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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31화 (131/224)

00131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6)

결국 보스전용 검은우산은 하인즈 대마법사에게 외주를 맡겨서 피아식별 및 아군보호가 가능하도록 대대적인 개조작업을 해줄 것을 의뢰하였다.

동네 장난감도 아니고 돈을 떡칠하다시피 해야 하는 마법진을 기존의 마법진과 충돌되지 않게 새기는 작업이다.

하인즈 대마법사가 없었다면 애초에 시도조차도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브루투스. 그 놈을 잊을 뻔했군.”

시연회를 마치고 외주도 맡긴 뒤, 나는 전용 연구실에 박혀있는 브루투스를 찾아갔다.

브람 시 친위대장으로 활약하던 리델라프는 이제 수도방위군 사령관이 되었기에 나와 함께 이동하는 건 카이사르와 리나, 둘을 따르는 친위대와 암살대 정도였다.

솔직히 황금빛을 번쩍거리던 황금기사단도 리델라프를 따라 같이 꺼져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어딜 가기만 하면 눈뽕을 당해서 곁에 두기 부담스러운 놈들이었다.

브람베르크는 대체 그런 놈들을 어떻게 데리고 다닌 거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 새낀 내가 있을 땐 한 번도 대외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친위대의 갑옷이 번쩍거려서 외출을 안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시 브람 시의 권력은 시장에게 집중되지 않았고, 암흑가와 공무기관, 중립세력 모두가 시장의 확실한 수족도 아닌데 중앙정계라는 강적마저 존재했었다.

그렇다고 갑옷이 번쩍거리는 것도 아주 영향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20%쯤은 번쩍거리는 갑옷 때문에 빡쳐서 외출을 안했을 거다.

어떻게 확신 하냐고?

그놈들하고 외출할 때 내가 20%쯤 빡쳤었거든.

“보스. 브루투스 같은 음침한 녀석에게 이런 연구시설까지 별도로 할당해주는 이유가 뭡니까?”

카이사르는 브루투스가 몹시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녀석과 어울리는 건 힘든가?”

“재수 없는 녀석입니다. 얼마 전에는 보스 앞으로 와인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이상하군. 난 그 와인을 받은 기억이 없는데.”

“출처가 불분명한 와인을 받았다가는 보스가 독살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해본 결과, 브루투스가 취미로 만든 수제 와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신용이 부족한 놈이 준 와인을 보스가 마시게 할 수 없었기에 제가 먼저 시음을 해보았습니다.”

이건 좀 흥미진진하군.

“결과는 어땠지?”

“맛은 없지만 그럭저럭 마실만했습니다.”

“시음을 마친 와인은 어디에 있지?”

카이사르는 두 눈을 감은 채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습니다.”

결국 네가 혼자 다 처마신 거잖아.

이 또라이 새끼야.

브루투스보다 네놈이 몇 배는 더 재수 없다.

똑똑

브루투스의 연구실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골렘이 나왔다.

우리는 신속하게도 패닉에 빠졌다.

“보스. 골렘은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까?”

“잘 만든 골렘이라면.”

“그럼 제가 명령해보겠습니다. 브루투스를 데려와라, 골렘.”

골렘의 입에 달린 음성배기판에서 새소리가 나왔다.

“쮸쀼쮸쀼!”

카이사르는 내게 물었다.

“보스. 골렘어를 해석해주십시오.”

몰라 시발아.

그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골렘어 이전에 저거 그냥 새소리라고.

“쮸류륭? 쮸륭?”

“와아! 보스, 이 골렘 귀여워!”

“골렘의 전투력을 알고도 귀엽다는 말이 나올지는 의문이군.”

“새소리를 내는 평범한 돌덩어리잖아?”

“...그게 평범한 건지는 둘째 치더라도 저만한 주먹에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될 것 같냐.”

리나는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대며 고민했다.

“음. 많이 아프지 않을까?”

“일반인이 맞으면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즉사다.”

“그치만 리나나 보스는 일반인이 아니잖아?”

아. 잠깐 잊고 있었다.

