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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58화 (58/224)

00058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8)

마크와 임시조직원들은 털어먹을 가게를 모색했다.

우선 경비대가 출동하지 않을 인적 드문 곳이어야 한다.

동시에 자신들의 힘으로 목격자를 전부 해치울 수 있는 장소일 필요가 있다.

결정적으로 가게에서 턴 금액으로 정보를 구매할만한 거금 1천 골드를 습득할 수 있는 가게여야만 한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만한 가게가 뭐가 있는지 고민하기를 얼마간.

마침내 그들은 답을 찾아내었다.

“동쪽지구 암흑가의 불법상점!”

시청에서 정식인가를 받은 번듯한 가게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 그런 가게라면 경비대도 출동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런 곳은 수입도 많다.

대신 가게주인이 엄청나게 강하다거나, 특수한 인맥을 지니고 있거나, 가게를 지키는 경호원을 부리고 있기에 아무나 함부로 덤볐다간 피만 보게 된다.

“불법상점이라면 뭐든 하나만 털어도 천 골드쯤이야 가볍게 들어오겠지만... 정말 우리들만으로 할 수 있을까요?”

임시조직원들이 약한 소리를 하는 것도 당연했다.

불법상점은 노점상과는 다르다.

주인이나 보디가드가 정말로 세기에 이런 누추한 곳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래도 할 수밖에 없어. 단번에 쳐들어가는 거다!”

“오오오!”

벌컥!

88명의 임시조직원이 문을 박차고 우르르 난입했다.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남자가 깜짝 놀랐다.

“뭐야, 뭐야!?”

“죽어!”

임시조직원들은 문답무용으로 기습을 가했다.

빠악!

식사를 하던 사람은 불시의 기습을 받아 쓰러졌다.

“이, 이겼어!?”

“이렇게나 쉽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식사 중에 대뜸 사람이 수십 명이나 들이닥쳐서 기습을 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본신의 실력과 무관하게 전투에서 이길 만도 했다.

당연히 그 결과는 시스템도 인지하였다.

덤으로 이들은 흑산회의 임시조직원.

보스에게 이 정보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도 당연했다.

* * *

[임시조직원들이 불법상점의 주인을 죽였습니다.]

양치질을 하던 손이 우뚝 멈췄다.

미친.

리나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쟤들은 저기서 뭐하는 거야.

“어이, 그쪽의 너.”

“부르셨습니까.”

“이 근처에 불법상점이 있었나?”

백보도장의 교관 한 명이 어리벙벙해하였다.

“불법상점은 동쪽지구에 대거 존재한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을 찾으려고 불법상점 주인을 죽이는 건 어떤 상황일 거라고 생각하지?”

“어... 음. 가게주인의 취급물품이 노예인 거 아닙니까?”

노예! 교관의 말에 닫혀있던 사고가 확장되었다.

확실히 그런 경우는 예상조차도 못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리나가 노예로 붙잡혔을 리는 없지.

마음만 먹으면 범죄길드의 수색도 전부 피하고 있다고.

쓰레기통에 몇 시간이고 박혀있을 정도의 근성도 있는 걸.

자력으로 나오지를 못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

어떻게든 한번만 걸리면 꼼짝도 못하고 잡혀가는 거잖아.

‘아니 아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이상하잖아.

휴가까지 줬는데 쓰레기통에 박힐 이유가 뭐가 있는데.

범죄길드에 걸리기라도 하지 않는 한 무리다.

“혹시 누군가 노예로 팔려가기라도 했습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럼 관련인들을 죽이기만 해서는 곤란할 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윗선에서 노예를 숨기고 도망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정말이다.

노예를 취급하는 라인이라면 충분히 그럴 법도 하다.

덤으로 그런 부류의 머리는 암시장이다.

공교롭게도 수전노 쉔의 조직 [검은 왕관]은 최대규모의 암시장을 지니고 있다.

자칫 잘못했다간 모처럼 구한 폭약을 써보는 일도 없이 블랙마켓의 개최일이 연기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노예공급처 하나가 끊긴다고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겠지만.’

역시 과민하게 반응했나.

[임시조직원들이 불법상점의 주인을 죽였습니다.]

