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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02화 (102/224)

00102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2)

브람 시 시장으로 즉위한 이후, 나는 브람 시 운영과 흑산회 운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난장판이 된 브람 시를 운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너. 운용자금 빼돌렸지?”

“예에!? 감히 그럴 리가 있겠..”

“비프로스트 상단과의 거래품목 중에서 허수를 크게 잡았더군. 현재 거래되지 않는 품목까지 정기거래를 유지하는 척하며 말단관료까지 돈을 잔뜩 먹여놨던데.”

“어, 어떻게 그걸!?”

“딱 한 번만 말한다. 그간 먹어치운 거 다 토해놓고 부족한 건 빚지고 일하던지. 목 잘리고 전 재산 환수 당하던지. 마음에 드는 걸 골라라.”

부패한 관료들은 눈물을 머금고 빼돌린 재산을 전부 토해내었다.

원래 이런 놈들은 자기 손에 없는 것도 권력을 이용해서 뜯어내고 다니기 마련이다.

남한테 뜯어낸 돈을 포함하면 시청에서 빼돌린 돈보다 재산이 많으면 많았지, 적은 놈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경비대로부터의 보고입니다. 클락 자작이 동문으로 탈출하려 시도하던 도중 발각되어 신변을 구속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죽여.”

두 번의 경고도 없다.

내 질서를 따르지 않는 놈들은 전부 잡아 죽였다.

덕분에 인력난은 꽤나 심각했다.

원래 관료가 100명이라 치면 공성전 이후 살아남은 건 60명가량이다.

그 중에 40명이 부패한 관료이고 수작 부리거나 도망치다가 내 명령에 의해 경비대와 흑산회의 손으로 제거당한 관료들의 수가 20명이다.

‘멀쩡한 놈들이 2할. 부패한 놈들이 2할. 충원해야 할 인력이 6할.’

출세를 노리는 풋내기들은 얼마든지 널려있다.

딴 마음 품지 못하게 월급도 올려서 모집공고를 때렸다.

흑오문과 연합기관의 추천인선도 시청에 잔뜩 받아두었다.

이걸로 브람 시 3대 세력은 한 통속이다.

중앙정계의 압박?

그딴 거에 휘말려서 이권을 잃고 싶은 놈들은 없다.

브람 시는 정치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님! 내무부의 신입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정상적인 업무진행에 차질을 겪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고급인력을 초빙하지 않으면 내정이 운영되기 힘듭니다.”

“자잘한 건 신입들 선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에 전념해라. 1000 골드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는 업무는 전부 내 쪽으로 올려 보내고.”

“헉. 설마 혼자서 전부 헤결 할 작정이십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행정적인 절차나 각 조직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한 일이라면 내 이름으로 찍어 눌러서 전부 이행시켰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일은 부패관료들에게 뜯어낸 돈을 이용해서 통과시켰다.

각 사업의 작업현황은 시청 관료와 흑산회 조직원을 동시에 보내 보고서를 받고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창의적이지가 않군. 이런 시시한 농간이 10년이나 이어질 수가 있다니. 브람베르크는 무능한 인물은 아니었으니 아랫것들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해왔던 게 틀림없어.”

자비를 베푸는 건 강자의 특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뭐 하나 온전하게 돌아가는 사업이 없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시청 돈을 지들 돈으로 여기고 있다.

시청예산이 제 목적대로 쓰이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70%의 막대한 예산은 이놈 저놈의 뱃속으로 사라진다.

“그 짓도 이제는 전부 끝이다.”

나는 순차적으로 발견한 비리와 얽힌 놈들을 전부 찾아내고는 그들을 압박했다.

경비대를 동원하여 체포하고, 뒷배를 찾아 조지고, 흑막이 있으면 상급 정보상인에게 돈을 주고 의뢰해서라도 반드시 찾아내었다.

브람 시 외부인이 흑막이면 시내에 있는 재산을 전부 압류하고 이름만 블랙리스트에 기재했다. 브람 시 내부인이 흑막이면 당사자를 시청으로 호출했다.

“이즈라크. 귀부인들이 모인 살롱에서 시청의 건축 사업에 개입하는 이유가 뭐냐.”

“밤의 귀족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청은 이제 내 꺼다. 내 물건에 빨대 꽂지 말고 다른 사업 알아봐.”

