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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32화 (132/224)

00132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7)

“강화 실패에 의한 사망확률을 0%로 줄여라. 그렇지 않으면 연단법을 실행하는 건 금지하겠다.”

브루투스는 못마땅한 기색을 아낌없이 드러내었다.

“억 단위의 돈을 넣지 않으면 불가능한데요. 아무리 보스라도 연단법 따위를 위해서 그런 거금을 쓸 수는..”

“마침 남는 돈이 좀 있었지. 1억 골드를 지원할 테니 확실하게 성과를 내라.”

“!?”

뭐.

안 그래도 쓸 데가 없어서 돈이 남아돌았는걸.

미궁공략을 위한 최고급 아이템 구매?

블랙마켓에서 필요한 건 이미 싹 다 털었다.

양지에만 있는 물품?

지금 내가 이 나라의 국왕인데 약간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뭔들 못 가져가랴.

인재고용비도 필요 없고 아지트 건설비도 필요 없다.

애초에 왕궁이 흑산회 아지트다.

고로 적절한 지출거리를 찾아낸 건 차라리 다행인 일이다.

“보스가 스스로 복용할 것도 아닌데 부하들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거금을 투자할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있다. 나의 비원은 미궁정복. 이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결코 멈출 수는 없다.”

“미궁정복은 신들의 선택을 받은 영웅들의 숙명이라고 들었습니다. 보스께서도 혹시 신의 선택을 받은 영웅이십니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빛의 신이나 질서의 신처럼 심층지대에서 막강한 저력을 발휘하는 선신들의 선택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눈깔에서 빔을 발사하면서 몬스터 수천 마리를 분쇄하는 빛의 사도의 모습은 미궁도시 자유게시판의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 힘을 지니고도 클리어를 못한 건 조금 충격적이지만.

그만한 저력을 지닌 인물이 여럿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래. 미궁에 데려갈 놈들을 전부 영웅등급으로 키워야겠어.’

전투력은 절대자 수준으로 성장시키고, 좋은 장비로 전신을 두른 뒤에 내 교육스킬로 미궁관련 상식을 모조리 때려 박는다. 그 후에 적당히 각 직업에 맞는 신을 골라 신앙활동을 시키면?

뭐... 신이 마음에 들면 영웅으로 선정해주겠지.

아니면 그냥 순수한 스펙이 한계수치를 돌파해서 나처럼 반 강제로 영웅이 될 수도 있고. 권능이 없는 영웅은 반쪽짜리지만 달리 보자면 절반이나마 더 강해지는 거다.

“그런 관계로 너희들은 지금부터 신전을 찾아가야 한다.”

쿠로와 모자이크는 이 사태가 퍽이나 기쁜 모양이었다.

게이머니까 당연하겠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게 선택을 받았는데 왜 싫겠어?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전혀 다른 부분이었다.

카이사르가 엄청난 기세로 모자이크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것도 가히 노려보는 수준이다.

“제,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주인님?”

모자이크녀는 움찔거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역시 헛것이 보이는 게 아니었군. 지난 번에는 그냥 못본 체 했지만 이번에도 괴물 펫이 인간으로 보이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앗! 혹시 격을 이루신 건가요?”

“그렇다.”

“저는 여신의 질투를 받아서 격을 이루지 못한 자에게는 추하고 끔찍한 괴물로 보이는 저주를 받았답니다. 그런 제 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주인님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는 건...”

카이사르가 홱 나를 돌아보았다.

“보스는 제 펫이 이렇게 생긴 걸 알고 있었던 겁니까?”

“물론이다.”

니가 이렇게 나올까봐 얘 생긴 거 보고도 졸라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철판 깔고 연기 중이다.

원래부터 날 절대자라고 생각했던 놈들 앞에서 이제야 격을 이루어 본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하게 하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

흑산회 보스의 실력이 약한 건 아니지만 일정부분 거짓과 착각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라고 말이다.

“보스는 이런 절세미인을 그리 홀대하고 하찮게 여기며 제게 펫으로 넘겨주신 겁니까?”

