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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85화 (8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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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10)

최초로 확보한 영업장, 왕돈까스 레스토랑.

이곳은 이제 흑산회 일원들이 배가 고플 때마다 가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는 흑산회 전용 식당이 되었다.

다른 가게에 가면 ‘으아악! 흑산회다!’ 라는 반응을 받으며 손님과 가게주인이 모두 비명을 지르느라 제대로 된 식사도 하기 힘들었기에 나 또한 여기를 애용하고 있다.

“오늘 메뉴는?”

“남부 르뒹 지역에서 갓 올라온 통통한 돼지로 만든 왕돈까스와 신선한 야채들을 가미한 야채수프, 로몽뉘예 지역의 포도로 만든 적포도주입니다.”

“되도 않는 헛소리는 말고.”

“평소에 먹던 그 돈까스에 그 수프, 싸구려 포도주입니다.”

“그럭저럭 입가심은 되겠군.”

딱히 메뉴는 가리지 않는다.

이건 그냥 습관처럼 하는 의미 없는 말일 뿐이다.

동기화 비율 1%라서 어차피 맛도 희박하거든.

“식사는 입에 맞으셨습니까?”

“그럭저럭.”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50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5000 상승합니다.]

“…….”

어째서인지 악명이 엄청나게 올랐다.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뭐지. 아무 일도 없이 악명이 오를 리가 없는데.’

혹시 레스토랑 점장이 미궁도시 브람의 숨은 유력자인가?

방금 먹은 돼지가 돼지들의 왕 같은 거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이 냅킨이 왕가의 보물이라는 내력을 지녔나?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 벗겨진 점장이 유력자 같지는 않다.

딱히 대머리라서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아니고.

그냥 쟨 암만 봐도 허접해보이잖아.

나는 혹시나 싶어서 리나에게 물었다.

“리나. 방금 먹은 돈까스는 어땠냐.”

“맛있었어!”

“평소에 먹은 돈까스랑 비교하자면 어떻지?”

리나는 손가락을 오물거리다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조금 더 맛있었어!”

“…….”

전혀 모르겠다.

돼지들의 왕이니 뭐니 알게 뭐야.

먹으면 더 맛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카이사르. 네 생각은 어떻지?”

카이사르는 평소처럼 띠꺼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돈까스 한 접시를 더 먹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니 돈으로 처먹어.”

역시 이건 아닌가.

나는 냅킨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

역시 이것도 아니겠지.

그럼 도대체 뭘 했다고 악명이 오른 걸까.

악명은 과거의 행적에 대한 소문만으로는 오르지 않는다.

패치사항으로 이 점은 분명히 명시되었다.

그렇다면 뭔가 새로운 이유가 있어서 올랐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악명이 오를만한 구석은...

“카페!!”

“예?”

“지금 당장 마초카페로 간다.”

이거밖에 없지.

“어머. 카이사르 씨에 보스까지. 아르바이트 시간도 아닌데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혹시 손님으로?”

“아니다. 그보다 카페에서 뭔가 소동은 없었는가?”

“음. 소동이라고 하셔도...”

실시간으로 뜨거운 커피와 씨름하다가 쓰러지는 남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략 이런 분위기라서요. 헤헤.”

“…….”

뭐 그렇겠지.

1년 365일 소동으로 가득 찬 카페인데.

“그럼 처음 듣는 정보 같은 건 없었는가?”

“처음 듣는 소문이라면... 아! 이건 모험가분들이 은밀하게 나누던 말인데요.”

“뭐지?”

“미궁에서 황금 꽃이 발견되었다고 해요!”

“황금 꽃?”

뭐지 그건.

금으로 도금된 꽃인가.

“마약술사 파난의 이름으로 의뢰된 꽃이라서 높은 보상이 매겨져 있다는데, 꽃 한 송이에 천 골드나 한다지 뭐에요?”

비싸긴 하네.

갖고 있는 돈이 엄청나게 많아서 별로 실감은 안 나지만.

“다른 정보는 없었는가?”

“다른 거라면... 아! <비탄의 굴>에서 특이한 재료수집 의뢰를 잔뜩 내걸었다고 해요. 뭔가 만드는 걸까요?”

“으음. 비탄의 굴이라…….”

마약술사 파난이 조직까지 동원해서 재료를 수집한다.

희귀한 재료라면 분명 그녀의 몫이겠지.

분명 특수사양의 마약을 제조하려는 게 틀림없다.

“이쪽도 꽤나 얕보였군.”

이렇게 대놓고 움직임을 드러낼 정도면 대체 날 얼마나 만만하게 여기는 거지.

