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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04화 (104/224)

00104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4)

연금술사를 따라나설 때까지만 해도 이번 여정은 간단한 피크닉 정도로 여겼다.

“일주일 거리의 원정이지만 기껏해야 연금술사의 재료채취에 동행하는 정도다. 적당히 채비를 갖추도록.”

그렇게 말했던 자신을 때려눕히고 싶을 정도로 지금 여정은 장난 아니게 터프하다.

터프하다고 할까, 연금술사 새끼가 멈추지를 않는다.

두두두두두.

어떻게 되어먹은 체력을 지닌 전투마인지 쫓기도 버겁다.

견습 암살자들은 이미 사색이 되어 헐떡거렸다.

“버, 버티지 못하겠어...!”

“연금술사는 원래 저렇게 터프한 직종이었나!?”

“3D업종의 저력도 얕볼 게 못되는군!”

나는 필사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티를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카이사르에게 말했다.

“카이사르.”

“예. 보스.”

“암살자들이 죽어나가려고 한다. 연금술사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전해라.”

카이사르는 빤히 날 쳐다보았다. 암살자가 힘든 게 아니라 내가 힘든 거 아니냐고 묻는 얼굴이다.

거기다 대고 변명할 여력조차 없을 정도로 지쳤다.

라스트스퍼트라는 느낌으로 힘껏 버티고 있자니 카이사르가 저만치 앞서나가는 연금술사를 향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카이사르는 빠르게 연금술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연금술사가 뒤를 돌아보며 훗 하고 웃더니 “이랴!” 라는 외침과 함께 타고 있던 말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두두두두두!

한층 더 박차를 가하며 달려 나가기 시작하는 연금술사와 전투마. 그 모습을 본 카이사르가 졸라 빡친 표정을 짓더니 말을 향해 마구 채찍질을 했다.

“히히히히힝!!”

카이사르의 말은 사납게 울부짖으며 앞다리를 번쩍 들더니 그대로 모로 쓰러졌다.

전력질주 하던 말 위에 있었던 카이사르는 말에서 떨어진 채 볼썽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나는 황당한 눈으로 저만치 뒤로 멀어져가는 카이사르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카이사르가 길들인 잡종 말을 죽였습니다.]

[카이사르가 낙마합니다.]

“…….”

이제는 이해가 됐다.

전력을 다해 말을 채찍으로 후려갈겨서 죽인 모양이다.

정말 등신 같은 이유로 낙마해버리는군…….

그보다 연금술사 저 새끼는 뭐야.

왜 갑자기 경주라도 나선 것처럼 승부욕이 붙은 건데.

“아하핳! 보스, 저거 봐. 저 멍청이, 낙마했어!”

“벌써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군.”

“이대로 버리고 가기도 불쌍한데. 슬슬 멈출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지해라.”

리나는 손을 들어서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정지하라.

견습 암살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고삐를 움켜쥐었다.

‘하는 짓은 미덥잖아도 이럴 때 보면 든든하긴 하네.’

원래 무표정한 놈들은 실력이 뛰어나기 마련이다.

고전적인 클리셰 같은 거라고.

입이 저렴한 놈일수록 무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두두두두두.

근데 어째서인지 멈춰서는 말은 한 마리도 없다.

견습 암살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신호를 보냈다.

리나는 수신호를 해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 큰일이야!”

“뭐냐.”

“쟤들도 말을 멈추는 법을 모른데!”

나가 뒤져라, 무능한 새끼들아.

“잠깐. 쟤들도라는 건...”

“리나도 모르지롱!”

“뭐가 모르지롱이냐. 한심한 녀석이.”

“우우. 그러는 보스도 못하잖아!”

“할 수는 있다.”

분명 나도 과거에 승마스킬을 배우기는 했었다.

지금도 졸라 열심히 명령 내리고 있다.

당장 이 자리에서 멈추라고 1초 간격으로 말이다.

“그럼 왜 멈추지 않는 거야?”

“그야 물론 이 미련한 축생 녀석의 변덕 때문이겠지.”

“귀여움이 없네, 말들은!”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보다 우리들, 어디까지 전력질주 하는 거냐.

벌써 인접영지 하나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

이젠 원래 목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성에 돌아가서 보드카나 한 병 마시고 9시간쯤 자고 싶다.

* * *

빌헬름 마이어의 부대가 전속력으로 속도를 올리며 광란의 질주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당황한 리델라프는 친위대와 함께 전속력으로 맹렬하게 추격에 나섰다.

