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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03화 (103/224)

00103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3)

카이사르는 개 패듯이 기사들을 두들겨 팼다.

가뜩이나 강했던 놈이 멸혼객이라는 절대고수를 경험한 이래로 단단히 악에 받혔다.

어찌나 기세가 흉험한지 요즘은 카이사르를 처음 봤을 때처럼 눈도 마주치기 무섭다. 솔직히 말하자면 반경 50m 이내에 접근하고 싶지도 않았다.

“빌헬름 시장. 대체 가토가 누구인가?”

“가토?”

“카이사르는 가토라면 멸혼객을 상대로도 지지 않았을 거라며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가토라는 절대자가 있는 건가?”

“대답하기 까다로운데... 있냐고 하면 있었지.”

“있었지, 라는 건. 역시 가토라는 자는 이미 죽은 모양이군. 멸혼객과도 겨룰 수 있는 강자와 그런 강자를 죽일 수 있는 또 다른 강자가 존재한다니. 확실히 세상은 넓군.”

당연히 그건 카이사르의 추억보정이다.

가토가 아무리 강해도 멸혼객하고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

내가 싸워도 십초 내에 해치울 자신이 있는 걸.

“빌헬름 시장. 당신이 가토와 겨룬다면 어떻지?”

“십초 내에 해치울 수 있겠지.”

“!!”

“아. 방금 건 잊어라. 무심코 생각한 걸 그대로 말했군.”

“..알겠다.”

리델라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치유의 교단 사제장에게 듣기로는 시장이 고위 저주에 걸렸다고 하던데. 혹시 그건 가토를 죽인 흉수와 양패구상 한 끝에 당한 저주인가?”

뭐냐, 그 참신한 설정은. 내가 저주에 걸렸다는 치유의 사제들의 착각에 적당히 응해주니까 이제 지들끼리 소문을 퍼다 날라서 번외설정도 막 만들어대네.

나는 차게 식은 눈으로 리델라프를 째려보며 물었다.

“어느 쪽이길 원하냐?”

“음?”

“건방지게 구는 애송이를 응징하는 초고수와 성가시게 구는 친위대장을 벌하는 시장. 어느 쪽을 원하지?”

대충 운만 띄워도 리델라프는 알아서 몸이 싹 굳었다.

얼어붙은 놈을 뒤로한 채 연무장을 지나갔다.

결코 부하의 탈을 쓴 싸이코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저 놈을 제외하면 걱정거리는 전혀 없다.

모든 게 순탄하다.

아지트는 한층 더 대단해졌고 임시조직원도 대거 받았다.

전에 비하면 훨씬 더 제대로 된 강자들이 떼거지로 들어온 것도 다 흑산회의 명성과 악명이 대폭 증가한 덕분이다.

요즘은 임관 이벤트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재야의 인재들이 자신을 높이 평가해줄 주인을 찾아 직접 방문하는 그런 기특한 이벤트 말이다.

“빌헬름 시장님! 저를 등용해주십시오!!”

근데 어째서인지 날 찾아오는 새끼들은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아서 찾아오는 일이 없다.

지금 내게 임관신청을 하고 있는 녀석만 해도 기둥 위에 숨어 있다가 내가 지 밑을 지나갈 즈음에 대뜸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하도 참신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서 물었다.

“넌 누구냐. 왜 거기에 있지?”

“입신양명의 꿈을 목표로 정진해온 창술사입니다! 하지만 창을 살 돈이 없어서 이 도시에서 가장 돈이 많으면서 강하기까지 한 시장님을 찾아왔습니다!”

“…….”

고작 그딴 이유로 제 2 내성 안까지 침투한 잉여력을 하찮게 여겨야 할까. 아니면 그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높이 평가해야 하는 걸까.

“유능한 부하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허나 너를 고용함으로서 내가 해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

“정 등용되기를 원한다면 네 스스로 말해보아라. 브람 시의 최고권력자로 등극한 이 빌헬름 마이어가 어째서 무명소졸인 네놈을 등용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다면 나름 등용해볼 생각은 있다.

돈 많이 벌려고 왔습니다, 라거나 등용하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따위의 뻔한 소리나 하면 기사단을 불러서 쫓아내버릴 거지만.

참신한 자기PR은 스스로의 유용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거라고.

“저는 훈련된 정예병 스무 명과 대련을 펼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흠.”

“거대한 대야에 물을 가득 채운 채로 300m를 전력질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정도 재주를 지닌 놈은 내 휘하에도 얼마든지 있다.”

“전부 만취상태로!”

