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50화 (150/224)

00150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

#6 - 흑산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25)

파난과의 우호관계를 다시금 확인한 뒤, 연단법 제조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은 브루투스와 파난에게 맡겼다.

연단법 제조가 가벼운 일은 아니지만 왕인 내가 모든 시간을 들여가며 전념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고로 나는 뼈저린 패전이 남긴 값비싼 보상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SSS급 업적 ‘대륙의 절반을 손에 넣은 자’ 달성!]

[당신은 한때나마 대륙의 절반을 손에 넣었습니다. 위대한 정복의 결과, 정복달성률 보너스 및 최초달성 보너스로 5천만 CP가 지급됩니다.

[카리스마 및 공포가 각각 3씩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명성이 30,000,0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0,000,000 상승합니다.]

[정복전쟁에서 당신의 군대가 적대진영 소속 게이머들을 대거 사살하였습니다. 원정, 보스, 국왕, 절대자, 호감도 보너스로 인해 50%의 효율로 경험치와 보상을 공유합니다.]

[게이머 사살 보너스로 해당 게이머들의 시트지에 투자된 총 CP의 50%인 90375000CP를 습득합니다.]

[당신은 게이머 최초로 SSS급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최초달성 보너스로 CP 500만을 습득합니다.]

[Tip> SSS급 영향력은 무술의 경지로는 초월지경, 위협강도로는 마왕 내지는 어비스와의 전쟁, 경제력 규모로는 지상종족들의 1년 치 재정 등에 버금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레벨이 17이 되었습니다.]

[통찰, 지능, 카리스마, 공포가 각각 3씩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5를 습득합니다.]

[당신은 대륙남부 일대에서 1차 몬스터 웨이브를 완벽히 막아내었습니다. 몬스터웨이브를 훌륭히 막아낸 지휘력과 영향력을 높이 평가받아 카리스마가 2 상승합니다.]

[흑산회 진영에서 패전의 책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줄어듭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명성이 20,000,0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5,000,000 상승합니다.]

[레벨이 18이 되었습니다.]

[통찰, 지능, 카리스마, 공포가 각각 3씩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5를 습득합니다.]

[포인트를 통한 개량을 거친 결과, 백보무투술과 백보심공의 등급이 절세무공과 절세심공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뛰어난 무술과 심공을 일부나마 제공받은 모험가들이 크게 기뻐합니다.]

[흑산회 진영을 향한 지지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신규 유입된 타국의 모험가들이 당신을 찬양합니다. 추가로 카리스마가 3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명성이 30,000,0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0,000,000 상승합니다.]

[레벨이 19이 되었습니다.]

[통찰, 지능, 카리스마, 공포가 각각 3씩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5를 습득합니다.]

[절세무공과 절세심공을 일부나마 모험가들에게 공유한 행적이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모험가들은 당신을 미궁탐사의 선구자적인 존재로 여깁니다.]

[칭호 ‘무인들의 위대한 인도자’를 습득했습니다.]

[미궁탐사를 진행하는 모험가나 무술을 익힌 무인, 심공을 단련하는 도인들은 자동적으로 당신에게 2차 호감도 락(50)을 돌파하는 깊은 ‘존경심’을 보입니다.]

[레벨이 20이 되었습니다.]

[통찰, 지능, 카리스마, 공포가 각각 3씩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5를 습득합니다.]

자잘하게 뜬 알림들을 다 합쳐서 확인하려고 들었다간 회계스킬을 쓰더라도 한나절이 넘게 걸린다. 굵직한 것만 보자면 제일 중요한 건 이거다.

[남은 CP : 147,495,870CP]

CP가 쌓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쌓였다.

그럴 만도 했지.

전쟁에서 죽은 게이머들이 무려 1만 명을 넘었다.

그걸 50%씩 삥 뜯었다고 생각해보라. 대륙의 절반을 잠시나마 정복하고 얻은 5천만 CP가 무색한 9천만 CP의 이득을 본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이걸 대체 어디다가 써먹어야 할지도 모르겠군.’

눈 딱 감고 리나에게 올인해버려? 아니면 미궁탐사에 나설 부하들을 점진적으로 강화시켜?

행복한 고민 속에서 많은 유혹을 느꼈지만, 이내 나는 생각을 달리하였다.

더 이상 부하들에게 끌려 다니기만 할 수는 없다.

‘그래. 이번 사태도 부하들을 향한 내 통제력이 부족했기에 벌어진 일이야.’

카이사르를 내 수족처럼 완벽하게 부려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면 이토록 허망하게 잃지는 않았을 거다. 이제는 나 자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근력이나 체질 따위의 신체능력을 상승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다. 왕으로서의, 보스로서의 위엄을 한층 더 끌어올려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작정이다.

