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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64화 (64/224)

00064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14)

모자이크녀의 전투력은 제로.

실제 전투에 돌입하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투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 암살자. 분명 모자이크녀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공지사항에 언급된 ‘격을 이룬 자’가 아니기에 진면목을 간파할 수 없다.

인간이 아닌 존재이기에 자신의 암살 또한 통용되지 않으며,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데려온 괴물이기에 가급적 교전을 회피해야만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적당히 말을 맞춰라.’

‘알았어요.’

나는 보란 듯이 모자이크녀를 앞으로 내세웠다.

“싸우기에 앞서 이 녀석에 대해 가볍게 소개를 해주지. 이름은 없다. 성별도 없다. 다만 중요한 건 특기다.”

“특기...?”

“자. 놈들에게 보여주어라. 네 특기를.”

모자이크녀는 짐짓 불편하다는 듯이 모자이크 조각을 적색으로 물들였다.

불길한 새빨간 색으로 변하는 조각들을 보면 눈이 피로하다못해 가슴이 절로 섬뜩해진다.

하물며 모자이크 녀를 적으로 둔 범죄길드 측은 어떠할까.

“뭐, 뭔가 온다!”

“피해!”

“괴물이 마법을 쓴다!”

범죄길드 길드원들은 사방으로 몸을 날리며 바닥에 넙죽 드러눕거나 엄폐물 뒤에 몸을 숨겼다.

그건 지부장 야구사 아몬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의 인상적인 리액션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모자이크 녀는 허둥거리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는지 대사를 쳤다.

“죽어라 인간!”

“히이익”

“...”

당연히 모자이크 녀가 그렇게 외친다고 덜컥 죽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거품을 물고 기절한 얼간이가 하나 있기는 해도 나머지는 그저 어리벙벙한 눈치였다.

눈에서 눈깔 빔을 쏘지도 않았고 몸에서 수천 개의 검 자루가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그야 슬금슬금 고개를 들면서 눈치를 볼 법도 하다.

“살려주세요.”

급기야 패닉에 빠진 모자이크 녀가 먼저 전의를 상실하고 애원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이지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범죄길드 측의 반응이었다.

뭐지 이거. 호구인가? 하던 놈들이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율에 휩싸여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미, 미친. 뭐야. 왜 괴물이 인간 말을 하는 건데.”

“이상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저거 설마 인간의 흉내를 내는 거야?”

그거다!

나는 대놓고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이 녀석의 특기는 ‘흉내 내기’. 이제껏 이놈과 조우한 인간들의 모든 걸 흉내 낼 수 있지. 가령... 방금 전, 죽기 직전의 여자가 처절하게 애원하는 소리 따위도 포함해서.”

모자이크 녀도 비로소 깨달은 눈치였다.

살 길은 이것뿐임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연기에 나섰다.

“도와주세요, 용사님!”

“도망쳐! 검기조차도 먹히지 않는 괴물이다!”

“살려줘! 크아악! 크아아아아아아!!”

마치 제 몸 안에 온갖 종류의 인간들이 들어있는 것처럼 다양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그 때마다 범죄길드 길드원들은 혼비백산하며 질겁하였고, 급기야 용사라는 대목에서는 기절할 것처럼 놀랐다.

“용사! 용사마저도 저 괴물을 당해내지 못한 건가!”

“맙소사. 미궁의 심층지대에서 올라온 게 틀림없어!”

“어비스에서 풀려난 고위악마야.. 우린 다 죽을 거야!”

길드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났다.

“이, 이런 미친.”

야구사 아몬은 도망치지 않았지만 덤빌 엄두도 못 냈다.

흑산회 보스인 내가 직접 찾아왔다.

여기서 달아나봤자 무의미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리나에게 무슨 수작질을 부렸냐.”

“...모르는 건가?”

“네놈을 살려두는 이유는 오직 그걸 알기 위해서이다.”

야구사 아몬이 돌연 발작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런가. 네놈이 찾는 부하는 리나가 아니라 잔챙이들이었어. 그렇다면 이 반응도 납득은 가는군.”

패색이 뚜렷했던 얼굴에 흉소가 어렸다.

한없이 불길한 미소가 나를 향했다.

회피불능의 함정을 판 모략가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리나에게는 흑산회 간부나 보스의 목을 하나 들고 오면 살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뭣이 어째?”

