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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65화 (65/224)

00065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15)

빌헬름 마이어가 블랙마켓으로 이동하는 사이, 노예보관소 습격에 성공한 흑산회 조직원들은 후속회의를 가졌다.

“꼬맹이 간부가 없었어. 아무래도 여긴 틀린 것 같아.”

“그보다 예상보다 수가 적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이미 늦은 것 같소.”

마크와 사이토, 데이고르의 얼굴이 급격히 심각해졌다.

이럴 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하나뿐이다.

“이미 노예들 중 일부가 블랙마켓에 호송되었는가!”

결국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전면전을 치르게 되었다.

그래도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는 없다.

이미 그들은 강적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이번 블랙마켓의 위치라면 보스가 화약설치를 위해서 라면서 미리 보여준 적이 있었지.”

“어쩌면 그건 이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보여주셨던 걸지도 모릅니다. 보스의 수 계산은 저희들의 속도를 아득히 초월하니까요.”

“일리 있는 의견이라 생각하오.”

그런 세 사람의 추정은 이내 확신으로 이어졌다.

“괴물이다! 범죄길드 지부에 괴물이 나타났어!”

“어비스의 고위악마가 우릴 파멸시킬 거야!”

“흑산회가 기어이 어둠 속에서 준동한다!”

노예보관소의 습격이 대단한 일이기는 해도 저런 경악을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다.

괴물.

그 말에 세 사람은 엄청난 이질감을 선사받았다.

꼬맹이 간부는 아니다.

카이사르도 아니다.

그럼 남는 건 한 명밖에 없다.

“보스가 행동에 나섰다!!”

내기가 깨진 이유는 모른다.

중요한 건 그가 직접 일선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두뇌회전이 가장 기민한 사이토가 외쳤다.

“양동입니다. 보스는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임무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 기회를 만들어준 겁니다. 자신의 힘이 블랙마켓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들의 힘만으로 해보이라고요.”

“마지막 기회, 최종통첩인가!”

“서둘러야 합니다. 보스가 범죄길드를 초토화시키고 블랙마켓에 도달한다면 꼬맹이 간부를 구출하더라도 저희들을 흑산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태는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다.

흑산회 일원들은 전력을 다해 달려 나갔다.

“흐, 흑산회다! 흑산회가 나타났다!”

“다 비켜!!”

“으아악! 도망쳐. 이건 막을 수 없어!”

범죄길드의 포위망도, 암흑가의 군소세력들도 감히 그들의 앞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길이 열렸다.

블랙마켓의 입구까지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다. 이 앞으로는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다.”

“검은 왕관의 조직원!”

“블랙마켓의 호위병단의 위명은 들어보았겠지.”

눈가에 칼자국이 난 사내가 칼처럼 냉엄한 기세를 드리우며 반경 5m를 자신의 검계(劍界)로 뒤덮었다.

확연히 드러나는 강자의 기세에 잔뜩 긴장한 데이고르가 건틀렛을 장착한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양측의 고수가 일제히 교전에 돌입하려던 순간이었다.

“전부 도망쳐! 흑산회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범죄길드 지부 하나가 파멸했어!”

“자하크에 이어서 야구사 아몬마저 일초지적의 적수로도 여기지 않는 엄청난 초고수가 오고 있다고!”

호위병단의 단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본대가 따로 있다고...?”

데이고르는 강자였다.

그녀가 놀라운 투지를 발휘한다면 어떻게든 야구사 아몬과 범죄길드 지부를 쓰러뜨릴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초지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지닌 건 아니다.

구태여 따지자면 그녀의 실력은 자신보다 한 수 아래였다.

야구사 아몬 또한 그녀보다 반수는 강하다.

그런 그를 순살(瞬殺)하려면 못해도 세 수 이상의 현격한 실력차이를 지녀야만 한다.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초고수다.’

초일류의 경지를 넘어서 절정고수의 반열에 접어든 자.

