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13)
[B급 업적 ‘심검 : 카리스마’ 달성!]
[당신은 오직 카리스마를 근간에 둔 의지력만으로 물리적인 공격 없이 강적의 의지를 완벽하게 파멸시켰습니다.]
[특성 ‘논검’을 습득합니다.]
[지능이 1 상승합니다.]
[통찰이 1 상승합니다.]
[카리스마가 3 상승합니다.]
[신규스킬 ‘화술’을 습득합니다.]
[신규스킬 ‘연기’를 습득합니다.]
[신규스킬 ‘공포유발’을 습득합니다.]
[당신은 절정고수도 아니면서 절정고수의 경지로 이루는 성과를 실현해내었습니다. 의지만으로 심검발현과 같이 의지를 베고 마음을 파멸시키는 효과를 이룬 건 최초입니다.]
[일련의 행동과정에 따른 정산으로 특별한 칭호가 부여됩니다.]
[칭호 ‘심나파멸검(心拿破滅劍)’을 습득했습니다.]
[깨달음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보스의 기백의 레벨이 업적달성에 의해 급격히 상승합니다.]
[보스의 기백의 숙련도가 상급 숙련이 되었습니다.]
[카이사르가 당신이 보인 강력한 면모에 크나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의 충심이 깊어집니다.]
[카이사르의 충성도가 5 상승합니다.]
[백보도장의 교관들이 당신에게 경외심을 품습니다.]
[보스의 기백의 스킬레벨이 1 상승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명성)이 1000 상승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악명)이 2000 상승합니다.]
[명성이 2000 상승합니다.]
[악명이 4000 상승합니다.]
[레벨이 6이 됩니다.]
[민첩과 지능, 매력, 카리스마가 각각 1씩 상승합니다.]
[스킬 포인트가 1 제공되었습니다.]
자하크 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에 뜬 시스템 알림이다.
검 한 번 휘두르지 않고 얻은 승리.
그렇기에 더욱 치열하게 설계하며 쟁취해낸 결실이다.
“보스가 드러내지 않았던 진면목이 범상치 않으리라고 믿어왔습니다. 이제야 오랜 기다림이 보람 있게 느껴집니다.”
카이사르는 몹시 만족해하며 말을 건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게임을 시작할 때가 떠올랐다.
그때 시스템은 나와 카이사르의 관계를 설정했다.
「당신은 알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보스입니다. 카이사르에게는 당장의 실력은 미약해도 엄청난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카이사르는 당신에게서 거물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가 기대하는 거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시, 충성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이것은 중대한 변화의 기점이기도 하다.
카이사르는 내가 지닌 정체불명의 카리스마를 따른다. 지금까지의 그는 내 카리스마가 [악행]에 있다고 여겨왔다.
끊임없이 자신보다 더욱 흉악한 싸이코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거나, 내 보스라면 당연히 나보다 더 싸이코일거야, 같은 행동을 해왔다.
그것을 나는 정면에서 부정해내었다.
단순한 [악행]이 아니다.
나는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
[실력]을 증명해내었다.
카이사르는 더 이상 나를 초 싸이코 악당보스 따위로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악마적인 지혜를 지녔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만한 무력까지 겸비하였을 줄이야. 지략과 무략을 동시에 갖춘 보스의 저력에 다시금 감탄했습니다.”
힘까지 졸라 쌘 초 싸이코 악당보스로 여기겠지.
“…….”
이거 아니야.
뭔가 예상했던 반응하고 달라.
인간쓰레기 이미지를 좀 벗어나고 싶다고.
“이걸로 건방진 침입자는 전부 죽었군.”
일단 불편한 화제부터 돌렸다.
카이사르는 순순히 내가 던진 미끼를 물어주었다.
“검은 왕관의 잔당들은 이미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을 감행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되갚아줘야지. 허나 리나를 데려와야 할 머저리들은 지금 범죄길드에서 헛짓거리를 하고 있다.”
“그렇습니까.”
카이사르는 그래서 뭐 어쩌라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봤다.
아니, 뭐.
너도 일단은 간부니까 뭔가 얘기할 줄 알았지.
“그럼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뭐?”
“선수를 당한 이상 내기 따위에 얽매이며 복수를 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실 분이 아닌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는 세 박자 늦게 반응하려다가 그냥 아무 말도 안했다.
