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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76화 (76/224)

00076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 =========================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1)

정기점검으로 인해 게임 플레이를 잠시 중단했다.

공개적인 휴식시간이다.

다른 경쟁자들은 미궁세계에서 뭘 했을지 궁금해졌다.

“역시 이 무렵에 정보를 공개하는 바보는 없네.”

랭킹 100위권 이내의 게이머들은 한 명도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전에 행적이 밝혀졌던 놈들도 쫓아오는 놈은 전부 찾아서 죽인다고 협박하고 진짜 죽이기도 했다.

대신 그 밑의 게이머들이 치기어린 마음에 올리는 자랑 글은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략 미궁의 B6층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는데 몬스터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너무 강해서 고전한다는 모양이다.

나오는 건 오크다.

근데 오크가 미친 듯이 쌔단다.

“고블린처럼 별 거 아닐 거 같은데.”

카이사르랑 리나는 거의 식후운동 같은 느낌으로 고블린들을 학살했었다. 아마 흑산회 조직원 아무나 데려가도 고블린은 가볍게 잡겠지.

오크로 범위를 넓혀도 어떻게든 사냥은 되지 않을까 싶다. 카이사르랑 리나는 뭐 양떼 사이를 누비는 늑대처럼 날뛸 것 같으니 걱정 따위는 전혀 안 된다.

B9층은 가야 슬슬 버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전투에서라면 말이다.

“...빌어먹을 길치들.”

그래도 흑산회의 전략병기는 착실히 개발되고 있다.

레이브.

놈은 내가 준 초급심화도적교본도 얼추 학습을 완료했다.

이제 중급도적교본과 중급심화도적교본, 중급전문도적교본 1~3권, 상급도적교본, 상급심화도적교본, 상급전문도적교본 1~6권만 더 습득하면 걱정은 없다.

적어도 도적 역할군에서 필요한 일은 레이브가 전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조기교육이 너무 빡빡한 것 같기는 한데.

뭐 어쩌겠어.

걔 아니면 도적 짓 할 놈이 없는데.

이참에 도적스킬과 지식은 싹 다 배우게 해야지. 시프 마스터(Thief Master)만 키워도 미궁탐사가 정말 쉬워진다.

“아, 이런.”

고만고만한 후발주자들과 달리, 유독 눈에 띄는 게시글 하나가 보였다.

[길드 공고]라는 건방진 게시글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궁게임부터 악연으로 다져진 과금전사들의 [길드]가 작정하고 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왕궁에 연줄을 만들고 로얄 검술을 배워? 허.”

끌리면 와라.

대신 참가 자격은 현질 100억부터다.

진짜로 이렇게 써져있다.

게임에 인생을 바친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나 같은 놈들이 뭐 이리 많은 거야.

솔플로나 하지, 비겁하게 뭉쳐 다니기까지 하다니.

딱 봐도 로얄검술을 토대로 단숨에 미궁을 치고 내려가서 상층부에 있는 탐나는 던전은 죄다 장악하고 꿀을 빨려고 작정한 모양새다.

여타의 온라인 게임의 사냥터 통제랑 비슷한 개념을 재현하려는 기미가 보인다.

보통의 게임사는 그것도 게이머의 자유라면서 대놓고 방치해버리는데, 천만 다행히도 미궁세계 제작진은 길드를 향한 저격 패치를 한다고 확언을 했다.

「자유를 즐기는 건 좋다.」

「허나 너희는 다른 게이머보다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게이머들의 자유를 과하게 침해한다.」

「우리 게임사도 너희보다 강하니까 너희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도 납득해라.」

아주 간단 명쾌한 논리였기에 일반 게이머들은 쌍수를 들고 환호했다. 소액결제 인증창이 끝도 없이 올라왔다.

자유게시판은 아주 축제분위기였다.

길드 측은 일반 게이머 위에 군림해서 단물을 쪽쪽 빨아먹는 게 힘들어지려 하자 나름 강수를 두며 반발했다.

「이 게임에 현질 하는 최대 고객은 우리들이다.」

「헤비현질러 층을 잃으려고 작정했냐?」

「아니꼬우면 겜 접고 다른 데로 가버리는 수가 있다.」

자본주의에 입각한 냉철한 지적이었고 실제로도 이 협박은 상당한 위협이기도 했다. 전체 게이머가 하는 현질 중에서 길드 소속 게이머들이 하는 현질의 비율은 무려 30%다.

그마저도 이번 미궁세계에 들어서면서 동시 플레이 인원수가 늘어남에 따라 길드의 인원수도 증가했다.

게이머 숫자가 늘어난 것과 달리 길드가 한 현질비율은 더욱 많다고 볼 수 있다. 아마 작정하고 계산을 하면 길드의 현질 비율이 40%도 넘지 않을까 싶다.

