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05화 (105/224)

00105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5)

브람 시를 시작지점으로 삼은 게이머들은 몹시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성전이 있었던 이후로 게임 진행이 굉장히 편해지지 않았어?”

“맞아. 모험가 지원금도 대폭 늘었고 관련 시설들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어.”

“경비대가 귀찮게 구는 일도 줄어들었지.”

이 모든 게 빌헬름 시장의 덕분임은 모두 알고 있다. 그가 시장에 취임한 이후로 모험가를 우대하며 미궁공략을 독려하는 정책이 연일 실행되었다.

거대조직들도 미궁공략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암암리에 방해하던 암흑조직들도 이제는 도시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블랙마켓은 사라졌고, 모험가의 돈을 등쳐먹으며 미궁공략을 위한 전비를 갉아먹던 마약이나 주루도 크게 세가 줄어들며 악성영업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흑산회는 게이머한테도 유명한 암흑조직이라던데 정작 하는 일은 꽤 괜찮지 않아?”

“얼간아. 암흑조직이 왜 암흑조직인지 알아? 토착세력의 뜻에 반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으니까 그런 거야. 원래 브람 시의 유력세력은 전부 모험가를 삥 뜯는 놈들뿐이었잖아.”

“아. 정말이다. 듣고 보니 그러네.”

게이머들은 결코 풋내기들의 집단이 아니다.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백 년.

그만큼 아득한 세월을 게임시간으로 보냈다.

쌓이고 싶지 않아도 쌓이는 게 지혜와 경험이다.

게이머들은 치열한 전투 속에서 농밀한 인생경험을 거듭 보내어왔다.

실력 있는 게이머라면 그 강도는 더욱 더 강하고, 체험한 경험은 더욱 많으며, 쌓인 지혜의 깊이는 더욱 더 깊다.

“빌헬름 마이어. 그만이 국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보이는 영웅급 NPC라 이건가?”

“아니. 그건 아니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이 도시에 먼저 싸움을 건 영웅급 NPC가 있었잖아.”

“영혼살해자, 멸혼객!”

게이머들은 자연스레 깨달았다.

이 게임의 정세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말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다면 알 수밖에 없었다.

“국가는 미궁공략을 원하지 않고, 영웅급 NPC는 전원 국가와 적대관계. 미궁공략을 원하는 건 영웅급 NPC 뿐이다. 적어도 알폰스 왕국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야겠군.”

“이 나라는 어딘가 수상쩍은 구석이 있단 말이지. 길드 놈들이 수도가 복마전이라는 말을 흘린 것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흘려들을 수 없겠어.”

“악취가 철철 넘쳐나네. 피비린내보다 지독한 악취가.”

게이머들은 중앙을 경계하고 국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알폰스 왕국 한정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 건의 소식을 듣자마자 경악했다.

“북문에서 인접영지의 병사들이 항복하러 왔다고?”

“대체 무슨 소리야? 브람 시가 전쟁을 걸었다니. 우리 쪽에서 파견한 병력 같은 건...”

“있어. 빌헬름 시장님과 흑산회 친위대. 시장 친위대. 전원 완전무장한 채 엄청난 기세로 말을 몰고 성밖으로 뛰쳐나갔었잖아.”

경비병 NPC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보는 빠르게 브람 시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소수의 정예병을 이끌고 인접영지에 전쟁을 걸러 직접 출병하였다.

NPC들뿐만 아니라 게이머들까지 발칵 뒤집어졌다.

“정말로 괜찮은 건가? 내가 시청 쪽에 연줄을 만들어서 접한 정보로는 브람 시에 인접한 다섯 개 도시는 전부 중앙과 연결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빌헬름 시장이라고 모를 리가 없잖아. 틀림없이 알고도 전쟁을 선포한 게 틀림없어. 기어이 시작된 거야. 브람 시와 중앙정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그 포문을 열기 시작한 게 빌헬름 시장이라는 건가.”

일개 도시의 전력으로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중앙의 뜻에 거스르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수족역할을 하는 영지에 몸소 나서서 전쟁을 건다.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과감한 결단력에는 게이머들마저 혀를 내둘렀다.

물론 언제까지고 이 일을 구경거리 삼을 수는 없었다.

“어쩔 거야?”

“가세하겠어. 딱 봐도 보이잖아? 우리가 걸어야 할 쪽이 어느 쪽인지 정도는.”

