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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15화 (115/224)

00115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15)

전신으로 대량출혈을 일으킨 채 널브러진 헤오라츠 후작.

브루투스가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조소했다.

“어리석은 녀석.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나는 브루투스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죽은 놈한테 그러고 싶냐?”

“하하.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말이었거든요. 전에 길 가다가 본 소드마스터가 오크로드한테 하는 말을 보고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뭘 하러 어디에 갔기에 길에서 소드마스터랑 오크로드를 볼 수 있지?”

“잠깐 약초 채집하러 마신권역에 있는 흑천산맥 봉우리 사이에 숨겨진 킹 오브 에일러 전당에 갔었죠.”

“…….”

잠깐이라는 말로 대충 넘기기에는 뭔가 너무 근사한 지명이 나오지 않았나?

수도에 드래곤하트를 채집하러 갈 때부터 생각했지만 브루투스는 뭔가 수상한 내력을 지닌 연금술사 같다.

수상한 NPC를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수상한 녀석은 처음이었다. 붕대와 가면, 변장키트, 두건, 어둠의 장막을 뒤집어쓴 비밀상인보다도 수상했다.

“그럼 소생합니다.”

브루투스는 검은약을 꺼내 헤오라츠 후작의 입에 넣었다.

“…….”

“…….”

“안 살아나네요.”

포기가 빠르다!?

“멍청한 녀석. 시체를 상대로 뭘 하는 거냐.”

“예?”

“죽은 놈이 약을 어떻게 삼켜.”

“아.”

못미더운 머저리가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런 놈을 믿어도 괜찮은 걸까.

그보다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삼키기 쉽게 잘게 쪼개서 목구멍 안에 밀어 넣어줘야지.”

“저 녀석은 시체에 그것도 남자 아닙니까?”

“그렇다. 시체에 그것도 남자인 녀석과 입을 맞대며 잘게 씹은 약을 목구멍 너머로 넘겨줘야 하지.”

“…….”

브루투스는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싫습니다. 안 해요. 절대로 안 해.”

“꼭 네가 하라는 법은 없지. 친위대원도 잔뜩 있으니까.”

“!!”

친위대원들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에도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교전에 돌입했던 그들이지만 이런 더럽고 끔찍한 일에 자원해서 나설 만큼 비위가 좋은 사람은 없었다.

게임 주제에 말도 안 되게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히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리델라프. 친위대원 중에서 한 명을 골라라.”

“엑. 그거 꼭 내가 골라야 하는가? 사형선고 못지않게 끔찍한 결단을 내리게 하는군. 부하들을 아끼는 친위대장의 입장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건..”

“싫으면 니가 해라.”

“존슨. 너로 정했다.”

이것이 인간의 생존본능인가.

정말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아. 잠깐만요. 그 방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브루투스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존슨은 거의 생명의 은인을 보는 눈으로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이었다.

“어째서냐.”

“약을 씹는 과정에서 약효가 발동하면 존슨 씨가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약을 넘겨준 거냐. 그거 먹으면 헤오라츠 후작이 살아나는 건 맞는 건가?”

“틀림없습니다. 그 정도의 효력을 지니고 있기에 산 자가 씹는 건 위험합니다. 임상실험을 할 때에도 그 경우는 시험하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

임상실험이라는 말에서 위험한 느낌이 잔뜩 들고 있어.

다른 연금술사가 하는 말이라면 약의 안정성과 성능이 강화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텐데 브루투스가 하는 말은 왠지 모르게 느낌이 다르다.

정상인이 길 가다가 “저기요. 길 좀 여쭙고 싶은데요.”라고 하는 말도 싸이코가 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수상하고 위험하게 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 약을 어떻게 먹이겠다는 거냐.”

“어차피 죽은 놈인데 간단하게 배를 갈라서 몸속에 약을 넣는 건 어떻습니까. 임상실험을 할 때도 전부 그렇게 투여했습니다.”

“좀 더 얌전한 약은 없는 거냐?”

브루투스는 짧은 턱수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그러더니 품에서 시뻘건 약과 보랏빛 약을 꺼냈다.

“제물을 세 명 바쳐서 목숨을 구하는 약이랑 제물 한 명이 목숨보다 더한 대가를 치러서 목숨을 구하는 약. 어느 쪽이 좋습니까?”

