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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11화 (111/224)

00111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11)

알폰스 왕국의 보물창고에는 당연히 최고의 전력이 상시 대기 중이다.

연금술사 브루투스, 암살자 리나, 친위대장 리델라프.

세 사람의 전력도 약한 건 아니지만 왕실 보물창고를 고작 셋이서 공략할 정도로 대단하지는 못하다.

‘침입자인가. 간도 큰 녀석들이군.’

왕가의 재산을 비밀리에 수호하는 어쌔신마스터가 단검 위에 손을 얹었다.

흥미로운 불청객들이기는 해도 살려 보낼 수는 없다.

가차 없이 달려들려던 그때, 왕실정보부 특급정보요원이 나타나 긴급퇴각 신호를 보냈다.

‘거참, 김빠지게 시리.’

신호가 떨어지면 어떤 상황이더라도 최우선적으로 1차 접선지역으로 물러나야 한다.

접선지역으로 물러난 어쌔신마스터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채, 특급정보요원에게 물었다.

“왕이 암살위협이라도 받고 있나?”

“그보다 심각한 일입니다.”

“왕이 죽는 것보다 심각한 일이 뭐가 있어?”

시큰둥한 물음에도 심각한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수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뭐?”

“흑산회 보스가 수도 건물, 구조물, 도로 등을 엄청난 속도로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듣고 보니 정말로 심각한 사태였다.

어쌔신마스터는 특급정보요원과 함께 현장 확인에 나섰다.

그리고 정보가 사실 그대로임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저게 뭐야.”

그가 오른손을 들이대면 건물이고 뭐고 죄다 사라진다.

그것도 한 순간에 말이다.

이변을 일으킨 당사자는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다.

“혹시 흑산회 보스가 마법사였던가?”

“멸혼객과 동급의 절정지경에 도달한 무인입니다.”

“그럼 순수한 내가기공만으로 수도 구조물들을 모조리 분열시키고 박살내고 있다는 거잖아.”

특급정보요원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미쳤냐? 못해. 저딴 괴물 상대로는 1초도 못 버텨.”

“암살자는 한 단계 위의 강자도 상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쌔신마스터면 절정고수급 강자 아닙니까?”

“네 눈에는 저게 나보다 한 단계만 강한 정도로 보이냐?”

“…….”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무리였다. 지금의 빌헬름 마이어는 파괴신의 재림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눈치 빠른 놈들은 이미 다 도망간 것 같지만 왕실의 얼간이들은 체통이다 뭐다 챙기느라 아직 뻐기고 있지?”

“맞습니다.”

“당장 도망치라고 해. 20분 내로 도망치는데 실패하면 목숨은 장담할 수 없어.”

“어째서 20분입니까?”

“1초마다 건물 한 채씩 지우고 있잖아. 남은 건물을 전부 헤아리면 20분이 한계야. 다른 건물을 다 부순 뒤에 저놈이 왕궁이라고 무사히 남겨둘 것 같아?”

그럴 리가 없다.

듣기만 해도 오싹한 소리지만 가능성이 철철 넘쳤다.

어쌔신마스터의 판단은 왕가의 일원들도 신뢰했다.

왕궁에 머무르던 모든 사람들이 다급히 도주를 감행했다.

이는 궁중기사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왕족의 호위를 위해서 모든 방어병력이 차출되었다.

당연히 보물창고는 무주공산이 되었다. 삼인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드래곤하트를 채집할 수 있었다. 의기양양하게 창고를 벗어난 그들은 발견했다.

왕궁 빼고 죄다 황무지가 되어버린 처참한 수도의 정경을. 그 광경을 만들었으리라 예상되는 빌헬름 마이어와 그를 따르는 견습암살자 및 친위대원들을.

리나와 리델라프는 자신들의 직속 부하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보스가 했어?’

‘네’

삼인조는 풀이 죽었다. 기껏 드래곤하트를 채집했다고 자랑하려고 했더니 보스는 수도를 박살내놓았다. 자랑하고 싶어도 자랑거리가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보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심심하고 시간이 남더군.”

“그래서 죄다 박살내버린 거야!?”

“그렇다.”

“역시 보스는 굉장해! 심심하면 수도도 파괴할 수 있는 괴력을 지니고 있었구나!”

그래도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역시 보스는 굉장해! 심심하면 수도도 파괴할 수 있는 괴력을 지니고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모양 빠지게 자루에 템 넣고 있었다고 할 순 없잖아.

견습암살자나 친위대원들도 눈치껏 입을 맞췄다.

