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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00화 (100/224)

00100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 =========================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25)

기용 가능한 전력은 이미 전부 활용했다.

하인즈 대마법사, 치유의 교단 사제장을 비롯한 전투직 관련 절정고수들은 전부 계산에 포함되었다.

템빨로 실력을 급등시킨 카이사르와 리나 또한 계산에 포함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고도 남은 전력은 절정고수 14명.

절망적인 수치다.

본연의 실력을 드러내봤자 1명분도 메우지 못한다.

NPC에게는 한 평생에 걸쳐서 노력해도 감히 도달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경지가 절정지경이다.

초일류 게이머들조차도 문턱에서 막혀 번번히 좌절하는 통곡의 기로가 절정지경이다.

당연히 일순간에 14명의 절정고수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방법이 있다!’

정답으로 향하는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극도로 위험한 고비를 몇 번이고 넘기며 자신의 실력과 강운을 증명해야만 하는 가시밭길이다.

한 번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대로 끝장이다. 여기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을 그대로 잃어버린다.

그러나 모든 시련과 고비를 넘어설 수 있다면 지금껏 쟁취한 것 이상의 역대급 보상을 쟁취해낼 수 있다.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건 오직 나 자신의 역량 뿐!

“루커스!! 약속의 때가 되었다!!”

“뭣...! 이 자식, 설마!”

“쌍방의 합의하에 작성한 계약서에 의거하여 지금 이 자리에서 단 한 번의 절대적인 명령권을 사용한다! 멸혼객의 진영에서 이탈하여 나를 위해서 싸워라!!”

절정고수는 만들기 어렵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멸혼객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력이 이탈하면 즉각 충원은 불가능하다.

“애송이 놈.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는군.”

“네놈의 격에 걸고 맹세한 계약서다. 어길 테냐?”

“그럴 수는 없지. 루커스 패밀리는 현 시각부로 흑산회에 가세한다.”

6강 중 3강, 파괴자 루커스.

그가 자신의 조직을 이끌고 즉각 이쪽의 전선에 합류한다.

정장을 입은 마피아들이 흑산회의 좌익을 보강했다.

“이즈라크! 우리의 목적지는 지상이 아닌 지하에 있음을 잊지 않았겠지! 자신이 서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해라!!”

“후후후. 역시 인간은 재미있군. 한 세기에 한 명만 나와도 놀라울 절대자가 이 비좁은 도시에 둘이나 나타나다니. 멸혼객도 걸물이지만 당신은 그 이상이다.”

“결정은?”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가 명한다. 진홍의 속삭임은 지금 즉시 전력으로 흑산회를 지지하라!”

6강 중 2강,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

그 또한 자신의 조직을 이끌고 흑산회에 합류하였다.

고아한 뱀파이어들이 흑산회의 우익을 보강했다.

“라만! 억겁의 세월로도 되돌릴 수 없는 그릇된 영생의 기로를 바로잡아준 은혜를 갚을 때가 되었다!”

“흘흘.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함에 육체의 자유를 얻지 못하니, 그 또한 인간의 업이로다. 천상의 날개를 잃어 인간된 몸으로 어찌 이를 모르랴.”

“…….”

뭐라고 씨불여대는 거야, 저 새끼는.

말 똑바로 안 해!?

“오래된 것들이여. 진정한 영생의 동반자들과 함께 할 때가 되었노라.”

6강 중 1강, 교주 라만.

그가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이끌고 흑산회에 합류하였다.

기괴하게 비틀린 영생추구자들이 본진을 보강했다.

“이로써 6강 중 셋과 이들을 막기 위해 분배되었던 절정고수 셋에게 여력이 생겼다. 절정고수 여섯 명의 전력이 이쪽에 합류하였다!”

“과연... 허투루 큰 소리를 친 건 아니라 이건가. 설마 오랜 세월에 걸쳐 육성해낸 6강 중 상위권의 셋을 단숨에 변절시키다니. 네놈의 재주에는 다시금 감탄하였다.”

“…….”

“그래서. 남은 8명분의 저력은 메울 수 있을까?”

“물론이다.”