이즈라크는 망토를 펄럭이며 손을 펼쳤다.

“이의 있다!”

“말해봐.”

“뱀파이어는 하루에 혈액 1L를 마시지 못하면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죽는다!”

허혈성... 뭐?

유식한 뱀파이어 아니랄까봐 어려운 말 쓰고 있네.

“거짓말 치지 마라. 브람 시의 발전이 늦어질수록 네 동족들과 만날 날은 뒤로 미루어진다. 지상의 뱀파이어들의 안락함을 위해 지하의 뱀파이어들을 희생할 작정인가?”

“으윽. 그럼 어쩔 수 없지...”

“대신 브람 시에 수작을 부리던 외부조직을 찾아내었다. 이 서류철에 관련 정보는 전부 기재해두었으니 정 피와 권력을 탐하고 싶은 조직원들이 있으면 거기로 보내라.”

사태를 해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브람 시 외부에서 깽판치는 놈들의 정보를 모아서, 내부에서 깽판치던 놈들을 걔네한테 깽판치게 만들었다.

격분한 놈들이 병력을 이끌고 진군하거나 상행로를 틀어막아서 졸렬하게 굴면, 그때는 일주일 안에 안 꺼지면 멸혼객을 보낸다고 서신을 보내면 된다.

예상대로 건방진 외부인들도 멸혼객의 이름에는 기겁하며 병력을 회군하거나 상행로를 열어주었다.

“그냥 양보만 받기도 뭐한데. 이참에 좀 더 뜯어내야겠어.”

브람 시를 배경으로 한 수작질로 입은 피해내역을 회계스킬로 전부 산출해내었다.

거대상단의 상단주, 인접영지의 영주, 중앙정계의 귀족.

놈들의 재정수준을 측정하여 월마다 일정량의 빚을 변제하지 않으면 3왕자를 죽인 암살조직을 파견할 거라고 단단히 경고까지 하였다.

“허. 이놈 봐라.”

거대상단의 상단주나 인접영지의 영주는 전력 차를 인정하고는 순순히 굴복하였다. 브람 시의 전력은 이미 일개 시를 벗어난 지 오래다.

미궁도시의 모든 전력이 일제히 진군한다면 어떤 상단이나 영지라도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파멸한다.

그래도 수도에 틀어박히면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중앙정계의 대귀족 한 명이 강짜를 부렸다.

“라이멘 후작. 이놈은 뭐하는 놈이지?”

“중앙정계의 서열 4위. 귀족들 사이에서 사채업을 하면서 떼돈을 벌어들이는 큰 손이야.”

“수전노 쉔이 전국구로 놀면 이런 녀석이 되겠군.”

“구매하고 싶은 정보는?”

“물론 암살에 필요한 정보지. 놈의 하루일과, 이동경로, 저택 경비현황, 경비들의 실력. 필요한 정보는 싹 다 모아서 구매하겠다.”

거액의 정보료를 지불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방치하면 놈에게 입을 피해가 훨씬 더 크다.

흑산회가 지배하는 브람 시는 공포의 상징이어야 한다.

건방 떠는 놈들은 전부 짓밟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예외는 없다.

중앙정계의 대귀족이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3왕자의 암살 사건조차도 그가 미궁에 출입한 뒤로 실종됐다는 거짓 보고서를 작성해 왕궁에 보낸 시점에서 왕실도 아닌 일개 대귀족 따위에게 주눅 들 이유가 없다.

‘만일 암살에 나선다고 하면... 이쪽 사람을 써야 하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암살자로서 뛰어난 기량을 지닌 리나였다. 그녀는 3왕자 암살 이후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왕족살해는 암살자에게 있어서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책상 옆에 비스듬히 세워둔 장봉을 꺼내들어 천장을 쿵쿵 쳤다.

천장 뚜껑이 벌컥 열리며 리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보스. 무슨 일이야?”

“암살단의 훈련 현황은 어떠냐.”

“아하핫. 별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데.”

“잘 안 풀리나보군.”

“어...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

리나가 천장 안에서 기다란 줄을 잡아당겼다.

덜커덩!

천장 여기저기에서 구멍이 뚫리며 암살자들이 우루루 쏟아졌다. 낙법에 실패해서 엉덩이가 위로 향한 채 얼굴을 부여잡고 신음하는 건 양반이었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테이블을 부수고 유리파편이 팔에 박히기도 하고, 무사히 착지해 벽면을 향해 던진 암기가 튕겨져서 내 옆을 스치기도 했다.