“보스가 수도를 부술 땐 어땠어? 응? 응?”

“1dps를 기록했습니다.”

“비피에스? 그게 무슨 약어야?”

“Destroy per second. 초당 파괴량을 의미합니다.”

“우와앗! 초당 건물 하나를 부순 거구나!”

굉장한 어감의 신조어를 들어버렸다.

“보스. 왕궁 안에 사람들이 없던데 이참에 왕궁도 부숴버리는 건 어때?”

“사람이 없다고?”

“응!”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왕궁에 있던 사람들이 내 악명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친 거라면...

어쩌면 이건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존재하지 않는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바로 왕궁을 통째로 습득할 기회 말이다!

“왕궁까지 가는 길에 내성이 있기는 한데..”

“상관없다.”

[수도 제 1 내성이 수납되었습니다.]

“어어어?”

[수도 제 2 내성이 수납되었습니다.]

“어어어어엇!?”

[왕궁이 수납되었습니다.]

파밧!

“아앗! 왕궁이 사라졌습니다!”

“보스가 부순 거야! 정말 대단해!”

“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요.”

착각을 사버린 비결은 탐욕의 자루를 오른손 소매 안에 집어넣고 최소모션으로 대충 습득하려고 한 데에 있다. 실제로는 터무니없는 착각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굉장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데.

내성을 수납한 김에 외성까지 알차게 수납해버리자 굉장한 시스템 알림이 연달아 뜨기 시작했다.

[SS급 업적 ‘수도 채집’ 달성!]

[당신은 알폰스 왕국의 수도에 존재하는 모든 건축물 및 주요 기반시설을 통째로 채집(?)했습니다. 이 기상천외한 업적은 먼 후세에까지 전설처럼 전해질 것입니다.]

[채집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채집스킬의 숙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채집스킬의 숙련도 등급이 마스터(Master)가 되었습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30만 상승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악명)이 15만 상승합니다.]

[칭호 ‘수도를 채집한 자’를 습득했습니다.]

[행운이 5 상승합니다.]

[CP 10만을 습득합니다.]

[당신은 게이머 최초로 마스터(Master) 등급의 스킬 숙련도를 보유하였습니다. 최초달성 보너스로 스킬포인트 30을 습득합니다.]

[당신은 게이머 최초로 스킬 습득과 동시에 마스터(Master) 등급의 스킬 숙련도를 보유하였습니다. 최초달성 보너스로 칭호 ‘재능충’을 습득합니다.]

[당신은 게이머 최초로 SS급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최초달성 보너스로 CP 50만을 습득합니다.]

[Tip> SS급 영향력은 무술의 경지로는 절대지경, 위협강도로는 마왕군과의 전면전, 경제력 규모로는 인류의 1년 치 재정 등에 버금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칭호 : 재능충]

[상세효과 : 노력은 재능이 부족한 자들이나 하는 것. 당신은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때마다 본래 주어질 스킬등급보다 한 단계 위의 등급으로 습득합니다.]

[레벨이 11이 되었습니다.]

[지능이 1, 매력이 2, 행운이 3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5를 습득합니다.]

[특성 ‘전설적인 채집가’를 습득합니다.]

[상한수치를 돌파한 활약으로 인해 여분의 정산포인트가 30000CP로 지급됩니다.]

[특성 : 전설적인 채집가]

[상세효과 : 인류의 채집 역사를 개척해낸 전설적인 채집가에게 상식 따위는 무의미합니다. 보편적으로 습득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대상조차도 채집이 가능합니다.]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채집스킬은 원래 소유주가 없는 물체를 비교적 온전히 습득하기 위해 존재하는 스킬이다.

낮은 숙련도에서는 나뭇가지나 나무열매를 채집하고, 높은 숙련도에서는 희귀한 영약이나 식물형 몬스터를 상처없이 땅에서 뽑아낼 때 주로 쓰인다.

‘수도 건물 따위를 채집하라고 있는 게 당연히 아니지.’

근데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이게 채집으로 인정됐다.

연금술사의 ‘채집’이라는 표현 때문에 채집을 한다, 라고 생각하며 ‘소유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건물 및 주요시설을 차곡차곡 채집하였다.

여기에 탐욕의 자루가 한계를 모르는 수납력을 보이며 물건을 마구 받아들이니 수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탐욕의 자루에 모조리 수납되어버리고 말았다.

‘본의 아니게 채집스킬의 성립요건이 전부 충족되었군.’