매출의 절반 조금 안 되는 규모.

이걸 인질로 잡고 있다.

일반 게이머들은 비겁하다고 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 납득한 기색이었다.

현대사회에서 돈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던가.

허나 게임사의 답변은 패잔병이나 다름없던 일반 게이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계약절차에 따라서 환불하고 계정삭제 하던지?」

「성인들 놀이에서 땡깡부리면서 징징거리지 말고 꺼져」

미친 자신감이다.

이럴 수 있는 이유도 실로 간단했다.

대체할 게임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은 미궁세계만한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

어차피 길드 소속 게이머가 안 해도 수익은 엄청나다.

재밌는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길드 소속 게이머만 손해다.

“캬. 사이다가 따로 없네.”

길드 녀석들을 좋아하는 일반 게이머는 한 명도 없다.

당연히 모두가 신났다.

평소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안 먹던 치킨까지 먹었다.

길드 소속 게이머 중 일부는 정말로 접은 모양이다.

두고 봐라, 후회하지 마라, 고소할 거다.

별별 말이 다 나왔지만 게임사는 [계정블록]까지 걸었다.

길드 소속 게이머들이 뭔 짓을 해도 패배는 명확했다.

애초에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대통령들도 즐기는 게임이다.

고소해봤자 이번 기회에 세계적으로 망신만 당하겠지.

이것이 게임이다, 희망편인가.

간만에 기분 좋게 낄낄거리다가 잠든 하루였다.

* * *

[게이머 이호연. 사용자 코드 식별 완료.]

[미궁세계에 접속합니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알림이 떠올랐다.

길드는 철퇴를 맞고, 나는 밀린 보상을 받을 패치인가.

간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알림을 확인하였다.

[새로운 공지사항(패치)이 도착했습니다.]

[공지사항(패치)]

1. NPC 호감도 상승속도의 저하 및 상승공식 변경

더 이상 막대한 재화만으로 NPC들의 호감도를 상승시킬 수 없습니다. NPC의 호감도 상승이 전체적으로 둔화되며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한 ‘호감도 락’이 보다 견고해집니다.

이러한 경향은 보다 높은 지위나 실력을 지닌 NPC일수록 강해지며 특급 NPC들의 호감도는 철옹성처럼 단단해집니다. 그들은 더 이상 게이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또한 기존에 높은 수치의 호감도를 지닌 NPC들도 호감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상승합니다. NPC와의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하지 않으면 관계가 점차 희박해집니다.

2. 미공개 기능인 ‘게임 내 CP 습득 및 투자’의 개방

게임 내에서 레벨 상승과 스킬포인트 습득만으로 상쇄하지 못하는 활동정산수치 및 업적보상이 CP로 지급됩니다. 초과된 CP는 시트지에서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단, CP투자로 기존에 주인이 있거나 구매예약이 걸린 상품 등을 구매하는 행위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확실하게 자신의 소유로 확정된 소유물을 보강하는 작업에는 CP를 투자하실 수 있습니다. [소유권]의 중요성이 보다 상승합니다.

3. 명성 및 악명 상승속도 저하

더 이상 명성 및 악명이 후속소문에 의해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공포를 통해 비정상적인 속도로 명성과 악명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습득한 막대한 수치의 명성 및 악명 또한 그에 합당한 활약을 보이지 못할 시, 점진적으로 줄어듭니다. 명성과 악명은 영원히 최고점을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명성과 악명의 중요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NPC들은 명성과 악명을 더욱 중요시하며 이는 호감도 상승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

.

.

자잘한 패치내용이 더욱 이어졌지만 중요한 건 셋이다.

1. 호감도 상승속도 저하.

2. CP습득 및 투자.

3. 명성과 악명의 상승속도 저하 및 하락가능.

여기서 첫 번째는 [과금전사]들을 대놓고 저격한 패치다.

뭐든지 돈만 발라서 끝내지 못하도록 ‘호감도’라는 벽을 단단하게 내세웠다.

이제부터는 착실하게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급진적인 성장은 불가능한 셈이다.

두 번째는 [나]를 위해서 패치 된 사항이다.

그간 일으킨 일에 비해 능력치 및 스킬포인트 지급은 상한에 걸려서 습득보상이 점점 마음에 안 들던 참이었다.

딱 시기적절하게 새로운 보상안이 제시되니 꽁했던 마음이 살살 풀리는 게 느껴진다.

세 번째는 [나]를 저격한 패치사항이다.

근데 이걸 마냥 저격이라고 생각해야 되는지는 모르겠다.

안 그래도 나는 높은 수치가 부담되었단 말이지.

‘길드 녀석들. 제대로 희비가 엇갈렸군.’

이래서 조금 잘나간다고 게시판에서 까불면 큰 코 다친다.

미궁세계의 운영진은 벨런스 피드백을 끊임없이 진행한다.

