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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30화 (130/224)

00130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5)

돈지랄은 돈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돈과 똘기가 모두 넘쳐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불행하게도 카이사르에게는 돈과 똘기가 모두 넘쳤다.

“간부용 우산에는 무슨 기능이 있냐.”

“여기서 보여드려야합니까?”

“...아니,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군.”

자칫 잘못하면 왕궁 수련장이 초토화될지도 모른다.

나는 극비리에 흑산회 간부들을 소집하였다.

간부들은 갑작스러운 비밀소집령에 몹시 긴장하였다.

“혹시 파벌숙청을 진행하시려는 걸까?”

“루커스 패밀리 쪽에서 뭔가 수작을 부리려던 기미가 보였지.”

“장인협회의 태도도 조금 미온적이지 않았던가?”

나를 무슨 하루라도 피를 보지 않으면 진정하지 못하는 유혈성애자처럼 취급하고 있다.

이거 왜 이래.

경험치도 안 되는 잔챙이들을 숙청해봤자 별로 기쁘지도 않고 짜증나기만 한다고.

‘지금 레벨이 16이었나.’

이쯤 되면 레벨은 진짜 죽어라 노력해도 안 오른다.

솔직히 내가 이 레벨이 된 것도 놀랍다.

심층지대에 진입하는 게이머들 평균 레벨이 몇인지 아는가?

13이다.

정확히는 12에서 14사이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뛰어난 게이머들만이 15레벨에 들어간다.

탑 랭킹 100위권이 바로 그 희귀한 경우에 속한다.

16레벨은 아예 탑 10으로 가야 할 정도다.

그리고 지금, 나는 미궁과는 아득히 거리가 먼 지상부터 16레벨이다.

‘그만큼 굵직한 일들을 헤쳐 나왔으니까.’

일개 플로어를 초토화시키고 특정 종족을 몰살시키고, 필드보스나 계층보스를 직접 토벌하는 등의 적극적인 업적달성을 추진하며 전진해온 엘리트 파티나 지닐법한 수치다.

그마저도 같은 16레벨이라고 할 수 없는 초월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다.

나는 일국의 국왕이며 동시에 격의 시험에서 악신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아 사도권능까지 노 리스크로 무제한 사용가능한 절대자이다.

‘아마도 앞으로 레벨을 올리려면 미궁에서 대대적인 토벌을 해내야만 하겠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된다.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레벨 17에서 18, 운이 좋으면 레벨 19 내지는 20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5레벨 단위로 있는 전직 기회는 전부 무시했다. 보스로서의 권위에 특화된 내가 이제와서 다른 직업으로 전직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

전투 직업을 얻어봤자 내 능력치는 어차피 시궁창이다.

‘뭐 툭 까놓고 말해서 이 지경이니까.’

나는 상태창을 보며 절망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캐릭터 시트지]

<신상정보>

[이름 : 빌헬름 마이어][직업 : 보스][레벨 : 16(0.01%)]

[성별 : 남성][연령 : 20세][신장 : 170cm][체중 : 60kg]

[소속 : 흑산회 보스][신분 : 다크히어로(마이어 국왕)]

[개인평판]

-명성 7단계(10000000 이상) : 20893275(마이어 왕조의 초대 국왕)

-악명 7단계(10000000 이상) : 35927738(악신과 마왕, 마룡 다음으로 손꼽히는 세계에서 4 번째로 무서운 존재)

<건강상태>

[HP : 237/250][MP : 250/250][SP : 212/250]

<기본 능력치>

[근력 3][체질 3][민첩 4][통찰 68]

[지능 68][내성 3][매력 64]

<확장 능력치>

[카리스마 91] [행운 59][공포 53]

<보유스킬(스킬 포인트 149)>

[직업스킬] : [보스의 기백][조직접수][암살지령][보스의 신용][극악한 테러]

[공통스킬] : [흥정][회계][기만][교육][간파][화술][연기][공포유발][채집]