첫 번째 수는 여기에서 바닥났다. 6강에서는 더 이상 활용할 여지가 없다.

6강 중 4강, 색마 콰이어와는 경쟁관계이며 6강 중 6강, 마약술사 파난과는 적대관계이다. 그들을 포섭하려는 시도는 곧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내비칠 뿐이다.

잘못된 포섭행위는 곧 멸혼객에게 발언권을 넘기게 되고, 이쪽으로 끌어들인 아군마저 멸혼객에게 넘어가는 우를 범하게 된다.

“너희들이 공성전에 전념하던 도중, 이 도시에는 터무니없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알폰스 왕국의 제 3 왕자가 비밀아지트에서 피살당한 사건이다.”

“네놈. 건방진 짓을...!”

“우리는 시체를 확보했고, 대마법사 하인즈의 도움으로 시체에 새겨진 상흔을 분석할 수 있었다. 그 범인은 현 시점에서는 공성측일수도 있으며, 수성측일수도 있다.”

성벽 위에서 사태를 관망하며 여유를 부리던 하이칼 경비총장의 안색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굴복해라. 네놈들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멸혼객의 군세와 내 군세가 상잔하더라도 그 뒤에는 왕국군이 왕족을 살해한 너희들을 쓸어버릴 것이다.”

“왕족살해자의 오명을 덮어씌울 것이라 협박하다니... 빌헬름 마이어. 소문 이상으로 악독하고도 잔인한 자로군.”

하이칼 경비총장은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선언했다.

“경비대와 기사단, 수성 중인 모든 세력은 흑산회를 지지한다! 반역도당의 오명을 무릅쓸 수는 없다. 멸혼객의 군세에 맞서 우리들의 결백을 증명할 차례다!”

“와아아아아!”

“하일 하이칼! 하일 빌헬름!”

“국왕폐하를 위하여!”

“와아아아아아아!”

방관에 나서던 하이칼 경비총장과 알큐러스 기사단장이 이쪽에 합류하였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소속을 분명히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을 터였다.

기사 리델라프. 시장 브람베르크의 다섯 번째 최측근 가신이자 정체를 숨긴 은둔고수다.

“시장의 친위대장, 리델라프! 고귀한 기사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시장 브람베르크를 살해한 진정한 흉수는 암살길드 따위가 아닌 멸혼객이다! 진범척살을 위해 검을 들겠다!!”

좌중에 모여든 사람들은 리델라프의 폭탄선언에 발칵 뒤집어졌다.

“맙소사. 시장을 죽인 자마저 멸혼객이었다고?”

“분명 암흑가의 암살길드를 이용해서 수작을 부린 거겠지. 진정한 공공의 적은 암살길드 따위가 아니라 멸혼객이었어! 저놈이야말로 죽어 마땅한 대역죄인이었다고!”

“시장을 죽이고 제 3 왕자를 죽이고! 다음은 빌헬름 마이어까지 죽일 작정이냐! 그렇게는 놔두지 않겠다!!”

험악해지는 정세에 색마 콰이어가 패닉을 일으켰다.

“으으으. 이대로 멸혼객과 함께 하다간 역적으로 낙인찍힐지도 몰라. 주지육림의 전 조직원들은 들어라! 우리들은 이 전장에서 이탈한다!”

색마 콰이어와 휘하 조직은 전선에서 이탈했다.

적은 한 명이라도 줄어들어야 한다.

동시에 내게 합류해야 한다.

“색마 콰이어! 도망친다고 네놈의 죄가 사라질 것 같더냐!”

“히이익!”

나는 콰이어를 향해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확장마법은 다시금 내 목소리를 강화하며 마치 산중을 호령할 듯한 기세로 콰이어의 흔들리는 마음을 뒤흔들었다.

“결백을 증명해라! 흑산회의 기치를 인정하며 내 군세에 합류해라! 그렇지 않으면 역적의 무리와 함께 했다는 낙인이 찍힐 뿐이다!”

“젠장. 도망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단 말인가...”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에이잇, 어쩔 수 없다! 멸혼객에게 지킬 의리는 더 이상 없어! 전 조직원, 지금 즉시 흑산회에 합류하라!”

