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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75화 (75/224)

00075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 =========================

#3 - 내 부하의 사생활이 충격적이다(25)

카이사르한테 줄 가게를 내가 보유한 작업장 중에서 추리는 건 너무 아까웠다.

100% 그 가게는 영업 불가가 될 거잖아.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나는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내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라.”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밑에서부터 시작해서 남의 가게 사장에게 인정을 받아 가게를 접수하고, 그걸 1만 골드 이상의 수익을 올리도록 만들어라.”

“과연. 자수성가를 하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이 일에는 흑산회의 지원은 없을 거다. 네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으니 철저하게 너 개인의 역량을 발휘해서 월 1만 골드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도록 해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폭탄을 미궁도시 브람의 상점가에 내던진 셈이지만, 뭐 어때.

내가 피해보는 것도 아니고 그놈들이 보는 건데.

카이사르는 단단히 의욕을 불태우며 상점가를 접수하겠다고 뛰쳐나갔다.

“…….”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더 이상은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이 건에 대해서 잊기로 하고 카이사르와는 별개로 휘하 작업장들이 월 1만 골드 이상의 수익을 올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 *

카이사르는 상점가 중앙거리에 찾아갔다.

지나가던 아낙네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을 묻자 중앙거리의 게시판을 보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카이사르는 평범하게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가던 아낙네에게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순간이었다.

[아르바이트 공고 게시판]

[자격요건]

상점가의 온갖 가게들은 아르바이트 자격요건이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미궁도시는 각 나라에서 수도 다음가는 번성한 도시다.

일국의 두 번째로 부흥한 도시라면 모여드는 사람은 당연히 엄청나게 많다.

그건 상점가라도 마찬가지였다.

끝도 없이 밀어닥치는 손님들을 소화하고 강력한 경쟁업소들과 겨루려면 아르바이트생도 평범한 촌민 따위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뛰어난 아르바이트생을 확보한 업체만이 막대한 매출을 올린다!

상점가에는 그러한 인식이 팽배했다.

당연히 자격요건은 엄청났다.

일개 카페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자격요건]

-3개 국어를 할 줄 알 것

-미궁을 최소 B6층까지 공략했을 것

-소지자금이 100골드가 넘는 귀품 있는 소시민일 것

-남자는 미남, 여자는 미녀일 것

-점장의 꼰대질과 사장의 가.족.같은 대우를 감수할 것

누가 봐도 난이도는 빡세고 더럽게 힘들어 보이는 일.

옆에서 게시판을 보던 사람이 그를 만류했다.

“그거 하려고요? 관둬요. 거기 카페 평판도 엄청나게 나빠서 손님도 끊긴다던데. 자격요건이 저래서 아르바이트생은 다 떨어져나가고 점장이랑 사장은 불친절하대요.”

“좋군. 그런 쓰레기 같은 곳을 내 손으로 바꿔낸다면 보스의 인정을 받을 수도 있겠지.”

“예? 보스??”

“따라와라. 넌 이것저것 많이 아는 것 같으니 쓸모가 있겠어.”

“에에엑!? 자, 잠깐, 싫어요! 커피 타는 법도 모른다고요!”

카이사르는 아등바등 저항하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기껏해야 150cm나 될까.

조그마한 주제에 아는 건 많고, 생김새도 나쁘지 않다.

“그 정도면 몰라도 된다.”

“예?”

“다른 가게에 팔아버리면 되니까.”

“자, 잠까아아안! 다른 가게라니, 무슨 가게? 무슨 가게!?”

“시끄러. 입 닥쳐!”

상남자 카이사르는 여자를 어깨에 들춰맨 채, 무작정 공고지에 표기된 약도를 따라 인기 없는 카페로 향했다.

여자는 카이사르의 무지막지한 힘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막가파 정신에 굴복하여 저항을 포기했다.

NPC라면 모를까, 게이머인 그녀는 이 상황이 사뭇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히든퀘스트인가? 이 남자, 행동은 거칠어도 가만 보면 조금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몸이 좋잖아?’

근력이 높으면 체형보정이 이루어지며 마초적인 근육질의 몸매를 지닐 수 있다.

외모를 밝히는 여자들이 의외로 전사랑 곧잘 사귀는 이유이기도 했다.

“왜 갑자기 내 어깨를 손으로 훑는 거지?”

“핫...! 그, 그건... 몸이 좋다 싶어서요...”

“재밌는 계집이군. 전사가 되고 싶은 건가?”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좋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도장에 데려다주지.”

뭔가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인상을 품은 건 틀림없었다.

여자는 내심 소박한 행운이 왔다며 기뻐했다.

카페에 도착했다.

외견으로 봐서는 나름 고지대를 점해 테라스를 통해서 도시의 정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나쁘지 않은 입지를 지니고도 장사가 안 된다는 건 그만큼 점장과 사장이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의미였지만, 카이사르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카페에 들어갔다.