“그렇다.”

“보스의 깊은 뜻을 이제야 헤아리다니, 불충한 부하의 죄를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카이사르는 대뜸 무릎을 꿇고 절을 하였다.

“!?”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식겁했다.

이 새끼 이거 왜 이래?

자존심이 뭔 마족보다 더한 새끼가 무릎을 꿇었잖아.

기쁘다는 생각도 안 든다.

핵폭탄이 발사입력코드 대기상태가 된 것 같다고.

여기서 터지지 말고 멀리 꺼져줬으면 싶다.

“리나를 절벽꼬맹이라고 부르며 멸시했던 어리석은 과거를 반성하겠습니다. 절세미인과 비교해도 소중한 펫이라고 여길 정도로 아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뭐야. 그런 종류의 착각이었나.

난 또 ‘보스는 이런 미인을 홀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고 있었겠지. 용서할 수 없다. 내가 무릎을 꿇은 건’ 이하생략 같은 생각이나 하는 줄 알았다.

어떻게든 리나에게 내 신변에 위험이 닥쳤음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해서 은근히 리나의 옷깃을 붙잡고 경계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잖아.

“모자이크녀가 그렇게 이쁜 미인이었나요!?”

“괴물누나가 미인이었어요!?”

“저 괴물이 그런 미인이었다니.”

도로시와 레이브, 쿠로는 참으로 담백하게도 놀랐다.

모자이크 녀가 미인인 게 퍽이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오직 리나만이 반응이 달랐다.

그녀는 귀밑까지 빨간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수줍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모습이다.

“저, 저기. 살인광아. 괴물언니가 그렇게 예뻐?”

“그렇다. 인간 여성을 아름답다고 느낀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세계 제일의 미녀가 있다면 맹세컨대 내 펫임이 틀림없다.”

“그럼 보스는.. 그런 여자보다도 내가 이쁘다고 생각한 거야?”

아닌데.

내가 머리에 뭐 총이라도 맞았냐.

“전혀 그렇지 않다.”

“후후.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까 보스도 민망한 거지?”

“…….”

[리나의 호감도가 5 상승합니다.]

뭘 지 좋을 대로 생각하고 있는 거냐.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딱히 상처주고 싶은 건 아니니까 쏘아붙이지는 않았다.

“보스는 리나가 세계 제일의 미녀보다 더 예쁘게 보일 정도로 콩깍지가 쓰인 거지?”

“지금 유부남을 유혹하는 건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저런 쇼윈도 아내 따위는.”

리나의 말에 도로시가 엄청나게 상처받은 얼굴이 됐다.

우왓... 이건 심하다.

나도 모르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잖아.

그래도 역시 관여하고 싶지는 않다.

사이가 가까워지면 이상한 디버프가 쏟아질지도 몰라.

괜히 엮여서 저주를 받기는 싫으니까 무시하자.

“보스. 조금만 기다려줘! 1년 반만 지나면 리나도 소시지를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1년 반이 지나도 네가 소시지를 먹을 수는 없다.”

“어째서!?”

이번에는 리나가 엄청나게 상처받은 얼굴이 됐다.

“보스는 리나가 질린 거야!?”

아니. 나 성인옵션 결제 안 했어.

팬티 못 벗어.

이거 칼로 찔러도 안 뜯기는 초합금 강철 팬티다.

게임 내에서 방어력 제일 높은 방어구라고.

절대 못 벗는다.

그리고 딱히 결제해서 벗고 싶지도 않다.

소시지에 맞을 때 한정으로 데미지가 안 들어가잖아.

이런 귀한 방어구를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네가 질린 건 아니다. 그저 내게는 소시지를 먹게 해줄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뿐이다.”

“설마... 보스의 저주가 그런 쪽으로도 영향이 있는 거야!?”

“어... 뭐 그런 거다.”

편리하네. 저주에 걸렸다는 설정은.

정말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흐윽.. 흐끄윽..”

