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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29화 (129/224)

00129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4)

리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보스랑 카이사르가 방에 들어갔다 나오니까 더 강해졌어!”

그리 단순하게 말하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네.

막 참오라도 하다가 각성한 것 같잖아.

별로 실감은 안 나는데 우리 방금 악신 때려잡았다고.

“대체 물이서 뭘 한 거야!?”

“악신을 잡았다.”

“거짓말하지 말고!”

“리나. 너는 내가 거짓말이나 하고 다닐 것처럼 보이는가.”

“응!”

산뜻하게 긍정하지 마라.

상처받는다.

“칫. 보스나 살인광이야 오를 만도 하네.”

“음?”

“보스는 일국을 지배하고 세계회의에서 온갖 실력자들을 일격에 죽였잖아. 살인광도 대군과의 전쟁에서 멸혼객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해도 적지 않은 수의 적을 죽였고.”

“음... 그렇군.”

“그런 두 사람이 더 강해지는 건 당연하잖아!”

그거야 대량살상에 특화된 [학살자] 클래스니까 그렇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지 않았을까.

얠 잡으려면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생사투를 벌이는 게 낫다.

문제는 원판도 졸라 쌔서 레이드보스 몹 같다는 거다.

그런 주제에 재능도 미친 듯이 올려놔서 점점 더 강해진다.

‘내가 괴물을 만들어놨군.’

솔직히 구 랭킹 1위도 카이사르랑 붙으면 꽤나 힘들어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예 절대자가 되어버렸잖아.

지는 건 일단 당연하고, 멸혼객도 얘를 감당하지 못할 날이 그리 머지않은 시일 내에 도래할 것 같다.

장차 마이어 왕국 제일의 전투력을 지닌 사나이가 될지도 모르는 카이사르는 지금...

“절벽꼬맹이. 이제 네놈과 나의 격차를 깨달았는가.”

“이이익! 놔줘! 놔줘어어어!”

리나의 뒷목을 붙잡고 들어 올려 썩소를 짓고 있다.

리나는 팔다리를 마구 바동바동 거렸다.

카이사르는 한층 더 재수 없는 얼굴로 비웃었다.

“하찮은 미물의 저항이군.”

“…….”

어쩌면 나는 인류에서 나와서는 안 될 돌연변이를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이 녀석 정말로 절대자가 되어도 괜찮은 걸까.

아니라고 해도 이미 절대자가 된 걸 어찌할 방법도 없겠지만 말이다.

“카이사르.”

“부르셨습니까, 보스.”

“네가 리나에게 호승심을 품고 있었고, 그녀보다 확실하게 앞서나간 걸로 지금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는 건 이해한다.”

그래, 저게 기분이 좋은 상태다. 불쌍한 여자애 하나 붙잡고 에베벱베베 거리면서 내가 더 쌔지? 하고 힘 자랑 하는 게 기분 좋은 카이사르의 모습이다.

유치하고 변태 같은 새끼. 부모한테 교육을 어떻게 받아서 저 모양인지 몰라.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까지 그러고 싶은가?”

“이런 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논공행상하는 자리.”

탈론 공작에게 붙어먹었던 영주들은 싹 다 해임하고, 탈주하려는 놈들을 브람 시 유력자들을 동원해서 싹 다 붙잡고, 환수한 재산은 내가 가졌잖아?

대신에 텅 빈 영지를 그간 공을 세워온 유력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거다.

이게 무슨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나 국정운영 게임도 아닌데 혼자 모든 땅을 통치하면서 내정왕의 길을 걸어갈 수는 없는 거잖아. 미궁탐사 하고 싶다고.

“실례했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뭘 할 거냐.”

“리나의 이마가 땅에 닿도록 사과하겠습니다.”

의미를 모르겠어.

네놈은 사과의 의미가 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이 바보 살인광! 놔줘어어어! 보스, 도와줘어어!”

“카이사르. 가엾은 리나를 괴롭히지 마라.”

“리나가 가엾지 않으면 계속 괴롭혀도 됩니까?”

야 이 시발놈아.

넌 인간의 마음이 어떤 건지 모르는 싸이코패스라고.

그냥 영원히 괴롭히겠다는 소리잖아.

카이사르는 결국 리나를 풀어주었다.

조르르 달려온 리나를 무릎 위에 앉혀두고는 생각했다.

슬슬 논공행상에 집중할 때다.

‘인선처리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했지만.’

역시 브람이십강을 브람에 계속 주둔시켜서는 안 된다.

