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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66화 (66/224)

00066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16)

리나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보스, 조금만 기다려! 곧 있으면..”

“야구사 아몬은 죽었다.”

“...응?”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더군. 그래서 자살시켰다.”

“에에엑!?”

역시 놀라는 건가. 그럴 만도 하지.

허망하게 죽긴 했어도 야구사 아몬은 나름 상당한 실력을 지닌 암살자였다.

그런 놈이 내 목숨과 과거의 연을 두고 협박해대면 리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놈이 부린 수작대로 카이사르를 죽이려고 할 수밖에 없다.

“기껏 휴가를 줬더니 부하의 사생활이 이리 충격적이어서야 쓰겠나. 쉬라고 내보냈더니 거하게 사고나 치기는.”

“으으...”

“죄 지은 표정 짓지 마라. 너는 내 부하다. 이딴 문제가 생기거든 눈치 보면서 혼자 애먹지 말고 제일 먼저 내게 달려와서 보고를 하란 말이다.”

그래야 뒷수습이든 뭐든 늦지 않게 해주지.

아무도 모르는 데서 혼자 고민해?

의도가 어찌됐든 내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끔찍하다.

카이사르만 해도 사람을 죽이면 저 새끼 눈깔이 마음에 안 들어서 죽였습니다, 라는 말을 한다.

만일 이 새끼가 아무 말도 없이 사람 죽이고 다녀봐라.

갑자기 경비대에 체포되어서 나도 모르는 살인 건으로 시달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나라도 어어, 하다가 덜컥 감옥에 갇히게 된다고.

“전에도 말했을 텐데. 너는 카이사르 다음으로 소중한 내 두 번째 부하라고. 야구사 아몬 따위가 날 방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가?”

“우우, 우아앙!”

리나는 내 품에 안기며 엉엉 울었다.

“잘못해뗘, 보스!”

젖어드는 옷자락을 아랑곳 않고 눈물콧물로 얼룩진 얼굴을 옷으로 가려주었다.

[리나의 휴가가 종료되었습니다!]

[‘휴가일지’에서 리나의 휴가 동안의 활동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휴가일지의 내용 정확도 및 상세도는 충성도 및 호감도에 비례합니다.]

그거 봐봤자 별 도움도 안 되겠네.

“리나. 휴가 도중에 몇 명을 죽였냐.”

“훌쩍. 23... 24명.”

“시체는 제대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암살했겠지?”

“응. 훌쩍.”

다행이다.

휴가 도중의 활동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잘했다. 그리고 잊지 마라. 앞으로도 제대로 킬 카운트를 세고 문제가 생긴 암살 건이 있으면 내게 알려줘야 한다.”

“응. 알았어, 보스.”

대화를 들은 조직원들이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뭐.

암살자랑 보스가 대화하는 건 처음 봐서 신기하냐.

“일단 상황부터 정리해야겠군. 카이사르는?”

“어... 보스랑 같이 있던 거 아니었습니까?”

“…….”

이거 또 안 좋은 예감이 들게 하네.

“저, 저기 시장가에 나가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마크. 밑으로 열 명 데리고 가서 데려와라.”

“옙!”

자, 그러면...

다음은 충격과 혼란의 깽판이 가라앉은 블랙마켓 내부상황 점검이다.

적대하던 놈들은 다 죽였고, 나머지는 이쪽에 항복했다.

정확히는 주둔병단의 절반과 호위병단 전체가 항복했고, 암살병단과 주력병단은 외부에 나가있다.

주둔병단의 단장을 포함해 요직에 있던 놈들은 죄다 리나의 암살에 당해 죽었다.

덕분에 이놈들의 지휘는 전부 새로운 지휘관이 도맡아서 하게 생겼다.

“칼자국.”

“하명하십시오.”

“주둔병단의 졸개들은 네가 흡수한다.”

소속이 다른 놈들을 마구잡이로 섞어봤자 좋은 꼴은 보기 힘들다.

익힌 무술도 다르고, 호흡도 맞지 않으며, 조직원 간의 긴장도만 높아지고 효율은 엉망진창이 된다.

배신의 가능성이 높아지더라도 그냥 한 덩어리씩 뭉쳐놓는 게 제일 편하다.

“우선 교전의 흔적을 전부 제거한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사이토. 데이고르. 너희는 거하게 사고를 쳐주었더군.”