그 일환으로써 나는 ‘카리스마 능력치’를 눈여겨보았다.

[카리스마 99(12)]

[카리스마 능력치가 상한선에 정체되었습니다. 현재 12의 능력치가 상승반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내가 보유한 카리스마는 경이 그 자체였다. 미궁세계의 도서관에서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능력치 99는 인간에게 허락된 최대급의 능력치라고 한다.

이걸 넘어서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인간의 영역을 <초월>하는 존재가 된다고 한다.

즉, 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자들은 사실상 99가 이론적인 성장한계선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절대지경의 문턱처럼 여겨지는 통곡의 50 능력치에 이은 절망의 100 능력치다.

‘그래도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CP투자 창을 열었다.

그리고 보았다.

능력치 100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을.

[<초월>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

1. 자신의 격을 세상에 널리 인정받을 것

-명성 혹은 악명 100,000,000이상

-호감도 혹은 충성도 50 이상을 달성한 대상이 백만 명 이상

2. 위대한 업적을 이룩할 것

-SSS등급 영향력을 발휘할 것

-두 명 이상의 신의 인정을 받을 것(1/2)

우선 명성과 악명. 일련의 시스템 알림으로 인해 내가 보유한 명성과 악명은 각각 8천만과 2천만이 더 올랐다. 그 결과, 명성은 8단계 달성조건인 1억을 돌파하였다.

[명성이 일정 수치(100,000,000)를 돌파했습니다.]

[현재 보유한 명성은 100,893,275입니다.]

[당신의 명성은 더 이상 경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당신은 미궁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초월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 불운한 최후를 맞이하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칭호 ‘영웅’의 승급조건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칭호 승급이 유예됩니다.]

[당신의 칭호가 승급되기 전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초월자들이 존재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칭호를 승급시키십시오.]

겁나 불길하고 찝찝한 알림을 더해가면서 말이다.

심지어 승급조건이 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명성이 오르는데도 조금도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없는데 어째서 악명이 올랐는지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조금은 짐작이 간다. 통합된 칭호 중에서 슈퍼빌런도 있었으니까 내가 하는 행동은 뭐든지 사악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게 악명상승에 기여한 거겠지.

솔직히 명성이고 악명이고 싹 다 초기화하고 싶다. 근데 이제는 이름값이 없으면 어디서 객사할지 모를 처지라서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조건 1의 두 번째 항목 충성도도 달성되었고.’

<대 이주>와 <정복전쟁>, <무인들의 위대한 인도자> 건으로 인해 내게 충성심을 보이는 이들도 대거 늘어났다. 백 만 명은 사실 가뿐하게 넘었고 천 만 명도 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게다가 SSS급 영향력도 정복전쟁으로 발휘했지.’

대륙의 절반을 일시적으로나마 점거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졸지에 대부분의 조건이 충족되었다.

남은 건 두 명의 신의 인정을 받으라는 항목이었다.

근데 그것도 자세히 보면 (1/2)라고 표기되어져 있다.

공포의 악신에게 사도선정을 받은 효과인가보다.

마침 치유의 신전이나 전사의 신전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

둘 중 한 곳 이상에서 인정을 받으면 이것도 해결된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치유의 신께서는 폐하가 전쟁을 일으킨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였습니다. 무수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폐하에게 사도의 위를 내릴 수는 없다고 하십니다.”

“전사의 신께서는 위대한 지배자를 좋아하시지만 사도선정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절대자 급 강자 세 명을 직접 무술로 꺾는다면 인정하겠다고 하십니다.”

근데 둘 다 까였다.

치유의 신에게는 아예 단단히 밉보였고, 전사의 신이 제시한 조건은 나로서는 도저히 달성할 능력이 없다.

렉 걸린 것처럼 반응속도에 버퍼링이 있는데 무슨 수로 멸혼객이나 카이사르 같은 절대자를 셋이나 상대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미친 짓이다.

다른 신들에게 인정을 받는 건 더욱 불가능하다.

지난 번 종교전쟁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교단과 친한 다른 교단들이 죄다 내게 등을 돌렸다.

현재에 이르러서 내게 우호적인 교단은 하나도 없다.

이것만큼은 CP를 투자해서 인정받을 수가 없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보니까 아니다.

[신의 인정 : 1억 5천만 CP]

[최초 구매자에게 10% 할인 이벤트 개시 중!]

[신의 인정(할인가) : 1억 3500만 CP]

“…….”

있다.

갖고 있는 CP의 대부분을 쏟아 부으면 달성할 수 있다.

저거 사도 1249만 5870CP가 남는다.

‘근데 영 찝찝하단 말이지.’