리나는 생긴 거나 하는 짓이 귀여울 뿐인 싸이코라는 사실을.

일반인에 대한 공감능력 따위는 단언컨대 제로다.

아무튼 이 골렘은 뭔가 성가시다.

내 말을 이해해서 대답하고 있는 건지, 전화기가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기라는 녹음된 음성을 들려주고 있는 건지 구분도 되지를 않는다.

“골렘. 내 말을 이해하고 있다면 세 번 대답해라.”

“쮸웅! 쮸웅!”

“좋아. 되는대로 지껄이고 있다는 게 확인되었군.”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카이사르에게 손짓했다.

안에 들어가서 브루투스를 꺼내오라는 의미였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카이사르는 순순히 대답하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골렘을 때렸다.

쾅!

골렘은 몸통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린 채 쓰러졌다.

느닷없는 기습에 리나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귀여운 쮸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보스께서 직접 명령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 멍청한 돌덩어리를 때려 부수라고.”

손짓 두 번 하면 사람도 때려죽이겠다.

그보다 내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건 골렘보다 네가 더 심해.

굳이 뭔가를 때려 부숴야 한다면 그건 네 머리통일 거다.

“으아악!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폭음을 듣고 브루투스가 뛰쳐나왔다.

어지간히 놀랐는지 뺨에 튄 피도 닦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식겁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물었다.

“얼굴에 피가 묻어있는데.”

“아. 별 거 아닙니다. 실험과정에서 늘 일어나고는 하는 가벼운 사고이죠.”

“…….”

나는 가볍게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실험을 저지르는 미친 연금술사에게 실험실을 배정해준 건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내가 왜 이놈에게 전용 실험실을 만들어주고 예산도 배정해줬는지 기억났다.

연단법(煉丹法).

수백 년의 무맥을 이어온 전통무가에서나 비밀스레 전해져 내려오는 비전기술이다.

이는 인체의 한계를 약물을 통해 돌파하는 기술이며 무술과 인체, 연금술에 고루 능통한 자가 수백 년에 걸친 시행착오로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만 만들 수 있다.

어지간히 명망이 높은 검문이나 뛰어난 실력자를 육성해낸 명문가가 아니면 연단법은 완성될 수 없다.

무술에 대한 천재적인 이해나 전속의원 및 연금술사의 확보, 적당한 무골을 지닌 실험체, 이 모든 실험을 진행할 자금력이 없으면 언제라도 꺾일 수 있는 게 연구과정이다.

허나 브루투스는 무술과 의학, 연금술에 모두 능통하다.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금문제 또한 내게 지원받으며 말끔하게 해결해내었다.

심지어 재료로는 전 왕조의 보물창고에서 채집한 드래곤하트까지 사용한다.

엄청난 뭔가가 나올 거라는 건 틀림없었다.

“연단법은 완성되었는가?”

“네.”

“그런데 왜 보고를 안했지?”

“보고하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

어쩌다 이런 또라이 새끼들을 부하로 두게 된 걸까.

기구한 내 팔자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좋다. 그럼 연단법으로 카이사르와 리나를 강화시켜라.”

“음. 실은 예상보다 드래곤하트에 담긴 마나가 충만해서 5인분의 약을 제조할 수 있었습니다.”

“5인분이라. 카이사르와 리나 외에 세 명이 더 약을 복용하고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건가. 그럼 심층지대까지 데려갈 놈들로만 엄선할 필요가 있겠군.”

일단 레이브는 확정이다.

녀석은 지금 한창 상급숙련도적교본을 공부하고 있으니, 학업성취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1년 동안은 무난하게 지식을 쌓고 그 뒤에 실전에 돌입하는 게 좋다.

다음으로는 마크나 사이토 등이 떠올랐지만 이놈들은 미궁 안에서까지 활약하기에는 다소 손색이 있다. 정예파티원으로 선정되기에는 데이고르나 잭조차도 망설여졌다.

‘차라리 그편이 낫겠군.’

도로시 이지스.

그녀의 이용가치는 근래 들어서 급부상하였다.

