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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57화 (157/224)

00157 #7 - 악신이여 나를 인정하라 =========================

#7 - 악신이여 나를 인정하라(7)

고오오오오오..

미궁에 발을 들이자마자 위협적인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던전과는 격이 다른 미궁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사뭇 그립기까지 한 감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뭐, 웃는 얼굴도 안보이겠지만.’

희로애락으로부터 격리된 동기화 비율 1%의 비애다.

아무튼 파티원들도 위축된 기색은 전혀 없다.

멤버를 하나씩 훑어보기만 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 전속호위 리나, 만능도적 레이브, 참모 모자이크녀, 메인탱커 유모, 서브탱커 도로시 이지스, 쾌검수 청일, 검객 쿠로.

하나같이 쟁쟁한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모이지 않았는가. B1층의 미궁 쥐나 B2층의 고블린 따위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몬스터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실력차이를 지닌 강적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보스! 2년 전과는 달라진 리나의 모습을 보여주겠어!”

“..길 찾기 스킬의 숙련도는?”

“길 찾기? 안 배웠는데?”

응. 2년 전이랑 전혀 안 달라졌어.

기대도 안 했다.

“이쪽이에요.”

반면 2년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도적분야의 모든 것을 공부해온 레이브는 훌륭하게 길잡이 역할을 해내었다.

“아. 거기는 함정이 있어요!”

덤으로 함정도 곧잘 잡아낸다.

암살 빼고는 무능한 리나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보스께서 아껴둔 소년이라기에 이상한 생각도 했었지만 실력만큼은 진짜배기로군.”

“아직은 초입이니 길 찾기나 함정수준도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본기는 확실히 잡혀있는 것 같다.”

“반면에 저쪽은…….”

레이브의 연이은 성과에 리나는 씩씩거리며 자신도 길 찾기와 함정 찾기를 해보겠다며 앞장섰다.

그리고는 온 몸으로 모든 트랩을 발동시키며 단검으로 날아오는 투사체를 튕겨내거나 쑥 꺼지는 지면을 로프트릭으로 벗어나고, 쏟아지는 뜨거운 물을 전력회피로 피하는 기교를 보였다.

덤으로 도착지점은 크게 한 바퀴를 돌아서 리나가 처음 길 안내를 시작하겠다며 호언장담했던 장소였었다.

“괜찮은 기교였다, 리나.”

“우으으.. 잘못했어, 보스. 다시는 안 까불게.”

굴욕적인 패배선언 외에는 이렇다 할 전투도 없었다.

널찍한 통로가 좁고 다분화 되는 B3층에서도, 철제무기나 트랩이 보이기 시작하는 B4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전적이고 위험한 오크들의 활동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단 한 기의 오크와도 마주치지 않고 미로탐험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줄곧 레이브의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미궁은 생각보다 안전한 곳이었군요.”

“으음. 듣던 것과는 묘하게 다른데.”

NPC들도 묘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의아해하였다.

“우리가 너무 강해서 그렇다.”

“보스. 몬스터들의 저희의 강함을 인지했다는 겁니까?”

“그렇다. 몬스터는 인간 이상으로 본능과 육감이 발달되어져 있지. 생존본능이 있는 개체들은 얼씬거리지도 않을 거다.”

“오크는 싸움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강적과의 싸움도 서슴치 않는다고 하고요.”

“강적과의 싸움이 성립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절대강자를 상대로 개죽음을 당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나. 싸움을 즐기는 것도 싸움이 이루어진 뒤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막말로 쿠로나 청일 중 한 명에게 검 한 자루만 쥐게 하면 오크들은 몇 백 마리라도 썰어댈 수 있다. 우리파티와 잡몹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보스으.. 리나는 피를 보지 못하니까 괴로워...!”

“싫어도 B6층에 가면 사냥감이 다가올 거다.”

“정말? B6층은 뭐가 있는데? 오크보다 강한 거야?”

오크보다 강한지는 모르겠는데 짜증나는 상대는 있다.

“좀비.”