<보유특성>

[흑산회 보스(고유)][공포의 사도]

<보유칭호>

[빌헬름 마이어(고유)][공포군주]

<장비>

[무기] 매서운 브로드 소드(+3), 공포의 혈검사 클라인(장검)

[방어구] 아늑한 어둠(방어구 세트), 다용도 벨트, 대용량 아공간주머니(+4), 대용량 아공간 금화주머니(+5), 치유의 목걸이, 성마의 왕관

[그 외] 부유하는 황금공, 탐욕의 주머니

<보유자산>

-2억 3896만 4978골드(대용량 아공간 금화주머니)

-모험가 신분증(상의), 범죄길드 은배지(상의)

-보유CP : 7110000CP

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상태창을 봐라.

세상 사람들은 나를 영웅이자 파멸자인 존재, 다크히어로라고 부른다.

마이어 왕조의 시조이기도 하며, 보유자산은 두 배로 불어나서 2억 골드를 돌파하고 있다.

능력치는 30만 넘어도 격을 이룰 자격을 얻었다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정받는데 카리스마 능력치가 91에 도달했다. 나도 이런 괴물 같은 수치를 게이머가 찍을 수 있는 건 처음 알았다.

보통의 인간에게는 허락된 능력치가 아니다.

한 국가의 결전병기로 성장한 절대자 급 무인들의 최고 능력치가 추정 7, 80대에 불과하다. 90대는 초월자라 불리는 시조 뱀파이어, 세계수 엘프, 마왕, 드래곤 따위나 얻을 수 있다.

‘보기에야 좋지. 기분도 좋고.’

근데 딱 거기까지다.

근력 3, 체질 3, 민첩 4, 내성 3이 보이는가.

내 근력은 병석에서 막 일어난 환자만도 못해서 검을 들고 있으면 검이 무거워서 놓칠 정도다.

체질은 작은 충격에도 뼈가 똑 부러질 수 있어서 떨어진 검이 발뼈를 부수고, 넘어지면서 전신복합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내성은 그렇게 상한 몸이 면역력 약화에 의해 가벼운 감기부터 시작해서 세균감염에 의한 질병발생, 질병발생에 의한 건강악화로 중병발생, 중병발생에 의한 사망도 겪을 수 있다.

이게 능력치 3의 위력이다.

정상미만의 능력치다.

당연히 1 더 높은 민첩이라고 별반 다를 건 없다.

민첩은 모든 세밀한 행동이 궤멸적으로 더뎌서 허수아비에 대고 휘두른 검이 붕 날아가 뒷사람 머리에 박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다.

이것도 격의 시험을 통과하고 영웅과 파멸자 칭호가 복합반영되어 다크히어로 신분을 받으며 습득한 모든 능력치 상승효과가 없었더라면?

근력과 체질, 민첩은 3이 아니라 0이고 민첩은 4가 아니라 1이었다.

‘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병석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진짜 숨만 쉬다가 죽을 뻔했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 내가 미궁에서 계층보스에게 검 한 자루 들고 달려드는 일 따위, 이제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다.

같은 논리로 이제는 나도 거물이 되었으니 몸을 쓰는 일에는 조금도 개입하지 않을 거다.

숙청 같은 험한 일에 별반 관심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자칫 앙심을 품은 놈들이 미친 척하고 자살폭탄 테러라도 했다간 막을 자신이 없다.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숙청을 위해서 모인 게 아니다. 흑산회의 심볼 시연회를 할 뿐이다.”

“휴우. 정말로 놀랐습니다. 심볼이라니 기대가 되기는 합니다만, 설마 비도 안 오는데 우산 좀 펼쳐보고 끝나는 겁니까?”

“…….”

브루투스 저 새끼는 왜 입만 열면 얄미운지 모르겠다.

뭔가 건방져.

딱히 깐족대는 건 아닌데 인간 자체가 경솔하다.

