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7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 =========================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2)
도대체 이 녀석은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어째서 사장은 이런 짓을 용인하는가.
손님은 왜 저딴 억지에 응해주고 있는 걸까.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한 시간 남짓한 관찰 끝에 나는 모든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보니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카이사르가 다른 손님을 취급하는 방법을 보고 있자면 이해가 되었다.
“저기... 녹차라떼 주세요.”
“없다.”
“네...? 그치만 메뉴판에는...”
카이사르는 메뉴판을 붙잡아 땅바닥에 내던졌다.
“언제까지 남들이 보여주는 것만 믿고 살 거냐!!”
“.......네?”
“눈에 보이는 게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어째서인지 손님을 혼내기 시작했다.
“그럼 뭘 주문하면 되는 건가요...?”
“네놈이 좋아하는 걸 말해라!”
“그, 그럼.. 콜라로.”
“닥쳐!!”
“히이익! 무, 무서워...!”
카이사르는 놀란 손님에게 한층 더 윽박질렀다.
“네놈 같은 약골은 좀 더 강해져야 한다! 자양강장제나 마셔라!!”
“마실게요! 마실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썩 마시고 꺼져! 그리고 강해져서 돌아와라!”
손님은 반쯤 울먹이다시피 하며 완제품 자양강정제를 받고 계산한 뒤에 나갔다.
그보다 완제품이냐.
이미 수제 커피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고.
“카이사르 씨. 손님이 울 정도로 매도하는 건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요...?”
“설화. 너는 지나치게 마음이 여리다. 보스라면 이럴 때 윽박지르는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 나약한 손님을 그냥 보냈다며 엄히 꾸짖었을 게 틀림없다.”
“그, 그런 건가요?”
주인장이 어째서인지 나에게 물어왔다.
뭐라고 대답해야되냐.
역시 고민해도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그런 거다.”
대충 그런 척 하자.
‘이런 기가막힌 일이 벌어질 줄이야.’
카이사르는 손님들을 강하게 키워주고 있다.
백보도장에서 하는 일이 약골들을 강하게 키우는 거였다.
이놈은 그냥 습관대로 손님을 강하게 만드는 거다.
사장 설화는 엄청나게 마음이 여린 젊은 여자다.
카이사르 같은 놈이 쳐들어와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라고 윽박지르면 어쩔까.
혹여나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무서워서 채용했겠지.
손님은 저 억지에 응해줄 수밖에 없다.
접객(물리)를 받고 있다고.
한 대 맞을까봐 무서워서라도 순응하게 된다.
즉, 이 카페의 모든 비현실적인 요소는 카이사르 단 한 명의 존재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다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놈을 여기서 빼내면 아지트나 도장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다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사장 설화라고 했던가.”
“네, 넷!”
“내 부하가 조금 소란스럽겠지만 넓은 아량으로 지켜봐주기를 바란다. 당장은 곤혹스러워도 곁에 두고 기르면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거다.”
“며, 명심할게요!”
“음.”
정말로 이런 사장한테 카이사르를 맡겨도 되는 걸까.
조금 불안해지네.
못마땅한 건 나만이 아닌지 리나도 빤히 관찰하며 말했다.
“엄청나게 약해 보여! 잘 말린 건초 같아!”
“거, 건초...! 그런 심한 말을!”
“그치만 너, 싸우는 법 같은 건 전혀 모르잖아?”
설화는 으읏, 하며 주춤거렸다.
“하아. 이거 불량배 한 명만 와도 카페가 난장판이 되겠는데. 물론 살인광 녀석이 없을 때 한정이겠지만.”
“사, 살인광!? 카이사르 씨는 살인광이었던 건가요!?”
“아아... 뭐, 괜찮지 않을까? 저 녀석도 당신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고. 싫어할만한 짓은 안하겠지.”
그런 말을 들으면 나까지 불안해지네.
이 가게, 그리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영업(물리)이 아닌 다른 이유로 망하는 건 좀 그렇잖아.
“가게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내 부하를 보내줄 수 있다.”
“정말인가요!?”
“보수는... 지금은 딱히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저 무능해 보이는 사장이라면 시청에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한계가 아닐까.
딱히 괴롭히려고 온 것도 아니고.
오히려 카이사르가 일방적으로 민폐 끼치고 있는 입장이니까 도리어 내가 미안해진다.
“저놈이랑 일하다보면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하지. 이게 필요할 때가 올 거다.”