“!?”

미친.

이 새끼 반전 매력이 있네.

“그러니까... 만취상태로 훈련된 정예병 스무 명을 이길 정도의 무력과 거대한 대야에 물을 가득 채운 채 300m를 전력질주 할 감각과 정신력이 있다고 자랑하는 건가?”

“아닙니다!”

“뭐? 아니었어? 그럼 대체 뭘 어필하고 싶었던 거냐.”

“제 양조장의 술이 그 정도로 맛있습니다!”

“양조사였냐!?”

특공무술이라도 익힌 무인처럼 임팩트 있게 나타나서는 꽤나 수수한 본직을 지니고 있었군.

“맛있는 술 따위는 딱히 필요 없다. 그래도 일반인도 마시면 정예병 20명은 가뿐히 해치울 수 있어지는 술이라면 버프물약 대신 구매할 의향은 있다.”

“예? 그런 건 마약입니다, 마약. 마시는 사람이 전신 잠력을 다 쥐어짜내고 수명이 바닥나서 죽게 만들 거 아니면 만들 수도 없습니다.”

“음? 꼭 만들려면 만들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당연합니다. 저는 연금술사니까요!”

“양조장은?”

“취미로 양조를 하고 있는 연금술사입니다.”

이거 왠지 느낌이 싸한데.

혹시 이 새끼가 날 놀리고 있는 중인 거 아닐까.

“연금술사 주제에 신체능력은 왜 그리 높지?”

“가끔 재료 수집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흠. 이건 좀 고민되는군. 연금술이라...”

딱히 돌로 금을 만드는 일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거 만드는 게 더 비싸잖아.

연금술의 등가교환은 인간의 척도를 기준삼지 않는다.

인간의 상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따금 파격적인 성과가 나오기도 한다.

잘 키운 연금술사 하나면 소드마스터 열 명도 안 부럽다.

삼류 연금술사는 마약이나 제조하고 다니지만 일류 연금술사는 온갖 놀라운 비약과 신비로운 물질을 창조한다.

‘듣기로는 연금술사 게이머가 인공태양을 연성해서 심층지대에서 엄청난 활약을 한 적도 있었다지.’

비록 그 회차 이후로 그만한 활약을 보인 적은 없었지만 연금술에 무궁한 가능성이 잠재되어져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연금술은 돈만 넉넉하면 뛰어난 결실을 이룰 수 있는 분야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은 1억 1948만 2489골드. 한화 기준으로 환산하자면 무려 119조 4824억 8900만원이다. 안 그래도 넘쳐나는 돈을 어디다 쓸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네 재료채집 과정을 보고 싶다.”

“예? 정말입니까?”

“혼자서라도 채집할 수 있는 최고의 재료를 골라라. 그걸 채집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너에 대한 평가를 내리겠다. 활약에 따라서는 최대 천만 골드의 지원을 약속하지.”

“천만 골드!? 그, 그런 거금을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잘해봐라. 난 연금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법 관대한 편이니까. 실력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네 수준에 걸맞은 지원금을 내려줄 생각이다.”

연금술사는 콧김을 뿜어대며 의욕을 불태웠다.

“하겠습니다! 부디 하게 해주십시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왕복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그래서는 북극까지 갈 수 없잖습니까!”

“넌 나를 북극까지 가게 만들 작정이었냐?”

“으으. 어쩔 수 없군요. 최대한 이 근방에서 수집할 수 있는 재료들을 선별해서 제조해보겠습니다.”

브람 시에서 처리할 주요과제는 대부분 끝마쳤고, 남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일들이다.

리나는 뭐, 야외수련도 겸해서 견습 암살자들도 다 데리고 오라고 해야지.

카이사르 밑으로 배속된 친위대원들은 나날이 절세무공으로 거듭나는 백보권을 익히기도 빠듯해 보이니 수련이나 하라고 두고 가야겠다.

‘카이사르는...’

존나 찝찝하기는 한데 역시 데려가는 게 낫겠다.

놔두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겠어.

어차피 터질 폭탄이면 눈에 보이는 데서 터졌으면 싶다.

“리델라프. 나는 오늘부터 일주일 간 자리를 비운다.”

“알겠습니다. 어느 성문으로 가십니까?”

“북문이다.”

연금술사 놈과 만나기 전에 다른 간부들이나 고위 관료들에게는 통상체제로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중앙정계에서 귀찮게 굴더라도 평소처럼 대충 쫓아내라는 의미였다.