빌헬름 시장 일행이 브람 시를 떠나기 전에 길거리에서 대충 산 싸구려 말들 따위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굉장한 질주속도였기에 추적은 그만큼 긴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지, 대체. 이런 무모한 방식으로 움직여봤자 도리어 적들의 경계만 짙어질 텐데. 이건 정말로 적을 유인하기 위한 책략인가? 내가 계산하지 못한 뭔가가 더 있었던 건가?’

리델라프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했다.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이 움직임은 적들의 상정범위를 벗어난 지극히 돌발적인 행동임이 틀림없다. 그런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뭔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적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예상범위를 벗어난 돌발행위로 한 발 앞서서 움직인다.

그것도 휘하 부하들이 아니라 빌헬름 시장이 직접 나서서 행동한다.

빌헬름 시장이 대단한 실력을 지닌 초고수임을 감안하면, 이는 전략병기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

‘잠깐. 이 방향으로 직진을 거듭한다면...!’

도달한다.

브람 시에 인접한 디르트 영지의 영주성에.

‘브람 시 주변의 영지는 전부 중앙정계의 입김이 닿아있지. 디르트 영지의 영주성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 뒤에 빌헬름 시장이 할 일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흑산회는 적에게 단 한 번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발밑부터 머리끝까지 모조리 박살냈다.

목적은 브람 시에 수작을 부린 모든 영지들의 몰살.

그 시작이 디르트 영지임이 틀림없다.

‘대 학살의 시작이다!!’

단순한 추적 경호가 순식간에 전혀 다른 임무로 바뀌었다.

적들을 쳐부수고 몰살시키는 기습전이 되었다.

이 기습전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공격에 실패하면 끝이다.

적은 모조리 죽여야만 한다.

기세를 타서, 누구도 반격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이것은 전쟁이다.

브람 시를 둘러싼 다섯 영지와의 생사전이다.

‘이것이 빌헬름 마이어의 방식인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브람 시를 둘러 싼 다섯 개의 영지는 언제나 난적이었다.

그 어떤 시장도 이런 식으로 맞서려 한 적은 없었다.

빌헬름 마이어만이 유일하게 선제공격에, 그것도 이런 기습전이라는 방식을 취했다.

엉터리 같은 공격이라고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현하는 자가 빌헬름 마이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하루아침에 6강의 일원이 되었고, 블랙마켓을 통해 천만장자가 되었으며, 나아가 브람 시 전체를 집어삼키며 새로운 시장으로 등극하였다.

‘따라갈 수가 없다!’

그의 속도는 지지부진하기만 한 범인들과는 다르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수십 수 너머를 내다본다.

거기에 확신을 지니고 완벽하게 결과를 만들어낸다.

천재.

격이 다른 존재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런 그가 자신들에게 기회를 줬다.

여기서 실패하면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리델라프는 기사단을 향해 용맹하게 소리쳤다.

“절대로 대열에서 낙오되지 마라! 전속력으로 시장의 뒤를 쫓아 디르트 영지의 영주성을 점령하는 거다!!”

“예에에!? 저희들 그런 목적으로 출병한 거였습니까!?”

“바보 같은 녀석들! 그것이 빌헬름 시장의 뜻임을 어찌 모르는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내 지시만 따라라!”

친위대원들은 그저 리델라프에게만 밀명이 있었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다.

그들은 한층 더 박차를 가해서 달렸다.

친위대원들도 추격을 하던 도중, 내심 조금씩 느끼는 바가 있었다.

‘이상해.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시장 일행이 탑승한 말은 길가에서 파는 잡종이다. 그런 아무렇게나 길러진 말들이 훈련된 전투마의 추격으로도 거리를 좁힐 수가 없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길가에서 파는 것처럼 보였던 그 말들은 빌헬름 시장이 사전에 미리 배치해둔 준마들임이 틀림없다.

대수롭지 않은 행동조차도 시장의 안배였었던 것이다.

‘열 수 앞을 내다보는 리델라프 친위대장조차도 따라잡지 못할만하군. 과연 빌헬름 시장님이야. 솔직히 존경스러운 마음밖에는 들지 않아.’

빌헬름 마이어의 의도와는 무관한 가상의 의도를 멋대로 만들고 멋대로 해석한 친위대. 그들은 멋대로 충성심을 품으며 멋대로 전의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빠르게 달려 나가는 와중이지만 친위대 전원이 확실하게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광경과 마주했다.

“카이사르!?”

“흑산회 친위대장이 피투성이로 길가에 서 있다!?”

“저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카이사르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불처럼 이글거리는 눈매를 유지한 채, 검을 들어서 전방을 가리켰다.

