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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86화 (86/224)

00086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 =========================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11)

흑산회 보스에게 100골드를 받고 기뻐하던 두 게이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쟤네가 100배 노예 맞지?”

“진짜 불쌍하다. 100골드 받고 10000골드 내놔야한다니.”

“사채업자도 저렇게 독하지는 않겠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정보를 캤을 때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은 늦었다.

소문이 퍼지고 퍼지며 한 달 내로 1만 골드어치의 공적을 세우지 못할 경우에는, 두 사람을 어비스의 지옥구덩이에 끌고 가 악마에게 제물로 바친다는 괴담까지 만들어졌다.

두 게이머는 사이좋게 절망에 빠졌다.

“이거 그냥 돌려주면 안 될까?”

“받을 리가 없잖아. 오히려 ‘다음에 볼 때’라고 했으니까 얼굴 보자마자 백배로 못 불렸으니 노예로 쓴다면서 바로 납치하고도 남겠지.”

“시발. 흑산회 보스가 마약술사 파난보다 더한 새끼라는 걸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괜히 슈퍼빌런이 아니었어.”

두 게이머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당장 정보게시판 베스트 게시글을 보면 한 게이머가 흑산회 보스를 만나서 인생역전을 했다는 이야기가 떡하니 남아있지 않은가.

그녀는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대뜸 직장이 생기고 사장이 됐으며 심지어 매상마저 수직 상승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자신들은 대뜸 100골드를 받고 10000골드를 돌려줘야 할 처지가 아닌가.

“대체 우리랑 그년이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까지 대우에 차이가 나는 거야!?”

“이 병신아. 걘 여캐고 우린 남캐잖아.”

“…….”

굉장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시발. 넷카마 소릴 듣더라도 여캐를 팠어야 했는데.”

“성별전환 옵션은 십 만원인데?”

“빌어먹을 과금망겜 같으니! 돈 없으면 여캐도 못 만드냐!”

백날 한탄해봤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이제 그만 정신 차려.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한 달 뒤에 시트지 찢겨. 이 캐릭터 포기할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시트지를 포기할 수는 없어. 미궁도시에서 인계받은 CP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포기 못해.”

궁상만 떨던 게이머 <톡쏘는엘프>가 이를 까득 악물었다.

“만 골드. 까짓것 만들고 말겠어.”

“사냥으로 만 골드 벌려면 B8층은 가야겠네.”

“…….”

톡쏘는엘프는 원망어린 시선으로 동료 게이머를 노려봤다.

“그럼 어쩌자고?”

“우리가 굳이 만 골드를 벌 필요는 없어. 만 골드 어치의 공헌을 하면 되는 거니까.”

“공헌?”

“흑산회의 적을 찾아보자고. 100골드에서 일부는 써야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정보를 구매하는 게 중요해.”

“젠장. 완전 해결사 납셨네.”

반박은 하지 않았다. 톡쏘는엘프는 자신의 동료 게이머 <탕쏘는엘프>의 지략을 믿었다.

전작의 기억을 떠올려 정보상인과 접선하고 정보를 구매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는 마약술사 파난이랑 적대관계라는 소문이 파다해. 파난의 조직에 만 골드 어치의 피해만 입힐 수 있다면 빚은 해결할 수 있겠어.”

“미친. 파난은 길드 소속 랭커들도 궤멸시켰잖아.”

“그것보다는 길드가 어째서 파난의 밑에 들어갔는지를 중요하게 봐야 해. 추가금을 주고 구매한 정보에 따르면 암흑가의 6강이 시장과 손을 잡고 뭔가를 꾸민다고 했어.”

톡쏘는엘프는 신경질적으로 발을 떨며 물었다.

“찌라시 아니야? 하급 정보상인은 아무 정보나 막 던지고 보기도 하잖아.”

“그런 소문이 아무 이유 없이 돌리는 없어. 의심할만한 여지가 있으니까 생기는 게 소문이야.”

“우리 힘으로 뭔가를 알아내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탕쏘는엘프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두들겼다.

“이거 뒀다가 뭐하냐? 다른 게이머들을 이용해야지.”

“아! 정보게시판에 소문을?”

“적당히 돈 냄새 풍기게 정보 좀 가공해보자고.”

두 게이머는 작정하고 암흑가와 시장 사이의 의혹을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브람 시 시장 브람베르크, 암흑가와 밀약을 맺다!?]

[길드조차도 탐을 낸 밀약의 실체는?]

[브람 시에서 발견된 최초의 메인퀘스트 ‘밀약’!]

두 사람은 아예 작정하고 퀘스트의 내용까지 날조해서 정보게시판에 올렸다. 브람 시의 시장 브람베르크가 암흑가의 힘을 이용해서 정적을 제거하는 걸 도우라는 내용이었다.