리나와 카이사르도 금세 채비를 갖췄고, 견습 암살자들이 짐꾼 역할도 대신하며 일주일 거리의 가벼운 원정에 나설 채비를 모두 갖추었다.

“시장님! 이쪽입니다!”

“...”

연금술사는 전신갑옷을 걸친 채로 철갑을 두른 말에 올라탄 채, 큼지막한 창을 높이 들어보였다.

당장이라도 전쟁터에 나간다고 해도 믿을법한 중무장이다.

“재료를 채집하러 가는 거 아니었는가?”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복장을...... 뭐, 됐어.”

또라이들을 어디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정서불안이라도 있는 거겠지.

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시큰둥하게 연금술사를 따라 재료채집을 위한 가벼운 원정에 나섰다.

* * *

빌헬름 마이어는 놀라운 수완으로 순식간에 브람 시 내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였다. 정치적 능력 못지않게 뛰어난 행정적 능력이 있음은 차고도 넘치게 증명되었다.

“놀랍군. 그는 정말로 이국의 왕족이라도 되는 건가?”

“대장. 그런 게 중요합니까?”

“하긴. 시내에서 정세가 안정되었다고 곧바로 원정에 나서는 건 대담하다못해 지나치게 위험한 행동이지. 우리들의 새 시장께서는 다시금 한 건 저지를 작정인 모양이다.”

브람 시 내에서라면 빌헬름 마이어를 공격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의미한 짓이다.

외성을 넘고 수많은 모험가들의 틈에 파고들어 제 2 내성에 도달한 뒤, 기사단의 감시망마저 넘어서며 흑산회 치위대와 시장 친위대 양쯕을 동시에 돌파해야만 한다.

그렇게 파고들어 기습을 가하더라도 암살자 리나가 대부분은 사전에 포착할 터.

“시내에서라면 안전. 그렇기에 적은 시장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기회를 노리고 접근하겠지. 지금의 빌헬름 시장은 지나치게 강대한 힘을 손에 넣었으니까.”

미궁도시 브람. 이 도시의 힘을 손에 넣은 시장은 몇 명이고 있었지만 중앙정계의 압박에 못 이겨 타협하거나 특정 유력 집단의 이해관계로 배출된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만의 능력으로 중앙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브람 시 내의 걸출한 집단들을 하나로 휘어잡는 일 따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멸혼객을 이용해 내부세력을 집결시키고 브람 시의 모든 유력자들의 지지를 받아 시장에 등극하다니. 이런 터무니없는 시장을 중앙에서 용납할 리가 없지.”

적은 중앙정계.

그들은 반드시 공격에 나설 것임이 틀림없다.

“시장이라고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빌헬름 시장의 지략은 도시 하나를 집어삼킬 정도로 대단하니까. 대국을 그려내고 수를 읽어내는 능력은 독보적이기까지 하지.”

“설마! 빌헬름 시장님이 중앙의 위협을 유도하고 있다는 겁니까?”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이 건을 우리들에게 알린 건 적습에 대비하여 만만의 채비를 갖춘 뒤, 전력을 다해서 적을 격퇴하고 친위대의 충의를 증명하라는 시험의 의미도 가졌다.”

빌헬름 마이어를 천재적인 지략가쯤으로 생각하는 리델라프는 자신의 두뇌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천재적인 경우를 상정하였고, 친위대원들은 몹시 감명받았다.

빌헬름 마이어의 능력에 감탄했거니와 한 번은 시장을 지키는 데 실패한 자신들에게 이런 중대한 역할을 맡겨주었다는 사실에 감격 받았기 때문이다.

친위대원들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용맹하게 소리쳤다.

“저희들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시장님께 접근하는 모든 위협을 말소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적들이 시장님께 유인될 수 있도록 일정거리를 벌린 채로 뒤따른다. 이번 작전을 위해 귀한 마법사도 초빙했으니 경계가 풀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당연히 빌헬름 마이어는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열심히 일했으니까 휴가라도 만끽할 겸 연금술사를 따라갈까 정도의 가벼운 마음뿐이었다.

리델라프의 추적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단지 한 가지만큼은 누가 보더라도 명확했다.

“우왓. 뭐, 뭐야 저 기사단은. 완전군장에 군기까지 단단히 들어서는. 전쟁이라도 나가는 건가?”

완전무장한 기사단의 늠름한 자태는 500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덤으로 갑주는 황금색. 태양빛에 번쩍이는 꼴은 도저히 못 본 체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잠행하는 그들의 모습은 병신같이 눈에 잘 띄었다.

============================ 작품 후기 ============================

번쩍번쩍(미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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