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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60화 (60/224)

00060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10)

카이사르는 기어이 데이고르의 복부에 긴 상흔을 만든 뒤에야 검을 검집에 꽂아 넣었다.

“명예롭지는 못해도 이 또한 전장에서 얻은 상흔. 이 상처가 본인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오.”

반면에 데이고르의 고결한 인성은 교관들의 탄성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진짜 착하네.

나도 부하를 가진다면 저런 부하를 갖고 싶었건만, 어쩌다가 카이사르 같은 싸이코가 나와 버렸을까.

“데이고르. 결투의 결과에 불만은 없겠지?”

“승복하겠소. 본인은 오늘부로 그대, 카이사르의 부하이오.”

두두둥!

[카이사르가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데이고르가 카이사르의 직속부하가 되었습니다.]

[카이사르의 명예가 3000 상승합니다.]

설정에서 효과음을 바꿔보았다.

경쾌하다 못해 짜증나기까지 하는 띠링 소리보다는 웅장한 북소리가 훨씬 더 들어줄만하다.

그보다 명예 상승폭 높네. 그만큼 데이고르가 사람들의 입에서 화제가 되는 유명인이어서 그런가.

“데이고르. 곧바로 네게 내릴 명령이 있다.”

“무엇이든 말하시오.”

“동쪽지구의 불법상점에 흑산회 조직원들이 있다. 가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라.”

데이고르는 물었다.

“그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오?”

“사이토라는 놈을 데려오는 거다.”

카이사르가 무슨 헛소리를 할지 몰라서 내가 끼어들었다.

데이고르는 알겠노라 대답했다.

카이사르는 그저 한 마디만을 강조할 따름이었다.

“잊지 마라.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는 걸.”

“알겠소.”

뭔가 불길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무슨 의미냐 그거.”

“부하의 공적은 제 거라는 의미입니다.”

너도 참 태연한 얼굴로 쓰레기 같은 소리를 하는 구나.

잠깐 들었던 위화감은 기분 탓이었겠지.

데이고르는 제법 상식적인 인물로 보이니 무사히 사태를 수습해주리라 믿는다.

* * *

데이고르는 상식적인 무인이다.

카이사르처럼 앞뒤 맥락 없이 대뜸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무자비한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받은 지령을 다시금 검토했다.

동쪽지구 불법상점에 흑산회 조직원들이 있다.

거기에 있을 사이토를 데려오라.

대신 그 과정에서 카이사르가 할 일을 대신해야 한다.

“이상한 임무로군.”

평범하게 데려오는 거라면 굳이 자신과 같은 격투가를 보내야 할 이유가 없음은 알고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카이사르는 자신이 할 일을 대신하라는 기묘한 말을 했고, 보스 빌헬름 마이어 또한 거기에 이견을 피력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 할 일이 사이토를 데려오는 일임을 밝혔다.

“그런 것인가.”

사고방식을 달리 하자니 그제야 감이 왔다.

사이토를 데려오되 카이사르의 방식으로 데려온다.

그런 거라면 격투가인 그녀를 보낸 것도 납득이 갔다.

“누구냐!”

“카이사르의 직속부하이오.”

“큰형님의? 거짓말! 큰형님에게 직속부하가 있다고는 들어본 적도 없어!”

“30분 전에 부하가 되었소.”

“짧아! 게다가 이 녀석, 잘 보니까 격투가잖아!”

소란을 떠는 임시조직원 사이에서 사이토가 깜짝 놀랐다.

“데이고르! 근래 들어 유명세를 떨치는 격투가입니다만, 어째서 이런 곳에 오셨습니까?”

“방금도 말했다시피 카이사르의 부하가 되었소.”

“사정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데이고르는 간략하게 설명했다.

“결투를 걸었고, 패배해서 부하가 됐소.”

“아. 그런 거라면 있을 만도 하네요.”

“어이, 사이토! 너무 간단하게 믿는 거 아니야?”