파난이 ‘나 엄청 위험한 마약을 만들 테니까 잠자코 기다려줘!’라고 말하는 건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악명 상승과는 관계없는 정보였다.

“보스의 말대로입니다. 청일이라는 건방진 녀석이 아지트까지 제멋대로 들락거리지를 않나. 이 도시에는 아직 보스의 권위를 깨닫지 못한 애송이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손을 써야겠어.”

“제게 맡겨주십시오. 오늘이 놈들이 숨을 쉴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것입니다.”

든든하기는 한데 역시 무리겠지.

“맡기면. 어떻게 할 거냐?”

“정면으로 쳐들어가서 눈에 띄는 놈부터 하나씩 모조리 쳐죽이겠습니다.”

“기각. 마약술사 파난의 조직은 마약 살포스킬을 익히고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네가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마약에 중독되어서 사경을 헤매다 죽을 거다.”

괜히 다른 6강의 일원들이 마약술사 파난과 휘하 조직을 같은 6강의 반열에 둔 게 아니다.

잡으려면 잡을 수는 있는데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만 하기에 그렇다.

수전노 쉔만 해도 작정하고 전쟁을 치렀다면 온갖 희귀템에 용병들을 동원해서 돈질로 괴롭혔겠지.

아마도 전쟁으로 붙으면 마약술사 파난의 조직은 수전노 쉔의 조직보다는 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흑산회보다 약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흑산회가 검은 왕관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수전노 쉔을 사전에 해치우고 몇 가지 우연 덕분에 블랙마켓 기습전에서 적의 중심부를 강탈, 후속부대를 각개격파 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한 번 더하라고 해도 할 자신이 없다.

마약술사 파난은 방심도 안할 거다.

6강 중 하나의 조직이 전력을 다해 덤빈다고 봐야 한다.

‘통산교전에서의 승산은 50%. 하지만 이쪽이 적의 본진에 기습을 걸 때의 승산은 10% 미만이다.’

이번만큼은 블랙마켓 때처럼 요행으로 이길 수 없다.

일종의 공성전과도 같다.

아지트에 틀어박힌 적 병력을 끌어내서 쳐부숴야한다.

적당히 자리를 옮겨 다른 평화로운 카페에 앉았다.

대책마련을 위해 골몰히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옆 테이블에서 선남선녀들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랭커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정말이라니깐? 방금 정보게시판에서 보고 왔어.”

“어디서 패싸움이라도 일어난 거야?”

“길드 소속 놈들이 마약술사 파난한테 학살당했대.”

“!?”

듣던 나마저 깜짝 놀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길드가 당해? 그것도 마약술사 파난에게?

쾅!

“으헉! 깜짝이야!”

“네놈들. 방금 그 얘기에 보스가 흥미로워 하신다. 더 자세히 지껄여봐라.”

“으아악! 흑산회 행동대장이잖아!?”

게이머들은 와들와들 공포에 떨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캐릭터 하나 찢기면 돈과 시간이 증발하는데 카이사르는 심심하면 사람을 패 죽이는 또라이잖아.

“자세히는 몰라요! 길드가 뭔가 중요한 정보를 물고 마약술사 파난한테 접근했다가 몰살당했다고만 들었어요! 랭킹 1000위 안쪽에서도 잔뜩 죽었대요!”

“랭킹?”

“그,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순으로 쳐서 천 명 안에 들어가는 강자들이요!”

카이사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즘 호가사는 대단하군. 전 세계의 강자를 천명도 넘게 파악하면서 일일이 순위까지 매긴다니.”

“그, 그렇죠? 하하하.”

“그럼 난 몇 위냐.”

“예?”

“내 랭킹은 몇 위냐고 물었다.”

게이머들의 얼굴이 혼란에 빠졌다.

카이사르의 랭킹?

그딴 거 알 리가 없잖아.

랭킹은 게이머의 전유물이다.

NPC 랭킹 같은 거 측정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처, 천위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까요.”

“천위? 세상에 나보다 강한 놈이 몇 백 명이나 있다고?”

“예... 그, 그럴 것 같은데요.”

카이사르의 얼굴 위로 혈관이 돋아났다.

아.

이 녀석 단단히 빡쳤다.

“그럼 보스는! 보스는 몇 위냐!”

“배, 백 위 근처가 아닐까요?”

“보스보다 강한 자가 백 명이 넘는다고?”

카이사르는 무섭도록 눈을 부라리더니 대뜸 게이머 한 놈의 멱살을 붙잡아 허공에 들어올렸다.