두 사람은 넙죽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때에 맞춰서 리나 간부를 구출하지 못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소. 무인으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언제부터 내가 너희한테 구출임무를 내렸냐.

기가 막히는 놈들이네.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가뜩이나 신규 임시조직원이 대거 늘어났잖아.’

기존에 있던 놈들에게 망신을 주는 건 위험하다.

여기서는 놈들의 체면을 적당히 살려줄 필요가 있다.

“시킨 일은 못하고 엉뚱한 짓을 저질렀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공과 과를 상쇄하고 남은 공을 치하하며 일인당 포상으로 300골드를 하사하겠다.”

“헉! 감사합니다, 보스!”

“고맙게 받겠소.”

300골드는 한화 가치로 약 3억 원.

두 사람이 감격에 벅찬 목소리로 감사해할 만도 하다.

일 하나 시켰다고 1억 주는 사장이 어디에 있어?

“덜떨어진 애송이들도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해주었다. 포상으로 일인당 30골드를 하사하겠다.”

“보스가 베푼 은혜와 아량,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짜식들.

내가 밀어주려는 걸 눈치 챘는지 그럴싸하게 고개를 숙이며 체면을 살려준다.

이런 기특한 놈들이라면 슬슬 받아줄 만도 하겠지.

“입회시험은 종료다. 현 시각부로 너희들을 흑산회의 정식조직원으로 받아들이겠다.”

구 조직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면 신규 조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저게 임시 조직원이었다고!?”

“미친. 입단시험이 거대조직을 박살내는 거야?”

“맙소사. 흑산회는 정말 무시무시하군…….”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엄청난 입단시험을 치르게 해버렸다.

애초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입에 초코맛 아이스크림이나 묻히고 다닐 모습이나 떠올리면서 가볍게 데려오라고 내린 지령이었다.

그게 이런 굉장한 소란으로 이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휴가 나간 부하를 데려오려고 범죄길드 지부 하나를 박살내고 대형조직 하나의 중심부에 쳐들어가서 깽판을 쳐야 한다고 생각하겠어?

이런 가시밭길인줄 알았으면 그냥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리나가 아니라 카이사르였다면 대형조직의 중심부가 아니라 드래곤 레어에 쳐들어갔다고 해도 욕지기를 내뱉으면서 구하러 갔겠지만.

“사이토. 너는 백보도장의 교관 직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모양이더군. 조직원이 되고 싶은가?”

“예! 그렇습니다!”

“노예보관소를 치는 과정에서 네 역할이 지대했다고 들었다. 너는 정식조직원보다 한 단계 높은 주요조직원으로 받아주지. 머리 쓰는 일은 지겹도록 해야 할 거다.”

답 없이 늘어나는 무투파 조직원들과 달리 머리를 쓸 수 있는 지략파 조직원은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교관 한 명이 줄어드는 건 아쉽지만 잘 생각해보면 무력과 지력을 겸비한 만능형 조직원이 늘어나는 셈이니 딱히 손해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보스! 블랙마켓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음.”

실은 그게 고민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적의 중심부에 들어왔다고.

이대로 물러나기는 뭣하잖아.

“약탈 안 해?”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죄다 들고 나르는 게 제일 속편한 방법이기는 하다.

근데 막상 비축된 물자를 보니 다른 생각이 든다.

뭔가 이걸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앞선다고 할까.

‘이거 대부분이 장물이잖아.’

가져가서 써먹기만 할 거라면 상관은 없는데 그걸 돈 주고 팔 거라면 뒤처리가 귀찮다.

물건의 원 소유자들이 찾아와서 귀찮게 굴기도 할 거고, 물건을 구매하려고 블랙마켓 오픈 시기만 고대하던 고객들은 그보다 더 귀찮게 굴 게 뻔했다.

이 장물들을 가장 깔끔하게 써먹는 방법은 암시장에 내다파는 거다.

‘근데 말이지.’

장물이 가장 많이 모여들고 가장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블랙마켓이다.

고객이 가장 많이 모여들고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는 곳도 블랙마켓이다.

어차피 물건을 처분하려면 블랙마켓에서 처분하는 게 제일 이득인 상황.

‘그냥 이거 내가 오픈하면 안 되나?’

장물의 삼분의 이는 이미 블랙마켓 안에 있다.