덜컹!

“어서오세...요?”

점장은 카이사르를 보자마자 패닉에 빠졌다.

건장한 남자가 여자를 어깨에 들춰 맨 채 들이닥쳤다.

이걸 손님이라고 생각해도 되는지 미처 확신할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

“무, 무슨 바보 같은!”

점장은 한층 더 당황했다.

“여긴 서커스장이 아니다. 차력 따윈 할 수 없다고. 그런 근육질로는 설거지를 해도 그릇이 다 터질 게 틀림없어!”

“괜찮다. 나는 서빙을 할 거다.”

“그쪽의 여자도 아니고 근육질의 남자가!? 말이 안 통하는군. 그만 돌아가게!”

카이사르는 짐짓 미간을 찌푸렸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데.”

카이사르는 점장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파르르.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장은 공포에 빠졌다.

“오, 오지마!”

“이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 네놈이 할 대답은 ‘알겠습니다’밖에 없는 거다.”

“어, 억지 부리지 마! 우리라고 아무나 쓸 수는 없어. 적어도 모집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아무리 횡포를 부려도 받아주지 않겠어!”

카이사르는 잠시 멈칫했다.

외지에서는 외지의 방식을 따르고 그들의 뜻을 존중하라던 보스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모집요건은 충족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3개 국어인가. 나는 대륙공용어를 할 수 있다.”

“서, 설마 다른 나라의 말도!?”

“덤으로 전사어와 보스어를 할 줄 안다.”

점장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전사어랑 보스어는 대체 무슨 언어냐! 그런 소수언어는 들어본 적도 없어!”

“그럼 보여주지. 대륙공용어를 하나 던져봐라. 그걸 전사어랑 보스어로 번역해주지.”

“그럼 ‘이 커피는 맛이 없어요’를 번역해봐라!”

카이사르는 커피잔을 쥐고 마시는 시늉을 하고는 땅에 내던졌다.

쨍그랑!

당연히 커피 잔은 깨졌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그는 깨진 파편을 발로 자근자근 밟으며 점장을 노려보았다.

“어이, 너! 장난치지 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커피가 맛없다고 말하고 있다.”

“어어억...”

점장은 뒷목을 잡으며 신음했다.

“전사어는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

“이 자식... 언어라는 게 뭔지 알고는 있는 건가...?”

“다음은 보스어다.”

카이사르는 멀쩡한 커피잔을 하나 쥐고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는 점장에게 저벅저벅 걸어가서 커피잔을 점장의 머리 위에서 뒤집었다.

내용물이 있었다면 머리 위에서 죄다 엎어졌을 게 틀림없었다.

“...이건 무슨 짓이냐.”

“이딴 맛없는 커피는 네놈의 두피로나 처먹으라는 보스의 표현방식이다.”

“까불지 마! 이딴 3개 국어는 인정할 수 없어!”

콰앙!

아득바득 소리치던 점장 옆 기둥이 움푹 파였다.

카이사르의 주먹은 기둥보다 단단했다.

“뭐가 어째?”

“아, 아니... 다른 자격요건을...”

“B4층 이상 공략이라. 내가 그 정도도 못할 것 같나?”

“그건 아니지만...”

“소지자본도 100골드는 넘는다.”

블랙마켓 급습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빌헬름 마이어는 나름의 공로를 치하하며 두둑하게 돈을 넘겨주기도 했다. 소지자금 100골드는 당연히 넘었다.

미궁이야 B2층부터 제대로 헤맸었지만... 겉보기로는 카이사르는 B4층까지는 단신으로 돌파하고도 남을 양반이었다.

“남자는 미남이라는 조건. 이건 당연히 충족하는 거고.”

“…….”

“뭐냐, 그 표정은. 내가 미남이 아니라는 거냐?”

카이사르는 미남(물리)이었다.

점장은 그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점장의 꼰대질과 사장의 가족같은 대우를 감수할 것. 이것도 별로 어려울 건 없겠군.”

“잠깐! 그 공고를 쓴 건 분명 마지막 아르바이트생이었을 텐데! 그따위 농간질을 저지르고 튀다니...!”

“어이. 나는 바쁜 몸이다. 재잘거리는 건 나중에 하고 빨리 나한테 꼰대질을 해라.”

점장은 당황했다.

확실히 그는 꼰대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꼰대질을 하라고 들은 건 처음이다.

“풉.”

카이사르의 어깨에 매달려있던 여성 게이머가 실소를 참지 못했다.

점장은 격노를 참지 못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후회하지는 않겠지?”

“물론. 네놈의 꼰대질은 내 주먹으로 교정해주겠다.”

“으, 으음. 갑자기 꼰대질을 하고 싶지 않군.”

“뭐? 그게 정말이냐?”

“네 주먹을 보니까 더는 꼰대질을 하고 싶지 않아졌어.”