“에에에에엑! 썩은 냄새! 끔찍한 외관! 좀비는 싫어!”

그런 느낌의 잡담을 나누다가 B5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부근에 자리를 잡고 야영을 했다.

전투는 없더라도 하루 종일 음험한 미궁 속을 걷기만 했던지라 휴식은 필수였다. 쉴 수 있을 때 쉬지 않으면 언젠가 호된 꼴을 당하는 게 미궁이다.

불침번은 나와 레이브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두 명씩 번갈아가면서 서도록 했다. 딱히 적이 접근할 것 같지는 않지만 불침번을 서는 습관을 들여놓기 위해서였다.

나랑 레이브는 왜 제외냐고?

레이브는 아직 어리고 육체능력도 미진하며 하루종일 길을 잡고 함정을 간파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서 탐지능력에 손실이 생겨서는 곤란했다.

나는 딱히 하는 일도 없지만 보스 겸 국왕이니까 권력의 힘으로 꿀을 빨고 있을 뿐이다.

‘이거 좋네.’

사실은 처음부터 이런 쾌적한 미궁탐사를 목표로 하고 하수인을 만든 거였다. 2년 만에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니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초번을 서는 도로시 이지스의 유모의 늠름한 모습을 뒤로한 채, 침낭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수면모드에 돌입합니다.]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피로가 모두 회복되기 전까지 수면상태를 유지합니다.]

* * *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수면이 종료됩니다.]

[소모된 건강상태가 대부분 회복되었습니다.]

졸음이 밀려난다. 예상보다 이른 기상에 적습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딱히 급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보스. 보스으. 일어나아아.”

“리나?”

“보스으. 큰일이 났다구.”

나는 침낭 지퍼를 열고 벌떡 일어났다.

검을 들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파티원들은 저마다 침낭에 들어가 잠들거나 모닥불 근처에 몸을 뉘인 채 잠을 자고 있었다.

“…….”

리나와 함께 불침번을 서던 모자이크녀만이 떨떠름하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뭐가 큰일이라는 거냐.”

“리나가 심심해! 어쩌면 좋아?”

개새끼야.

나는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려던 욕지기를 간신히 억눌렀다.

“단검이나 가지고 놀아라.”

“그런 건 진즉에 질려버렸는걸!”

“암살자에게 인내심은 미덕과도 같을 텐데?”

“아니야! 모자이크녀도 투자를 할 때 존버를 하는 건 신속하게 이득을 취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나 하는 거라고 했어. 암살도 마찬가지라구!”

“…….”

시선을 마주친 모자이크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허튼 소리를 했다는 자각은 있으니 제발 구박하지 말고 봐달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리나도 말은 저렇게 해도 인내심이 없는 편은 아니다. 분명 날 향한 호감도가 높으니 어리광을 부리는 걸 거다.

정색하면서 화를 낼만한 일도 아니고, 잠도 깨서 다시 눕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나는 마지못해 팔짱을 낀 채 리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주길 원하는 거냐.”

“무서운 이야기 해줘!”

“무서운 이야기?”

“응응! 리나 그런 거 정말 좋아해!”

“무서운 이야기라...”

보육원장 플레이를 할 때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했었지.

그 무렵에 아이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열심히 만담이나 동화, 괴담을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거 왠지 모르게 그리운 기분이 드는군.

“좋다. 미궁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지.”

“와아! 신난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실화다.”

리나는 두 눈을 껌뻑거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리액션이다.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며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궁에는 많은 보물이 있고, 모험가들은 보물을 찾고자 미궁에 진입하지. 허나 간혹 모험가들은 아무리 고민해도 용도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물건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감정서를 바르면 되잖아!”

“물론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파티라면 그런 방법을 취하겠지. 하지만 돈이 없거나, 감정서가 모두 떨어졌거나, 가치 있는 물건이라고 확신하지 못할 경우에는 감정서를 쓸 수 없지.”

구체적인 반박을 제시하자 리나도 슬슬 솔깃한지 벽에 기댄 자세로 상체만 나를 향해 가까워졌다.

