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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79화 (79/224)

00079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 =========================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4)

블랙마켓을 지워서 모험가들의 미궁공략을 진척시킨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성주. 당신이 힘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대에 대해서 많은 걸 착각하고 있었군. 모종의 이권을 노리고 진행한 일이라 생각했건만... 도시궤멸의 위기를 막아주고 있었군.”

“이제라도 알아주면 되었다. 40년간 성장했을 계층보스를 상대할 묘안은 있는가?”

브람베르크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가 제안하지.”

뒤늦게 위기를 깨닫고 화제를 돌리기는 했어도 애초에 여기에 온 목적은 추가보상을 얻기 위해서다.

계층보스를 제거하고 흑산회도 강해질 수 있는 제안을 하기에는 지금이야말로 적기가 아닌가.

나는 신속한 계산을 토대로 결론을 도출해내었다.

“브람 시의 모든 역량을 흑산회에 집중시켜라. 네가 하지 못한 일을 내가 해내겠다.”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분명 도시궤멸의 위기를 깨닫고 이를 막고자 행동하여 공을 세운 점은 인정한다. 허나 양지의 힘을 음지에 머무른 암흑조직에 실어줄 수는 없다.”

“규칙. 질서. 권위가 무너지기에?”

“그렇다.”

“무르다! 네놈의 마음에는 대체 몇 겹의 군더더기가 끼어있는 것이냐!”

성주를 향해 일갈을 내지른다.

동행한 클레드와 리나는 진즉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말 꺼내기도 무서워서 입도 뻥끗 못하고 있다.

스르륵.

이미 성주의 호위기사는 검집에 손을 얹었다.

명령만 떨어지면 내 목이라도 벨 기세다.

허나 브람베르크는 손을 들어 호위기사를 만류했다.

“중앙정계와 브람 시의 유력자들의 시선을 모두 무시하고 역량을 집결시킨다. 듣기에야 좋은 소리지만 그걸 실제로 해내는 게 얼마나 무리인지 그대는 모른다.”

“아니. 알고 있다. 네게는 그걸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그 기회를 네가 외면해왔다는 사실을.”

“뭐라?”

브람베르크는 오래도록 암흑가와 공존을 택했다.

일존 멸혼객.

그의 강함을 경계해왔기 때문이다.

“1존6강. 브람 시의 암흑에 도사린 암흑조직들과의 공생을 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그 힘조차도 총동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빌헬름 마이어. 그대의 심계가 깊다고는 들었지. 대체 내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건가.”

“브람 시의 유력자들의 눈을 가려왔던 어둠의 힘을 중앙정계로 넓혀라.”

이번에야말로 성주는 허를 찔린 모양이었다.

암석 같던 가면에 균열이 일었다.

더 이상은 평정을 유지할 여력조차도 없겠지.

“마약, 공포, 성욕, 폭력, 지배, 영생. 그 힘을 이용해서 밖으로는 중앙정계를 만족시키는 사이에 안에서는 내실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모험가 전력을 성장시켜라.”

“그대가 원한 건 흑산회를 향한 지원이었을 텐데? 중앙정계의 눈을 가리는 건 중요한 일이기는 하되, 미궁에 있을 계층보스 토벌과는 관련 없는 일이 아닌가.”

“그까짓 것, 내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차피 수도에는 [길드] 놈들이 손을 뻗고 있다.

호감도 락과 상승속도 제한.

그것만 믿고 시간을 허비하면 관계가 두터워진다.

왕가의 로얄검술을 얻고 과금으로 만든 탐험대를 이용해서 던전을 통제해?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모험가 전력은 약해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미궁공략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하고, 자연스레 심층지대 돌파는 불가능하다.

이번만큼은 그런 미래를 겪을 수 없다.

[길드]와 정면으로 맞서 놈들을 쳐부순다.

중앙정계와 국왕의 환심을 사는 건 내가 된다.

“중앙정계가 적이 아닌 아군이 된다면 미궁도시 브람의 역량이 어느 정도로 상승할 것 같은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겠지.”

브람베르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걸 해내겠다는 건가?”

“그렇다.”

“불가능하다. 그대가 아무리 뛰어난 심계를 지녔어도─”

“당연히 혼자서는 안 된다. 브람베르크. 브람 시의 시장인 당신이 전력으로 나를 밀어 올려줘야지.”

“으음...!”

흑산회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중앙정계에서 당당히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입지를 만들어준다.

“내가 어째서 암흑가의 6강들과 결전을 벌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무슨 의미냐.”