침묵으로 긍정하는 척 행세한 것이다.
다행히도 카이사르는 내 연기에 속아주었다.
“역시 범죄길드에 있는 부하들을 지원하여 놈들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초토화시킬 생각이십니까?”
미친. 그딴 거 못해.
무리. 절대로 무리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알겠습니다. 이왕이면 검은 왕관의 본단에 쳐들어가 놈들의 수뇌부를 몰살하는 역할은 제가 맡고 싶었습니다만, 보스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양보하겠습니다.”
“…….”
이 새끼는 무슨 터무니없는 목표를 나눠 갖자는 거야.
범죄길드와 검은 왕관.
둘 중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역할 나누기라니.
“아니. 범죄길드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그쪽의 지부장 중 하나가 리나에게 수색령을 내려 귀찮게 만든 일도 줄곧 거슬렸으니까.”
둘 다 하기 싫지만 그나마 덜 미친 짓이 범죄길드 쪽이다.
검은 왕관처럼 6강의 일원이 된 조직은 아니다.
규모는 커도 막상 지부를 지키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검은 왕관은 수뇌부가 블랙마켓 중심부에 있다.
당연히 주 병력도 거기에 모여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력은 점점 더 많고 강해진다.
위험도로 따지자면 검은 왕관 쪽이 압도적으로 더 높다.
“보스는 저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자. 검은 왕관의 본단에 쳐들어가 복수를 하는 것과 범죄길드에 쳐들어간 부하들을 한층 더 날뛰게 하는 것. 어느 쪽이든 가능하십니다.”
카이사르는 그만 좀 말 바꾸라는 말을 돌려서 말했다.
좋게 말로 할 때 하나만 고르라는 거다.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이번에야말로 확언했다.
“검은 왕관은 너의 몫이다. 가라. 블랙마켓의 중심부에 있을 놈들의 수뇌부를 몰살시켜라.”
카이사르는 지령을 이행하고자 단신으로 떠났다.
[카이사르가 지령을 이행하기 시작합니다.]
[쌍방의 합의 하에 내기가 무효가 되었습니다.]
내기는 무효가 되었다.
이제는 나도 도장을 떠나 움직일 수 있다.
“저... 보스. 도장은 어떻게 할까요?”
“도장영업은 종료다. 문 닫고 시체부터 치워라. 어수선한 꼴이 되었으니 청소만 마치고 각자 정비시간을 갖도록.”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범죄길드 지부의 위치는 알고 있다.
게임 시작 직후에 안내까지 받았었다.
그런 인상적인 일을 겪었는데 길을 잊을 리가 없다.
‘범죄길드 근처에 있을 부하들만 수습해서 돌아올까.’
카이사르에게는 대충 둘러대지 뭐.
부하들이 너무 나약하고 한심해서 도저히 쳐들어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라던가.
너무나도 하찮은 놈들이라서 공격할 마음조차도 들지 않았다던가. 대충 오만한 어조로 개소리를 하면 카이사르는 알아서 이해해줄 것 같다.
“저 남자는...! 흑산회 보스다!”
“포위해!”
“얼른 지부장께 연락을!”
가는 길에 귀찮게 구는 놈들이 나타났다.
범죄길드 길드원들이다.
나는 새로 얻은 스킬의 위력을 시험해보았다.
“겁도 없는 버러지들이군. 내 앞을 가로막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는 있는가.”
“어떤 의미냐. 혼자서 우릴 다 죽이기라도 하겠다고? 아이고, 무서워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군. 그럼 이걸 보여주지.”
휙!
나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보따리를 풀어 던졌다.
데구르르.
[자하크]의 수급이 바닥을 굴러 놈들의 발치에서 멈췄다.
“히이익! 재, 재수 없게 이딴 걸 왜 들고 다니는 거야!”
“역시 또라이들만 모인 집단이라더니... 보스는 보스라는 건가.”
“아니, 잠깐! 이걸 봐. 이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다행히도 자하크 또한 나름의 악명을 쌓았나보다.
검은 왕관의 간부에 검술실력마저 뛰어나니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졌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범죄길드의 길드원들은 이내 그를 알아보고는 경악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공포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자가 있다면 깨닫게 해주지.”