“이봐! 말 좀 조심해. 만약 정말로 보스가 비도 안 오는데 우산 좀 펼쳐보고 끝낼 거였으면 어쩌려고 그래?”

비교적 초창기부터 간부로 활동해온 마크가 주의를 주었다.

브루투스도 아주 막장은 아니었기에 금방 반성했다.

“미안하군요. 반쯤 농담 삼아서 한 말이라서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이 말하게 시켜서 덤터기를 씌우도록 하겠습니다.”

“하. 어쩌다 이런 답도 없는 놈이 간부가 되었는지 원...”

“사과의 의미로 인체개조시술이라도 해드릴까요?”

“필요 없어!!”

“아쉽군요. 보물창고에서 좋은 소재를 입수했는데.”

아. 그러고 보니 브루투스가 왕실창고에서 드래곤하트를 가져갔었지. 뭔가 내게 줄 걸 만들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나중에 경과보고라도 좀 들어봐야겠다.

“걱정 마라. 그런 시시한 물건이었으면 굳이 인적이 드문 곳까지 와서 하인즈 대마법사의 방호마법까지 친 채로 시연을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 카이사르가 우산에 뭔 짓을 했는지는 놈밖에 모른다.

단단히 쫄렸던 나머지 나는 하인즈 대마법사까지 불렀다.

겹겹이 두른 방어막이 아니면 시연회 따윈 절대 안했을 거다.

카이사르는 간부용 검은우산을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저만치 멀리 세워둔 허수아비를 향해 겨누었다.

“우선 조직원용 우산에도 설치된 화염마법의 강화버전이다. 만 명 단위의 조직원에게 예산을 나누어 투자한 것보다 이십 명도 안 되는 간부들의 우산이 당연히 성능은 더 좋지.”

“파이어볼이 강해봤자 그냥 파이어볼 아닌가?”

“직접 보면 알 거다.”

카이사르는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시퍼런 화염이 집채만 한 크기로 우산 끝에 맺히더니 중무장한 함포사격을 연상케 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화력으로 발사되었다.

콰아아아앙─!!

과녁이었던 허수아비는 증발했으며, 주변의 땅은 무려 10m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였다. 사방으로 번진 푸른 화염은 맨 땅에서도 한참을 타올랐다.

타닥 타닥

푸른 불똥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이게 기본기능인 강화된 파이어볼 단발사격이다.”

간부들은 격하게 항의하였다.

“어딜 봐서 파이어볼이야!?”

“지옥불이잖아! 인페르노 볼이라고 해도 충분하다고!”

“강화되었다는 말 정도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전적으로 동감이다.

뭣보다 저런 물건을 자신들이 쓴다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

심볼이랍시고 폭탄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거잖아.

가까이에서 터지면 분명 사용한 본인까지 폭사한다.

주변에 튀기는 불이 잘못 붙기라도 하면 불타 죽는다.

오죽하면 이번 시연회를 연 취지도 돌연사 방지였겠는가.

멋모르고 만지작거리다가 덜컥 죽을까봐 만든 자리였다.

“그리고 이 버튼을 돌리면 강화된 파이어볼 연발사격이 된다.”

쾅쾅쾅! 콰콰콰콰쾅!

건물 한 층만 한 크기의 불덩어리들이 전방에 쏟아졌다.

2m급 크레이터가 마구 생겨난다.

시연장소는 흡사 폭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너덜너덜해졌다.

그런데 이건 아직 주된 기능도 아니다.

카이사르는 우산에 첨가된 다른 기능을 하나씩 소개하였다.

“이건 강화된 전자기장. 이건 강화된 비행기능. 이건 강화된 투사체 방어다.”

간부용 우산을 펼치면 원거리 화살과 마법을 막는 간이 투사체 방어 마법진과 대 마법 방어진이 펼쳐지며, 근거리에서의 공격은 우산의 물리충격 흡수 마법진으로 막을 수 있다.

