펫이니까 당연히 품는다. 여기서 뭐가 문제냐.”

카이사르는 뜻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보스의 인성이 사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하의 펫마저 취할 정도로 탐욕스러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역시 보스다우십니다.”

“이 정도야 보통이지.”

“그럼 첫날밤은 오늘 치르시겠습니까?”

“...뭐?”

“첫날밤이 아니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취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니, 그보다 방금 그거 어감이 이상했잖아.

“어째서 밤에 취해야한다는 거냐.”

“너무하잖아, 보스!”

대뜸 리나가 화를 내었다.

“저 괴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런 괴물이 누구한테 범해졌을 리는 없으니까 순결한 상태일 게 분명하다고! 그런 상대를 무드도 없이 먹겠다는 거야!?”

“괴물 새끼가 순결하던 말던 무슨 상관이냐.”

“보, 보스는 남의 손을 탄 괴물이라도 상관없는 거야?”

웃기는 소릴 하고 있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영웅급 NPC들은 전부 영입불가다.

절반가량은 국가나 거대조직에 종속되어 있다고.

“과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품을 수 있으면 품는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역량뿐이다.”

“바보 같지만 멋있어... 역시 보스는 대단해!”

“범죄길드의 암살자인 너도 받아들인 몸이다. 새삼스레 저런 근본도 없는 괴물 한 마리 품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갑자기 리나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베베 꼬았다.

“보, 보스으.. 갑자기 그런 소릴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어..”

“음? 부끄러워하는 건가.”

부하가 된지도 한참 지난 녀석이 이상한 걸로 수줍어하네.

나는 고개 숙인 리나의 턱을 손가락으로 올렸다.

홍시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럴 겨를도 없도록 확실하게 조교해주지.”

“조, 조교...!”

“단단히 각오하도록. 오늘은 5시간이다.”

리나는 긴장한 나머지 두 눈을 질끈감았다.

나는 그런 리나를 들어 올려 내 무릎 위에 앉히고는...

턱밑을 간질여주었다.

“…….”

리나는 이번에야말로 뚱한 표정을 지었다.

“보스. 이건 무슨 의미야?”

“조교다.”

“그럼 리나를 품는다던 말은...?”

“부하로서 품었다. 넌 내 부하니까 당연히 품는다.”

“갑자기 그런 소릴 들어서 깜짝 놀랐잖아!”

그런 소리라니 뭔 오해를 했다는 건지 원.

그렇고 그런 생각인가.

그 의미를 깨닫자마자 나는 소름이 와르르 돋았다.

“카이사르. 오해다.”

“알겠습니다. 뒷말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지켜보는 사람은 없도록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그만 둬. 착각이다!”

“죄송합니다, 보스. 제 펫과 보스가 잠시 각기 다른 이유로 단둘이 행방불명이 될 예정임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수련생과 교관들이 도장을 나가지 못하도록 단속하겠습니다.”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야!”

카이사르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보스. 아무리 그래도 첫날밤도 데이트도 없이 몸부터 취하고 보는 건 너무 야만적이지 않습니까?”

“이놈의 몸 따위는 필요 없어!”

“감정을 유린하고 착취하실 계획이십니까. 과연 보스답습니다. 괴물의 감정을 유린하려는 인간은 보스뿐일 겁니다.”

“마음도 필요 없어!”

“원한다면 언제든지 괴물의 몸과 마음을 모두 취할 수 있다는 겁니까. 이래야 제 보스답지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대악당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틀렸어. 이놈이랑 말을 섞을수록 내가 쓰레기가 되잖아.

역시 오해를 풀려면 당사자를 공략해야 한다.

“괴물.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의 추악한 몸뚱이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흥. 나중에 후회할걸요?”

“재밌는 소릴 하는군. 내가 네 형편없는 괴물 몸뚱이를 품지 못해서 후회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모자이크녀는 빼액 소리쳤다.

“당연하죠! 제 매력이 얼마나 높은 데요!”

“얼마나?”

“여신이 질투할 만큼!”

카이사르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미친 괴물이군.”

“미치지 않았어!”

“감히 주인에게 큰 소리를 치다니.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한 것 같군.”

카이사르가 채찍으로 땅을 후려쳤다. ‘짜아악!’하는 흉악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채찍 모양으로 파였다.

저딴 힘으로 채찍질을 했다간 모자이크고 뭐고 몸이 찢겨져나갈 게 자명했다.

“저, 저기요. 그런 거에 맞으면 저 죽는데요.”

“호칭이 잘못되었다.”

“뭐,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

“주인님.”