전작과 비교해도 피드백 강도는 훨씬 더 세고 무자비하다.

나와 길드의 차이는 오직 단 한 가지였다.

자신이 이룬 힘을 대놓고 과시했는가, 과시하지 않았는가.

길드는 오만했기에 철퇴를 맞았고 나는 내 플레이 너머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무사했다.

그래도 이번 패치로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알았다.

‘운영진이 날 주시하고 있군.’

솔직히 그럴 만도 했다.

블랙마켓을 이용해서 일확천금이 우스울 거금을 벌어들였고, 나아가 미궁도시의 암흑가를 지배하는 6강 중 하나의 세력을 완전히 풍비박살 냈는걸.

내가 운영진이라도 나 같은 놈은 당연히 경계할거다.

그래도 비겁하게 과금파워만 믿고 설친 놈들과는 다르다.

나는 내 실력으로 결실을 이루었다.

카이사르가 설친 게 내 실력이라고 물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내 CP 투자해서 만든 놈이잖아.

그러라고 만들었는데 당연히 그래줘야지.

운영진도 이것만큼은 인정했기에 하수인 너프는 안했다.

애초에 충성도 하락 시스템도 있잖아.

게임 초기부터 저격패치 당했는데 거기서 뭘 더 당해.

역경을 딛고 여기까지 해낸 내 능력이 대단한 거다.

자화자찬은 이쯤하고…….

슬슬 아까부터 외면하던 게 거슬린다.

마음의 준비는 마쳤다.

나는 다시금 공지사항 밑으로 뜬 알림을 봤다.

[카이사르가 접객(물리) 스킬을 습득합니다.]

접객(물리)라니 뭐야 저게.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접객을 물리적으로 뭐 어떻게 하는 건데.

“리나. 가서 카이사르를...”

“응? 어떻게 해? 죽여?”

“...아니, 됐다.”

귀찮다고 남한테 시켰다가 어떤 재앙을 겪으라고.

블랙마켓 급습전으로 고생은 충분히 했다.

그런 짓을 하나 더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가뜩이나 6강의 일원인 마약술사 파난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당장 유지되는 평화도 여차했다간 조직 간 항쟁을 겪고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에이스 카드나 다름없는 카이사르가 나가서 이상한 짓이나 하고 있으면 그냥 데려와서 아지트에 갖다놔야지.

“상점가? 이런 곳에 카이사르가 있다고?”

“그래.”

“뭐 하러 갔는데?”

“아르바이트.”

“...그거 보스가 시킨 거야?”

리나는 어떻게 그런 심한 짓을 할 수 있냐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항의했다.

“상점가의 사람들한테 원수라도 졌어?”

“딱히 없는데.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은 드는군.”

“으휴. 보스는 살인광한테 유독 약하다니깐.”

CP 몰빵하면 다 이렇게 된단다.

“저쪽이 시끄러운 걸 보니까 카이사르가 있지 않을까.”

“틀렸다.”

“엇. 정말이네. 어떻게 안 거야, 보스?”

그야 당연하지.

“카이사르가 있는 곳에서는 처절한 비명이나 애원이 들려야 하니까.”

말하기가 무섭게 적당히 고지대에 자리한 카페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워낙에 커다란 비명이었기에 사람들이 모두 수군거렸다.

나와 리나는 서로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그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우리는 목격했다.

뭔가 비현실적인 카페의 상황을.

“좀 더 크게 외쳐라!”

“아아악!”

“그 정도 기합으로는 이 커피를 마실 수 없다!!”

손님에게 윽박을 지르는 카이사르.

놈의 협박에 따라 악을 쓰는 손님.

“이게 대체 뭐하는 상황이야...?”

리나의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든.

나는 물론이고 지금 비명을 지르는 손님도 포함해서.

진상을 알고 있는 건 한 명뿐.

저 기괴한 짓거리를 시키고 있는 카이사르이다.

“보스. 어찌 이런 누추한 곳에 오셨습니까.”

“그 전에 설명해라. 손님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유를.”

“목소리가 쥐꼬리만 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지.

“…….”

“…….”

“그게 다냐?”

카이사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시발.

이딴 새끼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한 사장은 누구냐.

============================ 작품 후기 ============================

[잡담]

보통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통제에 나서는 유저들에게 운영진이 제제를 가하면 아이템 보급이 원활해지고, 시세가 폭락합니다. 자연스레 아이템의 가치는 낮아지고 실물은 많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요.

현실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가 차원의 개입이 가능하지만 게임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게임이 빠르게 하향세에 접어듭니다.

물론 킹갓엠페러마제스티충무공 갓게임 미궁세계에서는 그딴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제제와 간접적인 제제가 동시에 존재하기에 '사냥터 통제? 어디 한 번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대신 시트지 찢겨도 환불은 없다'는 느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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