“...그냥 검은 약을 써라.”

그딴 불순한 약을 써서 친위대원을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헤오라츠 후작을 살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 조건이 뭐 저리 살벌해.

툭 까놓고 말해서 브루투스가 실은 정체를 숨긴 악마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헤오라츠 후작이 브루투스의 특별제조약 047번을 복용했습니다. 헤오라츠 후작이 죽음을 거스르며 부정한 생물체가 되어 되살아납니다.]

헤오라츠 후작이 눈을 뜨며 격한 기침을 내뱉었다.

피부가 갈라지며 목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순식간에 급변한 그의 머리 위로 표식이 떠올랐다.

[좀비가 된 헤오라츠 후작]

부활은 됐는데 좀비가 되는 약이었다.

“그아아아!!”

패닉에 휩싸인 헤오라츠 후작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내지르자 브루투스가 채찍으로 후작을 때렸다.

“시끄럽다! 네놈은 오늘부터 내 채집노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자아를 상실한 채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릴 테다!”

“…….”

헤오라츠 후작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었다.

나는 내심 감탄했다.

브루투스도 카이사르와는 다른 유형의 신선한 싸이코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검은약을 먹고 좀비가 되면 빨간약과 보랏빛 약을 먹으면 뭐가 되는 거였을까.

내친김에 그대로 물어보니 브루투스는 흔쾌히 대답했다.

“최하급 화염악귀와 가시 늪 두꺼비가 됩니다.”

“왜 약을 먹으면 다 몬스터가 되는 거지?”

“그야 제가 암흑 연금술사니까요.”

이 새끼는 양파인가.

왜 까도 까도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지?

“아무튼 헤오라츠 후작에게 시키실 일이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지금이라면 무엇을 명령하든 순종적으로 수행할 겁니다. 안 하면 구울한테 뜯어먹으라고 던져주죠.”

“이 싸이코 자식의 발언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순도 100% 진실이다. 헤오라츠 후작. 구울의 먹잇감이 되고 싶지는 않겠지?”

“갸아악 구아아악”

헤오라츠 후작은 필사적으로 갸아악거렸다.

“…….”

뭐라는 거야 시발.

“알겠는가? 네놈이 멋대로 올린 내 악명을 떨어뜨려라. 그 전까지는 죽음으로 안식을 맞이하는 일조차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의 있소!!”

브루투스가 대뜸 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마이어 보스. 방금 구울한테 먹이로 던져주는 거로 합의하지 않으셨나요?”

10초 만에 논파 당했다.

“보스는 사실 악명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겁니다. 일부로 헛된 희망을 품도록 거짓된 목표를 제시하고 후작을 기만하려고 했을 뿐이지요. 제 말이 맞습니까?”

“그건 아니─”

“당연하지! 보스가 얼마나 잔혹한데! 분명 죽이고 살리기를 반복하면서 영혼까지 찢어버리려고 할 게 틀림없어!”

리나가 환히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보스, 방금 무슨 말 하려고 그랬어?”

“...아무것도 아니다.”

하하. 이런 요망한 년 같으니.

일부로 그런 거다.

절대로 일부로 그런 게 틀림없어.

“그아아앗!”

퍽!

하이라츠 후작이 두려움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비참하게 연명하느니 자살하겠다는 의지표명인가보다.

근데 좀비는 겁나 약하잖아.

자살이 될 리가 없지.

“보스. 몇 번 죽일까? 리나 암살 연습해도 돼?”

“안 된다. 갈 길이 멀다.”

“그럼 쟤는 어쩔 거야? 좀비가 되어서는 뭔가를 시키려고 해도 시킬 수가 없잖아.”

그러네.

저런 꼴이어서야 악명을 내리기는커녕 한 번 죽인 상대를 좀비로 되살려서 괴롭힐 정도로 잔혹한 자, 라는 악명만 늘어나겠지.

쓸모없으니까 다시 죽인다고 하면 당장 여기에 있는 부하들을 통해서 악명이 천정부지로 솟구칠 거다.

“전리품으로 가져간다.”

마침 아지트에 죽치고 눌러 앉아서 하릴없이 시간을 축내고 있으면서 언데드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녀석이 딱 한 명 존재한다.