“좋아. 미궁공략은 잠시 미뤄두자고. 빌헬름 시장과 흑산회가 꺾이면 다음은 우리들, 게이머의 힘이 줄어들게 되니까. 곧 죽어도 손해는 못 보는 게 게이머라는 걸 보여주자고.”

게이머들은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전할 준비를 개시했다.

그러한 움직임은 NPC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물결은 위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브람 시 정상회담].

흑오문과 브람 시 공무기관, 연합기관이 소문의 진위유무를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소집한 회담으로 참석자의 면면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흑오문의 보스 다섯, 브람 시 공무기관의 수뇌부 넷, 연합기관의 의원 일곱.

브람 시의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모여든 자리에서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가 운을 떼었다.

“모험가 무리들이 미궁공략을 중지하면서까지 전쟁에 참전하고자 하고 있다는데. 우리 중에 흑산회 보스가 전쟁을 일으킨다는 언질을 들은 사람이 있었던가?”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단 한 명도 빌헬름 마이어에게 언질을 듣지 못했다.”

“이건 그의 독단으로 일으킨 전쟁이다.”

“어째서 도시의 안위가 걸린 중대사를 홀로 결정지었지?”

실력자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빌헬름 마이어가 전쟁을 걸면 뒷감당은 모두의 몫이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합의 없이 전쟁을 걸었다.

“재잘거리지 마라. 이미 빌헬름 시장은 움직였다. 이미 일어난 전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보다 공무기관의 리델라프와 연합기관의 하인즈 대마법사는 어째서 보이지 않지?”

“리델라프는 빌헬름 시장을 따라나섰다. 하인즈 대마법사는 그보다 조금 전부터 긴히 알아볼 일이 있다며 멋대로 어디론가 실종되었고.”

뛰어난 정보력을 발휘한 자는 공무기관의 정보총장 패트리 자작이었다.

“공무기관 정보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오직 리델라프만이 사전에 빌헬름 시장에게서 언질을 받았다.”

“어째서 그자만이 유일하게 예외가 되었지? 우리는 선택하지 않고 그만 선택한 이유가 뭐가 있지?”

“역시 인간들은 어리석군. 정말로 모르면서 묻는 건가? 아니면 깨닫기 싫어서 자신의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 건가? 어느 쪽이든 불쾌할 정도로 기분 나쁜 태도다.”

싸늘한 어조로 장내에 찬물을 끼얹은 건 이종족길드에서 의원으로 선출된 다크엘프 검성 루에리였다.

“인간조차도 아닌 녀석이 잘도 지껄이기는!”

“지금 그거. 고위 뱀파이어인 이 몸으로서도 흘려들을 수 없는데?”

“아, 아니. 이건 오해요. 내가 말하려던 건 어디까지나..”

이즈라크는 인상을 팍 구기며 장인협회 소속 의원의 말을 일축하였다.

“시답잖은 변명은 됐다. 그보다 루에리 의원. 당신은 빌헬름 시장이 리델라프만을 선택한 이유를 깨달은 것 같은데. 슬슬 이들에게도 알려주는 게 어떤가?”

“흥.”

루에리는 못마땅하다는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은 이유를 밝혔다.

“리델라프는 공성전이 일어나기 전, 빌헬름 시장과 독대한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긴밀한 관계였음을 유추할 수 있지. 그들에게는 ‘신뢰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뢰관계? 그럼 우리들은 신뢰가 부족했기에 작전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 말 대로이다. 빌헬름 시장이 당신들을 믿어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지?”

좌중의 실력자들의 입이 거짓말처럼 굳게 닫혔다.

알고 있다.

그런 이유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여기 남은 모두가 불신 받는 처지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양과 늑대, 양치기 개를 강 건너편에 옮기기 위해서는 언제나 적절한 비율을 유지해야만 하는 법이니까.”

“그 말은 마치 우리 중에 시장이 경계할 정도의 배신자가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

이즈라크의 덤덤한 폭탄선언에 좌중이 발칵 뒤집어졌다.

빌헬름 시장을 배신하고 누구와 손을 잡을지는 명확했다.

중앙정계, 그들의 뜻에 의해 좌우되는 알폰스 왕국이었다.

“시장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에 섞여서 정보를 흘리고 방해공작을 펼치는 놈이 나타날지도 모르겠군. 시장의 명령이 없다면 브람 시의 전력은 도시 밖으로 나서서는 안 되겠지.”