“중앙정계와 맞설 때, 뒤를 치거나 함께하지 않을 놈들을 배제하고 내게 협력할 조력자들만 남기기 위해서다.”

벌떡!

브람베르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런 무리한 짓을! 내 지원이 없더라도 흑산회와 암흑가의 힘으로라도 중앙정계에 도전할 셈인가!”

“이제야 이해했군. 브람베르크. 이건 내가 당신에게 베푸는 단 한 번의 기회다.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그의 눈을 직시하며 선언했다.

“네가 아직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때, 나를 지지해라.”

네놈이 지닌 모든 권력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기사단을 동원하면 흑산회 따위는 당장이라도 없앨 수 있다!”

“계층보스가 신나게 뛰쳐나오면 브람 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고.”

“크윽...!”

나는 브람 시의 존속을 인질로 잡은 채 협박하고 있다. 이건 간단한 가위 바위 보 같은 개념이다.

계층보스는 시장을 이긴다.

시장은 흑산회를 이긴다.

흑산회는 계층보스를 이긴다.

내게는 이 위기를 해결할만한 능력이 있다. 그러니 시장으로서 네가 지닌 권력을 총동원해서 나를 지지해라. 나한테 네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네가 지닌 모든 걸 잃게 된다.

“명분이 필요하다. 흑산회를 지지할 명분이.”

시장은 현명했다.

내 필요성은 인정하되, 자신의 권위를 해칠 수는 없다.

권위를 지켜줄 타협안을 제시하라는 거다.

“흑산회가 미궁도시 브람의 발전에 공헌하는 조직임을 증명해라. 그걸 해낼 수만 있다면 공식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겠다.”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굳건한 의지가 담긴 선언.

거기에 보상이 정해진다.

이로써 퀘스트 발생요건은 모두 충족되었다.

두두둥!

[메인퀘스트 ‘브람베르크의 시험’ 발동!]

[미궁도시 브람의 시장 브람베르크는 당신이 보인 능력과 결실을 보고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품었다. 중앙정계와의 오랜 악연을 끝내려면 당신을 지지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브람 시의 양지에서 활동할만한 명분을 얻기 위해 명성 50000 이상, 도시 내 유력자 30%의 인정을 받고 기부금으로 1천만 골드를 지불해야 한다.]

본래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퀘스트를 내 능력만으로 유도해내고, 모든 조건을 충족하여 발동시켰다.

TOP100위 안에 드는 랭커 게이머가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나 스스로도 장한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명성과 인정, 기부금이라.’

현재 명성은 33275. 높은 수치이기는 해도 커다란 공적을 두 개는 더 달성해야 한다.

인정은 실력을 증명하기를 바라는 거다.

유력자들을 찾아가 내 실력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애초에 유력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게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가 아니던가.

지배의 영역을 관장하는 그라면 유력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신속하게 인정을 받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기부금 천만 골드는 괘씸하기는 해도 어쩔 수 없지.

시장도 빈손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내가 준 기부금이 그의 활동자금이 된다고 보면 된다.

‘일개 도시에서 이만한 자금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변화하겠지.’

그 변화의 일정부분은 내 공적으로 인정될 것이다.

내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그 천만 골드를 내가 써봤자 흑산회만 강해질 뿐, 도시 그 자체의 역량이 발전하지는 않을 테니까.

“도시에서 명성을 올릴만한 일은?”

“자네가 궁리해야지.”

“블랙마켓이 한 번의 요행이었는지 시험해보겠다 이건가. 뭐 좋다. 알아서 방법을 찾아주지.”

여기에서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클레드는 나와 이어지는 창구로 활용해라. 경비대를 활용할 일이 있으면 심문관 마티아를 사용하고.”

“말세로군. 암흑조직이 시청과 경비대에 연을 두고 있다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는 집어치워라. 2강 이즈라크나 1강 라만은 훨씬 깊은 곳에 창구를 만들었을 텐데.”

대충 틈이 생길까 싶어서 찔러본 말이었나 보다.

본전도 못 건질 거면서 뭘 찔러봐?

제 2 내성을 나오면서 클레드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폭풍승진은 장담할 수 있겠네요.”

“이걸로 너도 한 배를 탄 거다. 해고당하면 곧바로 채용해줄 테니 최선을 다해서 정보를 물어라.”

“알겠어요.”

평범한 시청직원에서 흑산회와 이어지는 창구가 된다.

그녀의 입지는 비약적으로 상승하겠지.

얻을 수 있는 시청 쪽 정보가치도 월등히 높아지리라.

“보스. 성주가 말한 명분은 어떻게 만들 거야?”

“뭔가 하고 싶은 제안이라도 있는가?”