나는 천 골드가 담긴 주머니를 건넸다. 이 정도면 단체로 회식 온 시청 관리들을 두들겨 패도 깽값 물어주고 사태 수습할 금액은 되겠지.
“그럼 모쪼록 못난 놈을 잘 부탁한다.”
“네! 맡겨만 주세요!”
이만하면 인사치례는 충분히 했겠지.
뒤에서 ‘헉! 퀘스트가!’ 따위의 감탄이 들려온다.
게이머였냐, 저 사장…….
한층 더 불쌍해지네.
이런 단기간에 상점가에서도 번듯한 카페를 매입했건만 아르바이트생이 저 꼴이어서야 원...
나중에 가게가 망하거든 다른 가게나 차려줘야겠다.
* * *
그날 이후로 카페에 대해서는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굵직한 소동이 잔뜩 일어났기 때문이다.
먼저 블랙마켓을 뜯어먹던 다른 6강들이 경비대와 충돌하였다.
사태의 진상을 알고 있으면서도 경비대는 이 기회를 틈타 기존 6강의 세를 낮추려고 작정한 거다.
놈들도 경비대와 정면으로 충돌해 성주의 눈 밖에 나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6강은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하며 굴욕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직후, 진범이 나라는 사실이 알음알음 밝혀졌다.
상급 정보상인한테 내가 정보를 팔았기 때문이다.
실력자들은 모두 내 심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결과, 미루어졌던 보상이 잔뜩 들어왔다.
[당신이 뛰어난 심계를 바탕으로 세운 계획이 수많은 강자들에게 노출되었습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적이 누구였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흑산회의 관장영역을 <공포>라고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흑산회를 두려워합니다.]
[일련의 행동과정에 따른 정산으로 특별한 칭호가 부여됩니다.]
[칭호 ‘암흑가의 유망주’가 이미 존재합니다.]
[칭호 ‘암흑가의 유망주’가 한 단계 승급하여 ‘암흑가의 슈퍼루키‘가 됩니다.]
[당신이 지닌 활동경험치가 반영됩니다.]
[칭호 ‘암흑가의 슈퍼루키’가 한 단계 승급하여 ‘암흑가의 초신성’이 됩니다.]
근데 시스템 알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블랙마켓이 망한 여파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예기치 못한 형태로 말이다.
[당신은 미궁도시 브람에 존재하는 최대의 암시장 ‘블랙마켓’을 파멸하고 수많은 암시장을 관장하는 암흑조직 ‘검은 왕관’을 멸망시켰습니다.]
[또한 많은 불법상점의 주인이 살해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불법상점의 주인들이 대거 잠적하거나 이탈하는 소동이 발생했습니다.]
[미궁도시 브람에는 당분간 암시장이 개최되거나 불법상점이 입주하지 않습니다.]
[미궁공략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결과 10000CP가 지급됩니다.]
[자체통찰력에 의한 추가정보 습득!]
[마도구나 아티펙트, 희귀물품 따위를 습득할 경로가 일제히 소실되었습니다. 미궁도시 브람에 기반을 둔 많은 집단이 물자충당을 브람의 미궁에서 자급자족해야만 합니다.]
[당신이 일으킨 소동이 브람 시에서의 미궁공략 속도를 급진적으로 상승시켰습니다. 이 뛰어난 활약을 경비대나 시청에 밝힐 시,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보판정 통찰체크]
[목표 값 20 < 현재 값 22]
[추가분석 정보가 완벽하게 제공됩니다.]
[미궁도시 브람의 시장은 당신이 일으킨 소동에 상당한 관심을 품게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건을 빌미로 시장과 접촉하여 거래할 시, 모종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물론 거래가 불발될 경우에는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 또한 공존합니다.]
[당신에게는 시청과 경비대에 인맥이 존재하며, 이를 활용할 경우에는 시장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어 교섭성공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별 생각 없이 나 한 대 때린 놈을 더 쌔게 때려주고, 위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박살냈을 뿐인데 그게 미궁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미궁도시의 성세는 미궁공략이 진행될수록 더욱 커진다. 시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가 한 일에 기뻐할 수밖에 없다.
이걸 빌미로 적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했고, 오히려 하지 않는 게 멍청한 짓이었다.
‘시스템 알림이 없었다면 깜빡 놓칠 뻔했어.’
높은 통찰 능력치가 제대로 한 건 거들어주었다.
