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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92화 (9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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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17)

경비대는 미궁도시 브람에서 강력한 실권을 지닌 권력집단이자 무력집단이다.

모험가들이 스스로의 이권을 지키고자 창설한 모험가 길드에 맞서 시장의 이름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의 조직이니 얼뜨기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경비대의 진정한 전력이 총동원되면 이미 어지간한 왕국의 정규군을 능가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그런 강대한 집단의 수장은 아무나 차지할 수 없다.

무력이 뛰어난 자. 지력이 뛰어난 자.

경비총장의 자리를 두고 온갖 인재들이 도전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것이 지금의 경비총장, 늙은 여우 하이칼이다.

그는 괴물 같은 무력도, 천재적인 지력도 갖추지 못했다. 무력과 지력은 모두 범용한 수준에 불과했으며 다른 인재에 비하면 가장 뒤처졌다.

그런 그가 경비총장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누구보다도 치열한 정치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불온하군. 너무나도 불온해.”

하이칼은 시장을 향해 드리우는 올가미를 느끼고 있었다.

중앙정계는 미궁도시 브람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 자신에게도 배신제의가 왔다면 다른 가신들도 제의는 받았을 거다. 그중 몇 명은 유혹에 굴복해 수락하기도 했겠지.

이 도시에 브람베르크의 편은 단 한 명도 없다. 멍청한 놈들은 눈앞의 미끼를 물고 배신하겠지만 그 뒤에 기다리는 건 쓰임새를 다한 배신자를 내치는 숙청뿐이다.

“지금까지는 살기 위해서 브람베르크를 지지해왔지만... 흐름이 바뀌고 있군.”

암흑가가 폭동과 무관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철군명령을 내린 지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태세전환을 한 일존육강의 병력들이 몰아닥치며 무자비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비록 5강 흑산회의 병력은 가세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전황이 위태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설마 미궁도시 브람에서 인간들을 상대로 시가전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경비대는 강하다. 그렇기에 강대한 일존육강의 세력에 맞서고도 살아남는 게 가능했다.

미궁도시 브람의 모험가들을 상대로 치안을 유지하는 일보다 더욱 힘든 게 강력한 모험가들을 탐욕스레 굴려대며 악독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삥듣기다.

자연스레 암흑조직들의 전력은 역대 최강이라 불릴 정도로 강성하며 특히나 브람 시의 어둠을 지배하는 [멸혼객]의 존재가 사태를 더욱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크하하하! 제법이구나. 시장의 변견이여! 춤춰라. 좀 더 나를 즐겁게 해보아라!”

기사단의 철혈늑대 알큐러스 기사단장은 순수한 무력만으로 강력한 기사들의 위에 군림하는 자다. 그런 알큐러스 기사단장이 속수무책으로 수세에 내몰리고 있다.

못해도 두 수.

멸혼객이 손속에 여력을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쌍방의 사이에는 세 수 이상의 실력차이가 존재한다. 어떠한 공권력도 작정하고 나선 멸혼객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시장이 없으면 멸혼객 또한 공적이 될 텐데. 어째서 음지에 머무르지 않고 양지로 나온 거지. 더는 왕국의 병력들 따위는 무섭지도 않다 이건가?”

아마 이번 공세는 시장을 압박하며 양지의 영향력을 줄이고 본격적으로 멸혼객이 세를 떨치기 위한 사전작업일지도 모른다.

한 번 물러서면 낭떠러지로 추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경비총장인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했다. 어차피 해먹을 만큼은 해먹었다. 하이칼은 진지하게 은퇴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이칼 경비총장님! 큰일입니다!”

“호들갑 떨지 마라. 그래서 시장님께서는 뭐라 하셨느냐.”

일단은 멸혼객에게 고개를 낮출 것을 권했다. 강대한 멸혼객을 상대로 자존심을 세웠다간 권력의 끝자락까지 모조리 놓쳐버리고 목숨마저 잃게 된다.

분하고 원통하더라도 시장에게는 항복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항복명령을 내리기에는 자존심이 구겨지겠지. 내심 제발 누가 항복하라고 권하기를 바라고 있을 게 당연한지라 가볍게 등을 떠밀어주었다.

“시장님께서 암살당했습니다!”

“........뭐?”

“시장님만이 아닙니다. 제 2 내성 경비병, 관료, 친위대가 대거 살해당했습니다!”

멸혼객은 끝장을 보기로 작정했다. 시장을 죽인다면 자신들을 살릴 이유도 없다. 정치적인 협상은 불가능하며 일말의 여지조차도 없다.

하이칼의 손이 거칠게 떨렸다.