“자살할 리는 없고 보스를 암살하지도 않았다면 흑산회의 행동대장, 악마계약자 카이사르를 죽이러 갔겠지!”

리나가 카이사르를 암살하려 한다. 실현된다면 내게 있어서는 최악의 사태다.

리나가 암살에 나설 경우에 한하여 둘의 실력은 백중지세.

자칫 잘못했다간 두 부하를 동시에 잃는다.

“소중한 부하를 살리고 싶다면...”

“안타까운 일이군.”

“뭐?”

“그만한 부하를 다시 모으기는 힘든 일이지. 참으로 안타까워.”

“오지 마! 내 말을 들어. 부하를 살리고 싶다면 날 여기서 풀어달라고.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리나가 카이사르를 공격하지 않도록 명령해주지! 그래, 교섭이다!”

나는 녀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확신했다.

이놈은 겁에 질렸다.

그렇다면 스킬의 효과는 전부 발동한다.

“죽으면 거기까지일 뿐이다. 놈들이 어찌되든 나와는 관계없다.”

“미, 미친.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고 있다니...!”

“반면에 내 조직에 겁도 없이 수작을 부린 놈을 족치는 건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이지. 네놈은 암살자.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겠지.”

그렇기에 다음 기회는 없다.

여기가 끝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넌 날 잡지 못해!”

“해봐라.”

“뭐?”

“원한다면 마음껏 도망쳐라. 네 발이 닿는 한계까지.”

“…….”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그걸 하라고 말했으니까.

함정이라는 의심이 들겠지.

그 의심을 스킬과 특성, 칭호, 능력치, 악명이 부풀리고.

존재하지 않는 족쇄가 놈의 발목에 채여진다.

“야구사 아몬. 나와 마주친 시점에서 네게 선택지는 두 가지만이 남았다.”

심지어 자하크를 논살(論殺)시킬 때보다 더욱 강력한 스킬보정을 받는 중이다.

이번에는 아예 공포를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공포유발’ 스킬마저 습득하고 있다.

놈은 이 공포를 피할 수 없다.

“괴물의 손에 죽거나. 내 손에 죽거나.”

“다를 게 뭐야…….”

그는 내가 자신의 앞에 다가올 때까지 도망치지도, 저항하지도 못했다.

언제 어디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긴장하며 간격을 좁혔지만, 그는 끝까지 행동할 수 없었다.

곧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내게 거역할 용기조차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6강의 일원이 지닌 저력이란 말인가. 나는 터무니없는 존재를 적으로 돌리고 말았군.”

갑자기 얌전하던 놈이 크흐흐 소리를 내며 재수 없게 웃었다. 이런 놈들이 이런 웃음을 흘릴 때에는 틀림없이 뭔가를 저지른다.

잔뜩 긴장한 내 앞에서 놈은 두 팔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그래도 소용없다! 날 지옥에 빠지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이고 싶겠지만, 내 어금니에는 언제나 깨물 수 있는 독단이 있지!”

“......하?”

“내가 한 수 빨랐구나! 네놈의 손에 고통스럽게 죽을 일은 없다. 나는 아무런 고통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게 죽는다! 부하와 맞바꾼 복수도 이루지 못하는 구나! 하하하!”

주르륵.

야구사 아몬은 입가에서 검은 피를 흘리더니 앞으로 몸이 기울어져 쓰러졌다.

[야구사 아몬이 공포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습니다!]

“…….”

바보 아니야?

거리를 좁히면 검으로 찌를 때 순순히 찔려주기나 할까 싶어서 고민이었는데 순식간에 고민이 사라졌다.

이래서 멍청한 놈들을 적으로 두면 인생이 편해진다니깐.

“바, 방금 그건 대체...?”

“정신을 붕괴시켰다.”

“허어억..”

이쪽의 바보도 대충 둘러댄 말에 알아서 잘 속아준다.

“너는 범죄길드 안에서 약탈할 건 모조리 약탈하고 도장에 옮겨둬라. 야구사 아몬의 목을 베어 들고 다니면서 놈의 흉내를 몇 번 내주면 귀찮게 구는 놈들은 없을 거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내가 널 왜 죽여?”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하고는 그냥 지나갔다.

범죄길드의 노예보관소를 습격한 부하들은 뭐,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얼떨결에 지부장을 죽이고 주력부대를 와해시켰으니 이 와중에 흑산회의 부하들을 쫓는 범죄길드 길드원은 없을 거다.

