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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59화 (59/224)

00059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9)

자신의 부하가 예상치 못한 재능을 발휘하여 성공한다면 반드시 기뻐해야 할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부하의 공적이 자신에게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

흑산회는 내가 보스니까 그런 방향의 걱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카이사르와 리나라는 강력한 두 부하가 있는 한 내 지위가 위협받을 걱정은 없다.

‘근데 이건 아니잖아!’

어째서인지 멋대로 책략가로서의 지혜를 발휘하기 시작한 교관 한 명이 검은 왕관의 접선책을 사로잡았다.

불 끄라고 보냈더니 석유를 콸콸 들이부으며 불바다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카이사르.”

“부르셨습니까.”

“사이토를 데려와라.”

카이사르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냐, 그 반응은.

너 따위가 감히 내게 명령을? 이라는 느낌인데.

“어디서 데려오면 됩니까?”

그냥 기분 탓이었나 보다.

괜히 머쓱해지네.

“불법상점.”

“사이토가 왜 거기에 있습니까?”

“리나를 데려오라고 보낸 놈들이 사고를 치고 있다. 이대로는 검은 왕관의 역습을 받고 죄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자신이 없는 겁니까?”

“뭐?”

뜬금없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래는 거야 이 새끼는.

“저는 손을 쓰지 않아도 놈들이 자력으로 알아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니면 구태여 저를 보내려는 목적이 따로 있는 것 아닙니까? 가령 이 내기는 조직원들만의 힘으로 해낸 게 아니니 무효다, 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카이사르는 약자를 멸시하는 눈을 하며 피식 비웃었다.

진짜 열 받네.

알고는 있었지만 이 녀석은 상당히 재수 없다.

“꽤나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어떻게든 명령하신다면 가드리기는 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비열한 수를 썼지만 대범한 내가 이해해주지.

그래도 진 건 너다.

그렇게 말하는 오만한 눈을 보면서 어떻게 가라고 말해.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

어차피 사람이 필요해서 임시로 받아들인 놈들이다.

이제 와서 사건에 휘말려 죽어버린들 상관없다.

“좋다. 이제부터는 그놈들이 무슨 짓을 해도 60시간동안은 절대로 관여하지 않겠다.”

“확답하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대신 너 또한 60시간동안에는 그놈들이 무슨 일을 겪든지 결코 관여해서는 안 된다. 내기당사자가 내기의 승패를 결정지을 놈들에게 직접 접촉할 수는 없으니까.”

카이사르는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였다.

“그 말은 저도 부하를 보내서 지령을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까?”

“그렇다. 나도 한 번은 했으니 네게도 한 번은 기회를 주지.”

“그 부하는 지금 있는 부하여야만 합니까?”

말로만 들으면 60시간 내에 새로운 부하를 받아들이고 그 놈을 이용해서 뭔가 해보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럴 필요는 없다. 다만 60시간 동안은 도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새 부하를 만들고 싶거든 도장 안에서 만들어야만 하지.

덤으로 우리 도장에 오는 실력자는 전혀 없다.

있는 건 교관이랑 수련생뿐인데 실력자가 어디 있겠어.

“우와아아앗!? 저, 저, 저 사람! 미궁 6층까지 혼자서 공략을 진행하는 격투가 데이고르잖아!”

“흑산회에 도전을 하러 오셨다고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곧 카이사르님을 불러오겠습니다!”

바깥에서 교관들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들렸다.

“…….”

진짜냐…….

기가 막히는 우연에 할 말을 잃었다.

카이사르는 보란 듯이 썩소를 지으며 나섰다.

“마침 괜찮은 실력을 지닌 애송이가 왔나봅니다. 좀 더 기뻐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보스?”

“운 좋은 녀석.”

앞마당에 나가자 하얀 무복에 댕기머리를 한 근육질의 여자가 정중한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창해권의 달인, 데이고르라고 하오.”

교관들은 데이고르를 보며 수군거렸다.

“데이고르라면 요즘 격투가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

“미궁 B6층까지 솔로공략이라고. 이미 창해권이 실전권술임은 충분히 증명되었어.”

“저 근육 좀 봐. 주먹에 맞으면 돌도 박살나겠는 걸?”

흔히 미소녀들이 내장형 근육을 지녔다면서 호리호리한 체형에서 나올 수 없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한다면, 데이고르는 보디빌더마냥 엄청난 근육을 지녔다.