그것도 상당히 완숙한 경지에 접어든 실력자다.

그런 자를 상대로 한다면 개죽음 이상은 겪을 수 없다.

“운이 좋군, 애송이.”

수전노 쉔이 죽은 이후로 검은 왕관은 여러 파벌로 갈라졌다.

호위병단의 단장인 그 또한 간부 중 한명으로서 파벌의 일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그이기에 위기에 빠진다면 어떤 파벌도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적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기만 바라고 있을 게 틀림없다.

‘호위병단 따위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복원할 수 있으니까.’

다른 파벌들이 지닌 역할도 마찬가지다.

조직만 접수하면 끝이다.

다른 자리는 승자가 되면 언제든지 복구할 수 있다.

그런 보잘 것 없는 이유로 자신과 부하들의 목숨을 잃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여기서 싸워봤자 얻을 이득도, 죽음으로써 얻을 가치도 전혀 없다.

그는 검을 쥔 손을 떼고는 통로에서 물러섰다.

“무익한 싸움에 부하들을 희생할 생각은 없다. 길은 열어주지. 호위병단은... 뭐, 다가올 괴물 같은 놈에게 휩쓸려 당했다고 하면 될 테고.”

“그대. 적과 겨뤄보지도 않고 패배를 시인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오?”

“무너져가는 조직에 목숨을 바칠 의리는 없다. 가라. 마음대로 날뛰어봐라.”

기습을 걱정하며 경계했지만 끝내 호위병단의 단장은 손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흑산회의 조직원들은 블랙마켓의 내부까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혈입성 하였다.

내부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목격하자마자 당연히 난리가 벌어졌다.

“흑산회가 블랙마켓의 내부에 침투했다!!”

“어, 어떻게!? 호위병단은 대체 뭘 한 거야!!”

“다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놈들은 압도적인 실력차로 호위병단을 몰살시킨 거야!!”

오해는 소문을 타고 점점 더 커졌다.

급기야 블랙마켓 내부에 주둔한 자들은 전부 대혼란에 휩싸여 집단패닉을 일으켰다.

직접 교전에 돌입하여도 감히 맞설 엄두조차도 내지 못한 채 도망치다가 무참히 살해당했다.

무력조직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모든 무력조직이 자리를 비웠다.

검은 왕관의 암살단은 카이사르를 쫓아서 시장가에 나섰고, 호위병단은 소문에 속아 수비를 포기했으며, 주력부대는 각지의 암상인들이 상품을 들고 오는 걸 맞이하러 나섰다.

위협이 닥친다면 외부에서 발생하리라 여겼지, 블랙 마켓 내부에서 발생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내부에 남은 자들은 무력이 뒤처지고, 그마저도 갑작스러운 기습에 의해 사고가 무뎌져 패닉을 일으키기에 급급했다.

정보 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한 급습이었기에 혼란은 더욱 커다랄 수밖에 없었다.

“암살단은 어떻게 된 거야!”

“소용없어! 놈들은 호위병단도 전멸시켰다고!”

“도망치는 수밖에 없어! 비밀통로로.. 컥!”

심지어 혼란을 틈타 날뛰는 암살자마저 등장하였다.

“이상하네... 살인광 녀석이 안 보이는데. 얼마나 더 죽여야 안심하고 나오는 거야?”

리나는 카이사르가 아직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여겼다. 간부는 이제 보이지도 않아서 하위계층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검은 왕관의 지휘계층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이제는 비밀통로의 위치를 아는 자들도 전부 죽었기에 누구도 블랙마켓의 비밀통로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조직원들은 필사적으로 입구를 향해 달려 나갔다.

“흑산회 녀석들이 내부 약탈에 나서는 지금만이 블랙마켓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서둘러!”

“조금이라도 늦으면 전부 살해당해!!”

패잔병의 몰골로 뛰쳐나온 조직원들은 흠칫 얼어붙었다.

어째서인지 호위병단이 이쪽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속은 건가, 라는 생각은 아예 할 수조차도 없었다.