‘오히려 걱정되는 건 카이사르와 리나다.’

발 빠른 리나라면 지금쯤 카이사르를 따라잡았을 거다.

부디 무사해야 할 텐데.

늦지 않게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블랙마켓을 향해 달렸다.

* * *

빌헬름 마이어의 걱정은 전부 기우였다.

카이사르는 리나와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길치였고, 제대로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어디지?”

블랙마켓은커녕 시장가 한복판에 도착한 카이사르는 멍청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거기, 형씨! 맛 좋은 과일 하나 어때?”

“과일?”

“지금 구매하면 사과가 3쿠퍼, 참외가 10쿠퍼라고?”

카이사르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건 암호냐?”

“엥?”

“사과랑 참외를 구매하면 블랙마켓으로 들어가는 숨겨진 입구를 개방하는 건가.”

과일가게 사장은 이상한 놈을 건드렸음을 깨달았다.

“어... 사기 싫으면 말고. 귀찮게 해서 미안해.”

“사겠다. 그러니 당장 블랙마켓으로 들어가는 숨겨진 입구를 열어라.”

“난데없이 뭔 블랙마켓이야? 그게 뭔데? 어억! 왜 이래!”

뒤늦게 후회해도 늦었다.

카이사르는 사장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윽박질렀다.

“맞고 열 테냐, 죽고 열 테냐. 원하는 걸 골라라.”

“모, 몰라요, 그런 거 진짜 몰라요!”

“검은 왕관의 문지기답게 대단한 충성심이군.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두고봐주지!”

느닷없이 시장가 한복판의 과일가게에서 공포스러운 인질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 *

반면에 리나는 길치가 아니었다.

카이사르의 목적지가 블랙마켓임을 백보도장 교관들에게 듣고는 암살자의 솜씨를 적극 발휘하여 블랙마켓 내부에 침투했다.

카이사르가 행동을 개시하면 혼란을 틈타 암살을 할 작정이었다.

‘무식한 것 치고는 강한 녀석이니까. 되도록 이용할 건 이용해야지.’

카이사르가 크게 날뛰면 날뛸수록 그를 향한 암습 성공확률만 더욱 커질 것이다.

허나 아무리 기다려도 카이사르가 소란을 피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던 검은 왕관의 조직원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며 지나가기까지 했다.

“시장가에서 우리 조직의 이름을 대며 깽판치는 놈이 나타났다는데. 무시하기에는 신경 쓰이고 찾아가기에는 그놈이 너무 강하다더라.”

“그래도 방치할 수는 없어. 이번 블랙마켓은 쉔님이 없어진 후에도 조직의 저력이 건재함을 알리는 행사라고. 잡음 하나 잠재우지 못해선 조직의 체면이 서지 않아.”

“곧 하스칼님이 암살단을 급파하겠지. 그만큼 블랙마켓의 경비망은 약해지겠지만... 솔직히 이 시기에 여기로 쳐들어올 또라이는 없잖아?”

리나는 의외의 전개에 깜짝 놀랐다.

‘그 바보가 설마 양동을 건 거야?’

단번에 침입해서 날뛰기에는 아무리 카이사르라도 부담스러운 전력이 모여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블랙마켓에 주둔해있던 암살단이 외부로 나선 지금이야말로 카이사르가 내부로 침투하기 가장 좋은 때임을.

‘그렇게까지 신중하게 나선다면... 이쪽도 조금은 거들어주지. 대응이 튼튼하면 금방 중과부족이라고 느끼고 도망칠지도 모르니까.’

리나는 검은 왕관의 간부를 하나씩 미행하기 시작했다.

이놈들을 암중에서 지킬 암살단은 전부 사라졌다.

이틈에 간부들을 암살한다면 지휘계급이 증발하는 거다.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날뛰어도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고 조직원들을 통솔하여 반격에 나설 사람이 없다.

당연히 혼란의 효과는 극대화되고 카이사른 더욱 신나서 미쳐 날뛰게 된다.

그 틈에 슬며시 카이사르의 목을 따면 계획은 성립한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도망칠 엄두도 못 내게 잔뜩 빈틈을 만들어줄 테니까!’

리나의 암기가 블랙마켓의 중심부에서 간부들의 생명을 꺼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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