“…….”

게임에 들어와서 NPC를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할 때의 심정은 과연 어떤 심정일까.

다른 건 몰라도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쌍하게 보인다는 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전직 랭커면 동기화 비율도 높아서 고통을 받으면 체감하는 강도도 높을 터. 맞는 게 무서워서라도 카이사르한테 개기지는 못할 거다.

“잘못했어요, 주인님.”

“말로만?”

“대체 뭘 바라시는 거예요? 서, 설마 당신도 제 몸을!”

카이사르는 미간을 찌푸리며 땅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마주 미간을 찌푸렸다.

“도장 바닥에 침 뱉지 마라.”

“알겠습니다.”

“뱉은 것도 치워.”

카이사르는 모자이크녀에게 명령했다.

“핥아.”

“네?”

“보스의 말이 안 들리는가? 핥아서 치우라고.”

뭐 이런 파격적인 또라이가 다 있지.

기가 질릴 지경이다.

그냥 두면 쟤 정말로 카이사르가 뱉은 침을 핥고 자괴감에 빠져서 게임 접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곤란하다.

잘 키워서 이용해먹어도 모자를 판국에 그리 허망하게 영웅급 게이머가 될 자질이 있는 놈을 잃을 순 없지.

“카이사르. 좀 더 펫을 아껴라.”

“보스. 펫을 편드는 겁니까?”

“생각을 해라. 펫은 언제나 네 주변을 돌아다니는 녀석이다. 그런 놈이 불결하게 흙이나 침을 핥고 다니며 흙냄새를 풍기면 기분이 어떨 거 같나.”

“죽이고 싶은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그래. 기분이 더러워진단 말이지. 그러니까 좀 더 펫을 아껴라. 단내라도 풍기면서 기분 좋은 향도 나고 하면 데리고 다니면서 펫도 즐거워하고 네 기분도 좋아지잖아.”

카이사르는 싸가지 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귀찮은데 그냥 도축해서 잡아먹으면 안 됩니까?”

“안 된다.”

미친놈아 그거 사람이야.

“너는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말을 책임지지 못하는 그런 가벼운 남자였는가?”

“아닙니다. 실언이었습니다. 잊어주십시오.”

잊어주지 않으면 때려죽일 것처럼 노려본다.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 고마워요 보스...”

“뭘. 이 정도야 펫을 기르는 입장에서 당연히 알고 있는 상식이다.”

“펫이라는 게 설마 그 여자아이 말인가요?”

“그럼 리나 말고 누가 더 있지?”

“…….”

표정이 안 보이는데도 모자이크녀의 얼굴이 썩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저기, 보스.”

“뭐냐.”

“보스도 리나를 그렇게 만들고 싶은 거야?”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단내라도 풍기면서 기분 좋은 향도 나고. 리나도 즐거워하고 보스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 거야?”

“그런 거다.”

“풋. 리나는 보스가 소시지라도 먹이는 줄 알았지. 다행이야. 그런 거라면 싫지 않을지도.”

눈을 감으며 선심 썼다는 듯이 턱을 맡긴다.

얘도 참 희한한 녀석이네.

따스한 햇살 아래에 몸을 누인 고양이처럼 만족스러워 보인다.

[리나의 호감도가 5 상승합니다.]

[현재 호감도 : 27]

[리나의 호감도가 일정수치(25)를 돌파했습니다. 리나가 당신에게 품는 한 가지 감정에 보정이 주어집니다.]

[보정감정 : 애정]

[리나는 당신에게 보통 이상의 애정을 품습니다.]

그런데 이건 좀 무섭다.

시스템이 말하는 ‘보통 이상의 감정’이 얼마나 보통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있는지는 이미 감을 잡았다.

애정으로 치자면 손이나 잡던 사이에서 1단계 감정보정이 주어지면 단번에 몸을 섞고도 남을 수준으로 급진전한다.

‘이거 2단계가 되면 어쩌지.’

결혼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애정을 보일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호감도는 100까지 있단 말이지.

25 단위로 감정보정이 계속 주어지면 3단계(75)랑 4단계(100)는 결혼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당신은 영원히 나와 함께야, 라면서 심장을 도려내서 잡아먹고 막 이러는 거 아닐까.

암살자 클래스인 리나한테는 의외로 있을법한 일이다.

시발. 그거 얀데레잖아.

============================ 작품 후기 ============================

얀데레는 상대가 자신에게 소홀하지만 않으면 메가데레가 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주사위를 굴려서 스토리를 짭니다.

즉, 리나는 50% 확률로 얀데레가 될 수 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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