“정녕 끝장을 보자 이건가.”

하이칼은 겁쟁이다. 자신의 목숨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온건한 방법으로는 살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적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고 확실하게 결단을 내리는 일면도 지니고 있다.

멸혼객은 알큐러스 기사단장을 압도하며 항복을 유도하는 것처럼 행세하며 모두가 칼을 내리는 순간, 그대로 혈겁을 일으킬 작정임이 틀림없다.

“멸혼객의 소행이다!”

“!!”

“시장을 살해한 대역죄인에게 항복은 없다! 당장 인근도시에 파발을 보내 원군을 요청하라. 현 시각부로 경비대는 제 2 내성의 수비를 강화하며 필사적으로 항쟁한다!”

하이칼의 결단은 전장의 흐름을 거칠게 뒤바꾸었다.

비겁한 수작에 시장이 살해당했다.

항복을 권고하면서 모두를 죽일 작정이었다.

불온한 소문이 전장에 퍼지며 경비대가 분노했다.

사생결단의 각오를 다진 그들은 전보다 배 이상은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알큐러스 기사단장은 휘하 기사 다섯 명이 목숨을 바쳐가며 벌어준 틈을 타서 굴욕적인 퇴각을 감행했으나, 그렇기에 브람 시 수비군에게는 여력이 생겼다.

“철저하게 농성만을 유지한다! 원군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우리들의 승리다!”

알큐러스 기사단장이 몸 성히 물러서며 농성에 가세한 이상, 멸혼객이라도 쉽사리 공성을 시도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공성 준비 따위는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다.

그는 하이칼의 성격을 알고 있었고, 적당히 압박을 가하면 많은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랬던 전장에서 어째서인지 적들이 사생결단의 각오를 보이며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건 어찌된 일인가.”

피에 젖은 장포를 휘날리며 멸혼객은 우뚝 멈춰 섰다.

엄정한 숙고를 거친 끝에 그는 깨달았다.

이 정도로 수세를 굳히면서 시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만일 브람베르크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했다면.

죽거나 그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었다면.

시장의 육체적 목숨이나 사회적 목숨이 끝장났다면.

지금의 상황은 비로소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빌헬름 마이어.”

그밖에 없다. 그만이 이런 파격적인 짓을 저지를 수 있다.

중앙정계라도 이런 충격적인 수는 두지 않는다.

당했다는 생각에 분하기는커녕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설마하니 지켜야 할 동맹의 목숨을 끊어 사태를 변화시킬 줄이야. 과연 간웅의 자질을 지닌 자다운 판단이로다.”

본래라면 하이칼과 알큐러스 기사단장, 인근도시의 주둔군과 왕국 정예군단과의 결전은 모두 피할 수 있었다. 자신의 무력과 세력, 영향력으로 하나씩 압도하면 그만이었다.

그것이 한 순간에 모조리 뒤틀려버리고 말았다.

미궁도시 브람의 시장, 브람베르크의 죽음으로 인해서 십년지계(十年之計)의 끝을 이룰 작업이 무너졌다. 대계(大計)가 근간부터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는가!”

자신의 존재만으로 덜덜 떨면서 지닌 힘을 하나씩 내놓아야만 했을 애송이들이 모조리 반심을 품고 맞선다.

당해내기도 벅차지만 더욱 큰 문제는 타국과 맞서 싸울 첨병이 될 잠재적인 병력이 모조리 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절반은 건질 수 있을까.’

뒤늦게 복종시키더라도 자신의 군문에 들어올 병력이 급격히 줄어들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장차 전 세계를 상대로 궐기할 군단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게 될 거다.

“이만한 피해를 입히고도 빌헬름 마이어는 중립을 선언했다. 제약을 어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측하고 철저한 계산 하에 행동했다.”

입 밖으로 떠오르는 사항을 모조리 끄집어내자 보다 뚜렷하게 생각이 정리되었다.

빌헬름 마이어가 작정하고 공세를 취했다면 이 계획을 뒷받침할 후속전략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행동에 나서지 않고 중립선언을 했다.

그 불가해한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이건 시험인가? 감히 이 나를 가늠해보겠다는?”

실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유쾌한 기분이었다.

“하하. 크하하하하하하하!!”

현직 용사 시절, 용사파티를 제 뜻대로 부려먹으려 들던 중앙정계의 늙은이들도 해내지 못한 수작질이다.

누군가의 의도에 이 정도로 놀아나는 건 신에게 당한 일을 제외하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을 상대로는 처음으로 겪는 패배다.

“좋다. 빌헬름 마이어. 네놈의 계획에 보기 좋게 당한 건 인정해주지. 허나 네놈의 계산은 잘못되었다.”