“!!”

리델라프는 이를 악물고는 소리쳤다.

“전속 전진! 시장의 계획에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그의 뜻을 모르겠는가! 시급히 시장을 도우라는 제스쳐를 보내지 않았는가!!”

친위대원들은 그제야 납득하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의미의 제스쳐가 맞는 것 같았다.

대원들과 달리 리델라프의 사색은 깊어졌다.

‘대체 누구지? 이 나조차도 시장의 언질이 없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계획을 누가 사전에 간파하고 카이사르를 대열에서 낙오시킬 수 있었지?’

이번만큼은 그로서도 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적습은 실재한다.

확실한 결과로부터 역으로 유추한다면 하나는 알 수 있다.

중앙정계에서도 상당한 실력자가 맞수로 나섰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카이사르의 몫까지 분전해야 되는 건 바로 친위대였다.

리델라프와 친위대는 거대한 창처럼 날카롭게 질주하였다.

* * *

“...왜 그냥 지나가는 거지?”

카이사르의 제스쳐는 시장을 구하러 가라가 아니었다.

날 태우고 가라였다.

쏜살같이 지나친 친위대를 노려보며 카이사르는 이를 까득 악물었다.

“건방진 새끼들. 시장 직속 친위대와 흑산회 친위대 간에 알력다툼을 하겠다는 건가.”

카이사르는 단단히 빡쳤다.

“보스를 보필하는 건 내 역할이다. 기생오라비 같은 샌님들 따위에게 보스를 내어줄 수는 없다.”

때마침 한 무리의 중무장한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카이사르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검을 들고 전력을 다해 기세를 끌어올렸다.

“비켜! 저 새끼 뭐하는 거야! 죽고 싶어!?”

“잠깐, 저거! 흑산회 소속!”

“당했다! 설마 흑산회의 계략에 빠진 건가!?”

병사들은 다급히 말을 멈춰 세웠다.

“젠장. 어쩐지 느낌이 안 좋았어!”

그들은 인근 영지에서 브람 시 주변에 펼쳐둔 병력이었다. 적당히 주변에서 모험가들이나 핍박하며 브람 시의 운영을 어렵도록 만들려던 잡병들이었다.

빌헬름 마이어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보고는 추격에 나서는 한편, 자신들이 모시는 영주에게 보고를 하려고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난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 말을 내놔라.”

“으으으! 흑산회의 카이사르잖아. 어째서 이런 거물이 길가에 홀로 있는 거지?”

“완전 피투성이잖아. 어디선가 사람들을 잔뜩 죽이고 온 게 틀림없어.”

병사들은 질겁하며 말을 내어주었다.

카이사르는 말에 올라타고는 잠시 고민하였다.

승마스킬 따위는 당연히 모른다.

그래도 아까는 어떻게든 말을 출발시킬 수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금방 비결을 깨달았다.

“달려.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히히히히히힝!?”

카이사르가 발산하는 살기는 학살자 특유의 잔혹하고 무자비한 기세가 실려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도 그의 살기는 느낄 수 있다.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말은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대단한 승마실력이군. 역시 흑산회 서열 2위인가. 창이라도 한 자루 들면 기병 따위는 단신으로 백기도 넘게 벨 것 같은 엄청난 기세야.”

“그건 또 모르지. 멸혼객도 흑산회에 들어갔잖아?”

“3위라도 무서워. 저런 놈들이 우리 영지로는 왜 달려 나가는 걸까. 그것도 기분 나쁘게 전신무장을 한 기사단까지 동원하다니.”

병사들이 서로를 돌아보는 눈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전쟁이었다.

* * *

“히히힝! 히히히히힝!”

빌헬름 마이어와 암살자들이 탄 말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그들의 말을 출발시킨 건 카이사르였다.

멈추면 죽일 기세로 윽박지른 카이사르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빌헬름 마이어였다.

생물체들은 본능적으로 악명이라는 걸 감지한다.

악명은 단순한 이름값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종의 [업], [카르마(Karma)]라고도 할 수 있다.

카이사르의 악명은 대략 23만 남짓.

빌헬름 마이어는 더 높다.

그가 지닌 악명은 무려 52만이나 된다.

‘미친 인간보다 두 배 넘게 위험한 놈이 여기에 있어!’

‘멈추면 우린 다 죽어!’

‘절대로 멈추면 안 돼! 무조건 달려야 해!’

착각은 리델라프와 시장 친위대, 카이사르나 디르트 영지의 영주병들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말들도 할 수 있다.

============================ 작품 후기 ============================

광란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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