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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94화 (9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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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19)

모자이크녀의 전투력은 최약이다. 그러나 싸움이란 반드시 전투력으로만 성립하는 건 아니다.

카이사르의 펫 겸 부장으로 흑산회에 머무르면서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실감해왔다.

카이사르의 강함만 해도 본신의 무력이나 천재성뿐만 아니라 불가해한 수준의 [기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침을 알기 때문이다.

‘기세싸움에서 한 치라도 밀리면 끝장이야.’

손을 섞어서도 안 된다.

강함을 의심받아서도 안 된다.

자발적으로 복종을 유도해야만 한다.

“젠장. 전멸마저도 각오해야만 하는가.”

그러나 카이사르의 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저들은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모자이크녀는 ‘쿠로’라는 이름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쿠로. 누군가 했더니 길드의 사령탑 중 하나였군.”

“넌 대체 누구냐.”

“셰이드리아. 최종랭킹 41위에 도달했던 용병왕의 이름을 모르는 체 하지는 않겠지?”

“용병왕 셰이드리아!!”

“그래. 지금 네 앞에 있는 건 그런 거물이다. 그런 내가 널 살려두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모자이크녀도 전작에서는 이런 약캐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강했다.

카이사르만한 근력과 체력을 지닌 여걸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외모를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 시트지에서 매력을 낮춰 여분의 CP를 벌었다.

그것이 두고두고 [오우거녀]라고 불리는 계기가 되었다.

남들은 매력빨로 엘프녀니 토끼녀니 하는 귀여운 소리를 듣는 데 혼자만 오크, 놀, 트롤을 거쳐서 기어이 오우거에 도달했다.

회복불가의 부상을 입을수록 육체는 흉측해졌고 강함을 얻는 대가로 여성스러움을 상실했다.

그런 과거와는 작별하고자 택한 것이 매력 올인 컨셉플레이였으나 그렇다고 과거의 기억마저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 기억이 있기에 흑산회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으으. 모르겠다. 대체 우리한테 뭘 원하는 거냐.”

“재밌으니까.”

“재미...라고?”

“너희들의 겁에 질린 꼴을 보는 게 즐겁다. 게이머가 재미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으으. 역시 미궁도시 공인의 삼광녀라고 불릴만한 미친년인가...”

좀처럼 평정심이 일그러지는 일이 없는 쿠로가 대놓고 동요를 일으켰다. 휘하 게이머 셋은 혼절이라도 할 것처럼 놀라거나 망연자실해서 무기력하게 있었다.

이들의 반응을 본 청일은 이 사태에 개입할 엄두조차도 내지 못했다. 암살조의 전원은 완전히 대항 의지를 상실했다.

“지금은 너희들 이상으로 이 여자가 재밌다. 혈통의 저주에 걸린 여자는 흔치 않으니까. 설마하니 나처럼 저주에 걸린 여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

“모, 모자이크씨?”

“아하하하. 토끼처럼 순한 얼굴로 따르는 모습은 어찌나 가엾던지. 손만 대도 톡하고 부러질 것 같아서 제법 다루는 맛이 있었지 뭐야.”

갑작스러운 변절에 도로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절 속였던 거군요!”

모자이크녀는 잠깐이나마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감정에 사로잡히는 일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의 감정은 입자의 색깔로 이어지니까.

[도로시 이지스의 호감도가 10 하락합니다.]

[도로시 이지스와의 긍정적인 유대가 치명적으로 파괴되었습니다.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그녀가 당신을 적대할지도 모릅니다.]

슬픔. 아쉬움. 그런 일말의 나약한 감정조차도 드러낼 수 없다. 지금 그녀는 도로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토록 기피하고자 했던 과거의 모습을 잠시 빌려와야 하니까.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다. 썅년이라며 멸시받아도 좋다. 그걸로 도로시를 살릴 수만 있다면 된다.

이 정도로 희생한 이상, 어중간하게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 말해봐. 너희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온 도시가 전쟁에 휩싸이는 와중에 그런 굉장한 몰골로 이곳에 들이닥친 거지? 그건 날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일까?”

자해공갈단에 이은 공갈협박단이나 다름없는 언행이나, 효과만큼은 단연 발군이었다.

