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0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 =========================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5)
마초카페에 들어가자 엄청난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서오십시오, 보스!”
경호 때문에 파견 나온 조직원들의 인사였다.
목소리 졸라 크게 인사하네.
덕분에 손님들의 시선이 마구 쏟아졌다.
“저 사람이 소문의 그 상남자인가?”
“으으. 무서워서 눈도 못 마주치겠어.”
“우리 그만 돌아갈까...?”
손님들이 날 보고 겁에 질려서 도망가려고 한다.
그건 곤란하지.
명성도 올릴 겸 이미지 개선을 시도해보자.
“손님들이 늘었군. 축하하는 의미에서 매상을 올려주지. 여기 있는 손님들 전원에게 커피 한 잔을 돌려라.”
“엑. 진심이십니까?”
“...?”
어째서인지 조직원 한 명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가만 보니 손님들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잇따라 두두둥! 소리와 함께 시스템 알림도 빗발쳤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2 상승....]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아니 왜? 대체 왜!?
그냥 커피를 돌렸을 뿐이잖아!
“어머. 어서오세요, 보스. 언제 오셨어요?”
“지금 막 온 참이다. 주문은 받는가?”
“네. 뭐로 드릴까요?”
“여기 있는 손님 전원에게 커피 한 잔을.”
“우와... 역시 보스는 남다르시네요.”
커피 한 잔 쏘는 것쯤이야 뭐.
가진 돈이 얼마인데 그 정도를 신경 쓰겠어.
“그럼 서비스로 보스랑 옆의...”
“리나야!”
“리나 양에게도 무료로 한 잔 타드릴게요!”
커피가 뭐 어쨌다고 다들 저리 호들갑인건지 원.
요즘 것들은 약해빠져서 안 된다니깐.
그런 꼰대 같은 생각을 하며 테이블 하나에 자리 잡았다.
“카이사르는?”
“재료를 조달하러 가셨습니다.”
“별 일이 다 일어나는군.”
그 카이사르가 상점가에서 재료조달을 하고 다닌다니.
일주일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미친 발상이었지.
이것도 다 커피숍 주인장인 설화의 노력 덕분이리라.
‘커피를 마시면 칭찬 좀 해줘야겠군.’
인성쓰레기 카이사르를 사람구실하게 만든 사장이다.
카페의 엽기컨셉과는 별개로 감사는 표해야겠지.
단검 하나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던 리나를 구경하자니 시간이 훌쩍 지났는지 커피가 완성되었다.
“커피가 나왔어요. 서빙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흑산회 직원이 쟁반에 커피를 담자 손님들의 낯에 경계심이 잔뜩 어렸다.
어째서인지 체념과 공포의 기색이 뚜렷했다.
손님들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는 곧장 알 수 있었다.
“타핫!”
“합!”
직원이 뜨거운 커피잔을 대뜸 공중으로 내던졌다.
손님은 자리를 박차고 빠르게 뛰어올랐다.
커피잔이 90도로 꺾이기도 전에 잔을 움켜쥐고는 허공에서 커피의 흐름을 따라 잔을 꺾어 한 방울도 흐르지 않도록 조절을 가했다.
허나 커피잔에만 과도한 집중을 한 나머지, 손님은 볼썽사납게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두 팔이 파르르 떨리는 와중에 커피잔이 기울며 안에 든 내용물이 바닥에 흐르고 말았다.
“나약한 것! 자신의 힘으로 커피 한 잔 조차 쟁취하지 못하다니,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려는 거냐!”
“젠장!”
“네놈이 커피를 마시기에는 십년도 이르다, 쓰레기! 가서 수련을 쌓고 와라! 그 전에 커피 값은 1실버다!”
미친. 난데없이 서빙하다 말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여, 여기 1실버...”
“마초카페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크윽. 느닷없이 손님한테 커피를 돌리다니. 흑산회 보스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인성을 지닌 거냐고…….”
손님은 눈물까지 찔끔 흘리면서 가게를 나갔다.
뭐야.
이거 커피 돌린 내가 잘못한 거였어!?
“아하하핳! 저거 봐, 보스. 또 놓쳤어!”
방금 서빙한 조직원만 미친 게 아니었는지, 다른 조직원들도 손님에게 가서 커피를 휙 던졌다.
손님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며 떨어지는 커피잔을 붙잡아 최선을 다해서 커피를 흘리지 않고 받아내려고 시도했다.
개중에는 뜨거운 커피가 손에 흐르기도 했지만 엄청난 인내심을 지니고 신음만 흘리며 견뎌내는 손님도 있었다.
“1단계 커피수령을 통과했다. 힘내라!”
