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7)
흑산회의 임시 조직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리나라는 그 꼬마애. 나이가 어리면서도 카이사르 형님과 같은 간부였었지?”
“분명 기억하고 있어. 그 애가 청학도장의 간부 셋을 하룻밤 사이에 모조리 암살해버린 거.”
“듣기로는 카이사르 형님이 6강의 일원인 수전노 쉔을 격살시킨 현장에도 동행했다는데. 그런 자리까지 보스가 데려갈 정도면 엄청난 실력자인 거 아니야?”
그리고 그들은 그런 고수를 상처하나 없이 데려와야 한다.
“우리가 그 꼬맹이 간부님이랑 싸울 것도 아닌데 그게 뭔 상관이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역시 그렇겠지. 일단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전혀 감이 오지 않으니까...”
“그냥 60시간 지나면 그분이 알아서 오시는 거 아니야? 왜 구태여 우리가 찾아야하는 건데?”
한 번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자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불만을 쏟아내었다.
상대가 일반인이라면 차라리 발품을 팔아서라도 찾아보지, 리나는 무려 암살자 클래스였다.
암살 외에는 젬병이라고 해도 암살에는 엄연히 ‘잠행’이나 ‘변장’ 따위도 포함되어있다. 작정하고 변장하고 잠행하며 돌아다니면 무슨 수를 써도 찾을 길이 없다.
“그만!”
망연자실한 부하들을 단속한 자는 임시조직원 가운데 유일하게 주요 조직원으로 승격된 마크였다.
“너희들은 접근법 자체가 잘못되었어!”
“마크형님! 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리나 간부는 카이사르 형님에 필적하는 실력자다! 그 분은 이제껏 단 한시도 보스의 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전속호위였지.”
조직원 몇 명이 손을 번뜩 들었다.
“마크형님. 저 그 꼬맹이가 화장실 가는 거 봤습니다.”
“정오에 낮잠 자는 거도 봤슴돠.”
“도장에서는 시간 때우기 귀찮다고 저한테는 재밌는 춤이나 춰보라고 하던데요.”
마크뿐만 아니라 조직원 전원이 마지막 말을 한 녀석을 돌아보았다.
“춤을 췄다고?”
“예...”
“이런 가오도 없는 새끼가. 조직원이라는 놈이 춤추란다고 예, 하고 춤을 춰? 아이고.”
마크가 뒷목을 부여잡자 조직원이 울컥해서 따졌다.
“그럼 형님은 어쩔 겁니까.”
“뭐가.”
“리나 간부가 춤추라고 시키면 거절할 겁니까?”
마크는 자신도 모르게 상상해보았다.
리나가 그에게 다가와 춤추라고 하는 모습을.
호쾌하게 거절하는 건 쉽다.
대신 ‘그래?’하고 못마땅해 하더니 슉 하고 단검을 날린다.
퍽 하고 미간에 단검이 꽂히더니 상상이 끝나버렸다.
“...뭐, 춤은 됐어.”
자기도 피할 수 없는 시련을 밑의 녀석이 못 피했다고 갈구는 건 부조리하다.
리나의 명령에 불복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카이사르와 보스뿐이다.
불편한 화제를 피하고 싶은 건 모두 같은 마음인지라 마크는 본래 화제로 말을 돌렸다.
“아무튼 그런 전속호위가 장시간 자리를 비웠다. 그것도 보스가 찾으라고 직접 지시할 정도라면 보스의 일을 해결하고자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니란 말이다.”
그제야 조직원들도 위화감을 깨달았다.
“보스의 명령이 아니면 어째서 자리를 비운 겁니까?”
“그것도 보스의 곁을 언제나... 되도록 오래 지키려고 노력하던 간부가.”
“어디 가서 당할 만큼 약한 것도 아닌데…….”
문득 조직원 하나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혹시... 배신?”
급박하던 분위기가 단번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보스께서는 상처 하나 없이 데려오라고 하셨다. 우리 보스는 만일 배신자라면 팔다리를 잘라서 개목걸이를 채우고 끌고 오라고 하실 분이야.”
“확실히... 저희 흑산회 보스는 무자비함의 극을 달리는 분이죠. 카이사르 형님이 저지르는 짓은 언제나 보스가 명령하는 것들이니까요.”
“배신이 아니라면 이거 납치 아닙니까?”