한 랭커가 자신의 과거행적과 미래의 이미지체인지 기회를 갈아버리며 만든 기백으로 혼신의 열연을 하고 있다.

이정도면 제아무리 쿠로와 길드 소속 게이머들이라도 속지 않을 수가 없었다.

30분.

쿠로와 게이머들은 농락당하듯 시간을 끌렸다.

그러나 더 이상은 한계였다.

“시팔. 이 여자, 우릴 가지고 놀다가 버릴 셈이야.”

“더는 못참아. 이래 뒤지나 저래 뒤지나 마찬가지라고!”

“쿠로. 더는 비참하게 살고 싶지 않다!”

쿠로 또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교전이 발생하기까지는 이제 초읽기나 다름없었다.

“용병왕 셰이드리아. 설마 한 세기 전의 전설로나 전해져 내려오던 실력자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고!?”

NPC 청일이 한 발 늦게 뒷북을 쳤다.

그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 존재하던 전원에게 시스템 알림이 떴다.

띠링!

[전대기인과의 조우!]

[당신들은 한 세기 전에 놀라운 업적들을 달성하며 용병계의 패러다임을 큰 폭으로 뒤바꾼 <영웅>으로 추정되는 자와 조우하였습니다. 이는 전설과의 조우나 다름없습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명성이 500 상승합니다.]

[칭호 ‘전설과 마주한 자’가 생성됩니다.]

모든 게이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작에서의 행적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녀가 강하기는 했어도 결코 영웅급은 아니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문이 와전되어 평판이 상승했다!!’

실제로 영웅급의 무력을 지니지 않아도 상관없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으면 영웅이 된다.

이미 죽은 캐릭터시트지가 실제로 어땠는지 알게 뭔가.

중요한 건 이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라는 거다.

과거를 팔아서 지금 강해질 수 있다.

쿠로는 급하게 나서며 청일을 다그치듯 물었다.

“암흑주시자의 이름은 들어보았는가?”

“암흑주시자! 과거에 미궁도시 하나를 피바다로 만들고 왕국을 파멸시킬 뻔했다던 자의 이름이 아닌가. 설마 당신들은... 암흑주시자의 후예인가!?”

“아니, 아니다!”

낭패였다. 무분별한 과거의 행적은 악명만을 초래했다.

쿠로와 게이머들은 낙담했다.

모자이크녀만이 급변한 상황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너희들. 시트지가 찢기기 직전이군 그래?”

“놀리는 거냐?”

“놀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제안이라고 할 수 있지.”

그녀는 오연하게 선언했다.

“내 부하가 되어라. 용병왕 셰이드리아의 부하가 되기를 자처한다면 한동안은 써먹어주지. 악명 또한 명성은 명성. 너희는 써먹을 가치가 있는 재밌는 패가 되었으니까.”

“우리는 공공의 적이다.”

“알 게 뭐야? 너희의 신변에 닥친 위협이 무엇이건 간에 흑산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재는 존재하지 않아.”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우리는 너희가 탐내는 목표를 제거하려고 했었는데?”

“하하하! 뭐야 그거. 자의식 과잉? 너희 따위가 진지하게 위협이라도 된 적은 있고?”

분했다.

분하게도 합리적인 제안이자 유일한 살 길이었다.

“항복하겠다.”

“쿠로!”

“이젠... 흑산회밖에 없다. 살 길은 여기밖에 없어.”

온 도시를 발칵 뒤엎은 ‘길드’의 랭커들이 굴복했다.

수는 넷밖에 안 되도 최상위 전력이나 다름없다.

흑산회로서는 카이사르 네 명이 추가된 것과 같다.

“청일. 너는 어찌할 테냐.”

“용병왕마저 의탁하는 조직이라면... 하지만 사문의 명예를... 이대로는...”

“청학도장의 파멸이라면 나도 실시간으로 지켜봤었지.”

손쉽게 흑산회의 전력을 늘릴 기회다.

모자이크녀는 청일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청학은 백보도장의 가토에게 비열한 수작을 벌였다. 가토는 이에 분개하며 흑산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행동대장 카이사르와 일주일 간 목숨을 걸고 무술개량에 나섰다.”

“바보 같군.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아니.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말로 매 순간 목숨을 걸며 심득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전장에서 수많은 사선을 넘나드는 것처럼 직감을 개화시키고 최적화된 길만을 찾아간다면.”