“그런 수상한 물건의 정체를 규명하고 진귀한 물건을 찾아나서는 특수계통 직업이 트레져 헌터다.”

트레져헌터(Treasure Hunter, 보물사냥꾼). 이는 백 년 전에도 실존하던 직업이었다. 비주류이기는 해도 명맥이 있는 직종이니 리나도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보였다.

“트레져헌터는 수상한 물건과 마주해도 곧잘 정체를 간파하거나 감추어진 사용법을 깨닫는 등, 이런 분야에서는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지. 하지만 이 물건에 한해서는 얘기가 달랐다.”

“뭔데 뭔데?”

“리기아의 항아리. 미궁을 돌아다니다보면 막다른 길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항아리다.”

리나는 피식 웃었다.

“항아리? 아하핳. 그런 게 미궁 안에서 왜 나타나는 거야. 정말로 엉뚱하네.”

“사정을 모를 때는 그렇게 웃어넘길 수 있지. 허나 이 항아리를 두 번 발견할 때부터는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없게 된다.”

“어째서?”

“이 항아리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견되는 녀석이다. 그것도 ‘같은 항아리’가 말이다.”

“뭐어?”

리나의 얼굴에는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할 일 없는 괴짜가 옮겨둔 거 아니야?”

“미궁의 상층부부터 하층부까지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들고 내려가서는 보는 사람이 약간의 꺼림칙함을 느끼는 것만을 목표로 막다른길에 항아리를 옮겨두는 괴짜가 있다고?”

“그건... 으음. 그럴 가능성은 없네.”

절대로 무서워하지 않을 것처럼 자신감 넘치던 목소리에서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뭐야, 그 항아리는. 기분 나쁘네.”

“그 항아리를 최초로 발견한 모험가들도 그런 꺼림칙함을 느끼고 유명한 보물사냥꾼에게 의뢰를 했었지. 항아리의 정체를 밝히고 전혀 다른 장소에서 발견되는 이유를 밝혀달라고.”

“우와... 절대로 위험할 것 같은 의뢰다...”

“트레져헌터는 의뢰를 받아들였다. 그런 노골적으로 수상한 물건에는 남들이 모르는 값비싼 비밀이 감추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트레져헌터는 그 항아리를 찾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는 아니었다. 항아리가 최초로 발견되었다던 장소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까. 대신 미궁 중층부에 있는 서브던전 <역병의 관문>의 막다른 길에서 발견되었지.”

“기분 나쁜 장소네.”

“트레져헌터는 철저하게 항아리를 감정하였고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만을 깨달았다. 그것이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항아리이며 묘하게 파인 자국이 겉면에 있다는 사실이었지.”

“그거 무서워해야 하는 부분이야?”

“그녀는 항아리의 파인 부분을 손으로 훑다가 묘한 ‘자국’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복원해본 결과, 항아리의 파인 부분에는 ‘탈리아’라는 글자가 적혀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

리나는 이게 정말 무서운 이야기가 맞는지 의심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트레져헌터는 시답잖은 물건이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의뢰주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한 가지 섬뜩한 사실을 의뢰주로부터 듣게 되었다.”

“뭔데?”

“탈리아는 항아리를 발견한 여정에서 갑작스레 실종되었던 한 동료의 이름이었던 거다.”

리나는 조금 섬뜩해하며 물었다.

“항아리 안에는 뭐가 있었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축축한 느낌만이 들었지.”

무서운 부분은 여기서 부터가 시작이다.

“트레져헌터는 다시금 미궁을 배회하였고, 예의 항아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항아리는 전과 비슷했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뭐가 달라졌어?”

“움푹 파인 자국이 있던 부분에 새하얀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거기에 있어야 할 것처럼 항아리에는 아무런 흠도 남지 않았지. 허나 거기에는 ‘탈리아’의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항아리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고자 자신이 아는 누군가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항아리를 들고 옮기려고 하자 묵직한 무게감에 놀라 안을 들여다보았지.”

모닥불 너머에서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모자이크녀가 단단히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다.