“아, 아아아...”

“다, 다, 다, 다 틀렸어...”

“흐끄으윽... 엄마, 살려줘...”

회백색 머리칼에 샛노란 눈으로 나른한 시선을 보내는 자.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

전율이 일 정도의 강자가 그들의 퇴로를 가로막았다.

누구도 그의 앞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호위병단의 단장은 아예 손마저 덜덜 떨고 있다.

초일류고수인 그가 검조차도 잡지 못한다.

다 틀렸다.

조직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부디 자비를!!”

“저항 없이 항복할 테니 목숨만 살려주세요!!”

“검은 왕관은 때려 치겠습니다!”

무조건적인 항복만이 살 길이었다.

* * *

블랙마켓에 도착했다.

눈에 칼자국이 난 겁나 강해보이는 녀석이 날 보더니 ‘초상승의 경지, 반박귀진(返璞歸眞)에 접어든 절세고수라니’라고 중얼거리면서 손을 덜덜 떨었다.

하나같이 험상궂다 못해 칼밥 좀 먹고 산 것 같은 살벌한 인상의 놈들이 아무것도 안했는데 마구 겁먹었다.

“안에 들어간 놈은 어떻게 됐지.”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계단 아래에서 희미하게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한참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 들었다.

카이사르가 날뛰고 리나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런 상황을 상상만 해도 울화가 치민다.

야구사 아몬의 수작질 따위에 부하를 잃을 순 없다.

“기회를 주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놈들은 나한테 단단히 겁먹었다.

게이머라면 이런 걸 그냥 두고 넘어갈 수 없다.

이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용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검은 왕관을 버리고 내게 굴복해라.”

“!!”

“내게 거역하는 자를 벤다면 받아들여주지.”

칼자국이 난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한 번 고쳐 잡은 칼은 언제라도 주인을 찌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다루는 검에 베일 정도로 무능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조차도 불가능했겠지.”

“확실히.. 흑산회의 조직원은 전부...”

칼자국이 망연히 중얼거리고 있을 때, 한 무더기의 덩치들이 혼비백산하여 계단에서 뛰쳐나왔다.

놈들은 칼자국과 나를 번갈아 돌아보더니 즉각적으로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뭐 이런 황당한 놈들이 다 있나 싶었지만 카이사르가 안에서 날뛰고 있다면 나 같아도 저렇게 애원할 것 같다.

“수전노 쉔은 죽었다. 놈의 것이라면 당연히 내 것이 되어야 마땅하지.”

“!!”

“비켜라. 내 앞을 가로막지 마라.”

조직원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길을 열었다.

[당신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피 한 방울 보지 않고 적의 주력부대 두 개를 접수했습니다. 이는 극도로 놀라운 성과입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4000 상승합니다.]

[특성 ‘지배자의 아우라’를 습득합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합니다.]

[보스의 기백 스킬레벨이 1 상승합니다.]

[조직접수 스킬레벨이 1 상승합니다.]

앞을 가로막아야 할 적들이 부하로 굴복하였다.

새삼 난관 따위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

나는 거침없이 블랙마켓 내부에 진입하였다.

‘저긴가.’

유독 소란스러운 곳에 다가가니 황당한 광경이 보였다.

뭐지.

우리 애들이 왜 여기서 활개치고 있는 거지.

“헉! 보스!!”

“크으윽! 보스가 오기 전에 끝을 내지 못하다니.”

“앞으로 조금이면 꼬맹이 간부를 찾는 건데.”

어째서인지 마크와 사이토, 데이고르가 사이좋게 모여서 한탄하고 있었다.

일을 수습하라는 놈들이 왜 같이 활개 치고 있는 거냐.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옆 건물에서 시체 한 구를 내던지며 나타난 얼굴을 보고는 그럴 마음도 싹 가셨다.

“리나!”

“보스!”

간신히 찾았다. 이 손 많이 가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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