청일의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 찼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한 손에 꼽는다.

“가토는 결국 죽었다. 대신 죽음으로 무술의 개량에 성공했다. 그의 의지를 물려받은 카이사르가 도장무술인 백보권만을 사용해서 대리전에 나섰고 정당한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 그 발언. 용병왕의 이름에 걸고 맹세할 수 있소?”

“물론. 용병왕의 이름에 걸고 도장결투의 정당함을 선언하겠다. 가토와 카이사르는 정의를 실현했다. 청학은 부덕한 주제에 약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졌을 뿐이다.”

청일은 두 눈을 질끈 감더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불민한 사제의 과오를 용서해주시길 바라오. 죄의 대가라면 이 몸으로 흑산회를 위해 백의종군하는 것으로 갚겠소. 부디 본인을 흑산회에 받아들여주시길 바라오.”

많은 것을 포기하며 여기까지 왔다.

중요한 것만은 포기하지 않으며 버텨내었다.

마침내 그 결실을 이룰 수 있었다.

[공공의 적 ‘길드’의 잔당들이 흑산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카이사르의 부장의 권한으로 길드의 잔당들을 임시 조직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보스에게 이 놀라운 공적을 보고하십시오! 그 후에 이 파격적인 행동에 대한 행동정산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경악스러운 소득이었다.

길드의 악명은 모자이크녀 또한 알고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길드는 그만큼 강하다.

‘비록 지금은 마약술사 파난에게 전력의 절반이 깎이고, 남은 대부분도 공공의 적이 되어 죽으면서 전성기에 비하면 완전히 박살난 상태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자들이 넷이나 된다.

길드의 저력은 그저 숫자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경악스러운 [과금력]에 있다.

그 영향력은 게이머 한정이라면 독보적인 수준이다.

덤으로 그들의 과거행적은 [악명]에 치우쳤다.

‘범죄조직인 흑산회에게 있어서 이는 전대악인들의 후예를 받아들이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지!’

조직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악명을 상승시키며 더욱 커다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빌헬름 마이어라면 받아들인다.

카이사르라는 희대의 생또라이도 수족처럼 부리는 그가 이 정도의 남자들을 다루지 못할 리가 없다.

“가자! 보스를 만나러!”

“저, 저는 왜...”

“이런 놈들한테 암살당하고 싶어? 잠자코 따라와.”

그렇게 그들은 빌헬름 마이어를 찾아갔다.

* * *

모자이크녀가 게이머 넷이랑 청일이랑 도로시 이지스와 그녀의 유모를 데리고 와서는 말했다.

“얘네들 다 조직원으로 받아주세요!”

“뭐?”

“받아주세요!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인력부족은 흑산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도대체 어떻게 청일을 꼬셨는지 모르겠지만 놈이 끼어있으니 받을 가치는 충분하겠지.

“좋다. 전력이 되고자 한다면 받아주지.”

두두둥!

[당신은 공공의 적 ‘길드’의 잔당들을 조직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브람 시의 공적을 받아들인 대범한 선택에 모두가 경악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0000 상승합니다.]

[카리스마가 2 상승합니다.]

[스킬 ‘보스의 기백’의 숙련도가 상급 숙련 레벨2로 상승합니다.]

[칭호 ‘슈퍼빌런’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악명이 높은 사람들은 당신에게 동경에 가까운 호감도 10을 갖게 됩니다.]

미친. 이건 또 뭐야.

이새끼들 뭐하는 놈들인데 부하로 받았다고 악명이 오르고 슈퍼빌런 칭호 효과가 강화되는데.

“공성측과 수성측 모두에게서 적대 받는 악인들마저 주저 없이 부하로 받으시다니! 정말 대범하시네요!”

“!?”

“시장을 암살하고 도로시 이지스마저 암살하려 했던 저희를 부하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스.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서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모자이크녀가 청일과 도로시 이지스와 기타 등등을 데려온 줄 알았더니 대역죄인들과 기타 등등을 데려왔다.

============================ 작품 후기 ============================

선호작, 추천, 쿠폰, 후원, 쪽지 모두 감사합니다.

장문의 쪽지는 보관함에 넣고 글이 막힐 때마다 한 번씩 다시 보고는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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