[임시조직원들이 불법상점의 주인을 죽였습니다.]

[임시조직원들이 불법상점의 주인을 죽였습니다.]

조금도 과민하지 않았다.

지금 과민한 건 내가 아니라 저놈들이라고!

트러블메이커 카이사르에게 휘말리며 얻은 직감이 마구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뭔가 수를 내지 않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라고.

나는 고민 끝에 줄곧 대화를 나누던 교관에게 조직원들에게 내릴 지령을 전달하였다.

* * *

교관 사이토가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13명 째 점주가 화장실에서 비참하게 살해된 뒤였다.

“아니, 점주들을 왜 이리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다니신 겁니까?”

“돈이 필요해서 그랬지.”

“불법상점이면 소지한 돈도 엄청나게 많을 텐데요. 이렇게 잔뜩 죽일 필요가 있습니까?”

사이토의 물음에 임시조직원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돈이 안보여.”

“예?”

“어디에 숨겨뒀는지 찾을 수가 없다고.”

불법상점에는 돈을 담아두는 카운터보관함 따위도 없다.

물품에 정해진 가격도 없다.

그냥 주인 멋대로 가격을 매기고 팔아서 지 좋을 곳에 숨겨둔다.

“물어보고 죽이면 됐잖습니까?”

“안돼. 그건 무서워.”

“...예?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여 놓는 건 안 무섭고요?”

“그건 안 무섭지.”

“기준을 모르겠네요, 정말.”

사이토는 답답함에 제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쳤다.

이놈들이랑 말을 섞으면 속에 돌이라도 들어찬 것처럼 괴로워졌다.

“지금부터는 어쩔 생각입니까?”

“남은 불법상점도 죄다 족칠 생각인데.”

“한 명만 포획해주세요.”

“싫어. 그럼 이쪽에서도 죽는 인원이 나오잖아.”

“검은 왕관과의 접선은 어떻게 하려고요?”

임시조직원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걔네랑 접선을 왜 해?”

“으아아! 불법상점은 장물을 취급하잖아요! 이쪽업계 주인장들은 모조리 판매자 자격으로 참가한다고요!”

“그럴 수가!! 마크형님을 불러오겠다. 여기서 기다려!”

알고 저지른 것도 아닌가.

진짜 돈이 필요해서 이렇게나 잔뜩 사람을 죽이다니.

교관은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보스는 제법 머리가 좋아보였는데 아랫것들은 엉망진창이네. 조직에 머리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험악한 암흑가에서도 머리를 쓰는 지능형 범죄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조직에서 책략가역할을 하는 사령탑은 대게 보스 하나뿐이다.

지나치게 머리가 좋은 놈을 아래에 두었다가는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

조직원들이 멍청한 짓을 저질러서 자칫 흑산회가 망하기라도 했다가는 곤란하다.

흑산회가 무너지면 백보도장도 다른 조직에 먹힌다.

교관에게 무술을 전수하는 카이사르 같은 대범한 간부도 사라지고, 거액의 보상을 약속하고 그대로 지불하는 신뢰할 수 있는 보스도 사라진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보스께서 보냈다고?”

“사이토입니다.”

“마크. 이놈들을 인솔하는 정식조직원이다.”

마크는 대머리에 묻은 땀을 손수건으로 슥 훑어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불법상점의 점주를 죽이는 게 검은 왕관과 접촉하는..”

“풉. 아앗, 죄송합니다.”

“어이.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비웃는 건 너무하잖아.”

마크는 짐짓 못마땅해하면서도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

“아무튼 놈들과 접촉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예. 사실입니다.”

“우리가 돈을 모으던 이유는 리나 간부를 납치한 놈들의 정보를 사기 위해서였다. 검은 왕관의 노예보관소만 파악한다면 어떻게든 구출하는 건 가능하니까.”

“예에!? 그 꼬맹이가 납치되었다고요?”

“리나 간부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보스의 곁을 호위하던 로브 눌러쓴 음침한 녀석 있잖아.”

사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아이스크림이나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다니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귀여운 여자아이였죠.”

“뭐야. 그런 귀여운 꼬마아이는. 그런 거 몰라. 다른 애랑 착각한 거 아니야?”