그것도 과시용으로 부풀리기만 한 물 근육이 아니다.

실전에서 사용하면서 몸에 붙은 근육이니 실력이나 위력 면에서 의심할 여지는 조금도 없었다.

“흑산회의 카이사르다. 내게 용건이 있어서 왔겠지?”

“아니오. 본인은 흑산회 최고수라 불리는 보스 빌헬름 마이어와 겨루고자 찾아왔소.”

……뭐?

“뭐가 어째?”

“갑작스러운 방문이 무례함은 알고 있소. 허나 요 근래 나타난 고수 중에서는 가장 강한 자가 당신임을..”

“권술이라면 카이사르가 더 낫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건 카이사르보다 내쪽이다.

고수는 무슨.

렉 걸린 인터넷처럼 동작에도 버퍼링이 생기는데.

남들의 신경 전달속도가 0.3초에 행동적용속도가 1초라면 나는 신경 전달속도만 1초가 걸린다.

무조건 한 수가 뒤처진 상태에서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로 반응속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격투가 클래스를 상대로, 그것도 격투가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지닌 자와 교전을 벌이라니.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실력이 뽀록난다. 들켜도 둘러대지 못할 건 없지만 보스로서의 위엄이 꺾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애초에 무기를 든 자가 맨몸으로 싸우는 격투가를 상대할 의향은 없다. 나는 그런 비겁한 자가 아니다.”

“사마외도의 길을 걷는다고 들었으나 이런 공명정대한 성품을 지녔다니...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더욱 감격하였소. 그대와 같은 훌륭한 자와 겨룬다면 일생의 복일 것이오.”

“안 되는 건 안 된다.”

카이사르도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서 거들었다.

“보스의 뜻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는가? 하찮은 계집과 손을 섞기 싫으니 좋게 말할 때 알아서 이해하고 꺼지라는 뜻이다.”

“뭐라! 어찌 이런 괘씸한 자가 다 있는가!”

데이고르의 눈에 실린 우호적인 감정이 거짓말처럼 일제히 사라졌다.

싸이코 카이사르가 시동 걸렸다.

머리가 쿡쿡 쑤시는 게 아무래도 두통에 걸린 것 같다.

“저 녀석의 말은 무시해라. 그리고 이만 돌아가라.”

“본인이 하찮은 계집이라서 그런 것이오?”

“너 정도 되는 격투가를 그리 생각할거라 생각하나?”

데이고르는 내 눈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지루하다는 눈을 하고 있군! 역시 깔보고 있어!”

“…….”

아, 망할 동기화 비율 1%.

진지하게 마주봤다고 생각했는데도 표정이 엉망진창이다.

“나는 흑산회 보스. 아무하고나 함부로 손을 섞을 수 없는 입장을 지녔다. 네가 진정으로 나와 겨루고 싶다면 내 부하인 카이사르부터 이기도록 해라.”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기를 바라겠소.”

“카이사르. 준비는 됐겠지?”

카이사르는 목을 우두둑 거리며 싸가지 없게 이죽거렸다.

“보스. 저도 조건을 걸어도 됩니까?”

“말해라.”

“이 여자. 제법 무골을 갖췄습니다. 이기면 제 직속부하로 받고 싶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어지간한 남자보다 강해보이는 여자다.

카이사르가 욕심을 내는 것도 이해는 갔다.

무술의 천재 특성을 지닌 카이사르라면 그저 근육질이라서 탐을 내는 게 아니라 근육의 쓰임새, 근골의 특징, 데이고르의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했겠지.

그 모든 걸 검토한 결과, 자신의 부하로 두어도 손색이 없겠다고 여긴 모양이다.

내가 대결을 벌였다간 진짜 제대로 망신을 당할 뻔했다.

“데이고르. 이 조건을 받아들이겠는가?”

“이견은 없소.”

“좋다. 그러면 두 사람의 대결을 시작한다. 어느 한쪽이 패배를 선언하거나 전투지속이 불가능할 때, 대결은 종료된다.”

순간, 나는 전혀 엉뚱한 부분에서 고민에 빠졌다.

대결 시작을 뭘로 선언해야 할까.

렛츠 파이트? 고우 어헤드? 두 잇? 시작? 싸워라?

“본인을 계집이라고 부른 자들은 전부 팔을 꺾어줬소.”

“찌질하군.”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오. 특별히 아프게 꺾을 테니까.”