“와아아아아!”

나는 오만한 눈으로 멸혼객을 노려보며 과시했다.

“하이칼 경비총장과 경비대. 알큐러스 기사단장과 기사단. 시장의 비밀호위 겸 친위대장 리델라프. 세 사람의 가세에 더해 콰이어의 변절. 그를 막을 전력까지 합류했다.”

“네놈...”

“절정고수 다섯을 단숨에 확충하였다. 이로써 잡을 수 없을 것처럼 여겼던 네놈과의 간격은 단숨에 좁혀졌다!”

절망적인 14명의 격차는 이제 3명으로 줄어들었다.

“어림없다! 아직 네놈의 증명은 끝나지 않았다. 아무리 막대한 군세를 자랑할지라도 나를 능가할 수 없는 한, 모두 죽어 사라질 버러지들에 불과하다!!”

확장마법도 없이 순수한 내기만으로 전장 전역을 파괴적으로 휩쓸어버리는 노호성.

상위포식자의 격노가 담긴 피어(Fear)에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던 군단의 사기에 제동이 걸렸다.

두 번째 수로도 멸혼객의 숨통을 끊을 수는 없다. 상처 입은 맹수의 숨을 끊지 못한다면 죽는 건 나머지 전원이다. 이대로 진짜 전쟁에 돌입했다간 무수한 피해자만 나올 뿐이다.

“멸혼객. 네 목을 떨어뜨리기까지 남은 걸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고작 해야 세 걸음이다.”

“이 자식...!”

“마지막이다! 네놈의 질긴 목을 떨어뜨릴 때가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도박이다.

중립 유력자, 흑산회, 6강의 일원, 수성측 전력, 3왕자.

굵직한 패는 전부 소모했다.

100년에 걸친 플레이로 쌓인 경험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직감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부족한 실력을 대체할 [강운]을 시험받는 고비가 왔다.

여기야말로 최후의 고비.

넘어서면 이기고, 넘어서지 못하면 진다.

“네놈에게 무엇이 더 남아있는가! 숨겨둔 실력? 뛰어난 책략으로 상황을 역전시키기? 그도 아니면 기묘한 책략?”

이 전장의 승패는 절정고수의 보유량으로 결정된다. 남은 절정고수는 멸혼객의 파티원 셋과 마약술사 파난, 그들을 막는데 사용될 전력들이다.

멸혼객의 파티원들은 국가와 신을 상대로도 함께 반기를 든 굳건한 존재들. 그들을 흔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 모든 강운을 걸고 시험에 나설 상대는 마약술사 파난 밖에 없다.

“말해라! 네놈의 마지막 수는 무엇이냔 말이다!!”

“…….”

목끝까지 치밀던 목소리가 덜컥 가로막혔다.

직감이다.

게이머의 직감이 경고하고 있다.

지금은 아니다.

이대로는 파난을 이용할 수 없다.

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회계스킬에 의거한 전력계산 또한 이 사실을 경고한다.

설득, 회유, 협박, 공갈, 유혹.

어떤 수로 나서던지 결과는 100% 실패한다.

이 상황에서는 파난을 설득할 수 없다.

앞으로 한 수.

파난을 이용하기에는 한 걸음이 부족하다.

“우리가 있다!!”

바로 그때, 전장의 한편에서 새로운 부대가 등장했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세력의 등장이었다.

“검은 왕관의 노예시장에 끌려와 붙잡혔던 노예였지만, 빌헬름 마이어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우리를 전원 해방시켜주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맹세했다!”

“!!”

“흑산회가 언제 어디서, 어떤 위협에 시달리더라도! 은인을 위해 우리들 또한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겠노라고!”

노예들의 선두에 선 다크엘프가 기다란 장검을 들고 소리쳤다.

“억압받고 박해받아온 이종족 노예들이여! 이 한 목숨을 바쳐 은혜를 갚을 때가 되었다!! 검성 루에리의 이름으로 명한다. 전군, 흑산회에 합류하라!!!”

있었다.

과거의 행적으로부터 만들어진 불확정한 수가 있었다.