주르륵

볼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아.”

“…….”

“…….”

“네놈. 할 말이 있을 텐데.”

“살려주세요.”

암살단이라고는 해도 조직원 중에 그마나 민첩한 놈들을 추려서 꾸린 거다.

죄다 견습 암살자라서 아직은 이런 수준이다.

리나를 암살로 돌렸다간 역으로 나한테 암살자가 찾아올 때 방비가 안 되고, 견습 암살자들도 애물단지가 된다. 교육자가 없으면 아직은 수련할 역량도 없단 말이지.

“죽을 정도로 노력해서 날 지켜라. 네놈이 죄를 갚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감사합니다, 보스!”

“당분간 암살대를 써먹기는 글렀군. 방해해서 미안하다, 리나. 수련이나 마저 시켜라.”

리나도 모처럼 부하들이 생겨서인지 꽤나 의욕적으로 암살교육에 여념이 없었다.

천장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쿵쿵거리거나 ‘이, 이러지 마세요!’라거나 ‘어딜 만져욧!’이라거나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견습 암살자들의 반응을 보면...

‘진짜 뭘 하는 거야!? 겁나 궁금해서 미치겠네!!’

호기심이 대 폭주한다.

음란마귀에 사로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 무렵, 잠시 업무를 중단하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리델라프. 기사들의 사기는 어떻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당신이 시장이 죽고 정권이 바뀌는 데 일조했다고는 해도 우리한테 월급을 많이 주니까 싫어하기는 힘든 새 주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대뜸 목숨까지 바치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 정도면 충분해.”

긴장을 풀 잡담이나 나누며 걷던 도중, 리델라프가 꽤나 궁금하다는 기색을 내비치며 물었다.

“범죄조직의 보스인 당신이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장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전임시장보다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날마다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이유가 뭐지?”

“경험과 실력.”

“대체 흑산회 보스가 되기 이전의 당신은 어떤 내력을 지니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군. 신대륙이나 차원을 건너온 이국의 왕자라도 되는 건가.”

그런 거창한 신분은 없었다.

“남을 돌보는 일을 좀 했었지.”

“으음. 시장 같은 일을 했다는 건가. 한 번 경험한 일이라면 이 정도로 능숙하게 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겠지. 환골탈태를 했다면 실제 나이도 겉보기보다 훨씬 더 많을 테고.”

“의문은 다 풀렸는가?”

“풀렸다. 대신 이번에는 건의사항이 있다.”

“번번이 귀찮게 구는군. 또 뭐냐.”

리델라프는 날벌레를 발견한 사람처럼 썩어가는 표정으로 연무장 안을 노려보았다.

“저 새끼 좀 그만 날뛰게 해줘라.”

연무장 안에서는 마침 카이사르가 기사 한 명에게 정권을 직격으로 먹이던 참이었다.

쿵! 쿠웅! 콰아앙!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잘 다져진 지면이 폭삭 주저앉았다. 전신무게를 실은 일격이 적중하자 기사는 10m나 수직으로 붕 날아가더니 폭음과 함께 벽에 처박혔다.

후두둑

털썩

갑옷은 반파되었으며 기사는 개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대기 중인 치유의 사제가 껄껄 웃으며 치유마법을 썼다.

기사는 허우적거리며 힘겹게 사제에게 애원했다.

“그, 그만.. 제발.. 치유하지 마..”

“이몸의 체력을 걱정해주는 건가? 고맙군. 기특한 마음씨를 고려해서라도 기필코 완벽하게 치유해주겠네!”

“시, 시발.. 이건 대련이 아니야.. 제발 그만 둬.. 이 악마 같은 새끼야..”

나까지 표정이 절로 썩어 들어갔다.

“아직도 이러고 있었냐?”

“기사단의 무술까지 습득하더니 한층 더 강해지더군. 도장무술 따위는 별거 아니라고 한 마디 했다고 기사들을 개잡듯이 패고 있다.”

“알큐러스 기사단장은?”

“전임 시장의 묘지.”

“개판이군.”

그렇다. 만사가 순조로운 와중에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건 카이사르 놈의 똘기였다.

============================ 작품 후기 ============================

만악의 근원 카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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