믿고 영지를 맡길 놈들이 없다.

다른 유력자에게 주느니 이놈들에게 주는 게 낫다.

겸사겸사 뿔뿔이 위치도 흩어놓고 말이지.

지들끼리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거다.

“이걸로 외부인사의 논공행상은 얼추 끝났는가.”

이제는 내부인사, 흑산회 조직원의 논공행상을 내릴 차례다.

브람 시 근교 도시들을 중간간부 급에게 분배했다.

충성도도 높으니 배신의 걱정은 없었다.

다만 최중요 인사들에 대한 상은 내리기가 무척 고민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영지라도 하나씩 주고 싶지.

근데 그런 걸 갖고 있으면 미궁에 내려가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대놓고 물어보았다.

“나의 숙업은 미궁정복. 흑산회 최고위간부인 너희들은 함께 할 자격이 있다. 그러니 기회를 주겠다. 지상의 권력을 움켜쥐겠는가. 아니면 미궁에 도전하여 보다 큰 보상에 도전하겠는가.”

“권력이요.”

“권력.”

“권력이 좋죠.”

“권력이 최고가 아닐까요?”

시발.

한 새끼도 나랑 같이 가겠다는 놈이 없네.

“보스. 저는 이 배신자들과는 다릅니다.”

카이사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오, 역시.

마지막까지 충신으로 믿을 건 너밖에 없구나.

“권력과 기회를 모두 갖겠습니다.”

충신은 개뿔.

평범한 싸이코였다.

“귀여운 리나는 보스랑 함께 할래!”

“정말이냐?”

“권력을 가져도 보스가 곁에 없으면 싫어! 게다가 약속했잖아. 리나는 보스의 두 번째 부하로써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권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보스가 이미 꼬맹이간부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군.”

“보스의 밤기술이 뛰어난 건가.”

“솔직히 보스 정도로 멋진 남자라면 같은 남자여도 반할지도.”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방금 그거 어떤 새끼야?’

주변을 둘러보자 눈 마주친 놈들이 화들짝 놀라며 눈짓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붉은 꽃잎을 세세하게 수놓은 아름다운 비단옷을 입은 색마 콰이어였다.

눈을 마주치자 얼굴까지 붉히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미친.’

남장여자 따위 필요 없어.

도로시 이지스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저걸 왜 봐?

리나 하나면 된다.

“그럼 다른 놈들은 적당히 남은 걸 나눠주지.”

앞으로도 신임을 받고 싶으면 알아서 잘하라는 말이다.

다행히도 눈치 빠른 간부들이 발언을 철회했다.

“권력 따위는 언제라도 가질 수 있는 것. 헛된 욕심을 버리고 보스를 따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보스를 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나는 권력.”

이와중에 흔들리지 않는 놈이 한 명 있었다.

멸혼객이다.

“알겠다. 네게는 마이어 왕국 대장군의 직위를 하사하겠다.”

반 영웅이잖아.

미궁 트라우마 같은 거 있는 놈이라고.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의외로군. 내 힘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네가 들어가지 않겠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무리하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호오.”

멸혼객의 나를 향한 평가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작게 혼잣말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들리지가 않아서 뭔가 찝찝했는데 대뜸 허리춤에 채워둔 황금공이 허공에 둥실둥실 떠올랐다. 황금공에 깃든 황금마법사 테라치의 전언이 들렸다.

-뒤통수를 쳐서 죽이려고 했는데 얼마간은 더 지켜봐야겠어. 라고 중얼거렸어요!

...방심할 수가 없는 녀석이군.

설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자리에 있었을 줄이야.

그래도 논공행상까지는 어떻게든 마쳤다.

“보스. 이제는 저희도 미궁에 들어가는 겁니까?”

“지상에서의 최소한의 정비를 마친다면.”

“어떤 정비가 남아있습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겁나 많이 있기는 한데 네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걸.

걍 쌈박질만 잘 해서는 안 된다.

이건 내정 및 탐사준비와 관련된 일들이니까.

“모험가들의 미궁탐사를 보다 활발하게 유도하는 정책을 실현시키고, 사실상 적대관계가 된 타국가들의 침략에 대한 방비책도 마련해두고, 레이브의 교본지식 습득도 기다려야 한다.”

카이사르는 진지한 얼굴로 내게 의견을 제시하였다.

“본보기로 나약한 모험가를 몇 명 처형하면 미궁탐사를 활발하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비로소 확신했다. 이 새끼가 권력을 잡게 해서는 안 돼.