시장과의 접선?
그것도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클레드. 그새 해직된 건 아닌지 걱정됐는데 다행이군.”
“얼굴 보자마자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보다 꽤나 화려하게 일을 저질러 주셨네요. 사람이 셋만 모이면 다들 흑산회 얘기하기에 바빠요.”
“그 건에 대해서 브람 시의 시장과 할 얘기가 있다.”
클레드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걸 왜 저한테 말해요?”
“흑산회 보스와의 개인적인 인맥을 과시하고 ‘상부’에 네 유능함을 부각시킬 기회가 아닌가?”
“과연... 그런 선물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네요. 제가 전해볼게요.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거들어주실 거죠?”
“물론.”
“그 말, 믿어볼게요.”
웬 돼지 같은 놈이 클레드의 공적을 가로채려고 끼어들기는 했는데, 나는 간단하게 놈을 해결했다.
“꺼져라. 흑산회의 이름값을 그 몸에 새겨주기 전에.”
“꿰에엑!”
비명소리도 진짜 돼지 같네.
인간이 0.2톤 정도 살이 찌면 저런 소리도 낼 수 있구나.
인체의 신비를 새삼 느꼈다.
“일정이 잡혔어요. 이틀 뒤 오전 11시, 어때요?”
“바쁜 척 하기는. 뭐, 좋다. 나도 할 일은 많으니까.”
“내성으로 10시까지 와주세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지도 내성 가본 적은 없을 거면서 안내는 무슨.
구경이나 실컷 하라고 알겠노라 대답했다.
성주 다음으로는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의 조직원이 찾아왔다.
“이즈라크님께서 경매장에서의 대화를 이어가기를 원하신다.”
“바쁜 몸이다.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오라고 해라.”
“...때와 장소는?”
“아지트 집무실에. 내가 있을 때.”
“알겠다.”
누가 뱀파이어 아니랄까봐 시니컬하게 대답하네.
근데 굵직한 일은 아직 더 남았다.
거물과의 일정은 성주와 이즈라크가 전부인 것도 아니다.
“저희를 흑산회에 받아주십쇼!”
“...뭐? 니네가 뭔데.”
“동쪽지구에서 주먹 좀 쓰는 루손 패거리입니다!”
잡다한 중소조직들이 흑산회 산하에 들어오기를 희망했다.
조직 숫자만 다 합쳐도 20개에 육박한다.
무소속 조직 중에서 힘 좀 쓴다 싶은 놈들은 다 왔다.
“내가 너흴 받아줘야 하는 이유는?”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마음껏 부려주십쇼!”
“뭐든지 한다라.”
마침 시킬 일이 있기는 했다.
“마약술사 파난. 그년의 조직 ‘비탄의 굴’을 감시해라.”
“알겠습니다!”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쪽의 감독결과와 보고서가 일치하고, 소기의 성과를 내면 산하 조직이 아닌 흑산회 임시조직원으로 발탁해주지.”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가봐라.”
활동지원금 한 푼 안주고 대량의 외부용역을 고용했다.
성과를 내면 그때는 줘야겠지만.
적어도 파난에게 의문의 기습을 당할 걱정은 사라졌다.
“보스. 파난은 왜 선제공격을 안 해?”
“막상 때리려니까 무섭겠지.”
검은 왕관이 파멸하도록 유도한 게 흑산회다.
상황을 보면 블랙마켓 수익도 흑산회가 대부분 흡수했다.
심지어 경비대와도 밀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6강 중 1강 교주 라만에게는 가르침도 베풀었다.
6강 중 2강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와는 모종의 관계도 생겼다.
6강 중 3강 파괴자 루커스에 이르러서는 반년 간 정전에 계약서에 의거해 부탁 1회를 들어주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흑산회에 전쟁을 걸어?
미친 짓이지.
경비대와 3강, 2강, 1강이 동시에 적이 될지도 모른다.
무서워서라도 못 건들이지.
뭘 믿고 개기겠어?
“역시 보스는 대단해!”
그러게. 나 좀 대단하네.
여유가 생기니 리나의 칭찬에도 대놓고 우쭐거렸다.
근데 이러고도 아직 확인할 게 남아있단 말이지.
이번 패치로 얻은 최고의 혜택이 뭔가.
바로 새로 습득한 CP다.
이걸 시트지에 추가로 분배할 차례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슷~고이~~!
보스는 동맹을 만드는 재주가 있는 프렌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