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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76화 (176/224)

00176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1)

미궁세계의 세력판도는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흑산회 진영의 수장인 빌헬름 마이어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신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한 신위가 아닌 대신격에 도달했다.

신계에서도 저마다의 진영을 지니고 활동하는 대신격의 휘하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단순히 선신진영과 악신진영 중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기에 대신격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대신격은 막대한 신앙심과 뛰어난 능력치, 드높은 명성과 악명을 요구한다.

빌헬름 마이어는 피치 않게 모든 조건을 달성하였다.

일개 국가도 아닌 일개 진영을 지배함으로써 얻어낸 무수한 충성과 호감이, 한때나마 세계의 절반을 장악하던 공포의 진격이 만들어낸 적개심과 공포가 그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무수한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를 찬양하고, 숭배하고, 두려워하고, 증오하였다.

그 모든 감정이 그의 신격을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하여 대신격에 도달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꺼림칙해하였다.

권력자들이 그러했고, 세계를 주도하는 자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이러한 동향을 완전히 꿰뚫어보는 자들도 존재하였다.

“아시겠습니까!!”

미궁세계 게임사 긴급회의실.

“더 이상은 그를 좌시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그는 백만대군을 이끌고 미궁으로 진격할 겁니다. 이건 성공해도 실패해도 엄청난 문제가 됩니다.”

최철준 이사는 목에 핏줄을 세워가며 격분하였다.

“그의 공략이 성공한다면 미궁세계는 최종컨텐츠가 사라집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공략된 미궁을 뒤늦게 공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적을 겁니다.”

“공략에 실패한다면 문제없는 거 아닙니까?”

“실패하면 백만 명이 넘는 NPC들이 죽습니다!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은 되십니까? 게이머들의 편의를 봐줄 NPC들이, 퀘스트를 줄 NPC들이 떼죽음을 당한다고요!”

회의실의 홀로그램 모니터 위로 수많은 자료가 떠올랐다. 개중에는 빌헬름 마이어의 공략 성공 및 실패에 따른 게이머 이탈자에 대한 예상분석 또한 있었다.

“성공하면 현 유저의 20%가 이탈합니다. 실패해도 10%는 이탈하는 걸 피할 수 없습니다.”

최철준 이사는 어설프게 참견하며 말을 건네던 대머리 남자를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였다.

“이게 다 권도준 이사, 당신이 전략운영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까!”

“뭐라고!!”

“전략운영팀 팀장 황철호가 게이머 이호연을 따르는 두 절대자를 미궁으로 유인했지만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무능력한 인간 시절에도 무섭던 새끼가 이젠 신이 되었습니다!”

“그게 왜 저희 탓입니까! 그 게임폐인 새끼가 그렇게 클 줄 알았던 사람이 여기에 누가 있냐고요!”

“어떻게든 신이 되기 전에 제거했어야지! 용사를 써서든, 신을 동원해서든 꺾어야 했던 거 아닙니까. 암살이나 천벌을 사용해서라도!”

권도준 이사도 할 말이 없지는 않았다.

그도 눈을 부릅뜨며 마주 소리쳤다.

“할 수 있으면 당신이 해봐!”

“뭐? 당신?”

“그래 이 새끼야! 그놈 옆에는 상급 정보상인이랑 최강의 암살자가 있다고. 어느 세력에서 누구를 파견하든간에 전부 정보망에 잡히고 최강의 암살자가 먼저 암살해버린다고!”

“윽. 그, 그건 당신네들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노오력으로 암살했어야지!”

“되먹지도 않은 허튼 소리 집어치워!”

최철준 이사는 살짝 주눅 들었다.

솔직히 자신이 나서더라도 그 연계를 뚫을 자신은 없었다.

“으윽. 암살은 그렇다 쳐도 천벌이 있잖습니까.”

“천벌? 치유의 교단과 전사의 교단을 제외하면 흑산회 진영에 발도 못 붙이는데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심지어 대륙 북부진영은 몬스터한테 넘어갔다고요!”

“…….”

“아시겠습니까? 교세가 삼분의 일로 줄어든 신들이 뭘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겁니다.”

“그럼 치유의 교단과 전사의 교단을 동원하는 건 불가능합니까?”

권도준 이사는 힘없이 대답했다.

“몬스터웨이브를 일으킨 걸로 마왕과 신들이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저희의 통제를 따르지 않습니다. 더 이상의 명령은 균형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감수해볼 가치는 있지 않습니까.”

“신들이 대신격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감당할 자신 있습니까?”

“…….”