“소, 소문이 잘못된 게 아니었어. 진짜 고수야!”
“단, 수업료는 목이다.”
“으으! 도저히 이길 수 없어!”
“살아서 수업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라.”
할 말을 마칠 무렵에는 모두가 겁에 질려 달아났다.
[범죄길드 길드원들이 공포를 견디지 못해 달아납니다.]
[스킬 ‘공포유발’의 숙련도 레벨이 1 상승합니다.]
효과는 대 성공. 이걸로 잔챙이들까지 심력을 발휘하며 공들여 쫓아내는 수고스러움은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내가 아는 공포유발 스킬은 이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지는 않다.
다만 내가 지닌 [보스의 기백] 스킬과 [카리스마] 능력치, [악명]수치나 [칭호] 따위가 제공하는 시스템 보정수치가 막대하기에 다들 쉽게 겁에 질리는 모양이다.
‘하긴 이런 짓을 몇 번을 했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난관에 조우할 때마다 게이머 본연의 실력만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슬슬 제대로 된 시스템적인 보정을 받는 게 당연했다.
시스템 없이도 할 수 있는 걸 더 쉽게 하라고 존재하는 게 스킬 아닌가.
그렇게 당당하게 졸개들을 쫓아내기를 수어 차례.
나는 마침내 범죄길드 지부에 도착했다.
길드 앞에는 십여 명의 범죄자들과 함께 범상치 않은 남자가 서있었다.
“거물양반이 애들이나 겁주고 다니다니, 이거 못쓰겠군.”
“네가 지부장이냐.”
“그렇다. 내가 바로 동쪽지구 지부장, 야구사 아몬이다.”
눈앞에 있으면서도 기척을 감지하기 힘들다.
마치 유령 같은 남자다.
강함으로 따지자면 자하크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다.
‘내가 못 알아본 실력까지 감안하면 명백히 자하크보다 위라고 봐야겠군.’
검객의 자질이라면 한 눈에 간파할 수 있다.
암살자라면 다르다.
기척과 실력이 모두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설마 하루의 유예를 주었더니 느닷없이 보스를 데려올 줄이야. 리나도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군.”
뭐지.
저 새끼가 왜 리나의 이름을 거론하는 거지.
영문을 모르겠어서 대꾸했다.
“네놈이 무슨 수작을 부린들 그게 통하리라고 생각했는가.”
“기대는 안했지만 이 정도의 대응을 할 줄은 몰랐다. 목을 가져오라고 보낸 지 30분도 안 지나서 역습이라니. 두려울 정도의 행동력이야.”
지부장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진심으로 막막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자하크를 살해할 정도의 괴물이 적수라. 인간이라면 암살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난생 처음 보는 괴물을 암살하는 건 무리다.”
뭐냐, 얘.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지 혼자 겁먹기 시작하네.
다소 황당하기는 해도 할 일은 해야지.
“내 부하에게 손을 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무리 대단한 괴물이라도 범죄길드를 상대로 한다면 몸 성히 돌아가지는 못할 거다.”
“전부 없던 일로 하자는 건가?”
“이제야 겨우 이해가 일치했군.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괴물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 이쯤에서 악연은 청산하고 전부 백지로 돌리는 게 어떤가.”
“…….”
거짓말이다.
범죄길드 씩이나 되는 놈들이 그냥 물러날 리 없다.
부하들한테 노예보관소가 습격당했다고.
어떻게든 자신들이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 할 거다.
흑산회를 노예로 삼아서라도.
그런 미래를 용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적은 살려두지 않는다. 그게 내 방침이다.”
야구사 아몬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기어이 저 괴물을 써먹을 작정이군!”
왠지 모르게 놈의 시선이 내가 아닌 내 뒤를 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놈이 보였다.
모자이크 녀였다.
“??”
괴물타령 하기에 나한테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넌 또 왜 여기에 있냐.
벙 쪄서 쳐다보고 있자니 모자이크 녀가 대답했다.
“저한테만 아무 것도 안 시켜서 그냥 따라왔는데요.”
“...일단은 한 번 물어봐주지. 전투능력은?”
“없어요.”
그야 그러시겠지.
모든 CP를 매력 능력치 하나에 올인 했을 텐데.
난데없이 짐 덩어리가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