임시조직원의 딴지에 사이토는 코웃음을 쳤다.

“생각해보세요.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격투가가 느닷없이 카이사르 형님의 부하를 자처할 이유가 뭡니까.”

“어... 그, 그건....”

“모두 알다시피 카이사르님은 무력이 뛰어난 대신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상실하였습니다. 분명 악마에게 인간다운 감정을 바친 대가로 힘을 얻었기 때문이겠죠.”

임시조직원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큰형님의 무위는 악마적인 수준이야.”

“손속도 악마적으로 잔혹하고.”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는 악마 같은 성품을 지녔지.”

머리에 화살구멍이 열 개쯤 나지 않는 이상, 아무 관계도 없으면서 그런 카이사르의 부하를 자처할 미친놈은 없다.

“큰형님께서 당신을 보낸 이유가 뭡니까?”

“사이토. 그대를 데려오라고 했소.”

“음?”

“물론 그의 방식대로 데려오라고 했지.”

“그건 혹시...”

데이고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대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마친 뒤, 함께 귀환하라는 의미임이 틀림없소.”

“과연. 격투가로서 명망 높은 데이고르님의 조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뭘 하던 중이었소?”

사이토는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쳤다.

“여기, 노란 핀셋을 꽂은 부분을 보시죠. 검은 왕관이 블랙마켓에서 판매할 노예들을 보관한 노예보관소입니다.”

“노예보관소!”

“저희의 목표는 세 곳의 노예보관소 중 어딘가에 갇혀있을 흑산회 간부를 구출하는 것입니다.”

데이고르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 있는 전력만으로는 노예보관소를 치는 건 불가능하오. 만일 저지른다고 해도 궤멸적인 피해를 입는 걸 감수해야 하니까.”

“불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건 마크였다.

“큰형님과 보스께서 원하는 건 압도적인 전력비를 역전하며 기적적인 성과를 이루는 것이지, 떼죽음을 당하며 얻은 처절한 승리가 아니다.”

“딱히 그걸 하라고 한 적은 없소만.”

“...아무튼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해. 이봐, 사이토. 뭔가 떠오르는 건 없어?”

사이토는 손가락을 잘근잘근 깨물며 고민했다.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양동을 거는 게 좋겠습니다만...”

“그거 굉장히 좋은 생각 아니오?”

“안 됩니다. 보스가 그런 평범한 수를 원할 리 없습니다.”

사이토는 흑산회 보스의 위엄을 떠올리며 이런 뻔한 책략보다 더욱 대단한 무언가를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데이고르는 뭔가 납득이 가지는 않아도 이게 원래 흑산회의 방침이겠거니 여기고 말았다.

“평범하지 않은 수라면 어떤 걸 원하는 것이오?”

“적의 허를 찔러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방법입니다.”

“과연... 그런 방법이라면...”

데이고르는 자신 있게 웃어보였다.

“혹여 본인이 미궁을 홀로 탐험하는 모험가임은 모두 알고 있으신지?”

“예. 일단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거 지금 중요한 겁니까?”

“본인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강적 무리를 어떻게든 상대해야 할 때 취하는 전술을 전해주려고 하오.”

실전에서 비롯된 강적 무리와의 교전 방법!

사이토와 마크, 모든 임시조직원들이 화색을 띄었다.

카이사르는 분명 이걸 노리고 그녀를 보낸 게 틀림없었다.

“부디 들려주십시오! 그거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간단하오. 벽을 등지고 적이 모두 죽을 때까지 베어서 적이 전부 죽거나 달아나면 승리, 실패하면 패배이오.”

“지나치게 간단하다!?”

사이토뿐만 아니라 마크까지 곤혹스러워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정면승부로는 우리들은 검은 왕관 측 조직원들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마크님의 말이 옳습니다. 보스나 카이사르님이라면 모를까, 저희들은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일 능력이 부족합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데이고르는 더욱 의아해하였다.

“그대들은 정녕 흑산회의 일원이 맞소?”