날마다 백 명씩은 가볍게 죽어나갈 게 틀림없어.

졸라 진시황 같은 새끼잖아.

“카이사르. 너는 내정의 재능이 전무하다. 이 일에는 관여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딱히 섭섭한 건 없다는 쿨한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카이사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놈은 언제나 내 곁을 지키며 도움이 되고자 했다. 태반은 대형사고로 이어졌지만 아무튼 그런 마음이 있던 놈에게 ‘넌 지금 쓸모없으니 짜져있어’라고 한 거잖아.

내색하지는 않아도 내심 섭섭한 마음이 조금은 들지도 모르겠어. 나는 고민하다가 그나마 사고를 칠 구석이 없으면서, 나름 중요한 일을 한다는 기분이 들만한 일을 생각해내었다.

“그래도 재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하나쯤은 있지.”

“정말입니까?”

“흑산회의 상징을 만드는 거다.”

안 그래도 슬슬 그런 종류의 민원이 관청에 들어오고 있다.

흑산회만의 표식이 없어서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거.

“사칭을 하는 놈들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제대로 된 표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저만 믿고 맡겨주십시오. 최강의 상징을 만들겠습니다.”

최강의 상징은 뭐냐.

드래곤 모양의 심볼이라도 만들겠다는 건가.

재미난 농담이라 여기며 피식 웃었다.

“예산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껏 만들어봐라.”

“알겠습니다.”

“이왕이면 흑산회 내부계급별로 차별화된 심볼로 만들어보고.”

솔직히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키는 거다.

유치원 학예회에나 나올법한 물건이 나오면 지도 쪽팔리겠지.

그럼 내정에 재능이 없다는 말도 피부로 체감할 거고.

나름 기회를 줬으니 섭섭한 마음을 품지도 않을 거다.

“보스! 귀여운 리나는 뭘 하면 좋아?”

“음. 네게 어울리는 일이 마침 한 가지 떠올랐다.”

“머야 머야?”

나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나에게 손을 뻗었다.

리나는 조건반사적으로 턱을 슥 들어올렸다.

나는 만족스레 그녀의 턱밑을 간질여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자세를 취할 때가 제일 안정감이 드는군.”

“으우우... 싫은 건 아니지만 뭔가 자존심 상해...”

“그리 싫어하지 마라.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은 암살이지 않느냐. 암살을 해야 할 적이 많다는 건 그만큼 흑산회가 궁지에 몰렸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 리나가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은 거야?”

“그렇다. 그리고 내 업무효율은 네 턱을 간질이고 있을 때가 가장 높아진다.”

거짓말이다.

귀여운 얼굴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턱밑을 간질이는 재미에 푹 빠지는데 일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그래도 내가 기분 좋고 리나도 기분 좋으면 일 따위는 어찌되어도 상관없지 않겠어? 즐기려고 하는 게임이니까.

“보스 정말 좋아!”

나도 그래.

애완동물을 키우는 감각으로.

* * *

그런 평화로운 감각으로 내정을 돌보기를 약 한 달. 무공을 개량하며 틈틈이 심볼을 만들었다는 카이사르가 당당하게 심볼을 들이밀었다.

흑산회의 뜻이 뭐냐고 물어보기에 검은 우산이라고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설마 했건만 정말로 검은 우산을 들고 왔다.

카이사르치고는 제법 괜찮은 일처리라며 감탄하는데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누르니까 우산 끝에서 새빨간 불덩어리가 밀집되더니 전방을 향해 발사되었다.

콰아아아앙!

불덩어리는 장렬한 폭발과 함께 훈련장의 강철허수아비를 녹여버렸다.

“이게 일반조직원 전용 심볼입니다.”

“총 제작비용은?”

“1024만 골드를 사용했습니다.”

10조 2400억 원 어치 심볼을 가장한 병기가 만들어졌다.

“간부전용 심볼의 총 제작비용도 1024만 골드입니다.”

“…….”

“보스전용 심볼의 총 제작비용도 1024만 골드입니다.”

다 합치면 30조 7200억 원이라는 미친 거금이 들어갔다. 정말로 예산 신경 안 쓰고 결전병기를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

그보다 우산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일반조직원 우산에서 파이어볼이 나왔다고. 간부전용 우산과 보스전용 우산은 뭐가 나올지 상상만 해도 두렵다.

그보다 네놈은 흑산회를 어딘가의 우주 전투민족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냐!?

============================ 작품 후기 ============================

흑산회 심볼이 은혼의 야토족 우산 패러디라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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