“저희는 이 사태를 감당할 역량이 없습니다. 그나마 최후의 대비책으로 육성중인 용사 두 명이 남아있지만 이들만으로는 도저히 게이머 이호연을, 빌헬름 마이어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전략운영팀의 대처미흡으로 인해 게이머 이호연의 권세는 날개를 달고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현인신이 된 이후로는 아예 정적이라고 부를만한 자들도 남지 않았다.

“그럼 직접 개입에 나서는 수밖에 없겠네요.”

회의실의 상석. 불편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던 다른 이사들을 내려다보며 부사장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운영자 계정 만드세요. 지금 당장.”

“운영자 계정이라면.. 설마... 저희가 캐릭터를 만들어서 직접 게임 내에 관여하라는 겁니까?”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이건 이사님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권도준 이사와 최철준 이사를 비롯한 다섯 이사 모두가 사색이 되었다.

“신들의 제제를 받지 않는 한도인 한계 CP 1억 내로 캐릭터 생성하세요. 그리고 미궁세계에 내려가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게이머 이호연의 미궁공략을 저지하세요.”

“그, 그런 짓을 했다가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저희는..”

“걱정 마세요. 여러분은 본사 캡슐을 사용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받을 겁니다. 만에 하나의 일이 발생하더라도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문제가 되면 곧바로 제거할 거니까요.

부사장의 감추어진 뒷말에 이사들은 공포심을 감추지 못했다.

미궁세계는 단순한 가상현실게임이 아니다.

현 시대의 모든 전쟁을 대신하는 AI들의 전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훈련시키는 전쟁용 시뮬레이터이기도 하며, 차세대 병기를 개발하는 병기고이기도 하다.

물론 일반 대중들은 이러한 뒷배경에 접근할 일이 없으니 시커먼 이야기는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곧 모르게 된다.

중요한 건 이제 다섯 명의 이사들은 게이머 이호연의 캐릭터 시트지를 찢지 못하면 현실에서 살해당할 거라는 사실이다. 다섯 이사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한 자리에 따로 모였다.

모두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만큼 상황이 막막했다.

부사장에게 찍힌 시점에서 이미 그들은 반쯤 죽은 것과 같다.

“일단 제가 아는 정보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정보에 해박한 데이비드 이사가 중요정보를 털어놓았다.

“부사장은 이번 기회에 우리들을 모두 쳐낼 작정인 게 틀림없어. 에오웰 인더스트리 사장과 로얄 로펌의 최고변호사, 크로아티아 용병단장을 우리 자리에 앉힐 겁니다.”

“그 사장이 우리를 도와줄 리도 없겠고.”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건 우리들뿐입니다. 물리적으로 반발했다간 동유럽의 파괴자, 크로아티아 용병단장이 나타날 겁니다.”

묵묵히 침묵하던 신민혁 이사가 고개를 저었다.

“협력자는 있다. 운 좋게도 딱 다섯이군.”

“정말인가!”

“빌헬름 마이어에 의해 몰락한 ‘길드’ 소속 원로급 핵과금게이머들. 교세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선신연합. 영토침공의 위협을 받는 악신연합. 조국을 잃은 제국. 기회만 노리는 두 용사들.”

권도준 이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게임 속 NPC나 게이머들에게 목숨을 걸란 말입니까?”

“우리들의 상대도 게임 속에 있다.”

“오프라인에서 게이머 이호연을 죽이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다섯 이사 중에서 그나마 무력이 있는 이집트 용병단 출신 네트 이사의 발언이었다.

“기껏해야 게이머 한 명을 암살하는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 데이비드 이사가 청소부를 동원하면 게이머 이호연을 흔적도 없이 치울 수 있지.”

“안 됩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사장이 움직일 겁니다.”

“젠장. 빌어먹을.”

부사장은 무섭다.

그러나 사장은 더욱 무섭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알파고 사장에게 찍히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장은 핵전쟁의 여파로 생긴 돌연변이 괴물도 한 손으로 찢어 죽이는 괴물보다 더한 괴물이다.

“각자의 장점에 따라 다섯 집단을 나누어 가집시다.”

신민혁 이사는 역할을 분배했다.

“권도준 이사. 비록 이번 일에서는 가장 큰 실패를 했지만 당신이 지닌 관리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교세를 잃은 선신연합을 추슬러 반격에 나서는 걸 도와주도록.”

“알겠습니다.”

“최철준 이사. 당신은 타인의 약점을 파헤치고 끌어내리는 데에 특화된 능력이 있다.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최대한 발휘해서 용사들이 절호의 시기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뭔가 기분 나쁜데. 그거 칭찬 맞아?”

신민혁은 최철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욕을 한 게 맞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이사. 지금 정보력이 가장 뛰어난 집단은 핵과금게이머들의 연합인 길드이다. 빌헬름 마이어와 손을 잡은 ‘쿠로’에게 원로급 게이머들이 이를 갈고 있을 거다.”