“응! 리나가 방해되는 놈을 전부 암살하는 거야!”

그딴 짓을 하면 없던 적도 대거 늘어나겠다.

어떻게 양지에서 활동하라는 거냐.

공존은커녕 목숨을 위협하는 강적으로 여기진다고.

“이즈라크를 거쳐서 유력자들과 만난다. 그 뒤에 놈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면 되겠지.”

“에에. 뒤치다꺼리를 하는 거야?”

“더럽고 지저분한 일을 치워줄 생각은 없다. 그건 전부 약점으로 삼아서 무기로 휘두를 거다.”

양지에서 활동하려면 유력자들의 어둠을 치워주는 역할을 맡으면 안 된다. 보상에 혹해서 맡았다간 도리어 이쪽의 목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된다.

“유력자들의 고민 중에서도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문제를 해결하여 그 결과를 널리 퍼뜨린다. 이걸로 명성과 인정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와아! 보스는 역시 대단해!”

변함없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기뻐해주는 리나다.

보스가 대단한 게 그렇게 좋은가.

뭐, 야구사 아몬을 주인으로 두던 시절보단 낫겠지.

“기특한 녀석.”

“흐흥.”

손을 뻗자 이제는 자연스레 턱을 슥 내민다.

방금은 머리 쓰다듬어주려고 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턱 아래나 간질여주자.

* * *

이즈라크와 만나러 가는 길. 문득 허전함을 느꼈다.

“요즘 카이사르가 잘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알바 갔잖아. 하루에 12시간은 거기서 일할걸?”

“카이사르 주제에 오래도 버티는군.”

어차피 카이사르가 일하는 가게다.

언제가 되었건 간에 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나도 리나도 관심이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다.

“그보다 요즘 마초카페라는 게 유행이라나 봐.”

“마초카페? 뭐냐 그건.”

“남자손님이 자신의 남자력을 시험받는 카페래.”

이색카페 컨셉인가.

별 웃기는 짓을 다한다 싶네.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즈라크와 동맹을 체결하고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수틀리면 뱀파이어 소굴에서 탈출해야 한다.”

“맡겨만 달라고! 리나가 보스의 사지 중에서 두 개는 반드시 지켜낼 게!”

“...이왕이면 사지 온전하게 돌아가고 싶은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크게 걱정은 안 한다.

이즈라크는 고위 뱀파이어.

미궁 심층지대에 있을 동족이 걱정되고 있겠지.

블랙마켓 폐쇄 건으로 미궁공략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층지대 돌파가 목적이라던 내 발언도 기억하고 있겠지.

그걸 빌미로 교섭을 시도하면 절대로 손해는 안 본다.

“<진홍의 속삭임>은 최선을 다해서 흑산회를 돕겠다.”

“현명한 판단이다.”

뭐, 실제로도 교섭은 간단하게 성공했다.

이런 일로 새삼 애 먹을 만큼 허접하지는 않다.

랭커 게이머라면 이쯤이야 간단하지.

“이지스 남작가의 장녀를 도와라. 그녀와 얽힌 일을 해결하고 공론화할 수만 있다면 미궁도시 브람의 거주민들과 많은 유력자들이 너를 인정할 거다.”

이지스 남작가의 장녀를 돕는다는 새 목표도 생겼다.

이즈라크에게는 조언도 들었다.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무력이 뛰어난 부하가 필요하다나.

그럼 카이사르 데려가야지 뭐.

별 생각 없이 녀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로 갔다.

정말로 별 생각 없이 갔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쨍그랑!

카페 창밖으로 건장한 남자가 튕겨져 나왔다.

전신에 유리조각이 박힌 채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기어이 이 새끼가 사람을 죽이고 만 걸까.

“으윽. 분하다. 상남자 코스를 마치지 못하다니...”

“아니야! 헥스는 충분히 멋졌어!”

“큭. 미안하다. 멋진 남친이 되려고 상남자 코스에 도전했는데 이런 꼴사나운 모습만 보여주다니.”

어째서인지 피투성이가 된 남자나, 뒤늦게 달려 나온 여자나 카페에 대한 불만은 없어보였다.

뭐야 이 광경. 상남자 코스는 뭐고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건 왜 당연하게 감수하는 건데.

“아.”

리나가 떨떠름한 얼굴로 간판을 가리켰다.

“보스. 소문의 그 카페가 여긴가 봐.”

간판에는 [마초카페]라고 떡하니 적혀있었다.

미친.

이 새끼는 카페에서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 작품 후기 ============================

쟁쟁한 거물들보다도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는 마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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