많은 조직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맙소사. 그 괴물같이 강한 꼬맹이를 납치라니. 그런 게 가능할만한 상대는...”
“검은 왕관! 수전노 쉔의 조직!!”
“비열한 녀석들! 아직 어린 꼬맹이를 조직의 간부라는 이유로 납치까지 하다니.”
그저 비분강개하는 임시조직원들과 달리 마크는 입술까지 덜덜 떨며 말했다.
“검은 왕관의 취급분야가 뭐였지?”
“예? 그거야 암시장에서 판매할 노예를 확보하고...”
이번에야말로 모든 조직원들의 낯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럼 60시간이라는 건...”
“골든타임. 구출 가능한 시간제한이 틀림없어.”
“그 시간이 지나면 꼬맹이 간부는...”
노예가 된다.
그것도 블랙마켓의 암시장에서 고위 권력자나 강대한 힘을 지닌 모험가, 혹은 막대한 재력을 갖춘 거부들에게.
한 번 팔려나간다면 구출은 두 번 다시 불가능할 게 틀림없다. 가장 깊은 심처까지 끌려가서 누구도 모르게 감금된 채로 온갖 변태적인 플레이를 강요당하다가 처분될 거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60시간이 경과하고 조금 더 있으면 블랙마켓이 오픈할만한 시간이야.”
다른 임시조직원들과 달리 마크는 전 조직에서도 간부직에 있던 몸이었다.
당연히 정보량이 다르다.
그는 블랙마켓에 일반회원증을 지닌 전 조직 보스의 간부로서 혹여나 일어날지 모를 구매한 상품의 강탈을 막고자 블랙마켓에 참가해본 적도 있다.
“그래. 보통 일이라면 카이사르 형님에게 직접 지도받은 우리들이 모두 나설 필요도 없었겠지. 그걸 보스가 전부 소집해서 명령하는 건 그만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단순한 사람수색이 아니다.
“블랙마켓이 개장하기 전까지 검은 왕관이 어딘가에 감금하고 있을 꼬맹이 간부를 구해내야 한다!”
“그걸 어떻게 하죠? 보스는 아무런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바보 같은 녀석! 그걸 어떻게든 해내라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험임을 눈치 채지 못했는가!”
이런 긴박한 상황에 아직도 기초적인 부분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니. 마크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멍청한 놈에게 불같이 화를 내었다.
“흑산회의 보스와 행동대장 카이사르 형님은 불가능에 가까운 전력차를 뒤엎고 수전노 쉔을 공개석상에서 격살했다! 그런 흑산회의 부하가 되기를 자처한 게 우리들이다!”
“그건...”
“그렇다면 우리들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전력비를 뒤엎고 흑산회의 정식조직원이 될 자격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스는 잠시 보류한 우리 목숨을 수확하겠다는 거다!”
“크윽!!”
“임시조직원인 너희들은 물론이고 너희들을 총괄하는 나 역시 무능하다고 인식되면 언제라도 사살당할 지 몰라! 우리들의 보스, 빌헬름 마이어는 엄청난 실력을 숨긴 고수니까!”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빌헬름 마이어는 조직원 열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들며 사방에서 칼질을 하면 저조한 반응속도 때문에 맥을 못 추리고 당한다.
그러나 그가 지닌 카리스마와 악명, 심상치 않은 기백과 나른한 태도가 감히 그에게 덤벼들만한 용기를 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설령 그런 마음을 품더라도 이제는 죽고 싶지 않으면 참아야 한다고 여길 정도로 그가 고수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해졌다. 임시조직원들은 치를 떨면서도 고개를 푹 숙였다.
“마크형님. 저희 그냥 도망치면 안됩니까?”
“뭐?”
“검은 왕관이 주인을 잃었다고 해도 오죽 거대한 조직입니까. 저희는 보스나 카이사르 형님과는 다릅니다. 살려면 여기서 도망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크는 헛소리를 내뱉은 놈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이 자식이!”
“억!”
“이미 한 번 조직을 배신하고 갈아탄 우리들이다! 흑산회가 아니면 어디로도 갈 곳 따윈 없어!”
“그렇지만 이대로는 죽는다고요!? 마크형님도 죽는 건 싫지 않습니까!”
“물론 죽는 건 싫다! 하지만 비겁자라 불리며 영원히 암흑가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된다면, 이 나이가 되도록 무엇 하나 스스로 해본 적 없는 우리가 뭘 해먹고 살 테냐!”