아이를 넣기 전까지는 본의 아니게 회피탱이 되어버리고, 본신의 능력도 카이사르의 특훈으로 길러지고 있다.

연단법에 의해 한층 더 강화된다면?

회피탱으로서의 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거다.

‘문제는 마지막 다섯 번째인데.’

이게 고민된다.

미궁에 데려갈 인선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쿠로도 있고, 모자이크녀도 있고, 청일도 있다.

셋 다 결함이 있어서 문제지.

쿠로는 과금전사들이 모인 ‘길드’의 지부장이다.

모자이크녀는 매력에 올인한 망한 컨셉충이다.

청일은 포지션이 딱히 필요가 없는 녀석이다.

신용을 못 받거나, 컨셉충이거나, 카이사르의 하위호환이거나.

딱한 녀석들이라고는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드래곤 하트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런 게 재료로 들어가는 연단법을 무한정으로 제공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레이브와 도로시 이지스. 이 둘은 확정사항이다.”

“마지막 인선이 고민이십니까?”

“그렇다.”

“보스를 강화하셔도 괜찮지 않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

나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기껏 귀한 연단법으로 제조된 약을 처먹고 개조수술을 받더라도 전투능력치는 이미 시궁창이다.

원판이 쓰레기이니 아무리 애를 써도 기대치는 바닥이다.

차라리 성장가능성이 남아있는 놈들을 밀어주는 게 낫다.

브루투스는 그런 내 결단이 퍽 신선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꼬맹이간부가 늘 대단하다고 말했던 걸 오늘만큼은 저도 말하고 싶군요. 보스는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갑자기 웬 아부냐.”

“잘 보이려고 빈 말이나 하는 게 아닙니다. 드래곤 하트로 만든 연단법을 부하를 위해 거절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 솔직히 말하자면 보스가 유일한 예외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그건 나도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왕씩이나 되면 보통은 욕심이 더럽게 많겠지.

하나만 자기가 먹는 건 차라리 양반에 속할 거다.

다섯 개를 전부 지 혼자 다 처먹을 수도 있다.

못미더운 남에게 줄 수는 없잖아?

그러느니 차라리 스스로를 강화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근데 내가 보통 경우는 아니잖아.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저주의 영향으로 점점 몸이 약해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도 필요없다.”

어차피 근접전투는 부하들이 하는 거잖아.

내가 힘을 써야 하는 상황?

그런 게 닥칠 때라면 이미 살기는 글렀다고 보면 된다.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

브루투스는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세 개 뻗었다.

“걱정 말고 인선을 셋 더 뽑으십시오.”

“그렇다는 건?”

“카이사르, 리나, 레이브, 도로시 이지스. 이상의 넷을 제외하고도 세 명이 더 연단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래는 그냥 빼돌려두려고 했는데 보스의 인격에 감동받았다고 해두죠.”

뭐야.

그럼 별 문제 없네.

“쿠로, 모자이크, 청일. 셋에게 먹인다.”

셋 다 키울 수 있으면 셋 다 데려가는 게 좋잖아?

청일이 좀 어중간하기는 해도 그렇다고 놈이 약한 것도 아니다.

강함으로만 따지자면 쿠로와 동급이다.

절정고수의 반열에 접어든 무인.

어디서 데려오고 싶다고 데려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뭣보다도 충성도가 중요하다.

위의 셋은 풍지풍파를 함께 넘어왔다.

험난한 미궁 속에서라도 다소는 충성도가 유지될 거다.

허나 외부인사를 데려간다면 그런 충성은 기대할 수 없다.

상황이 조금만 위태롭게 돌아가도 다 배신하겠지.

그러니 이들 셋을 데려가는 게 낫다.

“그럼 우선 카이사르와 리나를 강화해라.”

“저야 상관없습니다만, 보스는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말이냐.”

“이거 강화 실패하면 30% 확률로 죽는데요.”

“…….”

그걸 먼저 말해, 이 빌어먹을 녀석아!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하면서 내 최측근 부하들을 몰살시킬 작정이었냐!

============================ 작품 후기 ============================

퍼거슨이 이 강화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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