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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51화 (151/224)

00151 #7 - 악신이여 나를 인정하라 =========================

#7 - 악신이여 나를 인정하라(1)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상의 국제정세는 안정되었으며 인간들의 주요 관심사는 미궁 정복이 되었다.

모험가들은 미궁의 상층부를 상당부분 정복하였고 중층부로 향하는 길에 자리한 1차 계층보스 레이드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 고민은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악신의 교단이 보이지가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악신의 교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치유의 신은 그런 내 행동을 보고 완전히 토라졌는지 사제장을 찾아가도 응답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CP를 투자하기도 아까워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이질이 말이지? 단검으로 날아오는 토마토를 맞췄는데 토마토가 터져서 토마토 진액을 흠뻑 뒤집어썼지 뭐야!”

“아, 미안. 무슨 얘긴지 전혀 모르겠다.”

“보~스! 요즘 리나에게 너무 불성실한 거 아니야? 또 악신의 교단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거지? 토마토를 잔뜩 먹고 자라난 리나의 귀여운 모습을 조금쯤은 돌아봐달라고!”

그래도 2년의 시간이 마냥 헛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리나는 드디어 18세가 되었다. 생일선물로 전설등급 암살무기세트를 사줬는데 그날 밤에 내 침대로 스며 들어와서 암살이라도 당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소시지를 먹어도 될 나이가 되었다며 유혹을 하려고 들어온 거였다.

“신의 인정을 받는 것은 정체된 나의 경지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로도 나는 2년 간 많은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시트지가 정체된 상태를 유지하였다.

[캐릭터 시트지]

<신상정보>

[이름 : 빌헬름 마이어][직업 : 보스][레벨 : 20(0.01%)]

[성별 : 남성][연령 : 22세][신장 : 171cm][체중 : 62kg]

[소속 : 흑산회 보스][신분 : 다크히어로(마이어 국왕)]

[개인평판]

-명성 8단계(100000000 이상) : 140893275(대륙의 남부일대를 지배하는 자)

-악명 7단계(10000000 이상) : 90927738(마룡의 악명에 도전하는 자)

<건강상태>

[HP : 291/300][MP : 300/300][SP : 799/800]

<기본 능력치>

[근력 8][체질 8][민첩 9][통찰 90]

[지능 90][내성 8][매력 74]

<확장 능력치>

[카리스마 99(21)] [행운 62][공포 68]

<보유스킬(스킬 포인트 219)>

[직업스킬] : [보스의 기백][조직접수][암살지령][보스의 신용][극악한 테러]

[공통스킬] : [흥정][회계][기만][교육][간파][화술][연기][공포유발][채집][백보심공]

<보유특성>

[흑산회 보스(고유)][공포의 사도]

<보유칭호>

[빌헬름 마이어(고유)][공포군주][무인들의 위대한 인도자]

<장비>

[무기] 매서운 브로드 소드(+3), 공포의 혈검사 클라인(장검)

[방어구] 아늑한 어둠(방어구 세트), 다용도 벨트, 대용량 아공간주머니(+4), 대용량 아공간 금화주머니(+5), 치유의 목걸이, 성마의 왕관

[그 외] 부유하는 황금공, 탐욕의 주머니

<보유자산>

-8억 9096만 3112골드(대용량 아공간 금화주머니)

-모험가 신분증(상의)

-보유CP : 152,113,900CP

레벨이 상승할만한 이벤트가 없기에 대부분의 능력치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으며, 그나마 백보심공을 익혀 기력을 의미하는 SP(Stemina Point)가 늘어난 게 전부였다.

CP는 리나의 장비 외에도 여러 가지 자잘한 강화에 투자하고 새로 얻으며 지금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백보심공과 SP를 제외하면 1년 전부터는 지금의 상태를 쭉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래도 보스는 많이 성장했어! 2년 전에는 포크가 무거워서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백보심공의 힘으로 저주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몰아내서 검을 떨어뜨리는 상태로 발전했는걸!”

그딴 칭찬 들어도 조금도 기쁘지 않아.

겁나 약하게 들리잖아.

실제로도 약한 건 사실이지만.

“하인즈 대마법사와 만나야겠다. 그를 불러라.”

하인즈 대마법사는 지난 2년간 미궁 내에 차원문을 생성하는 일을 하느라 엄청나게 바쁘다.

미궁 특유의 불길하고도 음험한 마나의 침투에 맞서 성소를 세우고 게이트를 유지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지. 전작 미궁도시에서도 저런 편리한 마법이 만들어진 적은 전혀 없었다.