“루에리만 나서게 할 수는 없지! 흑월쌍부 부족의 선봉장 바날! 드워프 족 엑스마스터의 저력을 보여주겠다!!”

“창공은 제게 맡겨주세요! 조인족 여왕의 장녀, 나니! 에테르마스터의 무서움을 똑똑히 맛보여주겠어요!!”

검성 루에리, 엑스마스터 바날, 에테르마스터 나니.

세 명의 절정고수가 합류했다.

이제껏 벌어온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근소한 차이라면 이길 수 있다는 착각 따위는 집어치워라!! 파난!! 이제 멸혼객을 지지하는 외부인은 네놈뿐이다!!”

“빌헬름 마이어.. 적대관계인 나를.. 설득할 셈...?”

“물론이다. 이 전장을 확실하게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마약술사 파난과 비탄의 굴이 필요하다. 패자가 되어 죽음을 맞이할지, 승자와 함께하여 영광을 쟁취할지 선택해라!”

“관계청산...?”

“그렇다! 격과 군세, 내 힘이 닿는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겠다! 마약술사 파난과 얽힌 과거의 원한은 모두 청산하겠다! 비탄의 굴과의 적대관계는 소멸되었다!!”

기다란 백색 가운에 손을 넣은 채 발을 까닥거리길 잠시.

마약술사 파난이 결정을 내렸다.

“비탄의 굴.. 흑산회에 합류..”

“와아아아아!!”

최후의 고비, 세 번째 걸음을 내딛는데 성공했다.

이걸로 결정되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전력은 이쪽의 우위다. 뒤처졌던 16걸음을 모두 따라잡고 역으로 두 걸음의 우위를 점했다. 이제는 깨달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크윽...!”

“멸혼객! 이 도시에 너를 지지하는 세력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걸!! 네놈은 패배했다. 미궁도시 브람을 지배하는 건 흑산회다!!!”

“제기랄...!”

“흑산회의 보스는 바로 나, 빌헬름 마이어다!!!!”

벽력같은 함성이 천지를 뒤흔든다.

승리는 확정되었다.

시스템 알림이 빗발치다 못해 폭죽처럼 터진다.

“네놈. 날 죽이고 만인에게 인정받는 영웅이라도 될 작정이냐?”

“그런 하찮은 짓은 내 방식이 아니다.”

설마. 너 같은 괴물을 죽이려고 했다간 아무리 전력상에 우위를 점하더라도 이 자리의 태반이 죽어나간다.

그런 무자비한 출혈을 감내하며 죽이지 않아도 이미 영웅이 될 만한 명성치는 충분히 얻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비롭게 널 풀어주고 추가적인 명성의 상승을 노리겠다.

“보스의 방식은 내가 잘 알고 있지.”

바로 그때, 카이사르가 불쑥 끼어들었다.

시발.

안 돼, 이 미친놈아.

“보스는 만인의 위에 군림할 절대자다. 네놈 따위는 죽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호오. 그럼 본좌를 어찌하겠다는 거냐. 순순히 풀어주고 명성을 얻을 셈인가?”

“무슨 헛소리냐. 네놈은 오늘부로 보스의 부하가 되어라!”

미친 새끼가 기어이 폭탄발언을 내던졌다. 어찌나 놀랐는지 잠시나마 멸혼객마저 말문이 막혔다.

격노한 멸혼객이 대뜸 살수를 펼쳐서 순살 당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하던 도중이었다.

그가 돌연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절대자의 풍모를 아낌없이 드러내며 말했다.

“하긴. 이 나를 여기까지 몰아세운 건 네놈이 처음이다. 이십년에 걸친 대계를 무너뜨릴만한 실력자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

“좋다. 이 멸혼객은 오늘부로 흑산회에 합류하겠다.”

“!?!?”

“내게 씌워진 모든 업과 악명. 감당할 수 있다면 감당해보아라. 짓눌려 죽지만 않는다면 천하를 지닌 것과 다름없을 테니까. 크하하하하!”

시발.

폭탄덩어리가 핵폭탄을 끌고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짜잔!

챕터보스로 활약하던 절대고수가 아군에 합류!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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