“항아리의 안에는 시커먼 액체가 가득 담겨있었다. 정체를 확인하려고 액체에 담근 물체는 모두 녹아버렸지.”

“아아으... 싫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어!”

“놀란 트레져헌터가 잠시 눈을 뗀 사이, 항아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트레져헌터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자신이 이름을 적어둔 자를 찾으러 갔지.”

하지만 그 사람은 지상에 없었다.

“그는 미궁에 들어간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돌아올 시간을 진즉에 넘었고, 실력도 충분하면서 안정적인 구간에서만 사냥을 거듭하는 생계형 모험가인데도.”

“실종된 거야?”

“트레져헌터는 다시 미궁으로 들어가 그 남자가 평소에 활동하던 사냥터를 찾아갔고, 그곳에 있는 어느 한 막다른 길에서 다시금 항아리를 발견하였다.”

꿀꺽.

긴장한 모자이크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보, 보스. 그 이야기 좀 무서운데요. 그만하는 게 어때요?”

“리나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겁먹기는.”

“리나 무서워! 모자이크만큼은 아니지만 그 항아리 싫어!”

“트레져 헌터는 항아리를 들여다보았다. 검은 액체는 여전했지만 전과는 다른 점을 발견했다.”

“무시하기야!?”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마지막에 내뺄 수 있겠냐.

무서워서 잠도 못 자보라는 심보로 나는 말했다.

“바로 항아리의 앞까지 이어지는 ‘바닥’에 걸어가는 발자국이 나있고, 돌아가는 발자국은 나있지 않다는 사실이었지.”

“역시 먹혔어! 틀림없이 먹혔다구!”

“트레져헌터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경솔하게 적어 넣은 이름은 연인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항아리를 뒤집어 안에 든 액체를 바닥에 쏟자, 액체는 땅을 뚫고 사라졌지.”

“연인은!?”

“없었다. 그녀는 분노한 나머지 항아리를 검으로 내리쳤지만 항아리에는 작은 금조차도 가지 않았다. 그녀는 망연자실한 채 그저 항아리를 내려다볼 뿐이었지.”

리나는 살짝 어깨를 떨었다.

“기분 나쁜 항아리였네. 그런데 항아리에 적은 애인의 이름이 리기아였어?”

“리기아는 트레져헌터의 이름이다.”

“뭐? 그런 기분 나쁜 항아리에 자기 이름을 붙이다니, 그 멍청한 보물사냥꾼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나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어째서라고 생각하지?”

“으으으, 뭐야. 물어본 건 리나였잖아. 그런 꺼림칙한 거 역으로 묻지 말라구...”

“리기아는 슬픔에 젖은 눈으로 줄곧 항아리를 노려보았고, 항아리의 <이름표>가 뜯어진 자국에서 새로운 <이름표>가 생겨나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서, 설마 자기 이름을 써버린 거야?”

“그렇다. 리기아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항아리와 함께 실종되었다. 그녀가 있었던 자리에는 항아리에 대한 내용을 적어둔 일지만이 남아있었지.”

리나는 싫은 기색을 뚜렷하게 드러내었다.

“진짜 싫은 항아리야! 리나는 항아리공포증이 생길 것 같아.”

“덤으로 이 이야기는 실화다. 제국쪽 모험가 길드에 찾아가면 그 당시에 발견된 일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지. 미궁 어딘가에는 아직도 리기아의 항아리가 실존하고 있을 거다.”

“싫어어어어! 그런 기분 나쁜 항아리 보고 싶지 않아!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아!”

나는 리나의 머리를 손으로 슬며시 쓸어주었다.

“그리 겁먹지 마라. 리기아의 항아리는 막다른 길이 아니면 타나지 않으니까.”

“저, 저기... 보스. 그럼 이건 어쩌죠?”

모자이크녀의 겁먹은 물음에 우리는 모닥불을 돌아보았다.

항아리가 있었다.

파티원들이 잠든 막다른길 쪽에.

‘미친. 이거 진짜 있는 거였냐.’

우리는 숨 막히는 공포에 짓눌려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데스노트(Feat.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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