큰 기대를 걸고 많은 예산을 편성하며 국책사업마냥 연구에 돌입하기는 했지만, 성과가 나오려면 아직 먼 것 같다.

“부르셨습니까, 보스. 게이트 생성의 일이라면..”

“오늘은 그 용건으로 부른 게 아니다.”

“하면 어인 일로 이 노인을 찾으셨습니까?”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악신의 교단의 소재지에 관련된 정보가 필요하다. 상급정보상인조차도 그와 관련된 정보는 얻지 못했지. 알 수 있었던 건 남부 일대에 존재하는 악신의 교단이 모두 사라진 것뿐이다.”

하인즈는 올 것이 왔다는 듯이 두 눈을 꾹 감았다.

이내 결의를 다진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 정보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어떻게 되다니?”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냐 그 반응은.

마치 내가 분풀이로 정보원들의 목이라도 친 것 같잖아.

“으음. 실은 근래 들어 향간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어떤 소문?”

“카이사르가 죽은 이후, 보스에게 남은 마지막 자비심이 사라졌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정보부에서 정보원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많은 일이 있었으니 그만큼 인력이 줄었을 뿐이다.”

“보스께서 ‘가본 곳에 없으면 가보지 않은 곳에 가라’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으셨습니까?”

어... 맞는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정보부에서는 그 명령을 미궁으로 내려가서 자신들의 무능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죽음을 맞이해라, 라고 들었답니다. 대량의 정보요원들이 실종되고 신규인력이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미친.

어쩐지 상급정보상인이 인맥 꽂기 좋게 만들어줬다며 고맙다고 하더라니,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그런 대참사가 일어났을 줄은 몰랐다.

“또 내무부에는 악신의 교단을 초빙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기억합니다.”

“음. 그런 적도 있었지.”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그 정책을 듣고 기겁한 악신의 사제들이 모조리 달아났다고 합니다.”

뭐야 시발.

얼마나 쓰레기 같은 정책을 만들었기에 다 도망친 건데.

감히 관료라는 새끼들이 국왕의 성장을 방해하다니.

“지상에 약 백만 골드의 가치를 지닌 교단지부를 건설하고, 미궁공략과 연계된 파견사제 제도를 시행하며 왕국과 교단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게 뭐가 문제인거지?”

“하아. 보스께서도 지나치게 잔인하신 거 아니십니까. 악신의 사제들은 모두 어둡고 음침한 곳에 사는 족속들입니다. 그런 자들을 양지로 끌어내 본거지를 부수라고 한 게 아닙니까.”

응?

잠깐. 그거 뭔가 이상한데.

“악신의 교단을 돈으로 매수하여 모시는 신을 배반하도록 유도하려는 시도 자체는 획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정책은 거센 반발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교단지부도 세워주고 사제들 성장 커리큘럼도 만들어준 것의 어디가 그런 흉험한 모략이 되어버린 건데.

혼란에 빠지기도 잠시.

높은 [지능] 능력치가 선사하는 정보제공에 의해 요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인즈 대마법사는 악신의 교단들의 본거지를 알고 있다.

-악신의 교단들의 본거지는 미궁에 있다.

-미궁공략은 악신의 교단들을 향한 무력시위로 받아들여졌다.

그야말로 뒷골이 찌르르 울리는 정보였다.

“하인즈 대마법사. 어째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

“그건... 보스의 뜻에 반발한 자들이 모두 미궁으로 끌려 들어가 실종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노구 또한 마이어 왕조를 향한 충심만으로 이렇게 충언을 드리는 것임을 알아주십시오.”

“뭐?”

“역시 노구의 충심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마법협회의 장래가 유망한 젊은 마법사들을 보아서라도 부디 진노를 가라앉혀 주십시오.”

“아까부터 대체 뭐라는 거냐.”

하인즈 대마법사의 낯이 한 차례 경직되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된 어조로 강하게 항변하였다.

“미궁에 들어가 실종된 건 정보요원들만이 아닙니다. 치유의 교단과 전사의 교단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교단의 사제들이 그러했고, 루커스 패밀리의 하위조직원들도 그러했습니다.”

“음?”

“모두 한때나마 보스에게 반기를 들거나 보스의 지령을 완수하지 못한 자들입니다. 보스는 그들에게 미궁으로 내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을 종용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그런 적 없는데.

별 도움도 안 되면 미궁공략이나 도우라고 했을 뿐인데.

왜 지들 멋대로 사형선언이라도 들은 것처럼 구냐.

“그런 기억은 나지 않는군.”

“그렇겠지요. 정확히는 ‘성과를 내기 전까지 돌아오지 마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생각나는군. 분명 그런 말을 했었지.”