카이사르는 점장의 꼰대질을 물리치료했다!

“그럼 사장을 불러와라.”

“뭐, 뭐?”

“사장의 가족 같은 대우도 감당하고 이 가게의 정식 아르바이트생이 될 거다.”

점장의 두뇌가 기민하게 회전하였다.

이 무지막지하게 강한 남자는 그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장을 데려올 필요가 있었다. 그것도 이왕이면 물리적으로 날뛰는 이 괴인을 체포할 경비대와 함께!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사장님을 불러오겠다.”

“그럼 그동안 커피는 이 여자에게 맡기겠다.”

“좋을 대로 해.”

어차피 경비대에 구금시키고 잔뜩 벌금을 내게 할 거니까.

점장은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여성 게이머는 슬슬 내려달라는 의미로 어깨를 쳤다.

“뭐냐. 한판 붙자고?”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만 내려주세요.”

카이사르는 순순히 여자를 내려주었다.

“내가 서빙을 하고 네가 커피를 만든다. 문제는 없겠지?”

“그거 여러 가지로 엉망진창인데요. 애초에 사장이 저희를 채용해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한다.”

“뭘 믿고요?”

“내 근력을 믿는다.”

틀렸다.

이 남자는 물리적으로 사장을 설득할 작정이야.

여성 게이머는 반쯤 포기해버렸다.

“전 설화라고 해요. 그쪽은 이름이 뭐에요?”

“카이사르.”

“음... 카이사르 씨. 굳이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요?”

설화는 진심으로 의문을 감출 수가 없었다.

“카이사르 씨는 강하니까 다른 곳에서라면 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카페는 어울리지 않는 걸요.”

“알고 있다. 애초에 본업은 따로 있으니까.”

“정말요? 어떤 일이에요?”

“학살자다.”

“치. 또 이상한 농담이나 하시기는. 짓궂으셔요.”

설화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이사르의 클래스는 실제로 학살자였다.

이런 상황에서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너는 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지?”

“실은... 외지에서 여기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거든요. 아직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험한 일은 하기 싫고... 어떻게든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게시판을 보고 있었어요.”

“으음.”

설화는 VR게임을 처음으로 접하는 여성게이머다.

역시 미궁에 곧바로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떻게든 여관비라도 벌려고 일감을 찾던 것이다.

다만 그 의미는 카이사르에게는 완전히 다르게 와 닿았다.

외지에서 온 여자, 험한 일, 하기 싫은 일.

피와 살점이 난자하는 더러운 뒷골목에서 무자비한 살인자로 자라온 그는 인간사회의 밑바닥을 보았다.

‘먹잇감인가.’

이 여자는 수많은 하이에나들에게 물어뜯길 먹잇감이다.

자유를 빼앗기고 빚에 구속되어 몸을 팔게 될 여자다.

평소라면 무시하고 지나쳤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랐다.

‘보스는 부족하고 덜 떨어진 것들을 받아들여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계신다.’

이번 임무만 해도 그렇다.

보잘 것 없는 가게의 매상을 급등시키라고 했다.

작고 나약한 것들을 자신의 힘으로 강하게 이끌라는 의미임이 틀림없다.

“여기다! 경비대! 내 가게를 멋대로 점거한 불순한 놈들을 체포... 아, 아니! 어딜 가는 거야! 왜 도망치는데!”

카이사르는 문밖으로 나가 사장의 머리를 붙잡았다.

경비대는 이미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있었다.

그제야 사장은 카이사르를 알아보았다.

“히에엑! 흐, 흑산회의 악마계약자!”

“이 가게는 오늘부로 내가 접수한다. 불만은?”

“어, 없습니다. 그, 그래도 돈이라도 제발..”

카이사르는 설화에게 물었다.

“이 가게. 얼마쯤 해보이냐.”

“어... 그, 글쎄요. 1억 원쯤 하지 않을까요?”

“원?”

“어.. 그러니까. 골드로 치면 100골드요.”

“그럼 사겠다. 팔아라.”

짤그랑!

사장은 바닥에 떨어진 100골드를 줍고 달아났다.

점장은 멍청한 얼굴로 어버버 거렸다.

“저놈은 쓸모있을 것처럼 보이냐?”

“아니요.”

“그럼 넌 해고다.”

점장은 해고당했다!

카이사르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카페를 접수하는 건 성공했지만 이래서는 자신이 사장이 된다.

이래서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보스에게 소유권을 넘기면 졸지에 매상도 안 나오는 짐덩이를 떠안는 셈이 된다.

“너. 바지사장이 되어라.”

“예에에!?”

초짜 게이머 설화는 느닷없이 미궁도시 번화가에서도 뛰어난 입지를 지닌 카페의 바지사장이 되었다.

빌헬름 마이어.

게이머 이호연은 생각지도 못하게 월 수익 1만 골드가 넘는 카페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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