마족 그레이. 그놈한테 알아서 처리하라고 던져줘야겠다. 이 속도면 앞으로 5일 내에 브람 시에 도착해서 그레이한테 헤오라츠 후작을 던져줄 수 있으리라.

* * *

마족 그레이는 기가 막혀서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게 거대한 오우거를 끌고 아지트까지 쳐들어와서 할 말이냐? ‘이거 필요 없으니까 가져라’라니. 이딴 좀비를 뭐 어쩌라고.”

“내키는 대로 뭐든지 해라. 심심하면 잡아먹든지. 건빵보다는 별미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안 먹는다!! 이딴 불량식품을 먹었다간 저급한 탁기를 품어 마기의 농도가 낮아진다고. 좀 더 강한 좀비가 아니면 먹지 않겠어!”

결국 강한 좀비면 먹기는 먹는 거냐.

역시 마족답다.

솔직히 이건 무섭다기보다 불쌍하게 생각된다.

모든 마족은 미궁에서 뛰쳐나온 놈들이다.

미궁은 먹을 게 없다.

지저식물, 지저벌레, 지저동물, 지저몬스터 따위가 전부다.

당연히 겁나 맛없을 거다. 역겨운 노린내와 고무를 씹는 맛만 나는 오크고기가 양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애초에 살이 썩어 문드러진 좀비가 평범한 불량식품 취급이라고. 진짜 끔찍한 것들은 이걸 먹을 수 있는 거였어!?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충격적이다.

그런 미궁상식을 지닌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쌍한 거지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으로 그레이를 쳐다봐주었다.

“으윽. 그만두지 못해!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지 마!”

“아무튼 맡긴다.”

“뭐, 잠깐, 싫..”

기어이 아지트 안에 헤오라츠 후작을 두고 나왔다.

이걸로 겨우 사건이 일단락된 느낌이다.

“꾸어엉”

겁나 큰 오우거만 어떻게 해결한다면 말이다.

“이 새끼는 어떻게 하지?”

실력자들을 모아서 단숨에 때려죽이기에는 며칠간 전력질주를 하며 앞을 가로막는 왕국군을 모조리 쳐 죽인 공로가 너무 뛰어나다.

심지어 그간 정마저 들었는지 리나는 오우거의 앞을 자그마한 팔로 가로막으며 내게 매달리듯 애원했다.

“안 돼! 리나의 엘리스를 괴롭히지 마!”

“뭐?”

“리나가 밥도 주고 잠도 재워줄 테니까, 응? 제발 죽이지 말고 키우게 해줘.”

이런 미친.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던 리나가 갑자기 12등급 똘기를 발휘했다.

눈깔이 맛이 갔는지 오우거를 애완동물 삼겠다고 한다.

무슨 길고양이라면 나도 허허 웃으며 그래라, 하겠지.

근데 이건 어지간한 소형도시의 성벽보다 커다란 8m급 오우거잖아.

진○의 거인에서 데려가도 될 사이즈라고. 게다가 거기 거인은 먹는 걸로 영양보급 안하는데, 이쪽 오우거는 덩치에 걸맞은 대량의 먹이를 퍼먹어야 한다.

“그 오우거를 먹여 살리려면..”

“엘리스!”

빼액거리는 리나를 보니 절로 미간에 힘줄이 솟구쳤다.

“...그 엘리스를 먹여 살리려면 날마다 사람을 백 명씩은 공물처럼 바쳐야 될 거다.”

“먹이면 되잖아!”

“뭐?”

“보스. 설마 리나의 애완동물에게 사람 백 명도 먹일 수 없다는 매정한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지?”

“…….”

리나가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럽고 말 잘 듣는 부하라고 해도 이것만은 안 된다.

식인메타라니.

이딴 거 했다간 진짜로 용사한테 토벌당하잖아. 공포에 질린 브람 시 시민들이 발 벗고 용사들을 환영할 거라고.

“마이어 보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브루투스가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오우거를 한 번 죽인 다음에 부활약을 먹입시다. 그럼 영원히 먹이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람 시는 네크로맨서들의 성지가 되겠지.

이 개자식아.

============================ 작품 후기 ============================

경축! 네크로폴리스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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