“그들은 모두 ‘성과’를 내기 위해서 미궁의 중층부로 향하는 길에서 레이드보스와 결전을 치루고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들의 죽음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어 공략은 성공했습니다만...”

“!?”

“세인들이 작금의 시대를 두고 암흑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미궁이라는 위협은 가라앉았지만 흑산회라는 새로운 위협이 대두되고 있다며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얼이 빠진 내가 넋을 놓고 있자니 꽈과광 하는 요란한 알림소리와 함께 통찰 능력치가 정보를 제공하였다.

[정보판정 통찰체크]

[목표 값 25 < 현재 값 37]

[추가분석 정보가 부분적으로 제공됩니다.]

[당신이 과거의 정적이나 지령을 실패한 자들에게 내린 미궁공략에 기여하라는 명령은 본래의 뜻과는 달리 억압적이며 공포스러운 의미로 전해졌습니다.]

[당신의 격은 모든 행동에 사악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며, 또한 공포스럽게 여겨집니다.]

[미궁에 내려가 성과를 내라는 발언은 계층보스와 싸워서 승리하면 용서해주겠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무능한 목숨을 흑산회의 미래를 위한 거름으로 삼도록 죽어라, 라고 전해졌습니다.]

“…….”

말문이 절로 막히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지난 2년간이 아무런 성과도 없고 지지부진한, 그래도 그럭저럭 평화롭고 알찬 시간이었다고 여긴 건 아무래도 나뿐이었나 보다.

“마이어 국왕폐하. 아니, 빌헬름 보스.”

“으음.”

“보스의 폭정을 보다 못한 충신들이 미궁공략을 빌미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무고히 앗아가지 말라는 충언을 하였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아. 그거라면...”

“그들의 충언을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그래, 일단은 기억하고 있다.

건방지게 내 앞길을 가로막고 훼방 놓으려고 드는 구시대의 권력자들이라고 판단했었지.

정녕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막고 싶다면 네놈들이 목숨을 걸고 미궁공략에 임하라는 명령까지 내렸었고. 분에 못 이겨서 그렇지 못한다면 지위를 반납하고 전부 칩거하라는 말도 했었다.

“그들 또한 계층보스 공략을 위한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칩거한 이들은 암살대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그것이 두려웠던 자들은 미궁에 내려가 계층보스에 의해 죽었습니다.”

엑. 에에에에엑.

내가 그런 악당이었던 말이야!? 완전 폭군이잖아!

“리나. 하인즈의 말이 사실인가.”

“응? 뭘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리나는 보스가 내린 지령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보스의 심기를 거스르는 놈들이 나타날 때마다 늘 리나가 이렇게 물어봤었잖아?”

“토마토! 그놈의 토마토를 먹어도 되냐는 물음이 설마…….”

“수급을 가리키는 업계의 은어잖아? 토마토는 싫다, 진저리난다, 멋대로 해라, 꼴도 보기 싫다, 짓이겨버려라, 먹어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먹어라, 아직도 그걸 먹고 있었나!”

“!!”

“전부 살려두기 싫다, 죽여라, 마음껏 죽여라, 당장 죽여라, 끔찍하게 죽여라, 보이지 않게 죽여라, 아직도 놈을 살려두었나 같은 지령인 걸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구!”

미친. 그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그냥 요 앙증맞은 녀석이 토마토를 먹고 키가 컸다고 토마토 매니아가 됐구나 싶어서 질색했을 뿐인데.

동기화 비율 1%인 상태로 토마토를 먹으면 흐느적거리는 슬라임을 입에 넣고 씹는 것 같은 끔찍한 식감이 들어서 기겁했을 뿐인 게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니.

“그럼 매일 아침 하던 토마트 토크는 전부...?”

“응! 오늘도 말했잖아? 이질이 저항하는 처분대상의 머리에 단검을 날렸다가 머리가 터져서 피를 잔뜩 뒤집어썼다고!”

“그럼 토마토를 먹고 자라났다는 건...?”

“2년간 꾸준히 일일 2암살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키가 커졌어!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 크는 것 같아!”

“…….”

“전부 보스가 그렇게 토마토가 좋으면 날마다 2개씩 먹으라고 말해준 덕분이야!”

하인즈 대마법사가 나를 희대의 폭군으로 여기는 것도 완전히 납득이 갔다. 아무래도 지난 2년간의 평화는 나와 리나에게만 평화로 여겨졌던 것 같다.

============================ 작품 후기 ============================

2년 뒤는 약속된 파워업 전개!

물론 파워업 된 건 빌헬름 마이어의 잔혹함입N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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