“믿을까?”

“믿어. 사람은 원래 믿고 싶은 건 믿고 보니까.”

진실 따위는 조금도 없는 순도 100%의 날조.

그러나 규모가 남다르다.

가짜라도 솔깃하고 진짜라면 더욱 솔깃할 정보였으니, 게이머들은 정보가 진짜일 가능성을 눈여겨보았다.

“야. 이거 먹히는데? 밀약 퀘스트 정보공개 좀 더하라는 댓글이 미친 듯이 달리고 있어.”

“그럼 더 풀어줘야지. 이놈들도 알만한 얘기를 엮어서.”

많은 게이머들은 [메인퀘스트]의 등장에 환호하였고, 길드가 독점하려다 실패한 퀘스트라는 사실에 한층 더 환호하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길드]가 퀘스트 성공을 위해 마약술사 파난의 마약거래에 개입하려다가 몰살당했다는 소문을 엮자, 정보의 신빙성은 엄청나게 상승하였다.

이제는 브람 시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게이머가 두 엘프의 썰에 집중하였다. 누구도 두 사람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길드는 원래 띠꺼웠고 마약술사 파난한테는 피해를 입혀야 하니까 이참에 둘을 엮어서 한 번에 보내야겠어.”

탕쏘는엘프는 작정하고 길드와 파난을 악역으로 부각시켰다. 메인퀘스트 밀약의 세부퀘스트로 ‘마약거래’를 만들어서 작정하고 썰을 풀었다.

그가 쓴 게시글은 조회수 백만이 넘는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브람 시 외부로까지 널리 알려졌다.

“마약을 거리에 살포하고, 전 국민을 파멸시키고... 와 미친. 파난이 개쓰레기가 됐네.”

“뭐 어때.”

“길드는 마약제조법을 가로채고 지들이 전국민을 마약에 쩔게 만들려던 게 되었고. 우리 길드한테 잡히면 진짜 죽는 거 아냐? 하하.”

당연히 잡힐 걱정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다.

정보게시판의 게시글은 익명으로도 작성할 수 있다.

길드가 그들을 찾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불을 지폈다면 할 일은 끝났다.

뒤는 마약술사 파난과 길드의 약점을 잡았다고 착각한 게이머들이 알아서 할 거다.

부정적인 소문이 퍼지며 어떻게든 소요가 일어나면 마약술사 파난은 피해를 보고, 이는 흑산회의 공적이 된다.

“이제 결과나 보러 가볼까?”

두 사람은 게임에 다시 접속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자신들이 엄청난 대형사고를 쳤음을.

“이게 다 뭐야?”

게이머 천 명이 시가지를 행진한다.

너덜너덜한 초보자용 복장.

시트지가 찢겨도 잃을 게 없는 초보게이머들이다.

“님들 여기서 뭐하세요?”

“게이머세요? 아직 퀘스트 못 받았으면 공유해줄게요.”

띠링!

[단체퀘스트 ‘떼도둑’을 공유 받았습니다.]

[마약술사 파난의 평판이 급격히 낮아진 지금, 다수의 무리가 파난의 조직 <비탄의 굴>에 침투하여 마약을 훔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백 명 중에 99명은 죽더라도 살아남는 한 명에 당신이 포함된다면 이득이 될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린다면 떼도둑에 참여하십시오!]

말도 안 나오는 기가 막히는 퀘스트가 떴다. 마약거래 썰을 풀었다고 잃을 게 없는 초반에 떼도둑이 되겠다는 게이머들이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단체퀘스트는 [떼도둑]만 있는 게 아니었다.

“관공서 테러 퀘 공유합니다!”

“관공서 시선교란 퀘 공유합니다!”

게이머들끼리 작정하고 팀을 나눠서 한쪽은 관공서 경비병력의 시선을 교란하고, 한쪽은 우르르 침입해서 값진 정보를 캔다는 미친 작전도 세워졌다.

기가 막히는 건 이런 아이디어를 모종의 경위로 NPC들이 입수하면서 정보상인이나 범죄길드가 적극적으로 가세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었다.

대놓고 세워지는 작전을 듣고 경악한 경비대가 출동하면서 게이머들은 즉각 작전실행에 돌입했고, 경비대나 관공서에 가세해서 폭도들과 싸우는 게이머들도 등장했다.

개판.

지금의 미궁도시 브람을 평가하기에 딱 좋은 말이었다.

“이 정도면 흑산회 찾아가도 되지 않을까?”

“공적으로는 충분하겠지. 가자.”