“우오오오오!”
조직원의 격려를 받으며 손님은 커피를 원샷 했다.
커피를 마시고도 손님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내 손님의 얼굴이 엄청난 고통 탓에 일그러졌다.
“케엑! 켁! 아, 안돼. 이건 견딜 수 없어... 사, 살려줘! 제발 해독제를, 해독제를!”
“조금만 더 견뎌라! 너라면 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아직 10초밖에 지나지 않았어!”
“무리야! 죽어, 나 죽어! 1분을 어떻게 버티라고!!”
딸칵.
손님이 테이블의 빨간 버튼을 누르자 조직원이 품에서 갈색 약병을 꺼내 해독제를 손님의 입에 들이부었다.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가며 발버둥 치던 손님은 조금씩 고통이 경감되는지 점차 호흡이 가라앉았다.
“으으. 역시 2단계는 내게는 아직 이른가.”
“감각을 억제하는 훈련을 해라. 20초는 더 버틸 수 있다.”
“충고 감사합니다...”
“1단계는 통과했으니 10% 할인된 값에 계산해라.”
“크윽. 이런 맛없는 커피를 90쿠퍼나 주고 사야 하다니...”
손님과 조직원의 대화를 멍하니 듣다가 정신을 차렸다.
“잠깐. 이 손님들에게는 내가 커피를 돌리라고 했을 텐데.”
“보스. 본점에서는 타인이 사주는 커피는 3단계까지 마실 수 있어야만 무료로 인정됩니다. 3단계 전에는 남이 사준 커피를 함부로 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는 겁니다.”
“벌금이었냐!”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상상을 초월하는 카페다.
“보스! 저 사람좀 봐. 벌써 2단계를 통과했어!”
“뭐? 정말이냐?”
거의 커피가 아니라 독극물이던데.
그런 걸 1분이나 버텨내다니, 보통 내기가 아닌데.
뭐하는 놈이 마시고 있는 거냐.
“으윽. 3단계는 뭐냐.”
“커피의 효력이 다하는 30초 안에 내 손에서 커피 완잔 자격증을 빼앗아라!”
“미, 미친. 독을 마시고 점원과 싸우는 카페라니. 뭐하는 미친 카페냐 이건.”
손님은 고통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그보다 저 녀석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이내 제 2 내성에서 근무하던 ‘기사’임을 깨달았다.
“...”
당연히 기사는 조직원을 두들겨 팬 뒤에 자격증을 뺏었다.
삐빅!
기사는 이겼지만 카페에는 적색 경고음이 울렸다.
“규정위반으로 실격입니다!”
“뭐? 그럴 리가!”
“3단계 과정에서는 상대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답니다!”
설화의 해맑은 설명에 기사가 분통을 터트렸다.
“뭐 이딴 카페가 다 있어!”
“여기요!”
“…….”
여기 있다는데 뭐 어쩔 거야.
“제기랄! 성주는 무슨 생각으로 이딴 불순한 카페의 영업정지를 막는지 모르겠다니깐.”
“그야 상남자를 늘려서 모험가 육성 정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게 아닐까요?”
“큭. 3단계까지 통과할 수 있다면 상남자가 되는 건 인정하겠지만... 이딴 걸 돈 내고 마시려는 손님이 있겠냐!”
너 마셨잖아.
나 여기 오기 전에도 손님으로 있었고.
“젠장, 두고 봐! 다음에는 3단계까지 완잔하고 상남자가 되어서 영업정지 신청을 할 테니까!”
뭐야 저 기사는. 신종 츤데레냐.
“후훗. 여기 사람들은 정말 귀엽다니깐.”
“…….”
“앗,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보스! 보스랑 리나 양의 커피는 특별사양으로 제작하고 있으니까요!”
아니, 진심으로 그런 서비스 그만 뒀으면 하는데.
이딴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
몬스터한테 살해당하는 게 훨씬 더 낫겠다고.
“다른 손님들과 다르게 ‘라지 사이즈’에 ‘두 배로 진하게’ 끓이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도망칠까.
눈치를 보니 조직원들과 손님들 모두 나를 보고 있다.
과연 보스는 어떻게 커피를 마실까, 하는 눈이다.
손님들에게서는 이딴 수라장을 만들었는데 혼자만 도망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감정도 엿보인다.
시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근력 능력치 12에 민첩 능력치 12, 통각억제 스킬, 약점간파 스킬, 전투기술도 필요하잖아.
“아니면 조금 있다가 드실래요? 카이사르 씨가 보스에게도 언젠가 커피를 타드리고 싶다면서 늘 아쉬워하셨거든요.”