뭔가 지나치게 형편 좋은 권유라는 느낌이 든다. 애초에 창렬 그 자체나 다름없는 미궁세계에서 할인 이벤트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다.

내가 지닌 대량의 CP를 회수하려는 게임사의 필사적인 수작질이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다.

게임 내에서 퀘스트나 이벤트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값진 장비나 퀘스트 아이템 따위를 위해 투자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이걸 정말로 사야 하나?’

신의 인정을 받는 건 엄청나게 힘들다. 그렇지만 치유의 신이라면 열과 성을 들이면 어떻게든 인정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흑산회 진영의 영향력이 미치는 남부 일대에서 치유의 신은 국교이자 남부 제일의 성세를 자랑하는 교단으로 손꼽힌다.

10년쯤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며 정성을 다하면 분명 나를 인정해줄 거라고 본다.

‘근데 너무 길잖아.’

10년을 기다리고 CP는 다른 곳에 사용하든지.

CP를 투자해서 10년을 앞당기든지.

정말로 고르기 힘든 선택의 고비가 찾아왔다.

“후. 잠깐 바람 좀 쐬어야겠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베란다에 나갔다.

쐐애애애앵

밖은 나도 모르게 흠칫할 정도로 더럽게 추웠다.

동기화 비율 1%여도 그렇다.

궁궐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강풍이 불어 닥치기 때문이다.

“보스! 베란다 전용 외투도 걸치지 않고 뭐하는 거야! 위험하잖아!”

리나가 외투를 하나 건네주었다.

슬쩍 확인해보니까 가치 환산을 하면 천만 골드도 넘을 것 같은 극 지대 생존용 방한복이다. 방한복이랄까, 황제펭귄의 가죽을 벗겨서 안쪽에 마법진을 새긴 가죽마법 방한복이다.

후드 부근에는 황제펭귄의 서글픈 얼굴이 보란 듯이 달려있다. 입으면 죄책감이 들 것 같은 디자인이다.

“…….”

이런 외투를 걸치면서까지 바람을 쐬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걸쳐보니 제법 편했다.

미안해, 펭귄아.

“아하핳. 이거 입으니까 펭귄이 된 것 같아!”

리나는 새끼 황제펭귄의 가죽으로 만든 방한복을 걸치고 뒤뚱거리는 흉내를 내었다.

마찬가지로 새끼 황제펭귄의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디자인 탓에 귀엽다는 생각은커녕 찝찝한 기분만 잔뜩 들었다.

“다 좋은데 외투의 디자인이 왜 이러지?”

“이거? 하인즈 대마법사가 보스의 취향에 맞춰서 만들었대. 살아있는 생물체의 공포와 절망이 가득 묻어나는 생가죽을 연마하여 옷으로 만들면 분명 기뻐할 거라던데. 어때?”

“이런 게 좋을 리가 없잖아.”

“그렇지? 딱히 피눈물을 흘리는 디자인도 아니고. 리나는 영감님이 너무 곱게 자라신 것 같다고 생각해!”

“…….”

리나의 싸이코스러운 발언을 들을 때마다 미래가 두렵다.

이 아이가 자라면 뭐가 되는 걸까.

여자 카이사르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호감도도 엄청 높고, 그거 죄다 [애정]에 쏠렸고.

엄청나게 높은 확률로 싸이코 얀데레잖아.

그것도 지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암살자 얀데레.

“착하게 자라야 한다.”

“응? 갑자기 뭐야. 리나는 언제나 착하다구!”

그건 암살자적인 의미로서의 착함이 아닐까.

표적의 목숨을 고통없이 상냥하게 끊어주는 착함 말이다.

착하다고 하기 이전에 뭔가 무섭잖아.

“그보다 보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아아. 신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좀처럼 쉽지가 않더군. 그나마 호의를 유지하는 선신은 치유의 신과 전사의 신뿐이고, 치유의 신은 공략난이도가 높아서.”

“응? 그럼 악신의 교단들을 불러 모으면 되잖아.”

리나는 정말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보스는 선신교단보다 악신교단에게 인기가 있는 걸. 파괴의 교단이나 살육의 교단, 절망의 교단 같은 거 찾아가면 신들이 신물도 주고 칭찬도 막 하면서 좋아하지 않을까?”

악신의 교단은 정말로 끔찍하게 잔인한 놈들뿐이다.

당연히 그런 놈들의 호의는 생각도 안했고, 그리 가볍게 호의를 선보일 놈들도 아니니까 나를 인정하고 사도로 선정할 리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

정작 그간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리나의 발언은 설득력이 미친 듯이 넘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어엿한 악신의 사도 후보감 1순위였다.

============================ 작품 후기 ============================

빌헬름 마이어 의문의 인기폭발!

악신들의 사도선정 1순위 후보감이 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