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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81화 (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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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6)

포션을 내놓으라고는 했지만 당연히 카페에 HP포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카페 안의 사람들은 혹여나 단단히 분노한 내가 살겁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두려워했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지만.

“다음부터는 제대로 포션을 준비해둬라. 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접객에 나서는 놈들은 쏟아지는 커피와 파편을 모두 받아내는 수련을 하고.”

“명심하겠습니다!”

“보스. 굉장한 꼴이 되었는데... 그거 안 아파?”

전신이 간질간질하고 짜증나기는 하네.

“별 거 아니다.”

“와아. 역시 보스는 대단해!”

마초카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름 장사가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몬스터 사냥을 생업으로 삼는 모험가가 많은 미궁도시다보니 상남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그런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엽기적인 카페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장사가 잘되길 바라지. 설화 사장.”

“고마워요, 보스!”

가게를 나오자 온몸에 박힌 유리조각이 슬슬 밀려나왔다.

치유의 목걸이의 효능 덕분이었다.

그래도 목걸이만으로 완치가 될 리는 없으니 치유의 신전에 향했다.

“꺄아악! 피, 피투성이에요!”

“어떡해, 어떡해!”

“저분, 흑산회 보스잖아!”

상처는 나아도 온 몸이 피투성이여서 그런가.

사제들이 비명을 지르며 안절부절 못했다.

“분명 조직 간 항쟁에서 비열한 적의 기습을 당하고 엄청난 부상을 입은 게 틀림없어!”

“약한 몸으로 무리하게 본신의 실력을 발휘하다가 전신의 살이 터진 걸지도 몰라!”

“어쩌지? 중급사제 님의 치유주문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부상일 것 같지가 않아!”

얘들 말만 들어도 갑자기 몸이 막 아파지는 기분이 든다.

그보다 최하급 사제가 치유주문 걸어도 문제없는데.

그렇게 말해도 절대 들어먹을 놈들이 아닌 건 알지만.

“아니...! 어디서 이런 끔찍한 부상을 입으셨소! 당장 치유실로 오시오!”

이제는 눈에 익은 중급사제 알라인이 나선 뒤에야 치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음? 상처가 대부분 나아있다니.”

“네가 준 치유의 목걸이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아아...!”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죽을 뻔했다.

HP가 훅 떨어졌다고.

목걸이가 없었으면 출혈로 인한 지속데미지로 사망했다.

“미약한 우호의 증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오.”

“이건 목숨 값이라고 생각해라.”

[중급사제 알라인에게 1만 골드를 선물합니다.]

알라인은 화들짝 놀랐다.

“어찌 이런 거금을!”

“사양하지 말고 받아라. 내 목숨 값이 1만 골드도 되지 않는다고 여기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받아두겠소. 이 자금은 반드시 보스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지.”

알라인은 마치 불쌍한 거지가 자신보다 더 불쌍한 상거지에게 적선하고 싶다는 눈을 하는 것처럼 날 쳐다봤다. 동정심이 넘쳐나는 눈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근데 너무 동정심이 넘쳐서 엄청나게 기분이 나빠졌다. 호감도 락 1단계(25)를 넘어 동정심이 보정된 탓이다.

건빵 하나 주려다가 몇 박스를 덤으로 얹어줄 정도의 동정심이니 꺼림칙한 게 당연했다.

‘딱히 나한테 나쁜 일은 아닌데.’

아마 나 말고는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도 없을 거다. 치유의 교단은 원래 호감도가 잘 안 오른다.

내 경우에는 지들이 멋대로 착각해서 알아서 올라갔을 뿐, 작정하고 호감도 작업을 하면 시간과 돈, 감정이 여간 소모되는 게 아니다.

교단 내부에 인맥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몇 달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하급사제를 고용할만한 신용과 공적치를 쌓고, 관계를 트면서 최하급사제와 친분을 만들겠지.

‘이쪽은 시작부터 중급사제. 그것도 몇 달은 앞서나갔지.’

다른 게이머가 최하급사제부터 연줄을 타고 올라가 중급사제 알라인에게 도달하려면 1년도 더 걸린다.

이건 뭐 낙승이지.

그런 알라인이 치유의 교단 내부에서 날 위해서 뭔가를 더 해준다니 이쪽 인맥은 내가 독점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보다 근래 들어서 들리는 흑산회에 대한 소문에 깜짝 놀랐소.”

무슨 소문을 말하는 거지?

가장 굵직한 놈이라면 역시 블랙마켓 건인가.

“마초카페 말이오.”