“그들과 손을 잡는 편이 제게도 편하겠군요. 동기화 비율이 높은 편도 아니니 게이머들과 연합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겠습니다. 원로급 게이머들을 어떻게든 저희 편으로 만들어보죠.”

“네드 이사. 조국을 잃은 제국은 이미 재기할 여지 따위는 조금도 남지 않았다. 그들의 남은 역량을 모조리 동원해서 용병단을 만들도록 유도하도록.”

“과연. 미궁 안에서 제국 출신 용병단으로 급습을 가하겠다는 건가. 제국의 유산이라면 확실히 막강한 용병단이 되겠어. 그건 내가 책임지고 맡도록 하지.”

네 이사의 역할을 배분한 뒤, 마지막으로 남은 자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남은 악신연합은 내가 직접 전담하겠다.”

신민혁 이사의 능력은 다른 네 이사보다도 출중하다.

“악신연합이 나설 차례는 가장 마지막이다. 그러니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우리 다섯 명이 지닌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그만큼 지니고 있는 무기도 가장 막강한 편에 속하지.”

“심층지대 말이군요?”

“그렇다. 악신들이 지닌 렐름과 연결된 최악의 성역. 그곳의 난이도를 지금 이상으로 더욱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서는 너희 넷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야만 한다.”

네 사람은 곤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확실히 심층지대의 난이도를 올리면 빌헬름 마이어를 엿 먹이고 그의 시트지를 찢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무슨 수로 난이도를 올릴 시간을 번단 말인가.

“선신연합이 입은 피해는 막대합니다. 피해를 추스르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이 필요한 건 저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용사들은 아직 만전의 준비를 다하지 못했어. 이대로는 기회가 오더라도 빌헬름 마이어를 죽일 수 없을 걸.”

“원로급 게이머들을 단기간에 이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가뜩이나 쿠로에게 길드의 절반을 뺏긴지라 원로급 게이머들은 제게 이용당하는 걸 강하게 경계할 겁니다.”

“제국의 잔당들을 용병단으로 만드는 과정에도 나름의 시간이 걸린다.”

네 이사가 배분받은 세력 모두 저마다의 문제점이 있다.

즉시전력으로 활용하는 건 힘들다.

“당장 전면전을 벌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럼 뭘 원하는 거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드문데.”

“놈을 세계의 적으로 만든다.”

신민혁 이사의 주 분야는 인과 설정. 미궁세계의 인과 프로그램 제작에 적잖은 공헌을 했었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NPC를 다루는 법을 잘 이해하고 있다.

“빌헬름 마이어의 이제까지의 모든 행보를 부각시킨다. 모든 국가, 모든 신들을 총동원하여 인간들의 그를 향한 악의를 증대시킨다.”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있다. 있게 만들 것이다. 현재 미궁을 지배하는 악신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위협요소는 빌헬름 마이어. 심층지대의 난이도를 올리는동안 그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면 기꺼이 돕겠지.”

신민혁은 지금껏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엄청난 모략을 세웠다.

“빌헬름 마이어의 침략행위가 휴식기에 빠져든 미궁을 격동시키는 도발행위임을 선신들의 입으로 알린다. 동시에 중부진영과 북부진영의 침략행위를 억제시킨다.”

“그거다! 그거라면 빌헬름 마이어를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어. 그의 세력에서도 무수한 이탈자들이 발생하겠지.”

“천상과 지상, 지저의 모든 세력이 그를 적대한다. 이 정도로 몰아붙인다면 제 아무리 현인신이라고 해도 위축될 수밖에 없지. 조금이라도 지상에서 발이 묶인다면 우리들의 승리다.”

이사들은 이 작전이 성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 작전에는 보이지 않는 변수가 있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카이사르였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심층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빌헬름 마이어가 강해질수록 버프효과는 더욱 상승한다.

그리고 지금, 빌헬름 마이어는 현인신이 되었다.

학살에 학살을 거듭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하고 있을 그가 어디까지 강해졌는지.

그건 현 시점에서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아무래도 상관없는 설정모음]

①레벨 별 경지

1~5레벨 : 초보자, 삼류

6~10레벨 : 이류, 일류

11~13레벨 : 절정고수

14~15레벨 : 초절정고수

16~20레벨 : 절대자

21~??레벨 : 초월자

②등장인물들의 좋아하는 음식

빌헬름 마이어 : HP포션

카이사르 : 주는대로 처먹음

리나 : 솜사탕

레이브 : 주는대로 처먹음

모자이크녀 : 싼거

쿠로 : 버프효과 좋은 거

청일 : 주는대로 처먹음

브루투스 : 청금석

이질 : 솜사탕

도로시 이지스 : 솜사탕

유모 : 펄펄 끓는 마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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