우산을 펼치지 않고 적에게 겨눌 때에는 강화된 파이어볼을 사용하고, 땅에 꽂으면 지면으로 감전필드가 생성되며, 찌르기 동작을 취하면 공격속도가 300% 상승한다.

그밖에도 소지하기만 해도 HP나 MP, SP가 자동으로 회복되거나 신체능력이 상승하는 등의 효과를 모두 살펴보면 돈을 쳐바르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보스용 검은우산은 특별히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사양입니다. 장인협회나 마법협회를 비롯한 다양한 조직들 또한 나름의 성의를 바쳐 제조비 이상의 성능을 지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도 기쁘지 않다.

오히려 졸라 무섭다.

핵폭탄을 손에 들고 다니는 기분이 이럴까.

어디 잘못 쳐서 터지면 그냥 다 뒤지는 거잖아.

오작동만 일어나면 걍 몰살이다.

그렇기에 더욱 한 번쯤은 성능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래도 직접 쓰기는 무섭다.

모양은 좀 빠져도 일단 카이사르에게 시연을 보이라고 했다.

“이게 특제 파이어볼 단발사격입니다.”

카이사르는 손잡이의 버튼을 꾹 눌렀다.

그와 동시에 하인즈 대마법사가 설치한 수많은 방호마법진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부풀기 시작했다.

사방의 대기를 흡수하며 극대량의 산소를 불사른 불덩어리가 집채만 한 크기에서 한층 더 비대하게 확장되었다. 시리도록 푸른 청염은 눈부신 백염이 되어 불타올랐다.

콰지직! 콰직! 콰장창!

파직! 파지지지직!

방어마법진 몇 개가 일제히 박살나더니 겹겹이 친 마법진들이 일제히 발동하며 거대한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백염은 그 모든 방어선을 조롱하듯 거의 10m에 가까운 거대한 백염을 한층 더 거대하게 부풀리며 30m급의 인공태양을 방불토록 하는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어 전방으로 향했다.

단순한 화염뿐만 아니라 핵이 되는 중심체로부터 막강한 흡력과 중력마저 발생하는지 대지가 갈라지며 떠오르고, 불에 녹아 가루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보호마법으로도 감당치 못한 충격에 귓가에서 주르륵 피가 흘러내렸다.

두 눈을 감고 두 손으로 막고 있었는데도 눈깔은 한참동안 전방을 내다보지 못했다.

만에 하나를 고려하여 대동한 치유의 교단 사제가 치유마법을 건 뒤에야 간신히 시야가 회복되었다.

“…….”

그리고 눈앞의 참상을 목격하였다.

못 보던 절벽 너머로 처음 보는 사막이 펼쳐져있다.

“보다시피 특제 파이어볼 단발사격은 폭발 후 엄청난 중력을 형성하며 인근지대를 소멸시킨 뒤, 위력이 투사된 지면은 거대한 불모지로 만들고 지하로 침강하며 절벽을 형성합니다.”

“사용자는?”

“절대자는 기합으로 충격을 견뎌낼 수 있으니까 방어마법 따위를 설치하지 않고 모든 출력을 공격에 투자하였습니다.”

“그럼 내가 이걸 쓸 때, 하인즈 대마법사나 치유의 교단 사제가 없으면 같이 있던 파티원들은 어떻게 되지?”

“아.”

아, 가 아니잖아.

어디서 아군부터 다 뒤지게 만들 함정병기를 만들고 있냐.

게다가 특제 파이어볼은 무슨.

말만 들으면 졸라 정성껏 빚은 파이어볼 같은데 실제 위력은 그딴 귀여운 수준이 아니잖아. 메테오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믿을 미친 파괴력이라고.

멀쩡한 평야를 황폐한 사막으로 바꾸고 절벽까지 만들면서 침강하는 미친 마법이잖아.

============================ 작품 후기 ============================

우산(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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