“……!?”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설마 미궁도시의 건장한 남자들을 마초카페를 통해서 강해지도록 만들고, 더 커다란 힘을 추구하는 자들을 백보도장에 받아들여 조직원으로 삼을 계획을 꾸미다니.”

그런 계획 없다.

카이사르가 멋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단은 흑산회 조직원들을 붙여주기는 했지만.

“보스의 심계는 역시 대단하오. 강대한 저주를 몸에 지닌 채로도 여기까지 왔으니 그 의지력과 속 깊음은 이미 범인의 눈으로 계측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섰겠지.”

“..과찬이다.”

“허나 과한 움직임은 주변의 경계를 살 것이오. 모험가길드는 전력상승을 반기겠지만 검사길드나 무관들은 입문생을 빼앗기며 심기가 불편하다고 들었소.”

생각지도 못한 방면의 이야기였다. 알라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느닷없이 잠재적인 적이 나타난 셈이다.

“유익한 정보군. 기억해두지.”

이후로는 알라인에게 치유주문을 받고 혹여나 일어날지 모를 후유증을 완벽히 해결하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하오.”

“좋다. 말해라.”

“본인이나 치유의 신전의 사제들은 그대가 강대한 저주와 맞서 싸우는 전사임을 잊지 않고 있다만, 세인들은 다를 것이오. 선의도 악의로 비칠 것에 너무 실망하지 마시오.”

칭호 ‘슈퍼빌런’ 때문에 뭘 해도 나쁜 짓으로 보이는 걸 말하는 건가. 그것도 일정수준 이상의 호감도나 친분관계가 있으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가보다.

그래도 나와 무관계했던 제 3자나 적대세력의 일원들은 알라인의 말처럼 내 행동을 나쁜 방향으로 곡해하겠지.

확실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충고는 가슴 속 깊이 새겨두고 신전을 나왔다.

“알라인 아저씨는 좋은 사람 같아!”

“그러냐.”

“그래도 건빵은 그만 줬으면 좋겠어!”

아아. 또 받아버렸지.

아지트로도 몇 박스를 더 보내겠다나 뭐라나.

죄다 마족 그레이의 식량이 되겠지만.

“보스. 저쪽이 왠지 소란스럽지 않아?”

길가를 걷던 리나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그 눈은 뭘 암시하는 거지.

암살을 하고 싶음을 의미하는 건가.

“...구경이라면 괜찮겠지.”

목표도 이지스 남작가의 장녀를 돕는 거 하나뿐이고.

무턱대고 찾아가기도 그렇잖아.

정보 좀 모으고 갈 거니까 실질적으로는 할 게 없다.

‘스펙 업이니 뭐니 해도 NPC들이 알아서 하고 있고.’

넘쳐나는 돈으로는 이미 아지트, 백보도장, 영업장 모두 증축 및 고급설비 투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도 건축가와 인부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돌발이벤트 ‘시장가 난투’ 발동!]

적당히 눈요깃거리는 되겠군.

꽤 추억이 이는 이벤트다.

전작에서는 시장가 난투가 벌어지면 무조건 달려들었지.

‘초보일 때에는 보상이 짭짤했으니까.’

적당히 빈틈을 노려서 난투에 참가한 사람을 쓰러뜨리면 1명 당 일정 수치의 명성과 자금이 입수된다.

혼란을 틈타 소매치기를 할 수도 있고, 평소라면 이길 수 없는 적도 다구리를 유도해서 쓰러뜨리는 게 가능하다.

초보 게이머 사이에서는 효자 이벤트라고 불렸지.

“빌어먹을 쓰레기들이! 덤벼! 다 쓰러뜨려주마!!”

“우아악! 이, 이 녀석 강해!”

“덮쳐! 쪽수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가만 보니 대결구도가 꽤나 흥미진진했다.

난투라고는 해도 주 대결이 정해졌다.

커다란 망치를 등 뒤에 짊어진 흑인남성이 육식동물처럼 맥동하는 근육을 울끈불끈 거리며 백인들을 마구 두들겨 패거나 집어던지고 있다.

부우웅! 콰앙!

나무상자에 맞은 백인은 꿈틀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미미하게 신음을 흘리는 걸 보면 손대중은 했지만 엄청나게 아플 정도로 때렸다.

‘실력이 대단하군.’

던전으로 치자면 보스 몬스터 같은 놈이다. 이 이벤트에서 가장 큰 명성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놈이겠지.

“보스! 리나도, 리나도 갈래!”