“그냥 조직의 간부라서 무섭게 보인 거 아닙니까? 저야 관계자가 아니니까 보이는 대로 봤을 뿐이니까요.”

리나에게 그런 귀여운 면모가 있었다니.

마크는 진지하게 감탄하였다.

“아무튼 블랙마켓의 접선책이 온다면 뒷일은 간단하겠어.”

“뭘 어쩌실 작정입니까?”

“접선책을 사로잡아서 노예보관소 위치를 캐고, 그대로 노예보관소에 쳐들어가서 꼬맹이 간부를 구출하겠어.”

사이토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왜 그러지?”

“실은 여기에는 보스의 지령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보스의 지령?”

“예. 너희의 방법은 잘못되었다, 라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실행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마크님도 지령이 내려지기 전부터 보스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셨군요.”

“과연.”

빌헬름 마이어는 일단 이 미친놈들의 학살극을 말리고 싶었다. 엄한사람 좀 그만 쳐 죽이고 다니라는 의미였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토는 감탄하였다.

보스는 이미 이들이 노예보관소의 위치를 찾으려고 이 얼간이들이 살육을 저질렀음을 간파하고 방향을 돌려서 접선책을 죽이라고 충고까지 내린 것이다.

“납득했다. 접선책을 고문한 뒤에 죽이라는 말이었군.”

“바로 그겁니다. 접선책을 고문.. 예?”

“분명 지금까지는 흑산회의 행동치고는 지나치게 흐르는 피가 적었지. 접선책을 죽이고 좀 더 과격하고 살벌한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의미임이 분명해.”

사이토는 입을 쩍 벌렸다.

“그, 그런 겁니까?”

“그런 거다.”

“역시 흑산회는 무시무시하군요.”

부하들은 멍청해서 엄한 사람을 족치느라 피를 많이 흐르게 했지만, 보스는 보다 많은 피를 흘리며 공포를 유발하고자 살인지령을 내린다.

그 차이는 사이토에게 사뭇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제 역할은 보스의 지령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이었습니다만... 괜찮다면 좀 더 일을 거들고 가도 됩니까?”

“으음?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냐. 이제부터는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을 텐데. 검은 왕관의 접선책을 전부 사로잡고 고문한 뒤에 죽일 거라고.”

“이래보여도 머리 쓰는 일에는 제법 일가견이 있습니다. 무술이라면 백보권도 전수받았으니 분명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사이토는 욕심이 생겼다.

마크는 다른 놈들보다는 머리가 돌아가는 모양이지만 전투지휘와 머리 쓰는 일을 동시에 하는 건 몹시 힘들다.

거기에 손을 거들어 흑산회의 보탬이 된다면 공을 인정받아서 단순한 교관자리보다 높은 보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확신했다.

‘그래. 보스가 나 정도의 고급인력을 고작 전령으로 활용한 것도 분명 이런 이유였을 거야. 최선을 다해 지략을 발휘해서 흑산회에 공헌하겠어!’

빌헬름 마이어는 폭주하는 부하들을 수습하고자 교관을 보냈을 뿐이었다. 결코 거기에 한 손 거들어서 거나하게 날뛰라는 의도는 없었다.

머리가 좋은 사이토라면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금방 그 사실을 눈치 챌 수도 있었다. 공을 세우겠다고 욕심이 잔뜩 생긴 상태로는 그걸 눈치 채는 건 도저히 무리지만.

이미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기 시작한 사이토는 작정해서 접선책들을 끌어들이고 사로잡을 책략을 세웠다.

* * *

[흑산회에 임시책략가 ‘사이토’가 합류했습니다.]

[조직원 마크가 사이토가 입안한 작전 ‘검은 쥐 포획’을 실행합니다.]

[검은 왕관의 접선책을 3명 사로잡았습니다.]

나는 홧김에 들고 있던 목검을 내던졌다.

“시발!”

말리라고 보낸 새끼가 왜 임시책략가로 합류한 거야.

뭐야 저 새끼.

심지어 작전까지 입안해서 성공했다고.

============================ 작품 후기 ============================

쓸데없는 방향으로만 유능한 부하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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