마크는 지극히 냉정하게 지적했다.
“우리는 쓰레기다! 사회의 암이다! 그런 우리가 보스나 카이사르 형님이라는 의지할 수 있는 기둥조차도 없이 전부 홀로 흩어진 채 감자라도 캐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 빈곤한 나날이 싫어서 브람에 올라오고,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조직에 몸을 담그지 않았는가!!”
뼈에 사무치는 외침이다. 마크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기에 더욱 가슴 속 깊이 와 닿는 말이었다.
부하들은 이제 눈물까지 흘리며 꺼이꺼이 울었다.
“그럼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마크형님!”
“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가 인생역전의 마지막 기로다.”
“마크형님... 진심이십니까?”
“진심이다. 카이사르 형님은 이미 우리에게 신뢰를 보냈다. 자신의 무술을 전수받은 우리라면 분명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해주셨다. 보스의 절대명령권을 받을 각오마저 하면서!”
“절대명령권이라면…….”
분명 히드라보다 더한 괴물을 토벌하라는 지령을 내리고도 남으리라 생각했던 그거였다.
분을 참지 못한 보스가 어비스의 악마를 포획하라는 임무라도 내리면 카이사르와 그들은 전부 죽는다.
카이사르는 그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사태마저도 각오한 것이다.
“제길...! 우리가 어리석었어. 카이사르 형님은 우릴 믿고 그런 위험까지 감수했건만!”
“그릇이 달라. 그분이야말로 우리들의 진정한 큰형님이야.”
“해봅시다, 마크 형님! 건장한 남아로서 받은 기대에는 부응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의욕이 솟구쳤다.
사기는 최고조.
지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뭘 하면 됩니까?”
“리나 간부를 구출한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건…….”
“…….”
근데 뭘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검은 왕관은 강성한 조직이고, 높은 의욕만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온갖 이권이 모여드는 미궁도시 브람에서도 6대 암흑조직에 속할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 아니던가. 거기에 정면으로 싸움을 걸었다간 그날로 떼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단은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던 인원을 추려서 블랙마켓의 암상인들이 노예를 보관할만한 장소를 찾고 그곳을 모두가 힘을 합쳐 급습한다.”
“이길 수 있을까요?”
“노예보관소에도 병력은 있겠지만 정확한 장소만 안다면 교전횟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어. 어쩌면 다른 책략을 모색해서 보관소의 병력을 유인하고 그 틈에 구출할 수도 있지.”
관건은 정보를 얻는 것.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덤으로 보스와 카이사르는 작전지원비 따위는 단돈 1골드도 주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딴 짓을 하라고 시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크와 조직원들은 알아서 납득했다.
“보스와 큰형님도 무일푼으로 강대한 적들에게 맞서 싸워 이긴 결과로 전리품을 얻었지. 지원금이 없는 건 우리들의 능력을 증명해보이라는 의미다.”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없더라도 해내야만 한다. 죽을 각오를 다해서라도!”
주어진 시간은 불과 60시간.
단기간에 노예보관소의 위치정보를 구매할 정도로 많은 돈이 필요하다.
“정보를 팔만한 녀석은 알고 있지만, 놈을 매수하려면 못해도 천 골드는 필요해.”
한화가치 10억.
그만한 거금을 단기간에 벌어들여야만 한다.
“상단이라도 털까요?”
“안 돼. 경비대까지 꼬여들기 시작하면 파멸이야.”
“하긴 시간도 없는데 추적도 받으면 힘들겠죠.”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서 대량의 돈을 벌어들인다.
그런 편리한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빌릴까요?”
“누가 빌려줘? 우리들의 뭘 담보로 걸고? 게다가 고리대금업자들은 전부 수전노 쉔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지. 전부 검은 왕관의 산하조직원일 게 분명해.”
“강탈도 안 되고 빌릴 수도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마크는 고뇌 끝에 답을 찾았다.
“들키지 않으면 범죄는 성립되지 않아.”
“그렇다는 건...”
“금화를 강탈하고 목격자는 제거한다.”
보스 빌헬름 마이어. 게이머 이호연의 의지와는 백만 광년 쯤 떨어진 충격적인 목표가 설정되었다.
============================ 작품 후기 ============================
싸이코의 부하도 싸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