“으아아아!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안내해라. 랭킹 1000위 안에 드는 놈들이 있는 곳으로.”

한 놈씩 찾아가서 다 죽이고 마지막에 살아남아서 랭킹 1위를 딸 작정인가보다.

지보다 강한 놈이 있다는데 피하기는커녕 제 발로 찾아가서 죽일 생각부터 하다니, 역시나 희대의 또라이 카이사르다운 미친 발상이다.

응? 그럼 나도 잡히면 죽는 게..

“시답잖은 짓은 그만둬라.”

“보스! 이놈들의 얘기를 못 들으셨습니까?”

“약한 것들의 호기심일 뿐이다. 무의미한 랭킹 따위에 신경 쓰지 마라.”

“알겠습니다.”

“사,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이머들은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무척 기뻐하며 내게 말했다.

“살려주신 답례로 보스와 관련된 정보를 드릴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호오.”

이놈들은 나를 NPC로 알고 있다.

모처럼 말을 섞었는데 못 먹어도 고라고 한 번 찔러나 보자는 심보로 하는 말이겠지.

과연 어떤 정보로 내게 환심을 사려고 하는 걸까.

“그건 꽤 흥미롭군. 말해라.”

“지금 도시 내에서는 마약술사 파난과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님이 전쟁에 돌입할 거라는 얘기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흑산회에 말단부터 들어가서 한 몫 크게 차리려는 젊은이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너희가 그 중 하나라 이건가?”

남자는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게이머들의 입회(入會)신청이라.

모자이크 녀처럼 뜻밖의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시범적으로 운용해볼 가치는 있겠지.’

그래도 당장은 아니다.

“꿈 많은 젊은이들을 보는 건 즐겁군.”

“받아주시는 겁니까?”

“세상은 꿈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녹록치 않다.”

툭 까놓고 말해서 흑산회는 적이 암흑가 6강이다. 미궁으로 치자면 중층부에서나 볼 적인 셈이지. 그런 걸 일반 게이머들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제 겨우 고블린 사냥에 익숙해지고 오크나 살살 공략해볼까 하는 시점인데, 대뜸 미노타우루스니 트롤이니 하는 거랑 싸우라고 하는 거잖아.

“이걸 받아라.”

“돈...? 헉! 배, 백 골드!?”

“이 돈을 낭비가 아닌 투자가 되도록 만들어라.”

수련을 위해서 쓰든, 무기를 사든 개의치 않는다.

대신 100골드가 아깝지 않은 성과를 거두어 돌아와라.

이런 대범함이라면 내 평판도 좋아지겠지.

“감사합니다! 이 투자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오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게이머들은 환한 표정으로 나갔다.

리나와 카이사르도 퍽 만족한 기색이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우르르르르

게이머들이 몰려왔다.

개떼거지로.

“저희에게도 투자를 해주십시오, 보스!”

“100골드의 가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믿어주시면 뭐든지 해낼게요!”

후불로 대가를 받으면서 아무 리스크나 제약도 없이 대뜸 100골드를 건네준다. 그런 기연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게이머들이 우르르 몰려온 거다.

장담할 수 있다.

앞의 두 녀석이라면 모를까, 지금 몰려온 놈들 중에 태반은 지들 꼴리는 대로 사치나 하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100골드의 값을 할 거다.

“카이사르.”

“맡겨주십시오.”

카이사르는 눈치껏 게이머들을 쫓아내고자 크게 외쳤다.

“보스는 순이익 100배 이하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 네놈들이 1개월 안에 보스에게 1만 골드를 갚을 수 있을 정도의 인재라고 자신한다면 당당하게 나와라!”

“…….”

거짓말처럼 장내의 열기가 가라앉았다.

오히려 다들 새파랗게 안색이 질린 눈치였다.

“저기. 그럼 앞에 두 분은 어떻게 된 거죠?”

“당연한 걸 묻지 마라!”

카이사르는 두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1개월 내에 흑산회를 위해서 1만 골드 어치의 공적을 세워야 한다!”

“헉... 만약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찾아서 죽여 버릴 것이다!”

부러움은 개뿔, 모두가 앞서 나간 게이머 둘을 엄청나게 불쌍하게 여기며 흩어졌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50 상승합니다.]

당연히 악덕고용주로 여겨질 테니 그대로 명성은커녕 악명만 올라버렸다.

카이사르는 충직한 부하가 공을 세웠다는 것처럼 졸라 당당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어떠십니까?”

어떻기는.

콱 죽여 버리고 싶지, 이 트롤새끼야.

============================ 작품 후기 ============================

트롤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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