톡쏘는엘프와 탕쏘는엘프는 자신만만하게 흑산회 아지트를 찾아갔다.

* * *

느닷없이 폭도들이 활개 치면서 도시가 발칵 뒤엎어졌는데 그걸 지네가 했다는 놈들이 나타났다.

“잘했죠?”

“1만 골드어치 공적은 됐습니까?”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훌륭한 수완이군.”

그래도 마약술사 파난이 피해를 입는다.

솔직히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범죄길드 상급길드원들이 폭도무리에 숨어서 관공서에서 주요문서를 탈취하고, 경비대는 폭도진압을 위해서 전 병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파난은 확실하게 피해를 입겠군.”

“어... 저희 도움이 된 거 맞나요?”

“글쎄. 그건 지금부터 흘러갈 상황을 보고 생각해야겠군. 확실한 건 너희가 만든 소문이 도시를 발칵 뒤엎었고, 시장은 이 일을 간과할 수 없다는 거다.”

당장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동쪽거리 시가지를 행진하는 게이머들의 외침이 들린다.

“경비대가 관공서로 간 지금이 기회다! 상점가를 털자!”

“가게 하나만 털어도 인생역전이다! 달려!!”

“…….”

게이머들은 미친 창의력을 발휘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브람 시는 그야말로 혼란의 중심지가 되었다.

난리 통에 이득을 보려 하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다.

“가자! 다 털어버리자!”

“우하하하하!”

더 큰 문제는 게이머들의 그런 행동에 선동당한 NPC들마저 가세하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네놈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실감이 들기 시작했나?”

“어... 그거 큰일인가요?”

“지금 날뛰고 있는 놈들의 절반쯤은 죽겠지. 시장은 암흑가를 공개적으로 압박할 거고. 아무 죄도 없는 선량한 흑산회도 괜히 엮이면 귀찮으니 숨죽이고 지내야지.”

그제야 두 게이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만 골드 어치 공적은 개뿔.

만 골드 어치 마법스크롤로 테러를 해도 일으킬 수 없는 엄청난 소요가 벌어졌다.

데에에─! 데에엥─! 데에엥─!

비상사태를 알리는 종이 울리는 걸 보니 도시의 성벽이 모두 닫혔을 것 같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미궁도시 브람은 완벽한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목표는 도시 내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폭도들의 사살.

[돌발 이벤트 ‘폭동 진압’이 발동했습니다!]

[브람 시의 시장이 관공서가 습격당하고 제 2 내성에 침입하려는 폭도들에게 격분했습니다! 경비대와 기사단은 피의 응징을 가할 것입니다. 절대로 거리에 나서지 마십시오!]

[거리에 나서는 자는 ‘폭도’로 간주되어 경비대와 기사단의 선공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얼빠진 두 게이머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한 얘기 외에 달리 사고 친 건 없겠지?”

“정말이에요! 저희가 저지를 사고는 없어요!”

“다른 모험가들이 사고를 저지르겠지만..”

뭐가 톡쏘는엘프고 탕쏘는엘프냐.

머리에 칼침이나 맞고 죽어라, 쓰레기들아.

“보스.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브람 시의 전 병력이 동원되는 와중에 싸움을 걸 수는...”

와장창!

갑자기 유리창이 깨지며 뭔가가 실내에 들이닥쳤다.

“으아악!”

“기습이다!”

두 게이머의 비명에 조직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며 창가를 겨누었다.

“찌직!”

창문을 깨고 난입한 건 박쥐였다.

“…….”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박쥐가 몸을 부풀리더니 뱀파이어가 되었다. 뱀파이어는 다급히 나를 향해 외쳤다.

“일존 멸혼객이 암흑가 6강의 일원,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에게 전하는 전언이다!”

“일존의 전언...!”

“시장 브람베르크의 병력이 동쪽지구에 침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사태를 간과할 수 없다. 6강의 일원은 모두 전 병력을 동원해서 동쪽지구를 사수하라.”

시장의 병력전개가 암흑가를 향한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멸혼객이 강수를 둔 모양이다.

두두둥!

[단체퀘스트 ‘지역사수’가 발동했습니다!]

심지어 단체퀘스트까지 뜨면서 어떻게든 이 소동에 관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걸 배째라고 무시하면 전직용사 멸혼객을 적으로 두어야만 한다. 멸혼객이 아니더라도 당장 흑산회 조직원들이 납득하지 못할 게 틀림없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칠 수는 없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거리에 나가야 한다.

“거하게도 저질러줬군, 애송이들.”

기사단과 경비대가 우글거리는 길거리에 나설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암흑가 암흑조직 vs 브람 시 공무기관!

4권에 이르러서 드디어 작중 최초의 전쟁씬이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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