고민한 게 무색하게 지들끼리 멋대로 시작했다.

괘씸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솔직히 난처했는데 살았다, 라는 심정밖에 들지 않았다.

역시 맨 손으로 싸우는 건 무리였는지 손을 보호하는 강철 건틀렛(Gauntlet)을 장착했다.

쇠로 만든 장갑인 건틀렛은 단순한 보호용도를 넘어서 쓰기에 따라서는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손을 검에 들이대는 건 어지간한 담력으로는 할 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스르릉.

카이사르는 검을 뽑았다.

데이고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백보권의 달인이 주먹 대신 검을?”

“계집. 나는 건틀렛이 없다.”

“...뭐, 상관없겠지.”

선공을 취한 건 데이고르였다.

낮은 이해도로는 파악할 수도 없는 힘이 실린 권격술!

거센 파도처럼 일어난 힘이 파도처럼 단번에 들이닥쳤다.

카가강!

카이사르가 가볍게 검을 들어 공격을 맞받아쳤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거력의 카이사르를 상대로 힘을 중심으로 한 패도적인 권격(拳擊)은 제 진가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를 눈치 챘는지 데이고르의 공격 또한 급변하였다.

끊임없이 너울지며 몰아닥치는 파도의 연속처럼 강맹한 공격이 하나의 흐름으로 계속해서 펼쳐졌다.

거침없는 연환권(連環拳)에 휘말렸다간 카이사르의 거력이 실린 검이라도 어지러이 흩뜨려져 제 힘을 미처 발휘하지도 못한 채 휩쓸리고 만다.

급변하는 움직임 속에 흔들림 없는 목표가 실려 있다.

파도를 품은 바다와도 같은 동중정(動中靜)의 묘리!

이것이야말로 청해권의 진수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재미있군.”

카이사르는 오연한 강자의 여유를 드러내었다.

콰가가가가!

그가 검을 휘두르자 모든 것이 끝나있었다.

몰려오는 권격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도리어 더욱 강대한 힘으로 모든 권격을 쓸어버렸다.

믿기지 않는 거력!

흰색도복의 도처가 검에 베이고 건틀렛은 흠집투성이가 되었지만 데이고르는 자세를 달리하며 느릿한 권을 뻗었다.

‘저 여자, 진짜 알짜배기로군!’

겉으로 보기에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권이지만 거기에 실린 위력은 지금까지의 모든 권들보다도 뛰어나다.

마치 거대하게 일어나는 파도일수록 흔들림 없이 솟구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모든 것을 휩쓰는 헤일과도 같은 정중동(靜中動)의 묘리는 그녀가 정중동 동중정의 묘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무술의 달인임을 증명했다.

“이 나를 상대로 힘으로 승부하겠다고?”

카이사르의 입가에 섬뜩한 흉소가 어렸다.

그의 자세가 급격히 낮아졌다.

바닥에라도 닿을 것처럼 낮춰진 몸이 땅을 박차며 회전, 회전, 그리고 회전을 거듭했다.

강하게 땅을 밟으며 진각을 일으키고, 그 힘을 고스란히 실어 회전력을 더하며, 거기에 두 번의 회전을 반복하여 힘을 더욱 부풀어 올렸다.

그 모든 힘을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실은 검격이 카이사르의 전신괴력을 더해 권격의 헤일을 내리쳤다.

쿵! 쾅! 쾅! 쾅!

데이고르는 뒤로 크게 세 걸음이나 물러나며 황급히 힘을 흘러내야만 했다.

그러고도 뒤로 넘어지다시피 구르며 땅을 짚고 나서야 간신히 모든 충격을 흘려낼 수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 전의는 꺼지지 않았지만, 강철 건틀렛은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더니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데미고르는 포권을 하며 굴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저급한 인성과 달리 고강한 검술이군. 패배를 인정하겠소.”

카이사르는 검을 들며 외쳤다.

“나는 인정할 수 없다!”

“...하?”

“베는 맛이 없으니 칼자국을 내기 전에는 끝내지 않겠다!”

피에 미친 싸이코답게 유혈을 일으키기 전에는 멈출 수 없다는 의지가 담긴 외침이었다.

그만 둬, 이 미친놈아!

부하로 받겠다더니 대뜸 걜 베어서 어쩔 건데. 진짜 광전사보다 더한 새끼네 이거.

============================ 작품 후기 ============================

인성갑 카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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