“당장 마신다.”
“후후. 역시 보스 눈에는 아직 카이사르 씨가 못미더운가보네요.”
그냥 마셔도 개 같은 걸 카이사르가 접객(물리)한다고?
그거 마시다가 그놈 손에 내가 죽겠다.
차라리 일반 조직원의 접객(물리)을 받고 말지.
“커피 나왔습니다! 어느 분부터 마시겠습니까?”
조직원이 긴장된 얼굴로 커피를 들고 왔다.
시발.
마침내 올 것이 왔다.
* * *
“리나가 먼저 할래!”
“꼬맹이 간부. 최선을 다해서 접객하겠습니다. 각오를!”
“덤벼!”
파앗!
커피잔이 허공을 날아올랐다.
리나는 단숨에 테이블을 박차 커피잔을 낚아챘다.
허나 조직원은 눈을 빛냈다.
다른 손님들과 달리 리나는 키가 작다.
‘착지거리가 누구보다도 길어! 그동안 커피는 요동치겠지!’
다른 사람보다도 1단계의 난이도가 두 배는 상승한다.
심지어 이건 라지사이즈.
받아내야 할 커피의 양은 한층 더 많아진다.
허나 리나의 민첩 능력치는 카페 손님들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촤라라라락!
길게 호를 그리며 떨어지던 액체가 거짓말처럼 커피잔에 모두 착지하였다.
“1단계 통과!”
“오오오오오!”
주변 손님과 조직원들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리나는 커피잔을 들고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잔뜩 올라오는 게 한입에 들이켰다간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게 뻔했다.
리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이거 식혀 마시면 안 돼?”
“안 됩니다! 10초 안에 마셔주세요!”
“안 마셔! 애초에 리나는 여자인걸. 상남자 되기 싫어!”
너무나도 논리정연한 반발이었다.
“하하. 역시 그렇겠지요. 보스가 나서기 전에 작은 이벤트를 연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조직원과 손님들은 리나의 기권을 관대하게 받아들였다.
마초카페의 직원과 손님은 전부 남자.
리나 같은 귀여운 여자아이 앞에서는 약한 게 당연했다.
“그럼... 보스의 차례이군요.”
모두가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흑산회 보스.
소문으로는 암흑가 6강 중 1강, 교주 라만보다도 강하다.
실질적인 암흑가 서열 2위.
일존 멸혼객의 바로 밑에 위치한 남자가 아니던가.
그의 저력을 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았다.
소문이 허투루 된 것은 아니었는지 그는 여느 때나 다름없는 나른한 눈매를 하고 있다.
긴장하는 기색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접객에 나서는 조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없는 용기를 쥐어짜내야만 했다.
“그럼... 보스. 접객을 시작하겠습니다!”
“좋다. 시작해라.”
조직원은 긴장한 나머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커피 잔의 무게도 평소보다 무겁다.
내용물이 많기에 높이 던지려면 그만큼 힘을 더 줘야한다.
‘완벽한 접객으로 보스의 인정을 받으면 일반조직원으로 승진할지도 몰라!’
조직원은 있는 힘껏 커피 잔을 위로 던졌다.
그것도 천장에 맞을 정도로 세게.
당연히 커피잔은 천장과 부딪히자마자 깨졌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상황은 급변했다.
뜨거운 커피와 유리조각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후두둑!
와르르르르!
보스는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는 것처럼 커피잔에 손을 뻗지도 않았다.
허나 알면서도 쏟아지는 커피와 유리조각을 피하지도 않았다.
흥건하게 젖은 머리로 파편에 찔린 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자 조직원이고 손님이고 모두가 소리 없이 절규했다.
‘우린 다 뒈졌다!!!’
‘저놈을 죽이려고 일부로 안 피한 게 틀림없어!!!’
실제로는 동기화 비율이 1%라 잡을 수가 없었을 뿐. 대충 커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받지 않았다, 따위의 말이라도 하려던 계획을 세우고 있다가 봉변을 당한 상황이다.
숨 막히는 정적 속.
빌헬름 마이어는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형편없는 접객이군. 자신의 실수로 발생한 뜨거운 커피와 유리조각을 찰나 간에 모두 받아치지 못했기에 손님이 화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주, 죽여주십시오! 보스!”
“네가 죽으면 내가 입은 화상과 찰과상이 모두 사라질 수 있는가? 네놈의 목숨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는가?”
조직원은 울먹이며 물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해드려야 합니까?”
빌헬름 마이어는 대답했다.
“HP포션 내놔.”
동기화 비율 1%라도 아픈 건 아픈 거였다.
============================ 작품 후기 ============================
막☆장★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