“그렇다는 건...!”

“나, 이즈라크는 모든 유력자에게 제의한다. 현 시각부로 브람 시의 모든 성문을 폐쇄한 채, 빌헬름 시장의 연락이 도달하기를 기다릴 것을.”

명분은 이즈라크의 손에 들어왔다.

‘시장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서’

이 주장 앞에서 사소한 이권을 내세우는 건 <반역도당>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짓이다. 결국 브람 시의 모든 성문은 폐쇄된 채, 즉각 전시태세에 돌입했다.

자발적으로 의용군이 되기를 요청하는 게이머들과 NPC들에 의해서 거대한 군단마저 조직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브람 시의 모든 전력이 지상에 집결되며 거대한 군세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 * *

같은 시각, 악의 축처럼 여겨지는 중앙정계와 결탁한 다섯 영주 중 하나인 디르트 영주는 티본스테이크를 먹으며 행복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으음. 역시 그들과 손을 잡은 건 내 일생을 통틀어서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어.”

서로를 쥐 잡듯이 쥐어 패며 견제하던 다섯 영지가 일제히 동맹관계에 돌입하고 막대한 지원까지 받았다.

유사시에는 브람 시의 전력에 맞서 전쟁에 돌입하며 중앙정계와 브람 시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며 초토화가 될 입장이라지만, 그 전에는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다.

그것도 대단히 유복하며 재정적으로 여유롭기까지 한 평화이니 싫은 구석이 있을 리가 없다.

“이대로 아무 이변도 없이 평온한 나날만 이어진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어.”

식후 디저트로 맛 좋은 푸딩에 달달한 녹차라떼까지 한 잔 들이키자 속이 꽉 찼다. 디르트 영주는 바람이라도 쐬면서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창을 열어 경치를 구경하였다.

“응? 저건... 대체 뭐지?”

저 멀리 둔덕 너머에서부터 모래먼지가 수북이 떠오르고 있다.

“모래폭풍인가?”

기이한 일이라 여기며 창을 닫으려던 순간이었다.

둔덕 너머로 그것들이 나타났다.

완전무장한 중갑기병들이 전력으로 달려오고 있다.

“어, 어째서 기병이 여기에!? 적습인가!? 분명 저 방면에는 병사들을 배치해두었을 텐데!?”

적은 병력도 아니다.

무려 3000에 달하는 보병과 500에 달하는 기병부대를 배치했다.

이상이 생겼다면 진즉에 전령이 보고를 해야 했다.

“하다못해 마법사에 의한 수정구 연락이라도 있어야 했을 텐데... 그것조차 없다는 건 이쪽의 병력배치를 전부 예견하고 교란마법으로 통신마저 끊은 뒤에 일제섬멸을!?”

놀랄 틈도 없다.

저 멀리 둔덕 위로 모습을 드러낸 기병들은 어느덧 무시무시한 속도로 디르트 영주성의 외성까지 도달했다.

선봉장이 틀림없을 전신갑주를 걸친 자가 스피커 같은 걸 들고 외쳤다.

“아~ 아. 실례합니다. 영주성을 좀 지나가고 싶은데 길 좀 열어주시지 않으렵니까? 일주일 안에 목적지까지 가려면 뭣 빠지게 달려야 해서 좀 바쁜데요.”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 네놈들이 브람 시에서 왔다는 걸 모를 줄 알았느냐! 길 따위는 열어줄 수 없다. 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네놈들은 여기에 발을 묶겠다!!”

“그럼 성문째로 쳐날려주마!!”

“뭣!? 그,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성문이 거짓말처럼 구멍이 뻥 뚫렸다.

“모든 성문에는 대마법 방어진과 물리력 흡수 마법진이 쳐져있지만, 딱 한 가지만은 설치되어져 있지 않지. 바로 연금술 방어진이다!”

디르트 영주는 멍하니 입을 버리며 망연자실했다.

일순간에 성문이 뚫리니 영지병들은 질겁하며 창을 내던지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이렇게까지 호쾌하게 당해버리면 대항할 의지조차도 나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겁에 질릴만한 또 다른 이유가 가까워지고 있다.

“흐,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

“엄청난 박력이다!!”

“무표정한 부하들과 함께 우릴 도륙 낼 작정이야!!”

빌헬름 마이어와 견습암살자들이 영주성에 도달했다.

============================ 작품 후기 ============================

관문돌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