최초의 마스터 등급 스킬은 당연히 회계스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채집스킬이 마스터 등급이 되었다.

나무 캐려고 산에 올라간 나무꾼이 나무를 찍어서 투명드래곤을 죽이고 드래곤 슬레이어 칭호를 습득한 것만큼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습득결과였다.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니고. 당연히 좋아 죽지.

‘너무 좋아서 문제지.’

이건 100% 운영진한테 찍힐 각이다. 저지를 땐 신나게 저질렀는데 뒷감당도 알아서 하게 생겼다.

게임 오픈 한 달 만에 하라는 미궁공략은 안 하고 미궁도시 점령에 이어서 수도를 채집했다. 내가 게임사라도 나같은 유저는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릴 거다.

시트지만 찢어버리면 뭘 얻든지 상관없으니 무조건 죽이려고 들겠지.

‘시발. 이 상황 겁나 위험하잖아.’

나는 애써 다급한 기색을 억누르며 말했다.

“채집임무는 마쳤으니 브람 시로 복귀한다.”

“어떻게요?”

“그거야 배를 타고...”

배가 없다.

도시를 벗어나려던 시민들이 죄다 배 타고 나갔다.

“배가 없으면 마차를..”

탈 수도 없다.

배를 못 탄 시민들이 죄다 마차를 타고 나갔다.

같은 이유로 말이나 탑승물도 없다.

“브루투스. 텔레포트 스크롤은 있는가.”

나는 최대한 엄격 근엄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브루투스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없습니다.”

“...걸어서 복귀한다.”

우리는 황폐한 수도 강변을 따라 북상하기 시작했다.

예상 이동시간은 20일.

까마득하게 먼 거리를 지긋지긋하게 걷게 생겼다.

* * *

막상 올라가는 동안에는 할 일이 없다. 언제 게임사에서 파견할 자객이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도 잠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 긴장감도 사라졌다.

자연스레 내 관심사는 엄청나게 늘어난 CP가 되었다. 신규 습득한 CP만 63만이나 된다.

브람 시를 장악하면서 습득한 CP랑 합산하면?

[남은 CP : 94만 690CP]

대략 이러하다.

게임 시작할 때 인계CP로 받은 게 19만 7500CP였다.

그 수치의 네 배를 가볍게 상회한다.

10년이 아니라 50년 가까이 게임해야 벌어들일 양이다.

미쳤다.

그냥 미쳤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 양이다.

“그래. 어차피 암살자가 찾아올 거라면...”

날 조질 수도 없을 정도로 부하들을 강화시키자.

강화대상은 리나.

구매기능은 암살을 저지하는 데 특화된 기능이다.

특성 <암살의 천재>라도 안심할 수 없다.

상대도 천재급 인재가 오면 어떡해?

솔직히 말해서 뭐가 올지도 대충 예상이 된다.

당연히 악당 살해의 전문가인 <용사>다.

난 지금 악명이 겁나 높고, 이 나라 제일의 슈퍼빌런이다.

그런 날 용사가 아닌 어느 누가 죽이려고 들겠는가.

능력치, 특성, 스킬, 칭호, 장비.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먼치킨이 쳐들어온다.

그것도 미궁 심층지대에 내려가기 전에 지상에서 가볍게 예행연습이나 해볼까? 하는 경쾌한 느낌으로 파티까지 짜고 우르르 몰려오겠지.

신들은 축복이니 가호니 신물이니 지들 좋을 대로 용사를 구슬려먹을 사탕발림을 남발할 거고, 거기에 홀린 용사는 피를 본 카이사르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 거다.

‘그래. 이건 지를 수밖에 없다.’

천재를 넘어서 선택을 받을 정도의 신재.

신의 재능을 구매한다.

[NPC 리나의 ‘암살’ 관련 특성에 CP를 투자합니다.]

[특성 <암살의 천재>를 한 단계 승급시켜 <암살의 신재>로 만들었습니다.]

[승급비용으로 350,000CP를 소모했습니다.]

근데 아직도 CP가 남는다.

그럼 새로운 특성이라도 구매해야지 뭐.

[NPC 리나에게 새로운 ‘암살’ 관련 특성을 부여합니다.]

[특성 <암살차단 : 영웅급>을 부여합니다.]

[신규특성 구매비용으로 150,000CP를 소모했습니다.]

영웅급 특성을 샀는데 아직도 CP가 남는다.

94만 중에서 이제 50만 썼다.

아직 44만 690CP를 더 투자해야 된다.

============================ 작품 후기 ============================

돈과 CP는 넉넉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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