리나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보스.. 리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소시지를 먹고 싶다고 말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군. 소시지를 먹지 못하게 해서.”

“아니야.. 소시지를 먹고 싶다고 말한 리나가 나쁜 거야...”

도로시는 저주에 걸린 동지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라며 딱하게 여기고, 카이사르는 도움이 되지 못해 비참하다는 심정을 드러내었으며, 레이브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반면 게이머인 모자이크녀는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건가!? 하는 표정으로 당황했고, 쿠로는 이게 무슨 병신 같은 상황이지 하는 눈으로 침묵했다.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니 이 화제가 오래 유지되는 건 내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게는 치유의 교단 인맥이 있으니까.’

만일 내 소시지에 걸린 저주를 해주해보겠다며 사제장이 달려들기라도 했다가 초합금 강철팬티를 들키면, 그 날로 내가 NPC가 아닌 게이머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만다.

뭣보다 치유의 교단 사제장 뮤온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비록 피부는 하얗고 여리여리한 체형이라고는 해도 남자에게 내 소시지를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남자는 자신의 소시지를 다른 남자에게 맡기지 않는 법이다.

“걱정하지 마라. 저주가 근래 들어 강해졌다고는 해도 카이사르가 만든 흑산회의 심볼, 검은 우산이 있지 않은가. 비록 보스전용은 아닌 일반용이라고는 해도 이게 있으면 당분간은..”

덜그럭.

“아.”

무거워서 놓쳤다.

나 지금 근력 3이라 초 약골이었지.

“보스으으으! 죽으면 안대애애애!”

리나가 내 품에 매달리며 엉엉 울었다.

아니 잠깐.

지금 근력이 겁나 낮아서 우산도 못 드는데 체중을 기대면..

쿵!

넘어진다고.

[부상 ‘골반 골절(Lv 1)’이 발생했습니다!]

[당신의 신체는 유아기의 어린아이만큼 연약합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싱크로율이 1%여서 다행이다.

고통이 안 느껴져서 딱히 아프다는 실감이 안 든다.

“보스. 괜찮으십니까? 혹시 저주가 도진 겁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니다.”

“보스가 저희를 위해 보이지 않는 배려를 많이 한다는 건 제 펫을 보고 이미 눈치 챘습니다. 그런 거짓말에는 속지 않습니다. 당장 치유의 교단으로 모시겠습니다.”

어째서인지 카이사르가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들춰 업었다.

쿠로나 모자이크녀도 걱정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쟤들은 게이머인데 날 왜 걱정하지?

“이런. 소중한 물주가 죽으면 곤란한데.”

“저 사람은 좀 더 살아주지 않으면...”

굉장히 속물적인 이유로 걱정하고 있었군.

하긴 NPC에게 충성심 같은 걸 보일 게이머들이 아니다.

미궁도시 초기에 일어난 일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게이머들은 NPC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을 대로 유린하고 망가뜨려도 되는 데이터덩어리라고 생각하지.

남자 게이머 수십 명이 미궁도시 오픈 첫날 치한으로 체포되어 게임 속 감옥에서 정모를 한 것도 어찌 보면 참으로 현실감 넘치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제장! 보스의 저주가 도졌다!”

“정말입니까! 어서 이쪽으로! 특급회복실에서 당장 치유주문을 사용하겠습니다!”

“부디 보스가 무사하도록 힘을 써주길 바란다.”

카이사르는 걱정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사제장에게 넘겼다.

나는 부드러운 양모를 깐 치유대에 눕혀졌다.

저 싸이코도 날 보스로 생각하기는 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훈훈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아니 잠깐.’

그런 훈훈한 마음에 문득 치미는 위화감이 하나.

‘그런 말을 했으면 충성도가 오를 만도 했는데 왜 조금도 변동이 없지?’

나는 무시무시한 결론에 도달했다.

충성도가 오르지 않는 이유?

그야 충심을 품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 싸이코 새끼,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거다.

나도 모르게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 작품 후기 ============================

대신에 마차를 태워주면 충성도가 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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