적당한 선에서 궐기를 포기하고 얌전히 다음 기회를 노리라는 간접적인 권고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왕국 전체가 적으로 돌아갈 만한 위협이 다가온다면, 그는 기꺼이 그 위협에 맞서 왕국 전체와 싸워 이길 수 있다. 나아가 왕국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것이 본래보다 급격히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길이라고 해도 멈추지 않는다.

“다크히어로 영혼살해자. 반 영웅 멸혼객. 그 이름을 만천하에 새겨주마! 그리고 네놈을 다시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 감히 날 시험하려 한 괘씸한 행동의 책임을!!”

암흑가의 전 병력과 브람 시 수비군 전 병력.

쌍방은 모두 [결전]을 선택했다.

시가전을 넘어서 브람 시의 패권을 둔 전쟁의 시작이었다.

* * *

[긴급 이벤트 ‘브람 시 공성전’ 발동!]

[멸혼객은 브람 시 제 2 내성에 수비를 굳힌 경비대와 기사단을 향한 총공격을 선언했습니다. 양 진영에 합류하여 공헌하는 자들은 막대한 CP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설령 공성전 도중에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세운 공적에 따라 인계CP가 지급됩니다. 휘황찬란한 다음 생을 원한다면 목숨을 걸고 공성전에 도전해보십시오!]

브람 시에 머무르던 모든 게이머들은 미궁세계 최초의 전쟁발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죽어도 인계CP가 지급된다고!?”

“이건 기회야!”

“멸혼객 겁나 쌔잖아. 공성에 참가해야겠어!”

대량의 CP를 간단히 습득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궁탐사 따위는 뒷전으로 미루어도 좋았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인생역전의 기회를 놓칠 바보는 없었다.

“침략군이다! 도시를 점령하자!”

“와아아아아!”

멸혼객의 승세를 점친 게이머들은 침략군을 일으켰다.

기회를 틈타 가세한 모험가들도 적지 않았다.

“의용군이다! 도시를 지키는 거다!”

“와아아아아!”

수비군의 승세를 점친 게이머들은 의용군을 일으켰다.

브람 시의 거주민들이 대거 의용군에 합류했다.

게이머들의 이벤트가 졸지에 NPC들의 준동을 유도했다.

[참상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당신들의 정보를 수비군에 전달했습니다. 시장을 살해한 암살조직 ‘길드’에게 수비군이 현상금을 걸고 사살명령을 내렸습니다.]

[길드 소속임이 밝혀질 시, 농성을 진행 중인 수비군 및 의용군에게 즉각 공격받습니다.]

[제 2 내성 내부에 존재하는 스파이가 멸혼객의 암흑조직군에게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암흑조직군은 ‘길드’ 소속원들의 목에 현상금을 걸고 사살명령을 내렸습니다.]

[길드 소속임이 밝혀질 시, 공성을 진행 중인 암흑조직군 및 침략군에게 즉각 공격받습니다.]

[길드의 조직평판(악명)이 50000 상승합니다.]

[칭호 ‘공공의 적’을 습득합니다.]

[미궁도시 브람의 모든 NPC가 당신들을 적대합니다. 정상적인 도시 활동이 불가능한 대신, 범죄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대폭 상승합니다.]

“시발. 이거 뭐야.”

시장을 살해한 길드 소속 게이머들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이 빗발치듯 떠올랐다.

시장을 암살한 그들을 수비군이 받아줄 리가 없고, 계획을 망친 그들을 멸혼객이 받아줄 리가 없다. 졸지에 길드 소속 랭커들은 양 진영 모두와 적대관계가 되고 말았다.

선택권도 없이 공공의 적이 된 그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지부장 쿠로는 냉정하게 선언했다.

“살기 위해서라도 더욱 멈출 수 없다. 이지스 남작가의 장녀를 죽이면 일부는 우릴 두려워하기 시작할 거다. 적어도 수비군과 의용군의 현상금 지령은 취소될지도 모른다.”

양측에게 동시에 현상금이 걸리는 것보다는 상황이 한결 나아진다. 살길을 개척하려면 이제는 목숨을 걸고 이지스 남작가의 장녀를 죽이는 수밖에 없다.

길드 소속 게이머들은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들의 지원에 눈이 멀어 함께하게 된 NPC들도 어쩔 수 없이 가세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궁도시 브람뿐만 아니라 미궁세계 전 서버를 발칵 뒤엎을 대 사건 [브람 시 공성전]의 본편 시작이었다.

============================ 작품 후기 ============================

스토리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메인스트림이 존재했다!?

메인스트림 '브람 시 공성전'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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