두 사람은 격하게 반발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우릴 모욕하려는 건가!”

정체성을 의심받는다. 그처럼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다.

적어도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데이고르의 대답은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두 사람을 쫓아가고 싶지만 능력이 없어서 할 수는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동경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며 감탄하는 게 전부인 거 아니오?”

“그, 그건...”

“그대들은 흑산회의 일원이 아니라 마치 흑산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지망생들처럼 보이오.”

자리에 모인 전원의 눈이 번뜩 뜨였다.

임시조직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정식조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마크 역시 인솔을 위해 주요조직원으로 승격되었을 뿐, 처지는 임시조직원들과 마찬가지나 다름없었다.

‘정확하게 진실을 간파 당했다!’

‘우리들은 껍데기만 흑산회인 가짜들이었어!’

‘분하지만... 저 말이 옳다!’

이대로 겁먹고 물러서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목숨이 위태로울 일도 없다.

지금까지와 다름없는 약한 자신으로 살아가게 된다.

살고 싶다면 그걸 택해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죽고자 하는 미친놈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카이사르 큰형님과 마이어 보스는 그걸 택하지 않았어.’

그들은 강했다는 이야기 따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쪽은 조직을 상대했다고?

저쪽은 무려 암흑가 정상회의에서 6강의 일원을 죽였다.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인 게 당연했다.

그렇게나 강한 두 사람조차도 걸어야 했다.

그들을 쫓아가고자 하는 자신들이 걸지 않고서야 말도 되지 않았다.

“나는... 걸겠다.”

“마크 형님!”

“보잘 것 없는 인생, 여기서 물러선다면 남은 건 내리막길뿐이다. 서서히 외딴 시골에서 숨죽인 채 죽어갈 바에야 이 한 목숨을 걸겠다.”

“젠장. 형님이 그렇게 나오면 우리들도 물러설 수는 없잖습니까.”

“너희들……!”

“갑시다, 형님. 개놈들을 족치러.”

“좋다. 검은 왕관 놈들을 전부 죽이는 거다!”

남자들은 감격에 벅차올라 멋대로 사기가 고양됐다.

반면 데이고르는 의욕이 팍 꺾였다.

멋있는 척은 지들끼리 다 하고 있지만 죄다 약골이다.

“위치를 안다면 곧바로 출발하겠소.”

“좋아! 곧바로 노예보관소로 직행한다!”

“와아아아아!!”

데이고르와 80개가 넘는 짐덩이들은 그렇게 노예보관소를 향해 쳐들어갔다.

“웬놈들이.. 컥!”

“한 놈도 남김없이 전부 죽여라!”

목표지점에 주둔한 병력은 결코 적지 않지만, 죽음을 도외시하며 덤벼드는 흑산회 임시조직원들의 맹공 앞에서는 이미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실력에서 앞서면서도 그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허둥대다가 쓰러졌다.

노도와 같은 기세로 휘몰아치는 급습의 끝에 마침내 적들이 전멸하였다.

“우리들의 승리다!”

“와아아아아!”

검이 있고 의지가 있으며 기세가 있다.

이 세 가지가 있다면 이 세상에 베지 못할 적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서 잘못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 * *

두두둥!

[임시조직원들이 범죄길드의 노예보관소를 급습했습니다.]

[경비들은 전원 사살했으며 노예는 모두 해방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명성)이 1000 상승합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뭔가 크게 한 건 저지를 것 같다는 것쯤은 말이다.

그런데 이건 뭔가가 잘못되었다.

‘어째서 검은 왕관이 아니라 범죄길드의 노예보관소를!?’

가능성은 크게 보자면 두 가지로 단정할 수 있다.

이놈들이 또라이라서 알고도 저질렀거나.

이놈들이 멍청해서 어쩌다보니 목적지를 착각했거나.

어느 쪽이든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이놈들, 느닷없이 범죄길드에 선전포고를 했다.

============================ 작품 후기 ============================

여기가 아닌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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