“혼란을 틈타서 내가 암살이라도 당하면 어쩔 거냐.”

“아.”

실력 좋은 암살자이기는 해도 역시 아직은 애다.

싸움만 보면 피가 끓어오르기는.

이런 녀석이 잘도 전사가 아니라 암살자가 됐구나 싶다.

“그래도 강한 모험가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군. 간만에 즐거운 눈요깃거리가 되었다.”

“살인광이 저거보다 두 배는 더 강하지 않아?”

“그 녀석이 하는 건 눈요깃거리로 삼을 수가 없다.”

패죽이거나 전신을 박살내놓거나 뎅겅 목을 베는 등, 일단 손을 쓰면 죽거나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된다. 그것도 빈말로도 눈요깃거리로 삼을 수 없을 정도로.

“그거야... 그러네.”

리나도 질린 표정으로 수긍했다.

“이만 돌아간다.”

“에에. 벌써?”

구경하는 건 즐거워도 이런 싸움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트러블에 휘말리기 마련이다.

헌데... 아무래도 돌아갈 시기를 고르는 게 늦은 것 같다.

구우웅...

동기화 비율 1%의 둔감한 감각으로도 느껴지는 기도.

무겁다.

마치 중력이 배가된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터무니없는 놈이 끼어있었군! 누구냐!”

“청류검법의 전승자. 청일.”

“이 몸은 괴암문의 일대제자, 빅 도드! 짓뭉개주마!”

흑인 망치전사는 처음으로 망치를 꺼내들었다.

가뜩이나 예사롭지 않은 근력을 지닌 그가 커다란 망치까지 들자 한층 더 기세가 강렬해졌다.

허나 청색도포에 검 한 자루를 든 남자 쪽이 몇 배는 더 위력적이다.

‘검계가 3m를 넘었다!!’

결착은 한 순간에 벌어졌다.

스르릉─!

서슬 퍼런 검음이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다음 순간. 커다란 망치가 거짓말처럼 반 동강이 난 채 바닥에 떨어졌다.

묵직한 울림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이 남자. 바위보다 단단한 망치를 일격에 베었다. 그것도 육안으로 포착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쾌검으로.

“마, 맙소사. 내 기암둔기가...”

“빅 도드. 목숨을 빚졌다는 건 알고 있겠지.”

“큭. 원하는 게 뭐냐.”

청일은 무심한 눈을 유지하며 차갑게 말했다.

“청학이라는 놈을 찾고 있다.”

“청학?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아. 얼마 전에 도장을 뺏기고 볼썽사납게 미궁 공략에 매달리던 놈인가.”

“청학이 도장을? 그것도 뺏겨?”

“분명 흑산회의 행동대장 카이사르에게 당했지. 그 정도 되는 강자에게 당하고도 살아남았다면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해야겠지만.”

“미궁. 흑산회... 참고가 되었다.”

빅 도드는 멈칫하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그건 알아서 어쩌려고 그러지?”

“사문의 이름을 모욕한 자를 살려둘 수는 없다.”

“그, 그 말인 즉...”

“불민한 사제와 사제를 꺾은 적. 전부 죽인다.”

“!!”

청학도장의 청학에게는 청일이라는 사형이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상당한 실력을 지닌 고수라고는 짐작했지만 이 정도의 강함을 지닌 검객이었을 줄이야.

하물며 흑산회에도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보스. 살인광을 죽인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때와 장소가 모두 좋지 않군.”

흑산회는 명성을 올려야 한다.

이런 시기에 공개적으로 흑산회에 대한 정보를 캐묻고 다니던 고수가 실종되면 호사가들의 입방정 때문에 명성이 깎이면 깎였지, 오르지는 않을 거다.

악명이 오르는 거랑 불명예스러운 건 전혀 다르다. 저 남자를 죽이는 건 불명예가 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대결을 벌이게 될 텐데.’

자리를 피하며 어떤 수를 내야할지 고민하던 도중이었다.

“보스. 이것저것 생각하는 건 좋은데.”

“음?”

“저 녀석. 우리 따라오고 있는데?”

미친. 저게 왜 우릴 따라와.

겁나 무섭네.

============================ 작품 후기 ============================

한적한 시골에서는 낯선 사람이 따라오기만 해도 무섭습니다.

시골에 놀러가 그런 일을 겪으면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지요.

염전노예가 되거나 완전한 사육을 당하거나, 장기를 뜯기는 등등의 배드엔딩의 향연...

실제로는 같은 정거장에 버스 타려고 해서 길이 겹친 거였습니다.

머쓱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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