각지에서 모여드는 고급물품은 주력병단과 함께 암시장에 오고 있는 중이기는 한데.

흑산회의 전력이 대폭 늘어나서 힘으로 뺏으려면 못 뺏을 것도 없다.

‘물건을 확보하고, 지킬 인원도 충분하고.’

블랙마켓을 개최할 능력만 있으면 되는데, 실무진들은 무력이 없어서 구석에 박혀있던 걸 죄다 찾아서 끄집어냈다.

총괄하는 역할?

원래는 간부들이 역할을 나눠서 이행했다는데 그건 내가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회계스킬이 발동합니다.]

일반인의 6000배에 달하는 회계스킬이 발동했다.

자금운용, 세탁, 관리 방법?

한 달 치의 업무량도 5분 안에 처리하는 나다.

한 시간을 들여서 살펴보니 1년 치를 전부 이해했다.

막상 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

“보스. 설마 양쪽의 일을 먼저 선수를 쳐서 끝내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너야말로 길을 잃어서 헤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지도 쪽팔린 건 아는지 아무 말도 안 하네.

아무튼 카이사르마저 합류했다.

“검은 왕관의 주력병단과 붙는다면 이길 자신은?”

“있습니다.”

“승산은?”

“차고도 넘칩니다.”

“좋다. 지금부터 블랙마켓에 오는 놈들은 전부 끌어들여서 죽인다.”

호위병단 대신 주요물품의 호위를 직접 맡을 정도라면 주력병단의 조직충성도는 대단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회유나 굴복은 불가능하다.

공포를 유발하면 덜덜 떨더라도 도망치면 도망쳤지, 순순히 고개를 숙일 녀석들이 아니다.

오우거가 깽판 친다고 항복하는 인간 기사는 없잖아.

항복하면 죽거나 잡아먹힌다는 것을 아니까 그렇다.

나 또한 걔들만은 항복해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보스. 설마 블랙마켓을 점거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비로소 결심이 섰다.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이쪽에서 빼돌리고, 처분해야 하는 물품은 전부 팔아서 현금화시켜서 가져간다.”

“!!”

“운영을 마친 뒤, 남은 찌꺼기와 블랙마켓은 전부 버린다. 다른 조직이 먹어치우든 말든 거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6강들도 먹을 건 있어야 우리를 안 노리겠지.

게다가 경비대에 줄 먹이도 있어야 하는 걸.

“그간의 항쟁에서 발생한 사상자나 암시장 개최에 대한 리스크는 남은 우리가 흡수하지 않은 검은 왕관의 잔당들이 전부 짊어진다.”

“이해했습니다.”

경비대라는 끔찍한 낚시꾼이 수면 아래에 던진 미끼다.

그건 먹으면 죽는 독이다.

무조건 손해를 보고 재수 없으면 엄청난 타격까지 입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거금이 들어오겠군.’

블랙마켓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자금이 흐른다.

본래라면 검은 왕관이라는 거대조직이 취했어야 할 엄청난 자금을 내가 강탈한다.

그것도 장물을 모으고 처분하기 위해 들였어야 할 모든 수고로움을 배제한 채, 최종판매를 하는 것 하나만을 리스크로 짊어진 채 다른 모든 리스크는 배제한다.

재주는 검은 왕관이 부리고 결실은 흑사회가 얻는다.

실로 달콤한 결과가 아닌가.

‘안 할 수가 없잖아.’

블랙마켓의 지하경제 규모는 무려 천만 골드.

한화가치로는 10조원 이상이다.

그렇게 추정했었는데 실제로 회계스킬을 써본 결과는...

게임에서는 삼천만 골드, 현실에서는 30조원 이상.

여기서 삼분의 일만 먹어치워도 흑산회의 보유자산 10만 골드의 백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는다.

총자산 천만 골드, 10조원에 달하는 부를 얻는 시점에서 이미 벼락부자 따위는 멀찍이 초월한 갑부가 된다.

‘국가예산을 웃도는 거금을 한 방에 습득한다!’

실로 건곤일척의 승부나 다름없다.

이미 미궁공략과는 아득히 멀어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10조원이 걸린 일을 두고 그딴 거 알까보냐.

============================ 작품 후기 ============================

미궁공략만 아니면 뭐든지 잘하는 주인공.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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